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브리튼 던
작가 : 전Yeah
작품등록일 : 2019.10.8

블루튜더의 전사였던 요한은 레드튜더와 전쟁 준비 중 블루튜더가 레드튜더에 흡수되자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탈단하여 외진 시골로 내려가게 된다. 조용히 인생을 마무리하려는 요한 앞에 아무라는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면서 그의 삶은 바뀌기 시작하는데...

 
10
작성일 : 19-11-09 01:03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1388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스틸 파머는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면밀히 체크한다. 머리는 단정한지, 콧수염은 더럽지 않은지 이리저리 집중해서 살펴보았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내 말라 파머는 쓴 소리를 내뱉는다.

 

  “나랑 데이트할 때나 그렇게 꾸며봐요.”

  “가족끼리는 그러는 거 아니야.”

 

  스틸 파머의 단호한 말에 말라는 말을 말아야지 하면서 식탁에 음식을 옮긴다. 스틸도 말라가 한 음식들을 식탁에 옮기고 의자와 식기를 정리하며 그녀를 돕는다. 그 후 다시 거울 앞으로 가서 머리와 얼굴을 살펴보며 걱정을 한다.

 

  “여보, 나 이상하지 않지? 응? 그렇지?”

  “…….”

  “으아아, 잘 보여야 할 텐데. 당신은 만나봤어? 어땠어?”

  “여보,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보이네…….”

  “그, 그래? 내가 너무 주책맞나? 그렇지만…….”

 

  얼굴이 빨개진 스틸은 요동치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해 눈을 질끈 감는다.

 

  “흐하아아아아…….”

  “여보, 이상한 소리 내지 말아줄래? 당신의 신음은 우리 침대 밖을 넘지 않았으면 좋겠거든?”

  “너무 긴장 돼? 실수하면 어떡하지?”

  “도대체 무슨 실수를 걱정하는 거야?”

  “콧수염에 막 소스 같은 게 묻어서 시야를 교란할까봐.”

  “음…….”

 

  말라는 그건 그거대로 재밌겠다면서 스틸이 먹을 스테이크에만 몰래 소스를 더 붓는다.

 

  그때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스틸의 심장을 강타한다. 스틸은 현관 앞에 서서 작은 목소리로 “누, 누구세요오오오?” 라고 묻는다. 그 목소리가 너무 여리고 가늘어서 밖에 문을 두드리던 앨리가 황당해 한다.

 

  “아빠? 뭐하는 거야?”

  “아, 앨리……구나? 음음, 그게…….”

  “요한 씨 오셨으니까 문 열어요.”

  “히이이이익!”

 

  스틸은 빨개진 얼굴로 어떻게 해야 하냐면서 말라를 향해 발을 동동 구른다. 말라는 문을 열면 된다고 친절하게 말하지만 그러면 요한 씨가 나를 볼 거 아니냐며 칭얼거린다.

 

  오늘 이 집에 요한이 오기로 했다. 열렬한 블루튜더의 지지자였던 그는 특히 요한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가 이름을 날리기 시작할 때부터 그의 활약상을 전부 긁어모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요한이 이곳에 오고 그는 언젠가 요한을 꼭 만나보고 싶었으나 언제나 타이밍이 좋지 않아 스쳐가며 만나는 것도 영 쉽지 않았다.

 

  “퀘스트에 올리면 되죠. 그리고 매주 수요일마다 코코다르크 돌봐주러 오는데 오시면 될 걸.”

  “아니, 일을 시키는 게 좀 그래서……. 아직 우리 관계가 그런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스틸의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고 말라는 귀엽다고 했지만 앨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가지가지 한다고 독설을 날렸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보려고 노력한 결과 앨리를 통해 요한을 초대하게 된 것이다. 요한은 흔쾌히 받아들였고 스틸은 쾌재를 불렀지만, 현재 오히려 그 과도한 팬심이 그의 가슴을 옥죄고 있었다.

 

  “나, 나중에 다시 오면 안 될까? 내일이라든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빠?”

  “아직 나는 마음의 준비가…….”

 

  앨리는 참지 못하고 문을 열고 들어온다. 스틸은 황급히 문에서 멀리 떨어진다. 앨리와 함께 요한이 뒤를 따라 들어오고 스틸은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말라의 뒤로 숨어버린다.

 

  “아, 진짜 뭐하는 거야, 아빠? 사람 초대해놓고.”

  “아니, 그게…….”

 

  스틸의 수줍음은 도가 지나쳐서 얼굴은 물론 온 몸이 빨개졌고 몸도 화끈화끈해졌다. 말라는 그런 남편이 귀여웠지만 손님 앞이라 티를 내지 않는다.

 

  “어서 와요, 요한 씨.”

  “말라 씨,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초대한 게 아니에요, 뒤의 제 남편이 워낙에 요한 씨를 보고 싶어 해서요.”

  “여, 여보! 그런 말을 왜 해!”

 

  스틸은 뒤에서 아내의 어깨를 잡고 흔든다. 요한은 스틸의 옆으로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요한 델 베르난데스 입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 스, 스틸 파머라고 합니다. 농장과 목장을 경영하고 있고요, 그리고 취미는 요한님의 전기를 읽는 것과 전쟁소설 및 전쟁관련 서적을 보는 것입니다.”

  “……어, 제 전기라는 게 있나요?”

  “아빠, 지금 무슨 맞선보는 자리에 나온 사람 같아.”

 

  부끄러워하는 스틸은 잠시 뒤로 하고 요한은 가지고 온 보따리를 말라에게 전해준다.

 

  “아무가 초대 받아 가는데 빈손으로 가는 거 아니라고 한 소리 들어서요. 그 녀석이 직접 만든 닭강정 입니다. 맵지 않고 달달하게 해서 제법 맛있어요.”

  “어머, 감사해요. 그냥 오셔도 되는데. 아참, 눈지오? 요한 씨 오셨어. 나와 봐.”

 

  그녀의 말에 2층에서 아래로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아이는 하얀 머리에 맑고 큰 검은 눈동자를 가진 해맑은 소년이었다. 그는 전의 인신매매 사건 당시 붙잡혀 있던 아이 중 하나였는데 부모의 행방을 찾을 수 없어서 지금까지 계속 앨리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아, 대장! 오셨어요?”

 

  눈지오는 요한에게 달려가 와락 안긴다. 그는 레이미 다음으로 요한을 좋아하며 따랐는데 덕분에 매주 수요일마다 눈지오는 코코다르크 목장에서 요한과 같이 코코다르크들을 돌봤다.

 

  말라의 안내에 따라 요한은 식탁에 앉는다. 상다리가 용케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식탁 위는 휘황찬란했다. 코코다르크 요리는 물론 치킨 로스트구이, 요한이 좋아하는 로제 파스타에 비프스튜, 감자스프 등 먹을 것이 넘쳐났다.

 

  “와, 감사합니다. 이렇게 거나하게 대접받아보는 것은 처음이네요.”

 

  요한과 파머 식구들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한다. 치킨 로스트는 매우 부드러워서 입에 넣자마자 녹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평소 식사관련해서 신세를 지고 있는 터라 말라의 요리 실력에는 늘 감탄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요한은 깜짝 놀란다.

 

  “엄청 맛있어요! 이거 남기면 아까워서 어쩌나 싶었는데 억지로라도 배에 집어넣고 가고 싶은데요?”

  “헤헤, 집사람 요리 실력은 마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부합니다.”

 

  뿌듯해하는 스틸을 향해 남사스럽게 왜 그러냐며 타박을 하는 말라였지만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는다. 스틸은 로스트치킨의 닭다리를 권하면서 이제 마을에 사는 건 적응이 됐냐고 물어본다.

 

  “워낙 거칠고 열기 넘치는 곳에서 계신 터라 이곳이 조용해서 지루하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지루하긴요. 오히려 생기가 넘쳐서 좋은 걸요.”

  “아참, 와인 한 잔 하시겠습니까? 레드 와인이 하나 있는데.”

  “아빠, 닭다리 내가 하나 먹어도 되지?”

  “아니, 나머지도 마저 요한 씨 주려고…….”

  “이미 눈지오랑 나랑 먹어버렸는걸?”

 

  왜 벌써 먹어버렸냐고 했지만 앨리와 눈지오는 웃으면서 닭다리만 아니라 날개도 벌써 먹어버렸다고 고백한다. 말라는 한 마리 더 굽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앨리는 스틸에게 거 다리 하나 가지고 쪼잔하게 그러지 말라며 맞받아친다.

 

  언제나 퉁명스럽고 귀찮아하는 모습을 자주 봐온 앨리였지만 집에서는 아빠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스스럼없이 지내는 친구 같은 딸과 아빠의 모습처럼 보였다. 요한은 그 모습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모습을 지그시 지켜본다.

 

  식사는 무르익어갔고 눈지오를 재우기 위해 앨리는 식사를 마치고 먼저 들어간다. 말라와 스틸, 그리고 요한은 남은 음식들을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들 코코다르크는 인기가 없으니 그만두라고 했지만! 저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이 거대한 닭이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을 거라고 말이죠!”

 

  스틸은 코코다르크를 키우기 시작한 이야기를 1시간가량 장대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에 재주가 있었는지 요한은 흥미진진하게 경청하는 중이었다. 말라가 스틸의 이야기에 추임새를 넣어준 덕에 이야기에 생동감이 넘쳤다.

 

  이후 요한도 스틸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주로 스틸이 궁금해 하는 요한이 겪은 전쟁에 대하여 전투에서 어떤 심정이었고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대답해주었다.

 

  어릴 적 여물지 못한 풋 사과 같은 실력 때문에 죽을 뻔한 적, 작전을 잘못 이해해서 엄한 곳에서 고립이 된 이야기든 세간에 알려진 요한의 이야기 대신 여러모로 실수투성이였던 요한의 이야기를 말해준다.

 

  이야기를 듣고 스틸은 감동을 받았는지 눈물을 훔친다.

 

  “정말 살아 있기 잘했습니다. 크흡. 살아서 요한님과 술도 같이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흑흑.”

 

  취기가 잔뜩 오른 얼굴로 연신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고 말라는 내 남편이지만 정말 귀엽다고 생각한다. 요한은 별 거 아니라면서 쑥스러워하지만 이미 잔뜩 흥분한 스틸은 연신 요한 만세를 외치는 중이었다.

 

  분위기가 잠시 가라앉았을 때, 요한은 눈지오가 올라간 2층 계단을 보면서 스틸에게 질문한다.

 

  “그나저나 눈지오는 계속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못하는 상태인가요?”

  “네. 아쉽게도 아직까지 그 건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어요.”

 

  눈지오가 지금 부모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부모의 행방을 알기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눈지오 본인이 그 일에 대해선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본인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지만,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잡혔는지, 자신의 가족은 누구인지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정말로 기억이 없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 이야기만 나오면 표정이 굳어지니까 쉽사리 말을 꺼내기도 뭣해요. 저 해맑은 미소가 부모님 이야기만 나오면 갑자기 싸해져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애가 저렇게 된 건지, 저는 상상이 잘 가지 않네요.”

  “……일부러 피하고 있다, 이 말씀이신가요?”

  “……저는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쩝, 뭔가 돌아가기 싫어서 그러는 느낌이 들어요.”

 

  가족에게 돌아가기 싫어서 저러는 거란 말인가. 요한은 눈지오에게 동질감을 살짝 느낀다. 스틸은 눈지오를 생각하자 마음이 아픈 듯 입술을 깨문다.

 

  “저 아이가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니까, 함부로 말하기도 그래요. 그러니 답답하죠. 계속 여기에 두는 것도 괜찮은 건지, 아닌지. 저희야 저 아이와 같이 있는 것이 상관없지만, 만약 저 아이를 애타게 찾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문제니까요.”

 

  입이 마르는지 스틸은 와인대신 물 잔을 들어 입에 댄다. 냉수를 벌컥벌컥 마셨지만 속의 답답함은 내려가지 않는다.

 

  “후우……. 그리고 요새 너무 뒤숭숭합니다. 제 2차 튜더전쟁이라는 게 발발한 이후, 대륙전체가 뒤숭숭해진 건 알지만, 그래도 설마 인신매매단이 여기까지 흘러들어왔을 줄은……. 레이미와 알반이 잡힌 걸 생각하면 굉장히 오싹합니다.”

  “……여기에는 그런 놈들이 잘 오지 않았나 봐요?”

  “웬걸요. 그 흔한 도적, 산적 놈들도 이 근방에 나온 적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우리 스스로 자경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긴 한데 워낙 평화로워 거의 출동도 안 하고 있었습니다만…….”

 

  스틸은 다시금 목이 타는 물 잔을 들어 한 입 하고 이야기를 계속 한다.

 

  “그런데 요즘 저 위쪽으로 도적단이나 산적들이 대규모의 군세를 형성해서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닌다고 하더군요. 이 작은 마을까지 인신매매단 놈들이 들어오는 걸 보고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이나 싸움 같은 건 모르고 지내던 마을이었으니까요.”

  “……그렇군요.”

 

  다시금 알베르토의 말이 떠오르는 요한이었다. 겨우 떨쳐냈다고 생각했지만 가끔씩 불쑥불쑥 나타나 요한을 괴롭히고 있었다. 막연한 불안감이란 언제나 잊었다고 생각날 때 머리 뒤를 톡톡 두드리는 법이다.

 

  “그래도……. 걱정은 없을 겁니다. 우리에겐 여기! 블루튜더의 거물! 블루튜더가 지지 않는 이유인 요한님이 여기 계시니까요!”

 

  스틸은 벌떡 일어나 요한을 향해 팔을 벌린다.

 

  “도적이든 산적이든 올 테면 와 보라지요! 여기 요한님이 모두 다 때려잡아 줄 테니까!”

  “……안 와야지요, 스틸 씨. 그런 일이 애초에 발생하면 안 되죠.”

 

  요한이 웃으며 스틸을 진정시킨다. 스틸은 만약이라면서 웃으며 요한에게 와인을 따라준다. 그렇게 웃고 떠들다가 스틸은 이내 스르륵 잠이 들어 버린다. 때마침 앨리가 내려와 스틸을 부축한다.

 

  “술도 못 마시면서 한 병을 다 비우셨네.”

  “아, 술을 못 드시나요?”

  “정말 기분이 좋을 때만 드시는데 오늘은 부끄러움을 잊으려는 목적도 있었을 거예요. 오늘 아빠랑 같이 어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요한 씨.”

  “매번 신세를 지는데 오히려 거한 대접을 받아서 제 쪽이 더 감사한걸요.”

 

  앨리는 요한을 바라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요한에게 말한다.

 

  “요한 씨는 참 좋은 사람 같아요.”

 

  갑작스런 말에 요한은 취기가 뒤늦게 오른 듯 얼굴이 빨개진다.

 

  “아, 아닙니다. 저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에요. 멘탈도 약하고 쉽게 화내고 그러는 걸요.”

  “그걸 감안해도 착한 거 맞아요. 고마워요, 요한 씨.”

 

  그러면서 앨리는 아빠한테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냐며 타박을 한다. 아빠를 부축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요한의 옆에 말라가 식탁을 정리하기 위해 온다. 요한은 말라에게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 한다.

 

  “참, 따뜻하네요.”

  “네? 아 좀 더우셨나요? 춥지 않게 하려고 장작을 좀 뗐는데.”

  “아뇨. 파머 씨의 가족이요. 참……. 따뜻한 것 같아서요.”

  “후후, 뭔가 부끄럽네요. 다른 집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요한은 고개를 숙여 와인이 든 잔을 흔든다.

 

  “만약 눈지오에게 무슨 일이 있어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저는 눈지오가 이해가 되요. 이렇게 따뜻한 가족 곁을 떠나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요한의 말에는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말라는 그 쓸쓸함에 호기심이 생겼지만, 굳이 물어보려 하지는 않았다. 요한이 흔들던 와인을 입에 넣어 머금는다. 이 가족과 같이 달달하면서도 깊은 향이 우러나온다.

 

  말라의 만류에도 식탁 정리를 도운 요한은 이제 집에 가기 위해 현관을 나선다. 앨리와 말라가 요한을 배웅하기 위해 나온다.

 

  “오늘 초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말라 씨. 앨리 씨.”

  “저야말로 남편과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저희 앨리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 그건 제가 할 말이죠. 제가 고용되어 있는 입장이니……. 앞으로 저 좀 잘 부탁드립니다.”

 

  서로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앨리도 요한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나중에 봐요, 요한 씨. 내일 아침에 허니 드링크 가지러 갈게요. 그거 숙취해도 제법 효과가 좋거든요.”

  “그럼 기대하고 있을게요.”

 

  작별인사를 하고 요한은 앨리의 집을 떠난다. 어느 정도 멀리 걸어온 요한은 앨리의 집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희미한 불빛에는 따스함이 있다. 요한은 시선을 떨구더니 잠시 생각에 잠긴다. 예전 일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코끝이 시큰해질 때 즘 요한은 다시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

 

 

  “오늘은 허니드링크 말고도 또 뭔가 많네요?”

 

  요한은 아침부터 찾아온 앨리의 짐을 받는다. 앨리는 어제와 다르게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귀찮고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요한을 대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앨리가 아무리 힘이 좋다고 한들 아침부터 총 무게 10kg의 짐을 양 손에 들고 오는 건 참기 힘든 일이었다.

 

  “야생 돼지의 뼈를 우린 국이에요. 해장할 때 들이키시라고 아빠가 보냈네요. 하하하.”

 

  웃는 소리였지만 표정은 구겨진 종이 같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잘못한 게 없는 죄책감을 느끼며 앨리의 짐을 전부 받는다. 앨리가 떠난 후 요한은 허니 드링크부터 먼저 마신다. 어제 앨리가 말 한대로인지 마시고 나니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몸에 스며드는 허니 드링크를 느끼던 도중 아침 일찍 나갔던 아무가 벌써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요한이 아무에게 받은 허니 드링크를 건네면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본다.

 

  “웬일로 이리 일찍 돌아온 거야? 무슨 일 있어?”

  “오늘 너에게 볼 일이 있어서 온 거야.”

  “응? 나? 왜?”

 

  본능적으로 요한은 뒷걸음질을 친다. 잔뜩 경계를 하는 요한을 향해 아무는 별 일 아니라며 안심시킨다.

 

  “평소처럼 너를 치킨 집에 팔아넘기고 매주 중개료로 치킨 2마리를 얻어먹을 생각을 한 건 아니니까 안심해.”

  “…….”

 

  평소에 그딴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싶어 마음 속 아무에 대한 평가가 한층 하락한 채 요한은 장비를 착용하고 아무의 뒤를 따라 나선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휘터린이 보고 싶어 해서 말이야.”

 

  휘터린 마테우스는 브리튼 던 자경단에서 대장 직을 맡고 있는 남자였다. 30세로 어린 나이에 각지를 전전하며 용병생활을 하다가 5년 전 이곳에 정착해 자경단에 들어가 현재에 이르렀다. 지금은 치안유지는 물론 퀘스트 지점의 일도 선뜻 도와주는 든든한 해결사 같은 남자로 통한다.

 

  “휘터린 씨가 왜?”

  “음, 역시 블루튜더의 거물이라 그런가, 너한테 자경단을 훈련시켜 주길 바라는 모양이야.”

 

  아무는 자경단 막사에 요한을 안내한다. 안에는 경갑을 입고 장비를 정비하는 자경단원들, 밖의 훈련장에는 서로 대련을 하거나 과녁에 사격연습을 하는 장경단원들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자 갈색 짧은 머리에 각진 투박한 얼굴을 한 키가 큰 남자가 요한을 맞이한다.

 

  “좋은 아침입니다, 요한님.”

  “아, 휘터린 씨. 안녕하세요.”

 

  요한이 도착하자 자경단원들이 하나 둘 요한의 곁으로 모인다. 그들도 휘터린을 따라 반갑게 요한과 인사를 나눈다.

 

  “오늘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야기는 아무에게 들었을 겁니다.”

  “아, 네. 그런데 이미 자경단은 휘터린 씨의 지도하에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은데 굳이 제가…….”

  “그래도 블루튜더에서 싸워온 요한님과 밑바닥만 굴러온 저와는 좀 방식이 다르겠죠. 충분히 보상을 해 드릴 테니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떤 것부터……?”

 

  휘터린은 일단 자경단원들과의 1:1 지도를 부탁한다. 자경단원의 수가 아무와 휘터린을 제외하면 고작 10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단체로 지도하기보단 한 명, 한 명 세세하게 가르치는 게 좋다고 판단해서였다.

 

  “칼의 무게를 의식해서 팔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네요. 이건 좋지 않아요. 적에게 강력한 공격을 가할 요량이겠지만 이런 자세의 경우 허리 쪽이 약해지기 때문에 적이 공격을 피하거나 공격을 막아버리면 오히려 본인 자세가 무너져 역공을 당할 우려가 있어요. 자, 여기선 이렇게…….”

 

  요한은 자경단원 한 명씩 세세히 지도해준다. 부족한 점을 지적하면서도 필요하거나 잘하는 부분은 칭찬하는 등 엄격하지만 자상한 모습으로 지도에 임했다.

 

  다들 그 유명한 요한이 가르치는 거라 열정적으로 배운 덕택에 실력이 조금 나아졌다. 그것뿐만 아니라 요한이 개개인에 맞게 기술 몇 개도 전수해준 터라 다들 신이 나서 본인들이 배운 기술들을 이리저리 써본다.

 

  지도를 얼추 끝내고 앉아서 쉬고 있는 요한을 향해 휘터린이 다가온다.

 

  “고생하셨습니다, 요한님.”

  “다들 일개 자경단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좋은데요? 웬만한 병사들보다 훈련이 잘 되어 있어요.”

  “소규모니까 질적인 면을 높이려고 한 거죠. 그래도 부족하다 싶었는데 이래저래 요한님이 오셔서 가르쳐 주신 덕분에 다들 실력이 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뇨, 간만에 옛날 생각이 나서 좋았습니다. 제가 예전에 했던 일 중에 하나였거든요.”

 

  요한이 씁쓸하게 웃는다. 휘터린은 요한의 눈치를 살피더니 옆에 앉는다.

 

  “이거 제가 괜한 부탁을 해드린 건가요? 애써 잊고 있으셨을 텐데.”

  “아뇨, 잊을 수야 없죠. 그렇다고 막연하게 피하기만 할 수도 없고요.”

 

  괜찮다고 말하던 요한은 한 가지 궁금증이 들어 그에게 묻는다.

 

  “근데 훈련이라고 하면 저보다도 아무도 있지 않나요? 그 녀석, 그래도 실력은 꽤나 있는 편일 텐데.”

  “압니다. 아마 여기서 요한님을 제외하면 이 마을에 아무를 이길 사람은 저를 포함해서 한 명도 없을 걸요?”

  “그런데 왜 저를…….”

  “본인이 싫다고 해서요. 한사코 거부하기에 매일 치킨을 주겠다고 꼬시기 까지 했는데 말이죠. 그 치킨에 미친놈이 치킨을 거부할 정도여서 저도 두말 하지 않았습니다.”

  “치킨을 거부했다고요? 맙소사……!”

 

  그 치킨에 미친놈이 치킨을 거부하다니. 너무 놀라 요한의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는다.

 

  “참, 알다가도 모를 놈이에요. 2년 전에 갑작스레 나타나선 세상 다 산 녀석처럼 있더니 어느새 저렇게 촐싹 맞은 놈으로 변할 줄이야.”

  “그러고 보니 2년 전에 아무가 왔다고 했었죠? 당시에는 꽤나 날카로운 인상이었다고 들었는데.”

  “말도 마세요. 동태 썩은 눈을 한 채로 건들지 마라는 오라를 풀풀 풍기고 있었어요. 스마 촌장님이 데리고 왔을 때 아 이거 골치 깨나 썩겠구나 싶었죠.”

  “언제부터 저런 놈이 된 건가요?”

  “망그르브 아저씨나 고르브 씨도 도움을 줬지만 결정적으로는 소포즈 할아버지랑 어울리고 나서부터요. 그 녀석 할아버지랑 자주 이야기를 하더니 점점 밝아지면서 결국엔 치킨에 미친놈으로 암흑진화를 해버렸지요. 도대체 어떻게 그 승냥이 같은 놈을 저런 치킨에 미친 변태로 만들었을까요? 가끔 소포즈 할아버지를 보면 신기해요.”

 

  그건 요한도 인정하는 바다. 소포즈 할아버지한테는 신기한 힘이 있다. 부드럽게 말하면서 마음부터 감싸주는 것 같은 느낌. 아마 아무도 그런 느낌으로 그렇게 된 걸까?

 

  ……근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치킨에 미친놈으로 탄생할 수 있는지 요한은 의문이 든다.

 

  요한이 아무를 상상하면서 괴로워하고 있을 때, 휘터린은 요한을 물끄러미 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목검 두 개를 챙겨서 돌아온다.

 

  “요한님, 실례가 안 된다면 부탁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아, 치킨이요?”

  “네?”

  “아, 아뇨. 잠시 딴 생각을……. 어떤 부탁이시죠?”

 

  휘터린은 들고 온 목검 하나를 요한에게 건네며 말한다.

 

  “부디 한 수 가르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 수 가르쳐 달라니요?”

  “무례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역시 전사로써 제 피가 끓는 것은 주체할 수 없습니다. 부디 블루튜더 최고의 전사와 싸울 수 있는 영광을 제게 주십시오.”

  “아니, 저……. 그 정도로 거창할 필요까진 없어요.”

 

  목검을 받아 든 요한은 검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휘터린은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 번 요한에게 부탁을 한다.

 

  “블루튜더 최고의 전사. 그 검을 한 번 받아보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최고의 전사니 뭐니 그 정도는 아니에요.”

 

  헤헤 웃으면서 요한은 휘터린과 같이 훈련장 안쪽으로 향한다. 자경단원들은 휘터린과 요한이 싸울 태세를 보이자 다들 몰려온다. 휘터린은 주변 자경단원들에게 멀리 물러서라고 경고한다.

 

  “휘말리면 다칠 위험이 있다. 멀찍이 물러서라.”

 

  자경단원들이 훈련장 가장자리의 울타리까지 물러난다. 지나가던 주민들과 용병들도 휘터린과 요한의 모습을 보고 하나둘 몰려오기 시작한다.

 

  요한과 휘터린은 서를 마주본다. 휘터린에게선 묘한 긴장감이 돌지만 요한은 목검을 들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 해도 두 사람 모두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휘터린이 풍기는 긴장감은 어느새 훈련장 전체에 퍼져 구경꾼들까지도 숨을 죽이고 몰입하기 시작한다.

 

  “휘터린 씨, 먼저 오시죠.”

  “……그럼 사양 않고 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휘터린이었지만 역시 움직이지 못한다. 아니, 사실 아까부터 맹렬하게 달려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요한에게선 틈이 보이지 않았다. 일순 틈이 보였어도 그것은 휘터린이 달려들게 만드는 함정이었고 휘터린 본인도 그걸 알아차려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휘터린은 어째서 요한이 창공의 철옹성이라 불리는 지 이해됐다.

 

  철벽.

 

  바늘 끝조차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수비 자세가 완벽했다. 고작 수비 자세 하나만으로 이렇게 위압감이 뿜어져 나온다는 사실에 휘터린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가볍게 착용한 경갑, 고작 목검 하나만으로 이정도인데 원래 요한의 중갑과 진검을 들고 대치한다면……? 악몽이 따로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대로 계속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휘터린은 그 철옹성에 한 번 부딪혀 보기로 한다. 얼마나 견고한지 직접 경험해보겠다는 의지였다.

 

  결심이 굳어지자 행동은 일목요연하다. 휘터린이 먼저 튀어나온다. 휘터린의 목검은 지면에 가까울 정도로 낮게 비행하며 요한의 발목을 노린다.

 

  그러나 이미 요한은 백스텝으로 회피하면서 검을 높이 들어 달려드는 휘터린의 머리를 노리고 내리친다. 휘터린은 급히 낮게 깐 목검을 위로 들어올려 요한의 공격에 방어한다.

 

  따악-!

 

  목검이 부딪친 순간, 휘터린은 자신이 목검을 방어한 건지 철퇴를 막은 건지 헷갈렸다. 충격이 너무 강해서 하마터면 목검을 놓칠 뻔 했다. 충격으로 찌릿찌릿한 팔로는 공격이 힘들어 휘터린은 요한의 목검을 쳐내고 한 발짝 물러나면서 방어태세를 취한다.

 

  그러나 요한은 쉴 시간을 주지 않는다. 옆구리를 노리고 날려드는 목검을 휘터린은 다시 방어하기 바쁘다.

 

  간격을 훨씬 멀리 벌린 다음, 따라 달려드는 요한을 향해 휘터린은 찌르기로 요한의 얼굴을 노린다. 요한은 재빨리 움직임을 멈추고 찌르기를 회피하려 하지만 휘터린은 목검을 비틀어 찌르기에서 베기로 바꾸어 요한의 복부를 공격한다.

 

  분명 닿았을 거라 여긴 휘터린이었지만,

 

  딱-!

 

  다시 한 번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면서 휘터린의 공격은 막힌다.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똑같이 탄식을 내뱉는다.

 

  “아아아아…….”

  “완전 아까워……!”

 

  이를 구경하던 존티와 마도루는 생각이 달랐다. 존티는 휘터린의 공격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아깝긴 했지만, 유효한 공격은 아마 이걸로 끝이겠지.”

  “요한 형님이 제 실력을 보여주지 않았는데도 저 정도야. 아마 이 공격으로 약간 더 강하게 나오시겠지.”

 

  맞장구치는 마도루의 말대로였다. 요한은 이 후 휘터린의 공격을 수비로만 응대했으나, 오히려 지치는 쪽은 휘터린이었다. 차라리 요한이 공격하던 때가 더 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휘터린은 마치 거대한 고목을 상대하는 느낌이다. 들고 있는 단도로 아무리 후벼 파도 사람 허리의 10배나 되는 이 고목을 베어내는 건 힘들었다. 무엇보다 단도가 고목의 나무껍질을 비집고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공격이 무효화되고 먹히지 않은 무력감. 지금 휘터린의 어깨를 그 무력감이 짓누르고 있었다.

 

  “허억, 허억 허억…….”

 

  거칠게 내쉬는 휘터린과 다르게 요한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휘터린이 잠시 숨을 고르던 그 순간,

 

  따아아악!

 

  거대한 소리와 함께 휘터린의 목검은 하늘에 떠 있었고 요한의 목검은 휘터린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휘터린의 목검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승부는 났다. 휘터린은 맥없이 웃는다.

 

  “제가 졌습니다. 후우우우…….”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유효타 하나 정도는 먹힐 줄 알았는데 말이죠.”

 

  두 사람의 승부가 끝나자 주변에서 박수소리가 나온다. 다들 휘터린과 요한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는 중이었다. 요한은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졌다. 자경단원들도 몰려와 휘터린과 요한에게 좋은 승부였다며 잔뜩 흥분한다.

 

  떨어진 목검을 주우며 휘터린은 요한에게 다시 한 번 대단하다고 말한다.

 

  “정말 강하세요. 과연 블루튜더 최고의 전사라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사실 실력차이가 날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아니에요. 최고의 전사니 뭐니 저는 그 정도는…….”

  “에이, 요한님을 이길 만한 상대가 얼마나 되겠어요. 최고의 전사 맞죠.”

  “이래봬도 꽤나 많이 패배했고 승부를 가리지 못한 적도 많은데요.”

  “……진짜요? 그건 좀 충격인데요. 요한님이 이렇게 강한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니……? 그런 괴물도 있나요?”

  “세상엔 진짜 엄청난 사람들이 많거든요. 얼마 전에도 졌는걸요.”

 

  요한은 아무를 떠올린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인물을도 동시에 떠올린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맨 손으로 제 검을 받아 내는 놈도 있었으니까요.”

  “그런 괴물이 있다니……. 누굽니까? 그 괴물은?”

 

  요한은 들고 있던 목검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카이온]. [블랙 페더]의 [카이온]이라는 놈입니다.”

 

  카이온의 이름을 댈 때 요한의 검이 파르르 떨린다.

 

 

 //

 

 

  불꽃이 마을 전체를 삼킨다. 목숨을 구걸하는 남자의 목을 칼을 든 도적이 서슴없이 베어버린다. 바닥에 피가 스며들고 집과 살이 타는 냄새가 자욱하게 퍼지는 동안 마을 중앙에서는 각종 보석과 셀들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늘도 대박이군요. 두목.”

  “이곳은 블루튜더와 거래하는 상인들이 많이 묵고 있는 곳이니까. 크크크크…….”

  “과연 레드튜더의 전 간부다우십니다. 두목이 오고 나서 우리 벌이가 쏠쏠해요!”

 

  두목이라고 불리는 자는 킬킬거리며 웃는다.

 

  “블루튜더 놈들이 레드튜더에게 빌빌 기어 다닌 덕분에 블루튜더의 치안도 같이 악화됐지. 녀석들은 여기로 보낼 병력도 부족할 거야. 그러니 왕창 털고 뜨자고 얘들아. 나만 믿으면 이 주지육림은 바로 너희들 것이다!”

 

  두목의 외침에 도적떼들은 환호를 한다. 두목은 그러면서 이를 갈며 말한다.

 

  “……기다리라구. 이제 널 지켜줄 뒷배경도 없으니까. 예전의 원한을 확실하게 갚아주마.”

 

  그는 거대한 대도를 땅에 박으면서 중얼거린다.

 

  “……요한 델 베르난데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4 15 2019 / 11 / 10 217 0 13211   
13 14 2019 / 11 / 10 219 0 13511   
12 13 2019 / 11 / 10 213 0 13180   
11 12 2019 / 11 / 9 231 0 13245   
10 11 2019 / 11 / 9 241 0 13908   
9 10 2019 / 11 / 9 254 0 13886   
8 09 2019 / 11 / 6 206 0 12738   
7 08 2019 / 11 / 6 207 0 13432   
6 07 2019 / 10 / 31 227 0 13753   
5 06 2019 / 10 / 31 221 0 13989   
4 04 2019 / 10 / 23 228 0 12558   
3 03 2019 / 10 / 23 226 0 15378   
2 02 2019 / 10 / 15 223 0 13586   
1 01 2019 / 10 / 8 368 0 1239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그리고 그 후
전Yeah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