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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브리튼 던
작가 : 전Yeah
작품등록일 : 2019.10.8

블루튜더의 전사였던 요한은 레드튜더와 전쟁 준비 중 블루튜더가 레드튜더에 흡수되자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탈단하여 외진 시골로 내려가게 된다. 조용히 인생을 마무리하려는 요한 앞에 아무라는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면서 그의 삶은 바뀌기 시작하는데...

 
08
작성일 : 19-11-06 22:30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1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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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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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튼 던 마을에는 작은 빵집이 있다. 그곳에는 40년간 빵을 구워온 젬 할배라 불리는 노인이 있는데 이 노인의 빵맛이 워낙 기가 막혀서 마을 사람들은 물론 타지에서도 아는 사람들은 아는 곳으로 직접 찾아와 사 먹을 정도로 유명했다.

 

  오늘 요한은 젬 할배의 의뢰로 야생 블랙베리를 1kg을 땄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채취를 한 덕분에 점심이 채 되기도 전에 수량을 다 채웠기에 기분 좋은 콧노래를 부르며 빵집으로 향한다.

 

  빵집으로 다가갈수록 잘 구운 빵의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그리고 빵집 앞에는 고르브와 젬이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40년이 훌쩍 넘을 정도로 서로를 잘 알아온 두 사람에게 아직도 할 대화가 많이 있다는 건 우정이란 정말 아름답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호호호호호!”

  “하히후헤호!”

 

  저 기분 좋은 웃음소리와 미소를 보라. 이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운 모습인가.

 

  “호빵펀치!”

  “으갹!”

 

  젬의 주먹이 고르브의 안면을 강타한다.

 

  “뭐하는 겁니까? 이 노친네들아!”

 

  요한이 황급히 다가가 젬을 말린다. 젬은 거대한 덩치를 이리저리 비틀며 요한에게서 벗어나 고르브를 때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저, 저놈의 새끼가 내 단팥빵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협박을 하고 있었어. 나도 잊고 있던 거를…….”

  “지, 진정하세요. 고르브 씨는 배달부인데 그런 걸 알아서 뭐하겠어요. 분명 오해가 있을 겁니다.”

  “그래, 맞아. 오해지.”

 

  고르브가 얼굴을 문지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단팥빵 레시피를 얻으려고 했던 게 아니야.”

  “그렇죠? 보세요, 젬 할아버지.”

  “이 가게 레시피를 통째로 훔칠 생각이었지.”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이 녹색 주름쟁이야.”

 

  고르브는 그러면서 예전에 있었던 일을 들추면서 젬을 협박한다.

 

  “지금 당장 나에게 빵집 레시피를 내놓지 않으면 네가 옛날에…….”

 

  이 내용은 굉장히 건전하지 못하고 어른들이라도 기겁을 할 정도의 내용인데 이를 상세하고 세밀하고 묘사를 할 수 있으나 여백이 부족해 적지 않겠다.

 

  요한은 이로 인해 젬 할배의 성적 취향이 어떤 것인지 단번에 알게 된다. 정말 알고 싶지 않았던 내용이라며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상황은 다시 한 번 젬이 고르브의 안면에 호빵펀치를 먹이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빵집으로 들어온 젬과 요한이었지만, 젬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연신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쉬익 쉬익……. 그 말라비틀어진 애호박새끼. 아직도 그딴 걸 기억하고 있다니.”

 

  요한은 그런 젬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 덩치에 그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니 신기하다며 내심 놀라고 있었다.

 

  “도대체가 말이야! 노후 준비를 위해 내 빵 레시피를 훔치겠다는 게 말이나 돼? 아무리 내가 예전에 투자 정보를 잘못 알려줘서 전재산을 날리게 했다지만!”

 

  그건 배에 칼 맞아도 할 말 없을 것 같은데. 요한은 그동안 각인됐던 빵을 굽는 인자한 젬의 얼굴이 탐욕과 색욕에 찌든 변태 노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블랙베리를 받고 보수를 준 후 젬은 빵을 만들기 시작한다. 요한은 빵을 만드는 걸 구경하고 싶어서 나가지 않고 옆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본다. 요한은 젬이 빵을 반죽하는 모습을 보다가 아까 고르브와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 고르브 씨는 젬 할아버지의 그런 거 까지 알고 있었네요.”

  “40년이나 같이 있었으니 미주알고주알 떠들기도 하고 밑바닥까지 서로 보여주기도 하는 거지. 이것저것 쌓일 수밖에 없는 시간 아니겠나?”

 

  젬은 반죽을 숙성실로 옮긴 후 나와서 단팥빵을 만든다. 오븐의 불을 조절한 다음 단팥빵을 넣고 굽기 시작하자 기분 좋은 냄새가 가게 안에서 퍼져나간다.

 

  “40년의 우정이라. 어찌 보면 대단하네요. 그렇게 오래 같이 친구로 지낼 수 있다니.”

  “대단할 게 뭐 있어. 40년 동안 같은 마을에 사니까 싫어도 보는 거지.”

  “그래도 두 분은 같은 날에 와서 같이 친해졌다고 들었는데요. 거의 단짝이라고. 그 후로도 계속 같이 이렇게 지내시고 계시잖아요.”

  “……하기사 뭐, 그 놈이 없었으면 40년간 여기 사는데 재미도 없었겠지.”

 

  언제 화를 냈냐는 듯 그는 껄껄거리며 웃는다. 그 웃음이 너무도 시원해서 요한도 따라 웃고 말았다.

 

  “근데 자네는 이런 시골까지 내려와서 어떡하나? 친구들이 전부 위쪽에 있을 텐데.”

  “아……. 저는…….”

 

  요한은 머뭇거린다. 그러나 그건 당연했다. 요한에게 있어 친구라는 존재는 지금까지 쭈욱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블루튜더에 들어가서 부를만한 건 전우, 그나마도 우정을 쌓을 사람들이기 보단 동료라는 인식이 더욱 강한 집단이었다. 더군다나 나이가 들면 들수록 우정보다는 부하들을 지휘하는 역할이 더 커졌기에 친구에 대한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우물쭈물하는 요한의 행동에 젬은 어느 정도 눈치를 챘지만 짐짓 모른 척하면서 오븐에서 빵을 꺼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단팥빵에서는 고소한 향기가 후각을 마구 자극하는 중이었다. 요한이 입맛을 다시자 젬이 단팥빵 하나를 주면서 말한다.

 

  “여기 지내면서 마음 터놓을 친구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지. 뭐, 지금도 한 명 있지 않은가?”

  “에 호호, 아뜨뜨……. 누구요?”

  “같이 살고 있는 녀석.”

 

  뜨거운 단팥빵을 입에 물고 호호 거리고 있던 요한이 갑자기 정색을 한다.

 

  “그 놈은 친구가 아니라 그냥 집을 같이 쓰는 빈대정도입니다. 그 이상은 아니에요.”

  “그래? 그래도 너희 둘이 있으면 우리 옛날을 보는 것 같아서 말이야. 사이가 좋아서 그렇게 싸우는 게 아닌가 싶었지.”

 

  무슨 부부나 연인을 두고 하는 말처럼 들려서 요한은 맛있게 먹고 있던 단팥빵이 올라올 뻔 했다.

 

  이후 젬의 일을 잠시 도와준 덕분에 요한은 블랙베리가 들어간 맛좋은 머핀을 한 봉지 선물 받았다. 예상치 못한 선물에 요한은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인생에는 이런 달달한 일도 있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그의 눈에 고르브가 보인다.

 

  그는 벤치에 앉아서 두유를 마시고 있었다. 곧 점심이 끝나면 다시 우체국으로 돌아가 편지와 우편물들을 이것저것 분류를 하고 마을을 또 바쁘게 돌아다닐 예정이다. 요한이 다가가자 고르브는 코를 킁킁거리더니 요한이 들고 있던 빵 봉투를 가리킨다.

 

  “오오! 그 놈이 만든 거지? 하나만 줄 수 있겠나?”

  “아, 네. 여기요. 맞으신 곳은 괜찮으신가요?”

  “놈이랑 주먹다짐한 세월이 얼마인데. 하도 맞아서 맷집은 거의 오거 수준이야.”

 

  저래 뵈도 고벨리누스 종족은 일반 성인의 3~4배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고르브와 주먹다짐을 하는 젬이 더 대단하다고 볼 수 있었다. 고르브는 머핀 하나를 야금야금 먹으며 두유를 마신다. 요한은 고르브에게 40년 가까이 친구라 그런 세세한 것 까지 알 수 있는 게 신기하다고 말한다.

 

  “세세하긴 개뿔 내 기억력이 원채 너무 좋아서 탈인 거지. 다른 놈들처럼 금방금방 까먹는 쪽이 더 좋다고. 망각이란 기분 좋은 마약이라고 하질 않던가. 나쁜 일도 금방 잊어버릴 수 있는 쪽이 더 행복한 법이지. 내가 그러지 못하니 그 놈의 그런 모습도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니겠나?”

  “덕분에 그걸로 협박도 하고 빵 레시피도 얻으려고 했잖아요.”

  “쓰레기 같은 기억에 대한 보답을 바랐을 뿐이야.”

 

  두유를 벌컥벌컥 들이 킨 후 고르브는 품에서 또 다른 두유 병을 꺼내 뚜껑을 따고 마신다.

 

  “고르브 씨는 젬 할아버지 때문에 전 재산을 날렸다고 들었어요. 그 일 때문에 이러시는 건가요?”

  “그거 그 놈이 자기 돈으로 내 피해액을 지불했어. 그래도 나중에 투자했던 것이 빛을 봐서 제법 거액을 손에 쥐었지. 그것도 벌써 40여 년전이네. 그때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 알았나.”

 

  고르브는 손에 쥔 머핀을 바라보다가 그걸 한 입에 털어 넣더니 맛있다고 호평을 한다.

 

  “으음, 야생 블랙베리를 아주 좋은 걸로 따왔군? 훌륭해. 아무래도 이거 젬 녀석한테 가서 좀 더 달라고 해야겠어!”

 

  그러더니 고르브는 요한과 헤어지고 곧장 젬에게로 향한다.

 

  고르브와 헤어진 요한은 살롱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그때 갈반이 들어와 요한에게 제대로 감사인사를 못 드렸다면서 돈과 함께 손보다 조금 큰 나무 상자를 건넨다. 요한은 받지 않겠다고 한사코 손사래를 쳤으나 갈반은 그럼 돈은 됐고 이거라도 받아달라며 상자를 내민다.

 

  “이게 뭔가요?”

  “만능 칼입니다. 병따개, 자물쇠따개, 과도, 끌 등등 여러 가지 쓸 수 있는 물건이죠.”

 

  안에는 20cm 정도의 만능 칼이 들어있었다. 요한은 이것저것 꺼내보면서 신기해한다.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낸 지라 안 받겠다고 할 수 없어서 결국 받기로 한다.

 

  갈반은 마침 살롱에 왔으니 식사를 하고 가겠다며 요한 옆에서 필라프와 슈니첼을 시켜 먹는다.

 

  “음, 슈니첼인가요?”

  “아, 네. 저 이거 잼을 발라 먹는 걸 좋아하거든요. 요한님은 어떤 가요?”

  “나는 예전엔 좋아했는데 지금은 별로에요. 옛날에 일이 좀 있어 먹기 거북하거든요.”

 

  그러다 요한은 잼이라는 말에 젬과 고르브를 떠올리더니 갈반에게 묻는다.

 

  “그러고 보니 갈반 씨는 친구가 있나요? 워낙 어릴 적부터 일을 해왔잖아요.”

  “뭐, 같이 자라온 친구 하나가 있긴 있어요. 요한님은 한 번도 안 가보셔서 잘 모르겠지만 책방을 겸하고 있는 도서관의 관장이 제 친구거든요. 이름은 알베르토에요. 안경을 쓰고 미역 줄기 같은 머리를 하고 언제나 음울하고 음험하게 있는 놈이지만 저한테는 좋은 친구죠.”

  “마을에 자주 오지만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집돌이라 밖을 잘 안 나오거든요. 그나마 일하러 나와서도 거의 밖으로는 안 나오고요 음, 그리고 요한님과는 상성이 잘 맞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왜죠?”

  “그 녀석, 용병이나 칼을 쓰는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필라프를 한 숟가락 크게 퍼먹고 우물거리면서 갈반은 슈니첼을 잘라 먹는다. 요한이 어째서냐고 물어보자 갈반은 시큰둥하게 이야기한다.

 

  “전쟁고아라서 그래요. 10년 전에 벌어진 튜더 전쟁에서 부모님을 잃었거든요. 그 분들은 블루튜더 휘하의 길드인 청명길드 소속의 사무관들이셨어요. 요한님이라면 잘 알고 계시겠지만…….”

 

  10년 전 벌어진 [튜더 전쟁]. 대륙 역사상 큰 내전 중 하나로 황제 [도미네이드 튜더] 급사 이후 후계자 자리를 놓고 싸운 전쟁이었다. 약 2년 정도 벌어진 이 전쟁은 핑크튜더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민심과 치안은 최악의 가도를 달리게 되고 이걸 수습하고자 황제의 자리에 올랐던 [윤디요 튜더]는 이른바 [회색 전쟁]이라 불리는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갈반이 말한 청명길드는 튜더 전쟁 때, 블루튜더의 휘하로 들어가 활약했다. 그러나……. 청명길드는 레드튜더와의 싸움에서 몇몇 생존자들을 제외하고는 전원 사망해버리고 말았다.

 

  “설마……. 그렇군요……. 내가 싫을 만도 하겠네요…….”

 

  요한은 좀 놀란 듯 파스타를 말던 포크를 멈춘다. 갈반은 슈니첼에 잼을 발라 먹으면서 말을 이어간다.

 

  “전쟁이 났을 때 저희 어머니랑 친분이 있으셔서 그 녀석을 우리 집에 맡겨놓고 가셨거든요.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만요……. 그 후로 쭉 저희랑 살고 있다가 제가 본격적으로 목공소를 차리면서 걔도 독립해서 따로 살고 있어요. 지금은 종종 어머니가 부르셔서 같이 저녁을 먹고는 있죠.”

 

  어느새 두 접시를 깨끗하게 비운 갈반이 배를 두드리며 만족감을 표시한다.

 

  “그렇다보니 알반과도 거의 형제처럼 지내고 있어요. 저와도 이제는 떼어낼 수 없는 녀석이 됐구요.”

  “흠, 고르브 씨와 젬 할아버지처럼 말이죠?”

  “그 두 분이 롤 모델이에요. 꼬장꼬장하게 늙어서 나무 벨 힘도 없을 때까지 같이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갈반의 웃음에 아침에 보았던 젬의 미소가 겹쳐 보인다. 친구라는 건 이런 건가? 제대로 된 친구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요한은 가게를 나오면서 생각에 잠긴다.

 

  “호호호호호!”

  “하히후헤호!”

 

  빵집 앞에 고르브와 젬이 또 다시 웃고 있다. 아침에 그런 일이 있어도 친구는 친구라는 건가. 저렇게 다시 웃을 수 있다니. 요한은 두 사람의 우정에 감탄하고 감동한다.

 

  “호빵펀치!”

  “으갹!”

 

  젬의 주먹이 고르브의 안면에 박힌다.

 

  “뭐하는 겁니까? 이 노친네들아!”

 

 

 //

 

 

  스마 촌장의 채소절임 일을 도와주고 채소절임 몇 병을 얻어온 요한은 집으로 돌아오던 도중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아무를 발견한다.

 

  저 미친놈이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싶었지만 설마 집에 불이라도 지르겠나 싶어 천천히 다가간다. 아무는 모닥불에 꼬치에 낀 옥수수와 닭고기를 굽고 있었다. 버터향이 불과 만나 향긋하게 퍼져나가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로 바뀐다.

 

  아무는 요한을 보더니 반갑게 손을 흔든다.

 

  “오우! 홈메이트! 오늘도 고생하셨다리!”

  “뭐하고 있는 거야? 저녁 식사?”

  “오늘은 별이랑 달이 엄청 밝을 거 같아서 구경하면서 먹으려구!”

 

  해맑게 이야기하는 아무. 요한은 미운 녀석이지만 오래 미워하기엔 힘들다고 평가한다. 요한은 무장을 해제하고 밖으로 나와 아무 옆에 앉는다. 아무는 자연스레 잘 익은 군 옥수수를 요한에게 건넨다. 두 사람은 버터를 발라 고소하고 잘 구어져 달콤한 즙을 내는 옥수수를 먹으며 하늘을 올려본다.

 

  검은 천에 구멍을 촘촘히 낸 듯 별들은 밤하늘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달은 그 별의 강에 몸을 싣고 유유히 땅을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요한이 집에 들어가 가져온 허니드링크를 마시면서 두 사람은 계속 하늘을 바라본다. 시원한 밤바람의 뺨을 스치지만 모닥불의 불씨 덕에 춥진 않았다.

 

  그때 요한이 젬의 말을 떠올린다. 같이 살고 있는 이 녀석과 친구라……. 나쁜 녀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친구라고 부를 만한 물건인가 싶다. 아직도 몇몇 사람들은 나체의 마왕 요한이라고 부르고 있으니까.

 

  그러다가 문득, 요한은 아무에 대해 생각한다.

 

  이 녀석에게도 친구가 있었나?

 

  아니, 그보다 이 녀석 어쩌다 여기서, 그것도 빌붙어 사는 형식으로 살게 된 걸까?

 

  호기심이 궁금증으로 궁금증이 깊은 의문이로 변할 때, 요한은 아무를 떠볼 심산으로 조심스레 이야기의 운을 띄운다.

 

  “고르브 씨가 오늘 젬 할아버지 빵 레시피를 훔치려고 했더라. 예전 일을 협박하면서.”

  “그거 늘 있는 일이야. 저번에는 젬 할배가 고르브의 안경을 하루 종일 훔쳐 썼던 적도 있으니까. 서로 지루하지 않게 자극을 주는 모양이야.”

 

  잘 구운 닭고기를 뜯으며 아무는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요한은 아무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그렇구나. 40년이나 그런 식이라니. 친구의 우정이라는 것은 알다가도 미묘하네.”

  “그런 게 우정이라는 거겠지.”

  “두 사람도 여기 토박이가 아니라면서?”

  “둘 다 같은 날 여기에 와서 친구가 됐다고 하더라고.”

  “흐음…….”

 

  요한은 허니드링크를 마신 후 아무를 향해 묻는다.

 

  “너한테도 그런 친구가 있어?”

  “…….”

 

  아무는 일순 아무 말이 없다. 그는 씹던 닭고기마저 빠르게 넘긴 다음 약한 한숨을 내쉰다. 가볍게 내쉰 한숨이었지만 그 무게감은 어쩐지 땅이 꺼질 정도로 무거워보였다.

 

  갑작스런 침묵에 요한은 당황했다. 언제나처럼 촐싹대면서 한 500명쯤은 된다고 허풍을 치거나 사람을 쉽게 믿고 교류를 하면 아니되는 법이라고 이상한 개똥철학을 주절거릴 줄 알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요한이 우물쭈물하는 동안 아무는 정신을 차렸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있긴 있었지. 제법 마음도 통하고 좋은 친구였어. 혼자라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았던……. 나에게 살아갈 힘을 줬던 친구였지.”

  “그……렇구나.”

 

  의외로 친구가 있었구나. 뭔지 모를 패배감이 요한의 가슴에 엉겨 붙는다. 뚱한 표정이 된 요한과는 다르게 아무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허공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마치 볼 수 있는데 보지 않으려는 것처럼. 딴청을 피우는 모습과 흡사했다.

 

  “그래서 그 친구는 어쩌고? 너는 왜 여기 혼자 2년 동안이나 있었던 거야?”

  “……헤어졌거든. 마지막에 서로 어긋나버린 거지. 크게 싸우고 나서 못 보게 됐어.”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네가 잘못했을 것 같네.”

  “어째서 무조건 내 잘못이 되는 거냐……?”

  “아무튼 왜 싸우고 헤어진 거야? 다시 화해하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잖아.”

  “글쎄…….”

 

  아무는 여태 보여준 적이 없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같은 방향을 같이 걸어간다고 해서 같은 목적지로 가는 건 아니더라. 우리는 목적지가 달랐고 그래서 다른 길로 가게 된 거지. 그리고 끝. 그렇게 어긋난 거야.”

  “어렵네. 친구면 그런 것도 이해를 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요한의 말에 아무는 이내 눈을 비빈다.

 

  “……그러게. 그땐 왜 그렇게 못했을까……?”

  “같은 길로는 못가도 그렇게 일방적으로 헤어지는 건 좀 슬픈 일이지. 나중에 네가 먼저 가서 사과해. 그때는 미안했다면서.”

  “……그래, 나중에 다시 만난다면 꼭 그렇게 말해야겠다.”

 

  아무가 쾌활하게 말한다. 요한은 그런 아무의 말에 동의한다.

 

  “그래! 친구를 소중히 대해야지!”

  “그래서 나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신 우리 요한님께서는 친구 100만 명 정도는 있으시겠죠?”

 

  요한은 입을 닫는다. 불리한 진술에 대해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용의자처럼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설마 우리 요한님께서는 전장을 누비느라 친구보다는 부하들과의 시간이 더 기셨나 봅니다?”

  “……사람을 쉽게 믿고 교류하면 아니 되는 법이지.”

 

  묘한 변명을 하지만 대놓고 친구가 없었어요 라고 고백하는 꼴이었다. 아무는 한층 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요한을 다독인다.

 

  “자, 이거 먹어. 마음이 허하면 배라도 빵빵해야지.”

 

  아무에게 닭꼬치를 건네받은 요한은 다시 한 번 패배감을 맛본다. 그러나 넘겨받은 닭꼬치는 탱글한 속살 안에 육즙을 가득 머금어 너무나도 맛있었다.

 

 

  //

 

 

  며칠 후 아침, 요한은 퀘스트 게시판에서 색다른 전단지를 발견한다. 도서관의 의뢰로 책 정리 및 청소에 관한 내용이었다. 마을에 와서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기에 요한은 호기심이 동해 가보고 싶은 욕구가 불끈 생긴다.

 

  그러다 갈반의 말이 떠오른다.

 

  알베르토라는 친구가 전쟁고아로 튜더 전쟁 중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말. 그 때문에 용병이나 전사 같은 사람들을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도. 특히 요한은 그의 부모님과 관련이 있는 상황이라 더욱 껄끄럽다.

 

  “그렇다고 마냥 피하면서 지낼 수도 없는 거지.”

 

  이대로 지나가는 길에 마주치는 정도의 사이가 되는 것도 괜찮지만, 도서관은 어느 마을이든 제법 중요한 곳이다. 지식이나 정보를 알 수 있고 심지어는 마을의 역사나 이야기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었다.

 

  요한은 결심을 하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마을회관 바로 뒤가 도서관이었다. 마을 회관보다는 크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 규모가 제법 큰 편이다. 도서관 특유의 고요한 느낌 때문에 요한은 자기도 모르게 밖에서부터 발소리를 죽이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는 여러 가지 책들이 카운터 및 홀 곳곳에 쌓여 있었다. 창가에 비치는 햇살은 도서관이 지금 먼지에게 점령당한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 풀풀 날리는 먼지들을 보자니 요한의 손은 자연스레 코와 입을 향해 올라간다.

 

  “계신가요? 아무도 없으……신가요……?”

 

  처음엔 목소리가 컸으나 도서관임을 자각하자 끝에는 개미소리 마냥 줄어든다. 그러나 요한의 말에도 안에서는 어떠한 말도 들리지 않는다.

 

  요한은 다시 한 번 불러본다.

 

  “저기…….”

  “책 빌리러 오신 분인가요? 아쉽지만 오늘 오후까지는 무리입니다만…….”

 

  낮고 음울한 목소리가 카운터 안쪽에서 들려온다. 요한이 조심스레 다가가 카운터 쪽을 보니 카운터 안쪽에서 여러 책을 펼치고 이것저것을 적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미역 줄기 같은 머리에 조금 왜소하고 마른 체형. 안경을 쓴 남자는 중얼거리면서 책에 이것저것을 열심히 쓰고 있었다. 요한은 이 남자가 바로 알베르토라는 걸 알아차린다.

 

  “저기…….”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오세요.”

  “아니, 책 정리 의뢰를 보고 왔는데요.”

  “아, 그러시군요.”

 

  요한의 말에도 그는 뒤를 돌아보기는커녕 더욱 쓰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제가 장부와 책 재고 등을 검토해야 해서 지금 바쁘거든요. 죄송하지만 일단 책들을 옮겨서 청소부터 시작해 주시겠어요? 책을 책장에서 꺼내 옮긴 다음 먼지 털이로 털어주시면 됩니다. 물론 책이 섞이지 않게 조심하셔야 합니다.”

 

  알베르토는 카운터에 먼지 털이가 올려져 있을 거라고 말한다. 요한은 자신이 입고 온 경갑과 검을 카운터 한 쪽에 놔둔 다음, 도서관 안 쪽으로 이동한다.

 

  일단은 동화 및 설화 코너에 있는 책들부터 옮기고 청소를 시작한다. 옮기면서 한 번씩 책을 열 때마다 귀여운 삽화들이 요한의 마음을 차분하게 쓸어 내려준다.

 

  “콜록콜록!”

 

  의외로 먼지가 제법 쌓여 있었다. 먼지 털이로 책장 안을 건드는 순간 매복해 있던 먼지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방으로 퍼진다. 요한은 뒤늦게 다시 손으로 입과 코를 막아보지만 먼지의 선봉대에게 당해 연신 콜록거린다.

 

  “기침할 때 조심하세요. 괜히 잘못해서 책에 묻으면 안 돼요.”

 

  의외로 깐깐하네. 그나저나 저 녀석은 내가 누군지 보지도 않고 열중하고 있는 건가? 책 도둑이면 어쩌려고 저러는 거야.

 

  약간의 불평과 불만을 가지고 다시 청소에 매진한다. 먼지 털이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책장 안의 먼지들을 물리쳐 나간다. 책장에서의 전쟁이 끝나고 요한은 이번엔 옮겨놓은 책들로 가서 그 위에 쌓인 먼지들을 공략한다.

 

  그 후 다음 코너로 향해서 똑같이 청소를 한다. 그렇게 코너를 돌면서 청소를 하던 도중 요한은 역사학 코너에 멈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튜더 전쟁에 관한 책 두 권이었다. 그는 카운터를 흘긋 바라보더니 책을 열어 내용을 살펴본다.

 

  거기엔 요한이 어려서 겪은 전쟁의 내용들이 무덤덤하고 무미건조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누가 죽었고 어디가 궤멸되었고 어느 곳에서 학살이 이루어졌고 누군가가 득세를 했고 누군가가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내용들은 그저 한 줄, 한 문장으로 끝나버린다.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그 전장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정작 책은 잉크로 이루어진 활자로 몇 자로 끝나버리는 게 전부였다. 요한이 보고 있는 그 문장도 그랬다.

 

  [청명길드는 레드튜더의 급습에 맞서 싸웠으나 궤멸되었고 이로 인해 블루튜더는 레드튜더와의 싸움에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게 된다.]

 

  씁쓸했다. 그들의 이야기가 이 한 줄로 끝나버리다니.

 

  “어?”

 

  누군가가 인기척을 내자 요한이 돌아본다. 거기엔 당황한 얼굴을 한 알베르토가 요한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당신이 올 줄은…….”

  “아, 갈반 씨에게 말씀 들었습니다. 알베르토 씨죠? 요한 델 베르난데스 라고 합니다. 편하게 요한이라고 불러주세요.”

  “……알고 있습니다. 갈반이 이야기 많이 했거든요. 갈반이 힘들 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를 까딱거리면서 눈은 요한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 마치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떠먹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지만 요한은 갈반에게 들은 터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도서관이 꽤 넓은데 이걸 혼자 하긴 힘들었겠네요.”

  “그러니 의뢰를 했죠. 다만, 온 사람이 예상 밖의 인물이라 좀…….”

 

  그는 다크써클이 내려앉는 눈으로 요한을 훑어본 후 작은 한숨을 내쉬고 안경을 고쳐쓴다.

 

  “그런데 청소 중에 갑자기 독서라니, 예전 일이 떠올랐던 겁니까?”

 

  요한은 들고 있던 튜더 전쟁 책을 황급히 닫는다. 그렇지만 차마 아니라고는 하지 못한다. 예전 일이 떠올라서 봤던 것도 맞으니까.

 

  “이미 알고 있을 내용이실 텐데 추억이라도 느껴보실 생각이셨나 보네요.”

 

  말에 가시가 있었다. 그 가시의 끝이 요한을 콕콕 쑤시지만 요한은 애써 그걸 흘러 넘긴다. 그가 까칠하게 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으니까. 요한은 그 정도의 이해심은 갖춘 남자였다.

 

  “어쨌든 제가 겪었던 일이니까요. 활자로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까 싶어서 봤는데 의외로 건조한 느낌이네요.”

  “……그렇죠. 마치 그런 일이 있었다는 냥 아무렇지 않은 일이라는 듯 그렇게 말이에요.”

 

  격한 감정을 애써 에두르며 말한다. 그는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지만 참는다. 알베르토는 넘어오던 말을 억지로 침과 함께 목구멍으로 삼키며 요한에게 말한다.

 

  “일단 제가 하는 장부 쪽 일이 마무리되면 도와주러 오겠습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책과 분실된 책 등도 살펴봐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요. 먼지를 다 터시면 걸레로 책장 곳곳을 닦아주시고, 책을 옮긴 다음엔 바닥도 쓸어 주시고, 거미줄도 제거해주세요.”

 

  일단 들어보면 청소 너 혼자 다 하라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일을 하러 왔으니 일을 하면 되겠지 라며 요한은 다시 청소를 재개한다.

 

  책을 옮기고 먼지를 털고, 옮기고 먼지를 털고, 반복적으로 청소를 한다. 체력이 좋은 요한에게 있어 이런 일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모든 책의 먼지를 털고 요한은 알베르토에게 걸레를 받은 후 책장 이곳저곳을 닦기 시작한다.

 

  책장 옆, 책장 위, 탁자와 의자 등 구석구석 닦는 것은 물론 창문으로 가 창문 유리, 틀 등도 꼼꼼하게 닦는다. 으레 청소할 때 발동 걸리는 스타일이 있는데 그게 바로 요한이었다. 그는 이곳저곳을 청소하면서 묘한 희열을 느낀다.

 

  “좋아, 좋아. 이제 바닥을 쓸고 닦고 하면 되겠지?”

 

  일단 책들을 한 곳에 옮겨놓기로 한다. 책들을 카운터 옆 홀에 책을 옮기던 요한은 다시 한 번 역사학 책들을 앞에 두고 움직임이 멈춘다. 거기에는 [회색 전쟁]이라는 매우 두꺼운 책 한 권이 육중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드는 것도 힘든 이 책은 책 내용도 거의 점자 수준으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요한은 자기도 모르게 그 책을 집중해서 읽는 바람에 옆에 알베르토가 오는 것도 몰랐다.

 

  “이번에는 회색 전쟁인가요? 하긴, 그 전쟁에서 요한 씨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죠.”

  “아, 오셨나요?”

 

  요한이 화들짝 놀라며 책을 덮는다. 알베르토는 음울한 검은색 눈동자로 요한의 얼굴을 응시한다.

 

  “블루튜더가 시들지 않는 이유. 움직이는 푸른 거성. 검 부수는 괴물 요한, 전장을 짓누르는 괴물. 전부 그 전쟁에서 요한 씨에게 붙은 이명들이죠.”

  “……그렇죠. 전부 여기에서 나왔죠. 그래서인지 제 이름을 금방 찾을 수 있네요.”

  “어떤가요? 본인이 나오는 책을 읽으니까.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그렇겠죠?”

 

  싫어하는 티가 아니라 이 정도면 시비를 거는 정도다. 요한은 그런 알베르토의 도발에도 참아낸다. 전쟁의 피해자가 전쟁을 증오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요한은 예전 아무가 말했던 이상의 괴물을 떠올린다. 괴물은 그 이상을 쫓느라 밟히는 것들은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던 말.

 

  “그 때는 그랬었는데. 지금 이렇게 읽어보니 그렇게 기분이 좋거나 그렇진 않네요. 그 때는 진짜 열정적이었는데.”

  “전쟁이 즐거우셨나요?”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었죠. 우리들의 이상을 위해 싸우는 거라고 생각하던 때였으니까.”

 

  아니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요한은 그러지 않았다. 그때는 정말로 그랬으니까. 우리가 바라는 이상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었다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알베르토는 피식 하고 웃어버린다.

 

  “이상인가요? 그 이상이라는 것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생기죠. 관계도 없이 상처를 입은 채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 말이에요.”

  “……네. 그때는 그걸 보지 못했어요. 다른 걸 보지 못할 정도로 매달려 있었죠. 그때는……. 그게 전부였어요.”

 

  요한은 계속 회색전쟁의 책 표지를 바라본다. 복잡한 심경이 눈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는 동안 알베르토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요한에게 말한다.

 

  “만약 당신을 본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도 막상 만나면 하지 못 할거란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자연스레 당신에게 말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네? 무슨 말씀이시죠?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고요?”

 

  알베르토는 요한을 바라보며 말한다.

 

  “요한 씨, 우리 마을에서 나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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