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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마지막 봄
작가 :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9.10.4

(정통소설/피폐)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져내린 이후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아있는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흩어졌고, 얼어붙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불씨는 꺼져버렸다.

이 버려진 도시에 홀로 남겨진 소녀는 이제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101화
작성일 : 19-11-08 23:03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1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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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 속으로 달렸다. 피가 흐르는 허벅지는 따끔하긴 했지만 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감시자가 아직도 저 어딘가에 숨어서 그런 봄이를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되돌릴 수 없었다.

 

  날이 점차 저물어가는 숲 속은 생각보다 훨씬 어두컴컴했다. 달리는 와중에도 노을 속에서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는 까마귀 울음소리가 자꾸만 귀에 맴돌았다. 해가 질 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숲에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웠고, 숲 속 길조차 몰랐던 봄이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그저 체력이 허락할 수 있을 때까지 앞만 보고 달리는 것만이 봄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얼마나 달렸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어림잡아 30분 정도는 숲을 헤맨 것 같았고, 똑같은 장소를 몇 번이나 돈 기분이었다. 몇 년간이나 사람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던 숲은 생각보다 훨씬 울창했다. 어쩌면 미지의 숲은 지금껏 길을 잃은 사람을 먹잇감으로 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금방이라도 숨겨두었던 검은 아가리를 벌려 봄이를 쥐도새도 모르게 삼켜버릴 수 있었고, 그게 아니라면 봄이의 모든 힘과 정기가 땅 속으로, 나무뿌리 속으로,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갈 때까지 기다려서 말려 죽이려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봄이도 곧,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하고도 전율적인 자연의 일부가 될 테니까.

 

  봄이는 곧 탈진해서 주저앉았다. 가만히 있어도 숲의 초월적인 존재들이 봄이의 얼마 남지 않은 기력을 조금씩 빨아들였고, 마지막 남은 희망과 의지를 소리 없이 갉아먹고 있었다. 봄이는 이렇게 되리란 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음에도 겁 없이 운명에 도전한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봄이가 처하게 된 운명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저 이대로 앉아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가?

 

  아니다.

 

  봄이는 지금껏 자신이 운명을 거스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기 때문에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녹슨 감옥은 삐걱이며 열렸고, 너무 높아 오르기는 커녕 쳐다만 볼 수밖에 없었던 탑에도 사다리가 놓였고, 감시자가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자리를 비켜주었던 것이다. 과연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 모든 것이 우연이었기 때문에 적들의 총탄이 봄이를 비켜가고, 자신만은 흑사병에 걸리지 않고, 무너져가는 저택 천장에서 떨어진 잔해가 봄이의 목이 아니라 팔을 노렸던 것일까? 만약 누군가가 봄이에게 다가와 운명을 믿느냐고 묻는다면 봄이는 그 물음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그 순간, 주저앉아 가쁜 숨을 고르던 봄이의 눈에 무엇인가가 보였다. 검은 그림자 하나가 저무는 노을 빛에 나타났다가 곧바로 모습을 감췄다. 그림자는 두 발로 걸었지만, 인간의 그림자 치고는 조그마했다. 그렇다면 동물? 그렇지만 봄이가 알기론 두 발로 걷는 동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토끼? 아니, 토끼는 아니었다. 토끼만큼 작지도 않았거니와 토끼가 있을 시기가 아니지 않은가. 자세히 생각해보니 동물의 그림자치고는 조금 더 익숙한 모습이었다. 사람의 그림자........

 

  “잠깐, 기다려.”

 

  봄이는 쉰 목소리로 외쳤다. 숲 너머는 위험지역이라던 감시자의 말이 생각났다.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면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고 했던 것도 떠올랐다. 그런데도 봄이는 그 그림자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소리쳤다. 만약 자경단의 순찰대거나 살아남은 식인종이라면.........

 

  봄이는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림자가 모습을 감춘 곳으로 향했다.

  “기다려. 부탁이야. 제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봄이가 다시 외쳤다. 하지만 그 외침은 그림자에게 닿지 않았다. 숲의 보이지 않는 손바닥이 봄이의 쉰 외침을 틀어막기라도 한 것처럼.

 

  아까 전에 상처를 낸 다리가 후끈거렸다. 그래서인지 안 그래도 숨이 차서 느렸던 봄이의 발걸음은 더더욱 느려졌다. 이상한 것은 분명히 그림자가 훨씬 빨라 보였음에도 그림자를 뒤따라가면 항상 그림자는 봄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봄이가 손을 내저으며 외치면 순식간에 또다시 사라져 버렸지만.

 

  봄이는 몇 번이고 코트를 걸리게 하는 나뭇가지에 찔렸고, 마치 자신을 땅 속 깊은 곳으로 빨아들이기라도 하듯 푹푹 꺼지는 물웅덩이를 건넜다. 맨손으로 앞을 가로막는 무성한 나뭇가지들을 헤쳐나가는 바람에 겨우 아물어가던 봄이의 손은 또다시 피투성이가 되어갔다. 오직 그림자만을 따라가는 봄이는 아예 지금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 건조하고, 발 밑이 축축하고, 조용하고 잔인한 미로와도 같은 숲 속에 뛰어들었는지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한참 동안이나 그림자를 뒤따라가니 점점 거리가 좁혀드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곧 봄이는 점차 검은 그림자를 이루는 어둠뿐만 아니라 빛 역시도 볼 수 있었다.

 

  그림자의 빛은 봄이가 상상한 것과는 달리 투박했고, 평범했고, 특별하지 않았다. 동물의 털 같지 않은 머리카락이 있었고, 몸집이 작았고, 익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어떤 소년의 뒷모습이었다. 숲은 온통 진흙투성이였지만 그 소년의 밝은 하늘색 점퍼만큼은 순수함을 잃지 않고 깨끗했다.

 

  “저기, 꼬마야. 잠깐만 기다려 줘!”

 

  그제서야 소년이 멈춰섰다. 그럼에도 봄이가 소년을 따라잡기까지는 한참 걸렸다. 봄이가 가까이 다가오자 소년이 고개를 돌아보았다.

 

  소년과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총명한 빛의 눈동자, 약간 덜떨어진 녀석 같은 얼굴. 봄이가 유난히 싫어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시장 뒷골목에서 만났던, 꿈에서 보았던, 열차 무덤에서 만났던, 그리고 방금 전 캠프에서 만나 펜던트를 돌려달라고 했던, 그 지긋지긋한 소년이었다.

 

  “너..........”

 

  봄이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 표정에는 실망감, 후회감, 그리고 무기력감이 내비쳤다.

 

  봄이와는 달리 소년은 싱긋 웃기만 했다. 봄이가 천천히 다가와 떨리는 손길로 소년의 어깨를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소년은 또다시 사라져버렸다.

 

  이제 어디에도 소년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봄이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허공을 몇 번 더 휘저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분노보다는 허탈함에 더 가까운 감정이었다. 봄이는 결국 노을 빛마저 모두 가라앉아 버린 거대하고도 거대한 숲 속에 혼자 남게 되었다.

 

  봄이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웃어댔다. 그러나 광활한 숲은 봄이의 웃음소리조차 처절하게 파묻어버렸다. 너무 심하게 웃어서인지 머리가 휘청거렸고, 눈 앞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끝내 봄이는 중심을 잃고 나무 그루터기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든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었지만 봄이가 원망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누굴 원망해야 할까? 어디서 굴러먹는지도 알 수 없다가 3년 만에 만난 조카를 자신이 피해를 보면서까지 따뜻하게 받아주려 했던 삼촌? 무모하게 위험한 곳으로 떠나려는 봄이를 말렸던 데다, 아빠 말을 듣지 않으면서까지 봄이를 찾기 위해 까마귀 저택까지 몰래 따라왔던 겨울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도 어린 소녀를 무책임하게 멋대로 떠나도록 내버려둔 상훈?

 

  아니다. 그는 무책임한 것이 아니었다. 딱히 부탁한 것도 아니었는데도, 갈 곳이 없다는 걸 뻔히 아는 봄이를 자신들의 식구로 받아주려던 사람을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을 거부한 것은 봄이였고, 그들이 가족이 되어주겠다며 내민 손을 뿌리치고 무책임하게 자신의 진실만을 찾아 떠난 것도 결국 자기 자신이었다.

 

  봄이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래도 캠프의 초소 빛이라도 어렴풋이 보였던 아까와는 달리 이제는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았다. 무턱대고 그림자만을 쫓는 바람에 아주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왜 넌 항상 나에게 답을 주지 않는 거야? 답을 주지도 않으면서 어째서 자꾸 내 머릿속에, 눈 앞에 나타나는 거냐고.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날 이 깊숙한 곳까지 따라오게 만든 이유가 뭐야? 거기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 다 아니까, 대답해!”

 

  봄이가 울부짖듯이 외쳤다. 하지만 까마귀 울음소리에 섞인 메아리만 되돌아 올 뿐이었다.

 

  “도대체 넌 누구야?”

 

  “도대체 넌 누구야?”

 

  봄이의 머릿속에서도 똑같은 외침이 울려퍼졌다. 그것이 메아리였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전까지는, 마치 누군가가 저 숲 너머에서 봄이를 향해 던지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좆 같은 꼬맹이. 씨발!”

 

  봄이는 점차 끓어오르는 분노로 바뀌어가는 허탈함을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옆에 있던 나무 줄기를 세게 쥐어박았다. 그런데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분명히 쥐어박은 주먹이 아플 정도의 고통이 되돌아와야 할 터였다. 그러나 주먹은 너무나도 부드럽게 나무 줄기에 꽂혔고, 나무는 곧 산산이 바스라지며 눈 앞을 가릴 정도로 자욱한 잿가루를 뿜어냈다.

 

  잿가루라고?

 

  봄이는 좀처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무를 이루는 입자들이 마치 썩은 낙엽이 부서지듯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 허공을 뒤덮었다. 거친 잿가루 때문에 눈과 코가 매워 기침이 나왔지만, 봄이는 바람에 휘날려 하늘 높이 흩어져가는 잿더미를 한참 동안이나 올려다보았다.

 

  의아함도 잠시, 봄이는 곧바로 주변의 나무들을 자세히 살폈다. 주위 나무뿐만 아니라 봄이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는 아예 온 숲 자체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이상한 광경이었다. 온통 검은 숲이었다. 봄이가 지금 밟고 서 있는 땅도 검었고, 나무도 검었고, 하늘도 검었고, 날아다니는 새들도 검었다. 마치 모든 것이 암세포처럼 검게 썩어버린 지금 세계의 심장부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미하게나마 어딘가에서 심장박동이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심장 소리인가?

 

  봄이는 쭈그려 앉아 땅바닥을 손으로 쓸어보았다. 검은 땅은 고운 잿가루로 뒤덮여 있었다. 다른 나무들도, 바위도, 공기도 전부 잿가루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봄이의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스쳤다. 숲은 검게 썩어버린 것이 아니라, 마치 온 세상을 삼켜버릴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불길에 의해 새카맣게 타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숲이 불탔다고?

 

  봄이는 숲이 불타는 광경을 전에 본 적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봄이가 까마귀 저택에서 2층에서 뛰어내리는 방법으로 탈출하려고 했을 때의 일이었다. 뛰어내리려는 순간, 눈 앞에 보이던 숲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었다. 여왕의 명령으로 까마귀들이 설치해둔 폭발물을 격발시켰기 때문이었다.

 

  봄이는 분명히 불타는 숲을 똑똑히 보았었다. 그렇다면 설마 지금 봄이가 서 있는 곳이 저택에서 보았던 화재 지점인 것은 아닐까?

 

  다시 한 번 의혹을 품게 된 봄이는 기운을 차리고 검은 숲을 따라 달렸다.

 

  * * *

 

 손전등을 켰는데도 온통 새카맸고, 군데군데 땅이 깊게 파헤쳐져 있었다. 아마도 폭발물을 매설해 둔 진원지이리라. 봄이의 예상이 맞다면 까마귀 저택은 분명히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검은 숲에는 짐승은커녕 벌레 한 마리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검게 그슬린 흔적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알 수 없는 적막하고도 불길한 느낌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거기 누구야?”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봄이는 소스라치게 놀라 입을 틀어막고 그 자리에 엎드렸다.

 

  “준호야, 황준호. 거기 너냐?”

 

  봄이는 쏜살같이 손전등을 끄고 바위 뒤에 숨었다. 그러고는 숨소리, 눈 깜빡이는 소리마저도 들리지 않도록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 찰나의 순간만큼은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가 거대한 불도저 엔진 소리만큼이나 크게 느껴졌다.

 

  누군가가 봄이의 머리 위를 손전등 빛으로 훑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고는 이 쪽으로 다가오는 바스락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멀어졌다. 그러나 봄이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지나갔다고 생각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순간, 저기 있는 누군가가 곧바로 자신의 숨소리를 듣고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봄이가 숨을 참은 지 족히 3분은 지났다. 봄이는 조심스레 바위 위로 고개를 내밀고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는 누구였을까? 젊은 남성의 목소리에다, 다른 동료를 찾는 것을 보니 무리에서 떨어진 순찰자였을 것이다. 숲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총살당할 수도 있다는 감시자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렇다면......

 

  봄이는 천천히 바위를 짚고 일어나 순찰자가 사라진 곳으로 걸어갔다. 순찰자가 깔린 것을 알게 된 이상 손전등을 켠 채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위험했다. 그렇다면 또다시 봄이는 예전 작은 집에서처럼 어둠 속에서 눈 뜬 장님 행세를 해야 했다.

 

  저 멀리 어렴풋이 빛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빛은 가만히 있지 않고 이곳저곳을 쓸거나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봄이는 빛을 향해 나아갔지만 손전등을 켤 수 없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미처 보고 대처하지 못한 날카로운 나뭇가지에 뺨이 긁히기도 했다. 봄이는 무너지는 저택에 있었을 때 잔해가 눈이 아닌 오른팔에 떨어졌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팔을, 그것도 오른팔을 못 쓰게 된 것도 엄청나게 불편하긴 했지만 눈보다는.......

 

  봄이가 덜떨어진 사람처럼 앞을 더듬어 걸어가던 중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처럼 자신과 같은 누군가에 대고 위협하는 목소리가 아닌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봄이는 조용히 썩은 나무줄기 뒤에 숨어 내용을 엿들었다.

 

  “구역 폐쇄까지 얼마나 남았지?”

 

  “15분 정도 남았어.”

 

  어둠 속에서 담뱃불 두 개가 번뜩였다.

 

  “좋아. 이제 이 뺑이질도 곧 끝나겠군. 슬슬 조사팀 집합시키고 캠프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겠어. 이봐, 너희들 불 좀 켜봐. 내 손전등이 고장나서 아무것도 안 보여.”

 

  누군가 이렇게 외치고 잠시 후 손전등 몇 개가 더 켜졌다. 그 빛의 양은 봄이가 손전등을 켜지 않고도 충분히 앞을 내다볼 수 있을 정도였다.

 

  “어디 갔나 했더니만 여기서 농땡이 부리고 있었군.”

 

  “시끄러워. 네가 이 짓을 딱 일주일만 해 보면 너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거야. 그런데 3팀 녀석들은 어디 있어? 철조망 가져오라고 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야?”

 

  “글쎄, 식인종 시체들이랑 떡이라도 치고 있나 보지 뭐.”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고는 히죽 웃었다. 다른 사내들이 째려봤지만 그는 비웃는 듯한 얼굴로 담배를 더욱 세게 빨았다.

 

  “어차피 15분이나 남았는데, 지역 폐쇄는 천천히 해도 되잖아. 안 그런가? 꽉 막힌 양반.”

 

  “안 돼. 지금 당장 3팀 녀석들 찾아서 철조망 치고 대기해. 5분 주겠다. 5분 내로 인원 정비하고 초소로 모여.”

 

  누군가 그렇게 말하자 다들 불만스러운 얼굴로 침을 탁 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대로 온 것이 맞았다. 분명히 무너진 저택 잔해를 조사하고 있는 자경단의 조사팀일 것이다. 15분, 아니 5분 내로 잔해 속으로 숨어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곧 잔해 주변은 폐쇄되어 날카로운 철조망으로 뒤덮일 것이다. 그러기 전에 서둘러 움직여야만 했다.

 

  “팀장,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 총수님께 연락이 왔었다면서요? 무슨 색 펜던트를 찾아달라고 했다나.”

 

  자리를 피하려던 봄이는 그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다른 사내가 잠깐 고민하는 듯 싶더니 말했다.

 

  “그냥 못 찾았다고 해. 이런 외진 숲 속에서 괴물들이 쳐들어오는지, 사람 잡아먹는 산짐승이 쳐들어오는지, 미친 식인종들이 쳐들어오는지 알 수가 없어서 바짝 경계하고 일해야 하는 마당에 찾긴 뭘 찾아? 그냥 최선을 다해 찾아봤지만 못 봤다고 전해.”

 

  “그럼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봄이가 전부 예상한 범위 내였기는 하지만, 그래도 막상 이들이 능청스레 시치미를 뚝 떼는 걸 보니 이가 뿌득 갈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벌레 같은 새끼들.

 

  “방금 뭐라고 했나?”

 

  누군가 묻자 다른 사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뇨.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만.”

 

  봄이는 더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숲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을 향해 가는 중에도 순찰 중인 놈들이 있었지만, 놈들은 멍청하게도 봄이의 발걸음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산짐승이겠거니 생각하고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모든 것들이 한 눈에 전부 들어왔다. 마침내 봄이는 까마귀 저택을 찾아낸 것이다. 잔해 주위에는 자경단 초소(-라기보단 급조한 천막이었다-) 가 몇 대 있었고, 초소마다 고성능 서치라이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서치라이트는 일정한 간격으로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 더미를 훑고 지나갔다. 눈부시게 밝은 불빛을 따라 불나방이나 날파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무너진 저택은 이제 막 폐쇄 작업을 시작하는 것처럼 보였다. 놈들 중 하나가 서치라이트 방향을 돌려 작업 현장을 비췄다. 그곳에는 수많은 사내들이 야광봉을 흔들며 저택 잔해를 봉쇄하려고 철조망을 질질 끌고 있었다.

 

  지금 숨어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는 없었다.

 

  봄이는 언덕을 한 손으로 짚고 순식간에 밑으로 뛰어내렸다. 지금 잔해를 감시하는 서치라이트는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봄이는 재빨리 천막 그림자들을 옮겨다니며 놈들의 눈을 피해 잔해 속으로 숨어들 수 있는 위치를 찾았다. 놈들은 대부분 폐쇄 작업장에 몰려있었기 때문에 천막들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봄이가 비어 있다고 생각한 천막 입구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데 느닷없이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응, 거기 누구야? 겨울이냐?”

 

  혀 꼬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봄이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두운 천막 속에 누워있던 누군가가 뒤척이며 일어났다. 전등을 켜지 않아서 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겠지만.........

 

  “누구냐고 묻잖아? 윤 겨울, 너 맞지?”

 

  그의 입에서 지독한 술냄새가 풍겼다. 진탕 마시고 취해서 자다 깬 모양이었다.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배배 뒤틀다가 연신 소리쳤다.

 

  “겨울이, 너......... 아저씨들이 이런 데 따라오지 말라고 했지? 왜 그렇게 아저씨들 말을 안 듣는 거야? 한 번 혼나 볼래?”

 

  술에 잔뜩 절었다고는 해도 이제 고작 세네 살배기와 중학생을 구별하지 못하다니. 봄이는 지금 이 상황에 안도해야 할지 엄청난 위급상황으로 취급해야 할지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봄이는 자기도 모르게 대답해버렸다.

 

  “네, 네....... 알겠어요. 죄송합니다.”

 

  “너.......... 이 못된 꼬마 녀석..........”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지 그의 언성은 점점 더 높아졌다. 봄이는 그가 전등을 더듬어 켜기 전에 여기서 벗어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재빨리 천막을 나가버렸다.

 

  봄이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최대한 빠르게 그 천막에서 달아났다. 운이 좋아서 상대가 주정뱅이라 망정이었지 맨정신으로 보초를 서는 순찰자였다면 봄이는 꼼짝없이 붙잡혔을 것이다. 두 번 다시 이런 행운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봄이는 더욱 감각을 곤두세웠다.

 

  봄이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그 보잘것없는 펜던트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 정말로 옳은 일일까? 애초에 그 펜던트란 게 뭐기에? 지금껏 봄이는 자꾸만 의식 속에 나타나는 소년이 목에 걸고 다니던 그 펜던트 따위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열차 무덤에서 소년과 만났을 때 펜던트를 빌려도 되느냐고 물었고, 또 음악이 흘러나오던 캠프에 있었을 때 펜던트를 돌려달라는 소년의 말에 갑자기 잠들어 있던 의식이 깨어나고 두 눈이 번쩍 뜨였던 것일까?

 

  봄이도 지금 누군가의 의지에 끌려가는 듯한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을 마치 정신병자 보듯 바라보며 외치던 삼촌의 말이 다시 생각났다. ‘봄아, 네 부모님은 이미 모두 죽었어.’ 만약 봄이가 그 말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면 봄이는 얌전히 있어달라는 삼촌의 충고를 무시하고 독단으로 여기까지 왔을 것인가? 과연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끝이 보이지 않던 검은 숲에서 길을 잃어 서서히 말라죽을 수도 있었던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지금 자신의 행동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봄이가 쓰레기로 버려질 예정이었던 다 찢어지고 낡은 방수포 뒤에 숨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잔해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보초 하나가 잠깐 자리를 비웠다. 그가 외치는 소리로 추정컨대 담배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그가 사라지고 몇 분 동안이나 입구는 보초 한 명도 없이 무방비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잔해 속으로 숨어들어 펜던트를 찾기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한 기회였다. 하지만 봄이는 조금 전의 고민 때문에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 펜던트를 찾아야 하는가? 펜던트 하날 찾는다고 과연 봄이가 좇아왔던 진실은 더 이상 달아나는 것을 포기하고 봄이의 눈 앞에 깨끗이 드러날까? 지금까지의 봄이의 모든 여정이 고작 펜던트 하나를 찾기 위해서였을까? 고작 그러기 위해서 봄이는 지금까지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면서까지 이 운명의 길을 걸어왔는가?

 

  이제 봄이의 운명은 봄이가 바라던 대로 펼쳐졌다. 이제 멍청한 보초가 자리를 비운 사이 펜던트를 찾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기만 한다면 자신은 목적을 이루게 될 것이다. 분명히 지금껏 그렇게 생각해왔지 않은가? 모든 것을 각오하고 고생 끝에 끝내 운명의 종착점에 서게 되었을 텐데도 어째서 이제 와서 이토록 망설여지는 것일까?

 

  “이제 그토록 바라던 진실을 마주할 순간이야.”

 

  봄이의 머릿속에 누군가 속삭였다. 화들짝 놀란 봄이가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도 없었다.

  “보초가 자리를 비웠어. 이제 널 막을 사람은 없어. 들어가서 펜던트를 찾기만 하면 돼. 그렇게만 하면 모든 진실이 드러날 거야. 그런데 어째서 그러지 않아? 지금껏 그 진실 하나만을 좇아서 여기까지 온 것 아니었어? 그런데 왜 멍청하게도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순간에 코앞에서 망설이는 거야?”

 

  “나........ 나는...........”

 

  봄이는 어떻게든 자신의 머릿속에다 속삭이는 어떠한 존재와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존재는 봄이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제 알겠다. 두려운 거지? 진실을 마주하는 게.”

 

  그 말을 듣자 봄이의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 봄이는 부모님이 이미 모두 죽었다는 삼촌의 말에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었다. 운명을 거스를 수 있다고 믿었던 봄이는 이제껏 삼촌이 말해준 진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운명은 자신이 개척해나가는 것이라고 믿었고, 또 자신이 행동하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되리라고 믿으며 나아가면 삼촌이 말해주었던 진실은 거짓이 되고, 자신이 추구하는 진실만이 참된 자신의 운명이 되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봄이만의 생각일 뿐이었다. 개인이 어떻게, 또 얼마나 노력하든 간에 진실이란 바뀌지 않는 불변의 존재였다. 이런 믿음이 사라지는 순간, 봄이는 자신이 마주하게 될 진실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일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봄이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진실을 깨닫게 되는 것, 끔찍할 정도로 잔인하고 냉혹한 진실이 눈 앞에 도래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봄이도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다.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진실을 알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각오로는 점차 코앞까지 다가오는, ‘명백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는 공포를 이길 수 없었다. 시간은 계속해서 지나갔고, 지금 당장 언제 어디서 보초가 다시 돌아올지도 알 수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었지만, 지금껏 자신이 추구해온 것과는 다른 진실을 깨닫게 된다는 거대하고도 맹목적인 공포에 처참히 짓눌려버린 봄이는 그 자리에서 옴싹달싹도 할 수 없었다.

 

  봄이는 지금껏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다.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것들은 절대로 믿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은 모두 부정해왔다. 그렇게 진실로부터 도망치고, 부정하고, 잊어버리고, 사실이 아니라고 믿은 끝에 언젠가는 그 믿고 싶지 않은 진실에서 영원히 해방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나타난 누군가가 이제 그 믿음을 완전히 저버리라고 하고 있었다. 이것이 과연 봄이에게 있어서 쉬운 결정일까? 지금껏 애써 부정해온 끝에 마침내 벗어났다고 생각한 악몽을 다시 기억해내고,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현실을 멋대로 왜곡시켜 온 달콤한 꿈에서 이제 그만 깨어나라고 한다면 과연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직 준비가 안 된 모양이네. 그렇다면 나중에 다시 와.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있겠지.”

 

  봄이의 머릿속 존재가 비웃듯이 말했다.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운 거잖아? 그 내면 속의 두려움은 절대 없어지지 않아. 여기에서 뒤돌아 도망친다고 해도 너에게 나쁠 건 없어. 오히려 네가 지금까지 꿔 온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지 않아도 되니 너에겐 더 좋을 수도 있지. 솔직히 난 네가 정말로 진실을 마주하고 싶어한다고 생각 안 해. 넌 그저 자신이 바라는 것만 진실로 실현되기만을 바라는 거지.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삼촌의 말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론 내심 사실이 아닐 거라고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거야. 맞지?”

 

  봄이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렵지 않아.”

 

  “뭐라고?”

 

  머릿속 존재가 봄이에게 되물었다.

 

  “난 도망치지 않아. 여기까지 와서 도망칠 거였으면, 애초에 지금까지의 여정을 시작하지도 않았어.”

 

  “네가 꿈꿔왔던 운명과는 완전히 다른 운명이 펼쳐진다고 해도?”

 

  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솔직히 조금이나마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려 했다.

 

  “절대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잔혹한 진실과 마주한다고 해도?”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해도, 절망적인 현실을 깨닫고 평생을 절망과 좌절 속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난 두렵지 않아.”

 

  봄이는 끝내 결단을 내렸다. 온 몸의 근육이 불끈거리는 게 느껴졌고, 지금껏 움츠러들었던 어깨는 다시 펴졌다. 잠자코 죽은 듯이 있었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고,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다시 깨닫게 된 기분이었다.

 

  봄이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잔해 입구로 뛰어들었다.

 

  “이제는 도망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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