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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마지막 봄
작가 :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9.10.4

(정통소설/피폐)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져내린 이후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아있는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흩어졌고, 얼어붙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불씨는 꺼져버렸다.

이 버려진 도시에 홀로 남겨진 소녀는 이제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91화
작성일 : 19-11-08 22:29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1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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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봄이는 차가운 바닥에 내팽개져진 이후 몇 바퀴를 더 굴러가다가, 쌓여있던 빈 술통 더미에 처박히고 나서야 멈췄다. 빈 술통들이 완충 역할을 해준 건지 아니면 그 반대였는지는 몰라도 척추가 부러질 것 같았고 온 몸의 관절이 반대로 꺾인 것처럼 느껴졌다. 등을 세게 부딪히자 기침이 나왔다. 등의 타격이 너무나도 거세서인지 봄이는 꼼짝없이 자신이 피를 토해내는 줄로만 알았다.

 

  왠지 모르게 등이 후끈거리고 따가웠던 봄이는 그제서야 재킷에 불이 붙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봄이는 재빨리 재킷을 벗어던졌다. 찢어지고 헤지고 구멍 난 분홍색 후드 재킷은 그렇게 불길에 휩싸여 잿더미로 변해갔다.

 

  몸을 뒤척이기만 하는데도 고통에 신음이 새어나왔다. 봄이는 엎드린 채로 불타는 지하 무기고를 올려다보았다. 아무래도 보드카가 진짜배기 고급품이었던 모양이었다. 봄이는 예전에 하수도에서 사는 꼬마들과 보드카 이야기를 하던 종민을 떠올렸다. 이런 빼도박도 못할 기름물이 뭐가 맛있다고 마시는 건지. 어른들이란.

 

  봄이가 지하 계단에서부터 무기고 입구까지 뿌린 보드카는 경로를 벗어나지 않고 잘 타올랐다. 무기고에 쌓여있던 탄약 상자에 든 장약이 일제히 폭발하면서 불길이 더욱 크게 번졌고, 폭발로 인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은 무기고와 그 주변 일대를 확실히 불태우고 있었다. 굴러다니던 오크 술통 더미에도 금방 불이 옮겨붙었다. 순식간에 지하는 숨막히는 매캐한 일산화탄소로 가득 찼다.

 

  봄이는 셔츠 소매로 코와 입을 막고 자세를 낮췄다. 옷에는 오물이 묻어 있어서 썩는 냄새가 났다. 그냥 이대로 유독가스를 들이마시는 게 더 나을 정도였다.

 

  점점 커져가는 불길 너머 까마귀들이 우왕좌왕하며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딱 한 사람의 목소리를 제외하면 모두들 혼란에 빠져 있었다. 아무래도 그 목소리가 지휘관인 듯했다.

 

  “당황하지 마라. 모두들 침착해! 소화기를 가져와서 불을 꺼라!”

 

  그 순간 지휘관의 명령이 무색하리만큼 더욱 커다란 폭음이 귀를 울렸다. 그러자 불타던 무기고의 시멘트 천장이 무너지면서 까마귀 하나를 덮쳤다. 아까는 예상치 못한 화재에 당황하는 비명이 들려왔다면, 이제는 몸이 불타는 듯한 고통에 섞인 찢어지는 비명이 들려왔다.

 

  “침착해! 자기 자리로 돌아가라! 대열이 흐트러지면 안 된다!”

 

  지휘관은 열심히 목청을 터뜨렸지만 제대로 전달되지는 않는 듯했다. 만약 이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 봄이의 목적이었다면 완벽히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성취감에 젖어있을 시간이 없었다. 이제 지하를 빠져나와야 했다. 마치 분노한 맹수처럼 날뛰기 시작하는 불길이 봄이마저 집어삼키기 전에.

 

  불타는 봄이의 재킷 주변에 흩뿌려진 탄환들이 보였다. 불을 지르기 전에 탄약상자에서 한줌 집어든 38구경 탄환들이었다. 예전에 하수도에서 만난 꼬마 대장이 봄이의 권총을 보고 ‘38구경’ 이라고 말했었던 것을 분명히 봄이는 기억하고 있었다.

 

  봄이는 굴러다니는 탄환들을 주웠다. 총 아홉 발이었다. 원래는 한 발이 더 있었지만 폭발의 충격으로 매우 좁은 틈으로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주울 수가 없었다.

 

  봄이는 침착하게 가방에서 빈 리볼버 권총을 꺼냈다. 하지만 그 직후 봄이는 굳어버렸다. 봄이에게는 총기를 분해하고 재장전할 수 있을 만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몇 번 봄이의 목숨을 살려준 적이 있었던 유용한 도구가 그 순간만큼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벽돌 한 덩어리처럼 느껴졌다.

 

  리볼버의 작동원리는 자동권총보다 훨씬 간단했다. 그래서인지 봄이는 별다른 지식 없이도 처음 손에 잡아본 리볼버를 사용할 수 있었다. 더블 액션 리볼버라면 안전장치는 물론이고 자동권총처럼 슬라이드를 당기는 등의 조작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는 것이 더블 액션 리볼버의 유일한 조작이었다. 하지만 재장전이라면...... 반드시 숙달된 지식이 필요할 터였다.

 

  잘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상훈과 만났던 다음 날 아침 그가 봄이에게 권총 사용법을 일러주었던 적이 있기는 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대체 며칠 전인가! 게다가 그 때는 봄이가 아직 완전히 신뢰하지 않고 있던 상훈을 경계하느라 그의 조언을 제대로 듣지도 못했었다. 무엇보다 이제와서 그의 조언을 기억해내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우습기 짝이 없었다. 아니,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에 도움이 될 수 있기라도 한 게 그것밖에 없지 않은가?

 

  그의 조언을 기억해내야 했다. 봄이는 권총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손으로 조작할 수 있을 만한 부분을 찾았다. 리볼버 몸체의 실린더가 회전하기는 했지만 힘으로 빼낼 수는 없었다. 대신 실린더 바로 옆에 삼각형 모양의 멈치가 보였다.

 

  그것을 엄지로 밀자 실린더가 열렸다. 분명히 여기까지는 상훈이 가르쳐주었던 방법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실린더 안에는 빈 탄피들이 들어가 있었다. 총 다섯 발이 들어가는 듯했다. 분명히 이 탄피들을 빼내고 새 탄환들을 넣는 것임이 틀림없으리라! 봄이는 열린 실린더 정면부에 꽂힌 막대를 뒤로 당겨보았다. 그러자 실린더에 꽂힌 탄피들이 빠져나와 바닥에 쇳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이제 대충 봄이는 감을 터득했다. 탄피가 빠져나온 빈 자리에 새 탄환들을 조심스럽게 밀어넣었다. 신기하게도 구멍에 딱 맞았다! 다섯 개의 탄환을 모두 장전하고 실린더를 몸체에 안착시키자 찰칵 소리가 났다. 이제 권총을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자신이 해냈다는 성취감도 잠시 불이 붙어 무너진 틈 사이로 까마귀 하나가 비집고 들어왔다. 놈은 봄이를 보자 소총을 겨눴지만, 봄이가 조금 더 빨랐다.

 

  봄이는 망설이지 않고 놈을 향해 권총을 두 발 쏘았다. 두 발 모두 빗나가기는 했지만 놈의 균형을 무너뜨리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놈은 총을 쏠 생각도 못하고 술통 더미 뒤에 몸을 던져 숨었다. 그리고는 술통 뒤에서 팔만 내밀고 소총을 갈겨댔다. 명중률이 형편없어서 한 발도 맞지 않을 수 있었다.

 

  놈은 술통 더미 뒤에 숨은 채로 뭐라고 소리쳤다. 동료들을 부르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리 봄이가 권총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놈들의 숫자가 많아지면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벌써 봄이는 다섯 발들이 탄창 중에서 두 발을 써버렸다. 이곳에서는 싸울 수 없었다.

 

  놈들 중 몇 명은 어느새 소화기를 가져와 화재를 진압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길은 이미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거대해졌다. 잠시 후 무기고에서 유폭(誘爆)이 일어났다. 남아있던 총기나 장약 등이 폭발한 모양이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놈들의 관심을 봄이에게서 돌리는 데에는 충분했다.

 

  술통 더미에 몸을 숨기고 있던 까마귀가 마침내 몸을 내밀었다. 놈이 봄이를 겨누기 전에 봄이는 근처에 굴러다니던 불 붙은 술통을 놈을 향해 힘껏 걷어찼다. 불타는 술통은 놈의 몸통에 정확히 직격했다. 놈의 두꺼운 야상 외투에 불이 붙자 놈은 총도 떨어뜨리고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쳤다. 하지만 봄이는 놈이 그 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 틈에 도망쳐야 했기 때문이다.

 

  지하에는 빠져나가는 출구가 없었다. 그래서 봄이는 어쩔 수 없이 계단을 통해 홀로 올라가야만 했다. 다행히도 놈들은 부상당한 동료들이나 화재를 진압하는 데에 온 관심이 쏠려있었기 때문에 봄이는 다시 놈들을 피해 계단을 오를 수 있었다.

 

  그 순간 봄이는 갑작스런 복부의 격통에 자기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잠시나마 놈들의 추격에서 벗어나게 되어 긴장이 풀린 탓일까? 까마귀에 오기 전 인신매매단에게 칼에 찔렸던 상처가 또다시 욱신거렸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봄이는 씻을 수 있다는 베티의 말에 붕대를 풀어헤쳐버린 자신의 어리석음을 욕했다. 아주 잠깐동안.

 

  봄이는 눈물나게 아픈 배를 감싸쥐고 힘겹게 지하계단을 올랐다. 사실 아픈 건 복부뿐만이 아니었다. 온 관절과 장기가 뒤틀리는 건 물론이고 등의 쓰라림도 멈추지 않았다. 아까 전에 터져나온 폭발의 고온으로 화상을 입은 것일까......

 

  점차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봄이의 몸은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몇 시간? 아니면 몇 분?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되었다. 이제와서 포기해서는 안 되었다.

 

  봄이는 이를 악문 채 힘겹게 난간을 붙잡고 계단을 올랐다.

 저택 1층 홀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던 홀은 연이어 울려퍼지던 폭발 때문인지 아수라장이 되었고, 까마귀들이 쓰러진 잔해나 기둥들을 치우고 2인 1조로 부상자들을 옮기고 있었다. 봄이가 몰래 숨어서 지켜본 부상자들의 상태는 처참했다. 단순히 총상만 입은 부상자부터, 허벅지 출혈이 심한 부상자, 얼굴이 찌그러졌지만 숨은 쉬고 있는 부상자........

 

  봄이는 그제서야 자신들이 전쟁 중이라는 여왕의 말이 날카롭게 와닿았다. 이곳에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민간인이라곤 없어 보였다. 봄이 자신은 처음부터 통계에 없는 숫자였다. 자경단과 까마귀 서로간의 이념적 충돌에 봄이가 끼어있어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전장을 벗어날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 그 전에 누구와 싸워야 하는가?

 

  봄이는 유일한 탈출구인 홀 대문을 통해 이 지옥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홀은 부상자들로 가득 찼고, 정문 초소에서는 아직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까마귀들은 예상외로 자경단의 공격을 꽤나 잘 막아내고 있었다. 정문을 통해 초소로 나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까마귀 하나가 판자로 막혀있는 창문을 개머리판으로 부수고 무거워보이는 중기관총을 건 뒤 사격을 가했다. 탄피가 요란하게 튀었다. 봄이는 까마귀들의 눈을 피해 기둥에 착 달라붙은 채로 이동했다. 기둥에서 기둥으로 조심스럽게, 아무도 모르게 탈출구를 찾던 봄이는 흙을 잔뜩 뒤집어쓴 채 탁자 다리에 기대어 주저앉아 있는 까마귀를 보았다.

 

  자세히 보니 까마귀는 고개를 푹 떨군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에는 무전기가 들려있었다. 무전기에서는 다급하게 통신을 주고받는 까마귀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라.........반복........5번.......보고하라........”

 

  “..........습니다..........지하.........무기고.............심각합..........”

 

  무전기를 쥔 까마귀와의 거리가 멀어서인지, 요란한 잡음 때문인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봄이는 자세를 낮추고 조금 더 가까이 가보았다.

 

  “화재를........... 진압할 수 없습니다....... 불길이 너무나도 커져 버렸습..........지원이.........이대로라면..........화재가 위층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화재를 진압하라..........그 꼬맹이를............절대............”

 

  봄이는 가까스로 무전기 너머의 상대가 ‘꼬맹이를 절대로 살려두지 마라’ 고 말했다는 것을 알았다.

 

  봄이는 무전기를 쥔 까마귀 옆에 숨어서 홀에 있는 까마귀들의 주의가 분산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까마귀의 숫자가 줄어들기는커녕 2층을 통해 더욱 많은 까마귀들이 증원되고 있었다.

 

  아까 전 창문에 기관총을 걸고 사격하던 까마귀가 어깨를 움켜잡고 주저앉았다. 이제는 홀도 안전하지 않았다.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응사하던 까마귀들이 일제히 자세를 낮추고 외쳤다.

 

  “저격수다!”

 

  봄이는 바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니 꼼짝없이 들킬 게 틀림없었다. 까마귀들은 잠시 사격을 멈추고 숨었다가 곧 다시 일어나 반격하기 시작했다. 어찌되었든 간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절대로 홀을 통해서는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홀에 계속 머무르는 것은 위험했다. 혹시 2층을 통해서라면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2층에는 홀보다 더 많은 까마귀가 있을지도, 오히려 그 때문에 더 궁지에 몰릴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지 않은가? 나갈 기회를 찾겠답시고 몇 시간이 넘도록 기둥 뒤편에 숨어있다가 숲 속 저편에서 봄이를 까마귀로 오인한 저격수에게 노려질 수도 있지 않은가?

 

  봄이는 더 기다리지 않고 용기를 내어 기둥에서 벗어나 2층으로 향하는 저택 계단을 올랐다. 홀 계단은 크게 두 갈래가 있었다. 두 계단 모두 2층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놈들의 시점에 크게 노출되어 있었다. 봄이가 난간을 뛰어넘어 계단을 뛰어오르자 놈들이 곧바로 봄이를 발견하고 외쳤다.

 

  “저기 있다! 배신자가 2층으로 올라간다!”

 

  홀 천장에 걸린 모형 샹들리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져 깨질 것처럼 흔들렸다. 놈들도 그것을 의식하고 있었는지 목표를 봄이가 아닌 모형 샹들리에로 정했다. 놈들이 불안정하게 매달린 모형 샹들리에에 사격을 가하자 모형 샹들리에가 떨어져 산산조각났다. 봄이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지만 깨진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봄이의 왼쪽 허벅지에 박혔다.

 

  다리에 힘이 빠진 봄이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데굴데굴 굴렀다. 구르는 도중에도 날카로운 파편이 온 몸을 파고들어 찔렀다. 허벅지에서 피가 흘러내렸지만 눈을 질끈 감고 파편을 뽑아낸 봄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쫓아오는 까마귀들을 향해 권총을 뽑아 한 발을 쏘았다. 그러자 놈들의 추격을 잠시 동안 지체시킬 수 있었다.

 

  벽을 짚은 손에 온 몸을 지탱한 채 힘겹게 2층으로 향하던 봄이는 눈 앞의 깨진 창문을 발견하고 멈춰섰다. 베티와 함께 있었을 때, 봄이가 극단주의자들에게 의심받지 않기 위해 가지고 있던 자경단 뱃지를 던져버렸던 곳이었다. 자경단의 공격으로 깨진 것인지, 까마귀들이 원활한 사격을 위해 일부러 깨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찌되었든 체구가 작은 봄이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리기에는 충분한 넓이였다.

 

  이곳에서 뛰어내릴 수 있을까? 만약 여기서 뛰어내리기만 한다면 무사히 저택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봄이는 깨진 창문의 파편이 잘못해서 목을 베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밖을 내다보았다. 이미 짙은 어둠이 깔린 숲 속을 환하게 밝히는 조명탄이 하늘을 가르고 있었고, 까마귀들은 초소 앞에 쌓인 모래주머니 뒤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눈부신 예광탄이 빗발쳤고, 총기를 발사할 때의 섬광이 여기저기서 번쩍였다. 아직까지는 까마귀들이 자경단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듯했다.

 

  전장을 내려다보는 봄이의 심장이 뛰었다. 마른 침이 넘어갔고, 두 다리는 계속해서 움찔거렸다. 이곳에서 뛰어내리기만 하면........ 뛰어내릴 수만 있다면 봄이는 정말로 이 지옥같은 전장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그러나 저택의 2층에서 내려다보는 지면은 상당히 높았다. 아무리 착지를 잘 한다고 해도 최소한 골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봄이의 다리는 말을 듣지 않게 된 지 오래였고, 방금 전 허벅지에 상처를 입게 되면서 더욱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위협받을 지 모르는 자신의 목숨과 자신의 다리 하나를 바꾼다는 것은 그리 손해보는 거래가 아니었다. 못 바꿀 것도 없지 않은가?

 

  봄이는 깨진 창틀에 천천히 다리를 올렸다. 그래, 뛰어내리는 거야. 여기서 뛰어내림으로서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다리 두 짝 따위야 얼마든지 내주지. 눈 딱 감고 뛰어내리는 거야. 이제와서 망설일 필요 없잖아? 잠깐이면 될 거야. 한순간이야. 번지 점프도 뛰어내리는 순간이 제일 두렵다고 하잖아? 뛰는 거야.

 

  봄이가 마침내 결심한 그 순간, 봄이의 뇌리에 어떤 기억이 스쳤다. 분명히 봄이는 전에도 지금과 똑같은 판단을 내려야만 했던 적이 있었다. 자신을 쫓는 검은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봄이는 위층으로 도망쳤었다. 그리고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자, 봄이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었다.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 것이다. 하지만 언제였지? 그때가 언제였던 거야?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두통에 봄이는 주저앉고 머리를 싸쥐었다. 그러자 꿈 속에서 보았던 어떤 가정집의 풍경이 떠올랐다. 갑자기 왜? 지금 이렇게 급하고 중요한 순간에? 지금 눈 앞에 떠오르는 이 가정집은 누구의 집인가? 본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잠시 정신을 잃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정신을 차린 봄이는 방금 전에 있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와 있었다. 눈 앞에는 조그마한 방문이 보였다. 봄이는 자신도 모르게 무엇인가에 이끌려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조금 좁았지만 귀엽게 꾸며져 있는 소녀의 방이 펼쳐졌다. 책꽂이에는 형형색색의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있었고, 컴퓨터 책상을 마주보고 있는 의자가 삐걱이고 있었다. 따스한 봄바람이 스며들어오는 창문 머리맡에는 분홍색 커버가 씌워진 예쁜 침대가 보였다. 갑자기 왜 이런 곳에? 어째서 자신은 이런 곳에 와 있는가?

 

  봄이는 책상 위에 걸린 거울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울에 비친 것은 영락없는 자신이었다. 전에 거울을 봤을 때와는 달리 얼굴에는 크고 굵은 흉터가 많아져 있었고,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으며, 단추가 몇 개나 떨어진 지저분한 셔츠는 말라붙은 오물로 흥건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거울을 쳐다보던 봄이의 모습은 점점 바뀌어갔다. 내가 이렇게 생겼었나?

 

  거울에 비친 봄이의 부스스한 머리카락은 점차 짧아졌고, 퀭한 눈동자는 곧 어린아이의 깨끗하고 총명한 눈동자로 바뀌었다. 왠지 모르게 키도 작아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거울에 비치고 있는 자신은 이윽고 완전히 다른 어떤 소년의 모습이 되었다. 이 소년은 누구일까?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누구였더라........

 

  거울 속 소년은 조용히 미소지으며 봄이가 있는 방의 창문을 가리켰다. 머리맡 창문 너머에서는 듣기 좋은 새소리와 함께 계속해서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왜 창문을 가리키는 거지? 저 창문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봄이는 거울 속 소년의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거울을 쳐다보았다. 그 때, 거울 속 소년이 목에 걸고 있던 펜던트가 빛났다.

 

  봄이의 의식을 원래 세계로 돌려놓은 것은 엄청난 폭발음이었다. 봄이가 다시 한 번 정신을 차렸을 때, 봄이는 까마귀 저택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봄이가 마주하게 된 광경은 저택 초소 너머의 숲 경계선이 무지막지한 폭발과 함께 불타고 있는 광경이었다. 커다란 폭발은 한두 번으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연달아 일어났다. 아무래도 아까 전에 여왕의 명령을 받은 까마귀가 설치되어 있던 클레이모어를 일제히 격발시킨 모양이었다.

 

  봄이는 폭발이 완전히 잦아들고 숲이 경계를 따라 불타는 것을 한참 동안이나 넋나간 사람처럼 바라보았다. 만약 봄이가 일찍이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숲을 넘어 저택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려 했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래도 저택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방법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봄이는 우연이었는진 몰라도 섣부른 판단으로 인해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약간은 안도했다. 그건 정말로 우연이었을까?

 

  봄이는 창틀에서 손을 떼고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등을 돌렸다.

 봄이는 창틀에서 손을 떼고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등을 돌렸다. 창문을 통해 내다볼 수 있는 저택 너머 숲은 까마귀들이 터뜨린 클레이모어 때문에 불바다가 되었고, 그 안쪽 초소 근방에서는 아직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만약 봄이가 앞뒤 생각하지 않고 저택에서 도망쳤더라면 봄이 역시도 지금 숲에서 불타고 있는 마른 나뭇가지들처럼 꼼짝없이 불타 죽었을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저택을 벗어나더라도 결국은 탈출구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저 불타는 숲에서 불길이 완전히 사그라질 때까지는 얼마가 걸릴까? 불이 꺼지기 전에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무사히 저택을 벗어나는 게 가능하긴 할까?

 

  봄이는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거나, 베티와 함께 잠깐 왔을 때를 제외하면 2층에는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다. 연달아 저택을 흔들어 놓던 폭발 때문인지 천장의 백열등 대부분이 나가버렸고, 그나마 남은 전등들도 계속 깜빡거렸다. 저택 전체가 어둠에 잠기기 직전이었다. 이대로라면 정확한 피아 식별이 어려웠다. 사실 봄이가 적과 아군을 가릴 필요는 없었지만 말이다.

 

  2층에는 넓은 방이 있었다. 방의 한가운데에는 테이블을 이어붙여서 만든 듯한 커다란 원탁이 있었고, 원탁 바깥쪽에는 정돈되지 않은 의자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원탁 위에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듯한 깨끗한 접시나 유리잔이 놓여있었고, 자리마다 놓인 향초들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백열등을 대신해서 빛을 밝히고 있었다. 향초에서는 감미로운 아로마 향이 풍겼다.

 

  봄이는 원탁을 손으로 짚고 힘겹게 한 걸음씩 나아갔다. 아래층에서 폭발이 일 때마다 원탁에 놓인 유리 식기들이 딸랑거렸다. 벽에는 상당히 옛날에 그려진 것처럼 보이는 그림들이 기둥마다 걸려있었다. 외국의 한적한 농장을 배경으로 서 있는 노인의 그림, 페도라와 근대식 정장을 갖춰입고 지팡이를 든 멋진 신사의 그림...... 예술에 무지한 봄이에게는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다른 쪽에는 괴상하게 생긴 얼굴을 가진 초상화의 눈동자가 액자 속에서 조용히 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 초상화에 그려진 사람들은 상당히 섬뜩해서 초상화에 눈이 마주쳤을 때 봄이가 순간적으로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액자 아래에는 ‘파울 요제프’ 라고 씌여 있었다. 나머지는 독일어로 씌여 있었지만 봄이는 독일어를 읽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고 쓰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봄이는 저택 전 주인의 취향을 욕하며 계속해서 살폈다. 권총을 단단히 움켜쥔 채로 경계하던 봄이는 직후 일어난 폭발로 인해 유리잔 하나가 원탁에서 굴러떨어져 깨졌을 때에는 그야말로 심장이 멎을 뻔했다. 깨진 잔에서 흘러나온 액체가 바닥에 깔린 화려한 카펫을 붉게 물들였다. 물든 카펫은 봄이가 전투에 강제로 차출당하기 전 까마귀들의 의식에서 반강제로 마셨었던 액체와 색깔이 똑같았다.

 

  봄이는 순간 어떤 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서 노란 눈동자를 번뜩이는 조그마한 것들이 봄이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들은 개체 하나가 봄이의 발바닥만 했지만 수가 아주 많았다. 그것들은 기분 나쁜 울음소리를 냈고, 여러 개체들이 동시에 움직이는 소리는 마치 사람의 종종걸음 뛰는 소리를 연상시켰다.

 

  봄이는 그것들을 경계했지만, 그것들은 봄이를 적대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쥐 떼였다. 지하 통로에서 그렇게 찾았던 쥐들이 2층에 몰려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했지만, 쥐 떼는 살아있는 소녀의 생살을 파먹으려 달려들기는 커녕 눈길도 주지 않고 다급하게 봄이를 지나쳐갔다. 그들은 점차 계속해서 높은 곳을 향해 몰려갔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래층에서부터 드리우기 시작하는 정체 모를 안개가 저택 전체를 뒤덮기 전에 위층으로 도망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봄이는 자기도 모르게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쥐들을 따라갔다. 그러나 봄이는 쥐들이 테이블 사이의 좁은 틈을 쏙 통과하는 순간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한 명의 까마귀와 눈이 마주쳤다.

 

  놈이 소총을 치켜들자 봄이는 본능적으로 테이블을 걷어차서 엎은 다음 뒤에 숨었다. 작렬하는 총탄은 대부분 테이블 몸체나 옆에 굴러다니던 의자 다리에 가로막혔다. 봄이가 확실히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봄이에게도 반격할 무기가 있었다. 반격해야 했지만 놈이 쉬지 않고 제압사격을 가하는 탓에 좀처럼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놈이 다가와 봄이가 숨어있던 테이블을 힘껏 걷어차버렸다. 테이블 모서리에 정수리를 부딪힌 봄이는 엄청난 충격에 의해 뒤로 나자빠졌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놈이 넘어진 봄이의 숨통을 확실히 끊어놓으려 총을 겨눴다. 하지만 봄이는 손에서 권총을 놓지 않고 있었다.

 

  탕. 봄이의 권총이 불을 뿜었다. 그러자 놈이 허벅지를 움켜잡고 넘어졌다. 봄이의 첫 살인 이후 처음으로 명중시킨 업적이었다. 놈이 높은 신음을 흘리면서 피가 멈추지 않는 다리를 한 손으로 움켜잡고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소총으로 힘겹게 기어갔다. 놈이 기어가는 자리에는 방금 막 뿜어져 나온 혈액이 응고되어 가는 검붉은 핏자국으로 흥건해졌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봄이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기어가던 놈이 떨어진 소총을 움켜잡았다. 이제 봄이에게는 더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봄이는 몇 발자국 다가가, 이제 막 총을 고쳐잡은 놈의 머리에 한 발을 쏘았다.

 

  탕. 다시 울려퍼진 그 소리는 마치 봄이의 결단을 축하하는 팡파르와도 같이 들렸다. 봄이의 얼굴에 옅은 핏방울이 튀었다. 시간이 느리게 흘렀고, 그 느린 시간 속에서 봄이는 놈의 이마 한가운데 도토리 크기의 구멍이 패이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다만 그때와 같은, 그러니까 봄이가 첫 살인을 저질렀을 때와 같은 감정은 들지 않았다.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 배덕에 대한 공포, 앞으로 변하게 될 자신에 대한 두려움은 조금도, 추호도, 손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처럼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관자놀이가 요동쳤긴 했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이유에서였다. 왠지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쳤고, 극히 희미했지만 조금의 쾌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이렇게나 속이 뻥 뚫릴 만큼 유쾌한 일이었던가? 까마귀는 악인을 상대로만 살인을 허용했고, 지금 봄이에게 있어서 악인은 까마귀였다. 그렇다면 지금 봄이는 악인을 처단한 심판자인가? 아니, 심판자라는 것도 결국 까마귀들만의 사상에서 비롯된 헛소리일 뿐이었다. 그렇다는 건 봄이가 모르는 사이에 자신도 까마귀의 오염된 신념에 동화되었다는 것일까?

 

  예전에 봄이는 자신을 잃게 된다는 공포에 두려워했다. 하지만 지금, 봄이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쩌면 봄이는 이미 변화한 것일지도 몰랐다. 스스로의 몸을 지키기 위해 진화한 것일지도 몰랐다. 처음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을 공격했던 맹수가 점차 인육의 맛을 알게 되어가는 것처럼.

 

  봄이는 총을 떨어뜨렸다. 변했다고? 누가? 나는 변하지 않았어. 지금 나는 죄 없는 사람들을 자신들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몰살하고, 어린아이들을 새로운 세계를 열기 위한 의식에 필요한 제물이라며 마구잡이로 잡아먹는 이 식인종들에게서 날 투영한 걸까? 아니야. 그건 있을 수 없어. 나는 저들과 달라. 우연찮게 이들의 목적을 도운 것도, 본의 아니게 인육이 떠다니는 국을 먹은 것도 내 의지가 아니었어. 나는 까마귀에게 구해져 강제로 끌려온 거야. 나는 까마귀가 아니야. 이들의 자경단 구역을 공격하던 도중 만났던 그 자경단원이 죽은 것도 내 탓이 아니야. 나는 이용당한 거야. 나는 피해자고, 장기말에 불과했어. 나는 변하지 않았어.

 

  봄이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얼굴을 치켜들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 잘못이 아니야...........”

 

  그러나 봄이를 위로해줄 사람은 없었다. 지금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은 시커먼 피웅덩이에 몸을 담그고 눈을 부릅뜬 채 이마에 총을 맞아 죽은 까마귀 한 마리뿐이었다.

 

  봄이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넋놓고 있던 지 얼마나 지났을까. 더 이상 의지가 남아있지 않던 봄이를 일으켜 세운 것은 냄새였다. 이상한 냄새였다.

 

  불꽃에 완전히 그슬린 잿더미를 코로 흡입하는 기분이었다. 지독한 악취 같기도 했지만 왠지 고소한 향기처럼도 느껴졌다. 기침이 나왔고, 숨이 점점 답답해졌다. 곧 봄이의 눈 앞에 검고 자욱한 안개가 드리웠다.

 

  아래층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에 봄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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