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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1. 키퍼 소롤의 이야기 (4)
작성일 : 16-10-12 20:59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5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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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제대로 데뷔도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큰 관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씨구. 연예인 다 됐네. 이게 모두 너의 관심병에서 비롯된 난장판이란다. 하라는 복수는 안하고 이게 뭐 하는 짓이니.

 

 “지금 여러분이 주시는 사랑을 거름삼아서 무럭무럭 자라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여러분의 사랑 모두 고맙게 생각하고요,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하는 말이 족족 마음에 안 드네. 너는 여기서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파헤치며 배신감에 몸서리를 치고 있어야 한단다.

 

 크리스가 꺼내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비호감으로 느껴졌다. 잘 생긴 얼굴은 이런 데에 쓰는 것이 맞지만 이야기 자체가 틀어지다보니 기분이 팍 상했다. 그리고 뒤에 가면 크리스는 자신의 잘생긴 얼굴을 이용해서도 복수를 펼친단 말이다. 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열이 받았다. 이런 식으로 망가져버린 귀환을 보고 있자니 속이 끓었다. 이걸 되돌리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할지,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완벽하게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 날 속상하게 만들었다.

 

 머릿속에 차근차근 정리해놨던 매뉴얼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대신 독자가 만들어놓은 크리스라는 캐릭터를 자근자근 밟아주고 싶었다. 속에 있는 말들을 모두 다 꺼내서 까버리고 싶었다.

 

 “그러면 사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꺄아아아, 크리스오빠 멋져요!!”

 “오빠 잘생겼어요~!”

 

 여기에는 크리스의 열혈 빠순이와 스타병이 걸린 관심병자 크리스, 그런 크리스의 몸종들, 그리고 유일하게 띠거움을 느끼는 나. 이렇게 네 종류의 사람이 존재했다. 여기서 유일하게 마이너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 나는 순간순간이 괴로웠다. 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평소 성격 같았다면 진즉에 판을 뒤엎고 난리를 피웠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에게 죄송하다고 사죄하지 뭐 라고 생각하면서 키퍼임을 밝혔을지도 모른다. 키퍼 중심의 모험 활극을 만들며 인생의 흑역사를 제대로 써 내려갔을지도.

 

 귀환이기 때문에 노력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는 인생작을 재탕할 수 없다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생각하니 온갖 더러운 상황들을 다 참고 넘어가게 되었다.

 

 크리스에게 사인을 받으며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들을 보자니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나도 크리스에게 팬이라는 입장으로 접근하려면 저런 행동을 해야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애초에 사랑에 빠진다는 감정도 잘 느끼지 못하는 나인데. 마음에도 없는 좋은 척이라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애초 호감보다 비호감이 더 큰 상황인데 말이다.

 

 점점 나의 차례가 다가왔다. 속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하며 만들어 둔 대응매뉴얼들은 여전히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지만 이상하게 긴장이 되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가 터질 것만 같았다. 크리스에게 좋은 척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가 원하는 팬의 모습으로 앞에 서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었다.

 

 “자 다음 분 여기 와서 대기하세요.”

 

 내 바로 앞에 있는 소녀가 사인을 받고 나는 가까이에서 그 두 사람을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무척이나 가까운 곳에 내가 그렇게나 만나고 싶어 했던 크리스가 있었다. 크리스는 그의 앞에 서 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영업미소를 짓고 있었다. 딱 봐도 가식적인 영업미소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소녀는 그것마저도 좋은 것인지 진심을 내비치고 있었다.

 

 “뭐 원하는 팬서비스 있어요?”

 “아… 그러면 저에게 위… 윙크를.”

 

 수줍게 팬서비스를 요구하는 소녀, 그리고 크리스는 소녀의 요구에 곧바로 그 서비스를 선보였다.

 

 아… 잘생긴 건 잘 생긴 건데 이건 느끼하다. 속이 울렁거렸다. 원래 이런 남자는 내 취향의 남자가 아니었다. 잘 생긴 것은 취향인데 행동이 느글거리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성격의 남자는 뻥뻥 차버리는 것이 나인데. 아 도저히 좋은 척을 할 수가 없는데.

 

 그런데 크리스의 느끼한 행동을 보며 자지러지는 소녀를 보니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아마 하얗게 질려있을 것도 같다. 속이 울렁거려서 당장 토하고 싶은 것을 참고 있으니 말이다.

 

 “자, 내 윙크 받았으니 앞으로 나만 사랑하기? 알았죠?”

 “당연하죠. 오빠가 최고예요.”

 

 나는 분명 귀환 속에 있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이 책은 귀환이 맞다. 그렇지만 제목만 귀환이다. 캐릭터는 붕괴됐다. 팬텀과 왕링, 크리스 사이에서 진행되어야 할 이야기는 엄청나게 많은 모브캐를 만들어내며 다른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런 책 나는 반대요. 나는 로맨스도 잘 읽지 않는데, 이게 무슨 가혹한 처사란 말인가.

 

 이번 독자가 남자라고 들었는데 이 남자는 이렇게 느끼한 로맨스를 마음속에 품은 채로 지내왔던 것일까? 복수소설은 어디 가고 로맨스란 말인가. 아, 아니지 이건 로맨스가 아니겠지?

 

 그냥 한 개인의 허황된 꿈이라고 결론짓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많은 모브캐들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니까.

 

 “자, 다음 대기자. 크리스 앞으로 가시죠.”

 

 기다렸지만 지금은 피하고 싶은 나의 차례가 왔다. 다리가 딱딱하게 굳은 듯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만큼 크리스의 앞에 가기 싫다는 내 마음이 몸을 통제하고 있는 것일 테다. 그런 나에게 하는 크리스의 말은 죽빵을 부르기 충분했다.

 

 “어휴. 내가 그렇게 좋아요? 몸이 굳어서 어찌할 줄 모를 정도로?”

 

 아니 네가 너무 싫어서 죽을 것 같은데? 네가 망친 귀환 어서 돌려내 이 개객끼야!!!

 

 마음은 분노를 표출했지만 지금은 솔직하게 행동할 수 없었다. 아, 당신은 현실로 돌아가는 순간 무조건 블랙리스트다. 다시는 리얼북 열람 못하게 하겠다.

 

 “그래도 어서 와서 사인 받아야죠? 그대는 다른 분들보다 조금 더 아름다운 것 같으니 특별히 더 잘 나온 사진에 사인해 줄게요.”

 

 지금 나에게 작업거는 거니? 그렇게 구닥다리같은 멘트로? 내가 그러면 호호 웃으며 좋다고 할 줄 알았니?

 

 “호호호호. 좋아요 오빠~!”

 

 그래. 지금은 일이니까 참는다. 나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달래며 크리스가 원할만한 대답을 했다. 겨우 크리스의 앞으로 가서 뻣뻣하게 섰다.

 

 “어허. 더 예쁜 모습 보이려면 앉아야죠. 다른 소녀들 하는 것 못 봤어요?”

 

 여기서 앉았다가 일어나면 관절염 걸릴 것 같은데 말이죠. 나는 너같은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일 필요가 없는데 말이죠.

 

 그렇지만 현실은 쭈구리였다. 나는 바로 몸을 낮춰 크리스를 올려보았다. 그래, 잘 생기기는 했다. 입만 안 열면 완벽하다.

 

 “이름이 뭐예요?”

 “소롤이요.”

 “아, 소롤양. 소롤양은 저에게 뭐 궁금한 것 없어요? 얼굴만 보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아 그러니까 얼굴만 믿고 전광판 광고를 했는데 이만큼 많은 소녀가 모였다는 거지? 이쯤 되면 크리스의 외모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알겠다. 아니, 이것은 어쩌면 주인공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미 복수에서 멀어졌고 그가 원하는 것은 대스타가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어쨌거나 크리스는 내가 원하는 말을 꺼냈다. 궁금한 것이 없냐는 말. 그렇다면 나는 내가 준비한 매뉴얼을 꺼내야 했다.

 

 “크리스씨, 팬텀 알죠?”

 

 크리스의 눈이 잠깐 크게 뜨였다. 그 표정에는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네가 그런 것은 어떻게 알고 있냐는 궁금증과 함께.

 

 “너 누구야.”

 “저는 크리스씨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당신이 당했던 일, 과거. 그리고 지금 어떻게 이 자리에 있는지도 알고 있죠.”

 “왜 내 앞에 나타난 거지?”

 

 잔뜩 심각해진 분위기였다. 방금 전까지 헤헤거리며 웃음을 흘리고 느끼한 멘트를 날리던 크리스는 없었다. 복수극에 어울리는 진지한 태도, 위기를 느끼며 긴장하는 모습. 이 모습이 본래 크리스가 가져야 했던 것이었다. 이제야 내가 아는 크리스가 돌아온 것 같았다.

 

 “이 사실을 저만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크리스의 비밀 이미 팬텀도 알고 있어요.”

 “어떻게 안다는 거지?”

 “제가 당신의 비밀을 아는 것처럼 그들도 그래요. 지금 당신이 이러고 있는 것 팬텀은 알고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팬텀에 대해 더 알아보지 않아도 되겠어요? 이러다가 또 죽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를 내어 입술을 깨무는 모습은 꽤나 섹시했다. 영업용 미소를 파는 행동보다 훨씬 더 크리스를 매력적으로 빛나게 했다. 내가 한 말로 크리스는 독자를 누르고 본래의 캐릭터성을 발현하는 것 같았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독자가 크리스의 캐릭터에 이입만 하게 된다면.

 

 “… 설마 얽히지 않으려 하는 나를 일부러 찾아서 죽이기야 하겠어?”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넘기는 독자의 마인드가 발현되었다. 이번 독자도 꽤나 주관이 강한 편이구나. 그대로 끌려갈 생각이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렇다면 다음 매뉴얼을.

 

 “아, 그리고 당신 꽤나 내 취향이라고.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하니까 마음이 동하는데. 어때? 나와 잘 해볼 생각 없어?”

 

 이게 연예인을 하겠다는 사람의 마인드가 맞나? 팬이라고 찾아온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막 작업 걸고 그래?

 

 겨우 유지하고 있던 멘탈이 다시 흔들렸다. 이런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으니까.

 

 “이런 미친놈이 어디서 나온 거지? 야, 내가 너랑 잘 해보겠다고 여기 온 것 같냐?”

 

 그리고 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내 뇌와 입은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럼. 당연하지. 내 앞에서 팬텀이라는 말을 꺼냈잖아. 그게 관심받고 싶다는 것 아냐? 팬텀이 나를 알 리가 없지. 나를 이 자리에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준 게 팬텀인데.”

 “뭐라고?”

 

 생각보다 더 이야기가 엉망으로 흘러가고 있었던 것 같다. 팬텀이 크리스를 도왔다고?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슨 삽질을 한 것인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아… 저 여자 뭔데 저렇게 오래 있는 건데.”

 “저기요. 이 분 뭔가 너무 길지 않아요?”

 

 나를 향하는 소녀들의 따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옆에서 따가운 시선도 느껴졌다. 내가 서있던 곳에 서 있는 다른 소녀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당장 더 이야기를 꺼내봐야 나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 지금은 튀어야 한다. 급히 상황을 정리하려 할 때였다.

 

 “날 어떻게 안 건지는 모르겠는데? 관심이 있으면 직구로 승부해. 나는 얼마든지 받아 줄.”

 “젠장. 엿이나 먹어라!”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나는 급하게 크리스의 앞에서 벗어났다. 경악에 찬 크리스의 표정, 분노로 가득 찬 소녀들의 눈빛이 나를 향했다. 이것이 바로 뭐 됐다라는 상황이구나.

 

 나는 제대로 된 해결 하나 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사인회장을 벗어나야 했다. 아 망했다. 머릿속이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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