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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클럽 썬샤인
작가 : 토닥이
작품등록일 : 2019.10.8

불운과 눈치 없음으로 인해 외롭게 살아온 경수,
드디어 클럽에 가입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근데 클럽 이름이 왜 ‘썬샤인’이예요?”
“죽어서 빛이 되고 싶은 우리들의 의지입니다.”

그 클럽은 자살 클럽이었다.

 
19화. 여행준비(2)
작성일 : 19-11-06 08:12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5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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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을 빠져나온 멤버들이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귀찮으니까 그냥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자.”

 “그래요. 지하 1층으로 가면 되니까.”

 

 입구에 들어선 멤버들이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정기점검]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보였다.

 

 “뭐야? 하필 오늘 점검이야.”

 

 점검 표시판을 바라보는 경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경수는 자신 때문에 멤버들이 불편해질까봐 걱정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경수가 다른 곳으로 몸을 돌렸다.

 

 “저는… 계단으로 갈게요.”

 

 경수가 계단을 향해 걷자 한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계단은 왜? 에스컬레이터 타고 가.”

 “그게… 저는 계단이 편해요.”

 “경수야. 따로 움직이는 것보다 같이 움직이는 게 나아.”

 “연준형. 그게… 죄송해요. 저 때문에…”

 “왜 오빠가 사과를 해요? 엘리베이터 정기점검인데…”

 “내가 엘리베이터 기다리면 항상 이렇거든.”

 “에이, 말도 안 돼. 그런게 어딨어요? 하하하 오빠도 참…”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던 경수가 미안함에 고개를 숙였다. 멤버들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제가 운이 좀 없어요. 저는 먼저 계단으로 갈게요.”

 

 경수가 씁쓸하게 웃으며 계단으로 올라간다. 경수가 사라지자 띵-하며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더니 안전요원이 내렸다. 그리고 [정기점검]이라는 표지판을 떼어냈다.

 

 “점검 끝났어요?”

 “네. 바로 이용하시면 됩니다.”

 

 안전요원이 사라지자 멤버들이 설마-하며 경수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뭐야? 진짜야?”

 “에이… 설마…”

 “아니겠죠?”

 

 멤버들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지만 왠지 경수의 불운이 신경 쓰였다.

 

 “진짜, 경수는 운이 없나보네.”

 “……”

 

 * * *

 

 마트 지하 1층 출입구에 모인 멤버들. 잠시 후, 경수가 계단을 통해 내려와 도착했다.

 

 “다 오셨네요. 공동으로 필요한 물품 리스트입니다. 개인적인 준비가 필요 없는 분이 구입하셨으면 하는데요. 어떠세요?”

 

 민서가 주위를 둘러보자 각자 자신이 준비할 물품들이 있는지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경수가 손을 들었다.

 

 “제가 할게요. 따로 준비할 게 없어요.”

 “그래. 경수가 수고 좀 해.”

 “오빠, 고마워요.”

 “짜식, 나도 확인해 볼 게 있어서. 부탁할게.”

 “네. 걱정마세요.”

 

 엘리베이터 때문에 미안한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 경수는 딱히 준비할 일이 없었다. 민서가 경수에게 물품 리스트를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다음 일정에 관해 멤버들에게 말했다.

 

 “자 그럼! 1시간 동안 필요한 물건들 구매하시고 옥상 주차장에서 모이도록 하겠습니다. 아시겠죠? 다들 늦지 않게 마무리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멤버들이 각자 흩어져 필요한 물건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리스트를 확인한 경수가 옆에 있는 카트를 잡고 밝은 표정으로 카트를 밀면서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 드르륵- 드르륵.

 경수가 끌고 있는 카트에는 이미 물건들이 담겨있었다. 카트를 끌며 매장 안을 돌아다니는 경수가 비품 리스트가 적힌 종이를 확인한다.

 

 “맥주와 물은 샀고 그다음에 청 테잎이… 아 저기 있네.”

 

 경수가 맥카트에 청테잎 박스를 2개 집어넣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다음이 번개탄이네.”

 

 경수가 번개탄이 비치된 곳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번개탄 박스가 비어 있었다. 경수가 지나가는 직원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저기요. 번개탄이 다 떨어졌는데… 재고는 없나요?”

 “잠시만요.”

 

 직원이 뒤에 놓인 번개탄 한 박스를 꺼내 놓는다.

 

 “이게 전부예요?”

 “네. 고객님. 요즘 휴가철이라 번개탄이 많이 나가요. 이걸로 고기 구우면 은근 맛있거든요.”

 “그럼 번개탄은 언제 들어와요?”

 “추가 물량이 아직 안 들어 왔어요. 아마도 다음 주나 돼야 들어올 것 같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경수가 번개탄 1박스를 카트에 실었다. 하지만 목록에는 번개탄이 2박스라고 적혀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경수가 진열대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표정이 밝아졌다.

 

 * * *

 

 마트에 진열된 다양한 부엌용품 상품들, 고등학생 지혜가 부엌칼 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장미 무늬가 그려져 있는 장미칼, 옆에서 홍보 동영상이 나오고 있다.

 

 ⌜나무로 힘껏 내리쳐도 끄떡없는 강력함!! 튼튼한 무쇠 자물통도 거뜬하게 잘라버리고

 꽁꽁언 닭도 뼈째로 슬라이스 하듯 삭삭~ 잘라지는 화제의 칼. 숯돌, 칼갈이가 필요 없는

 독일칼의 명품 하이드로 정품 장미칼 4종세트…⌟

 

 동영상을 유심히 바라보던 지혜, 직원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작은 과도 손목을 긋는 동작을 연습해본다.

 

 “음… 그립감도 괜찮네.”

 

 지혜는 자신이 따로 준비한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실패한다면 다음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지혜는 칼을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손목을 긋기 위해… 물론 처음의 방법으로 끝나면 더욱 좋겠지만…

 

 * * *

 등산용품 코너.

 이곳을 찾은 사람은 바로 한석이었다. 그는 로프를 살펴보고 있었다. 끈이 단단한지 확인하는 한석이 두 손으로 당겨도 보고 발로 밟은 채 잡아당겨도 본다. 마지막으로 주변을 살피더니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로프를 목에 걸었다. 이리저리 움직여보면서 촉감을 확인했다.

 

 “이야, 상당히 괜찮네. 부드럽기도 하고.”

 

 한석이 로프를 손에 들고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 * *

 

 미용 코너.

 민서는 특이하게 메이크업 용품들을 살펴보는 중이다. 옆에서는 여직원이 립서비스를 날리고 있다.

 

 “어머! 너무 잘 어울린다. 중요한 일 있으신가 보다.”

 “네.”

 “남자 친구 만나러 가시는구나?”

 “… 네. 비슷해요.”

 “그럼 이번에 새로 나온 신상인데요. 이것도 한번 써보세요.”

 

 민서가 거울을 보며 새로 나온 신상품 틴트를 입술에 발랐다. 평소 차분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화사한 느낌으로 변해있었다. 만족한 듯 거울을 바라보는 민서의 표정에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 * *

 

 공구용품 코너.

 나름 자살용품으로 적합한 공구들이 즐비하다. 다양한 공구가 들어 있는 공구통을 살펴보는 도필이 드라이버 하나를 들어 올렸다. 일자 드라이버의 끝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 * *

 전자담배 코너.

 직원이 미연에게 이것저것 액상을 권하고 있었다.

 

 “이 액상이 4미리거든요. 목으로 넘길 때 타격감이 끝내줍니다.”

 “제일 독한 거.”

 “더요? 이건 10미리 정도 되는 아이인데요. 너무 많이 넣으시면 위험합니다. 가끔 마비 증세를 호소하시는 분들도 있어서요.”

 “그걸로.”

 “…네? 성격이 화끈하시네요.”

 

 * * *

 애견용품 코너.

 한편, 연준은 애견용품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중 강아지 사료들을 살펴보는 연준, 안에 들어 있는 성분들을 유심히 확인했다.

 

 “기름기 많은 건 잘 안 맞던데… 이건 좀 별로네.”

 

 연준은 마치 자신이 먹을 걸 고르는 듯 신중하게 사료들을 살펴봤다.

 

 “오! 유기농 재료로 만들었네. 흐음… 이거 괜찮을 것 같은데…”

 

 그렇게 멤버들은 각자 자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 *

 

 경수가 카트를 끌고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갔다. 필요한 물품들을 모두 구매했으니 차가 세워진 옥상 주차장으로 가는 중이었다. 멤버들이 도착하기 전에 물건들을 차량에 넣어 놓을 생각이었다.

 그때 반대편 에스컬레이터에서 고등학생 무리들이 내려왔다. 예전에 경수가 찾아갔던 ‘자살명소’에서 만났던 고등학생들이었다. 경수에게 심한 모욕감을 안겨주었던 바로 그 고삐리들!

 경수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사이 안경을 쓴 고등학생이 경수를 발견하고는 옆에 있는 노랑머리 고등학생의 팔을 툭 쳤다.

 

 “야! 저기 봐.”

 “뭐? 왜?”

 “저 아저씨 그때 그 아저씨 아니야?”

 “누구?”

 “그때 붙이는 쥐약 사 온… 자살하려고 하던 띨빵한 아저씨.”

 “아~ 그 븅신! 맞는 것 같은데.”

 

 경수를 바라보는 노랑머리의 얼굴에서 사악한 미소가 피어났다. 노랑머리가 주변을 확인했지만 경수의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없었다.

 

 “쟤 혼자 온 것 같은데…”

 

 경수가 혼자라는 것을 알게 된 노랑머리가 뒤에 있는 친구들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야, 가자.”

 “어딜?”

 “저기… 반가운데 인사해야지.”

 

 고삐리들이 반대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경수의 뒤를 따라갔다. 그들의 얼굴에 재미있는 일을 하려는 듯 장난기 어린 미소가 피어났다.

 

 * * *

 

 - 드르륵.

 주차장에 도착한 경수가 키로 삼바버스의 문을 열었다. 짐을 실어 놓기 위해서 키는 이미 받아 놓은 상태였다. 뒤에 있는 작은 트렁크에 번개탄을 상자와 맥주를 실었다. 7명이 떠나는 여행이다 보니 그래도 제법 짐이 있었다. 혼자 짐을 옮겼지만 경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 짐들을 다 정리한 경수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자신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또 만나네.”

 

 경수가 바라보면 노랑머리의 고등학생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고삐리들. 곧이어 실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방가 방가. 크크크”

 “와! 안 죽었고 살아있네.”

 

 고삐리들이 씨익- 웃었다. 경수는 자살 명소에서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이씨, 저놈들을 또 만나네.’

 

 그들을 발견한 경수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 * *

 

 각자의 쇼핑이 끝나고 주차장으로 온 멤버들은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경악했다. 성질 급한 한석의 목소리가 맨 처음 울려 퍼졌다.

 

 “뭐야? 이 지랄 맞은 상황은?”

 

 삼바버스 문은 열려 있고, 차량 뒤에는 경수가 쓰러져 있었다. 청테이프로 온몸이 꽁꽁 묶인 채…

 

 “우웁… 웁우우.”

 

 입에 붙여진 청테이프 때문에 경수의 말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경수가 발버둥치자 한석과 도필이 다가가 청테이프를 뜯어주었다.

 - 쫘아악!

 

 “으악… 아후…”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저… 그게…”

 

 경수가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설마’하는 표정의 연준이 곧바로 운전석으로 들어가 차량안을 살펴보았다.

 미연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고 민서도 다급하게 트렁크로 뛰어가 없어진 물품들을 확인하고 멤버들을 향해 말했다.

 

 “다른 물품들은 그대로 있는 것 같아요. 맥주만 들고 간 것 같은데… 혹시 더 없어진 게 있어요?”

 

 콘솔 박스를 확인한 연준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이런 젠장.”

 

 연준의 옆으로 다가온 한석과 도필 그리고 경수가 콘솔 박스를 바라봤다.

 

 “왜?”

 “회비가 사라졌어요.”

 “뭐? 통장에 있던 거 아니야?”

 “그게… 어제 현금으로 전부 찾았어요. 필요할 것 같아서…”

 “제기랄! 재수가 없어도 하필….”

 

 갑자기 일어난 일 때문에 당황해하는 멤버들이 경수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경수는 모든 게 자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멤버들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멤버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고 싶을 뿐이었지만 경수는 그들의 눈빛에 주눅이 들었다.

 경수는 저 눈빛들을 알고 있었다.

 원망의 눈빛, 너 때문이라는…

 경수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답답한 민서가 질문을 던졌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게… 후우….”

 

 미안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경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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