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낚시의 주인아저씨가 밑밥을 개러 몇 번이나 들락날락 하고 있는 동안 예준은 방파제에 앉아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게 뒤죽박죽 되어버렸다. 법적으로 죄가 되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업계에서 완벽하게 퇴출된 것은 분명해 보였다. 물론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그림을 고가로 구입할 만한 여유도 없었고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을 반전시킬 힘도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들이 보낸 성원은 예준의 예술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비싼 그림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그들 내면의 욕망을 위한 것이었다.
“띠리링!”
스마트폰에서 작은 알람이 울렸다.
‘We've been watching your work for a long time.
And I am fully aware of the recent developments and I support your position.
I'd like to display your work in our gallery, if you don't mind.
If I have a chance, I'll sell it myself. I'll look forward to hearing from you.
From Charles Watson.‘
스마트폰을 든 예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예준은 몇 번이나 다시 메시지를 읽어 보았지만 내용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서울로 가기 위해 차에 올랐을 때 스마트폰에서 다시 알람이 울렸다. 재희의 메시지였다.
‘대성빌딩 레스토랑 최후의 만찬 철거하래요.’
갤러리로 향하는 동안 재희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재희의 스마트폰은 꺼져있었다. 예준은 이 모든 상황을 한 방에 뒤집을 엄청난 소식을 빨리 재희에게 들려주고 싶어 속도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