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0원입니다.”

　“손님?”

　“아! 예. 여기.”

　오랜 만에 캔버스를 사기 위해 수업을 마치고 화방으로 온 예준은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쳐다보았다. 이틀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댓글이 달리기 전의 암울한 상황에 비하면 훨씬 기분이 좋아졌고 몸도 한결 가벼웠다.

　아트페어 이전과 이후, 영상을 올리기로 마음먹었을 때와 공터에서 작품을 다시 들고 왔을 때, 그리고 지금. 예준은 자신의 감정이 정말 심하게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뭔가 원하는 게 이루어지지면 갑자기 밝아지기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띠리링!”

　캔버스를 들고 시내버스 정류소를 향해 가고 있을 때, 고대하던 알람이 울렸다. 예준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켰다. 두 번째 올린 영상 아래 댓글이 달려있었다.

　‘그림 정말 제가 가져도 되나요?’

　예준은 꿈에 그리던 첫 고객에게 글을 썼다.

　‘예, 물론이죠. 대신 홍보 많이 해 주세요.’

　버스에 올라 흐뭇한 표정으로 댓글을 반복해서 읽는 동안 다시 댓글이 달렸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 진짜 $5,000입니까?ㅎㅎ’

　예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댓글을 달았다.

　‘예,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가격이 자꾸 오를지도 모릅니다.ㅎㅎ’

　예준이 댓글을 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댓글이 달렸다. 고객이 실시간으로 예준의 댓글을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 그림 다른 사람한테 팔아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다른 분한테 선물을 하셔도 되고 판매하셔도 됩니다.’

　예준이 쓴 글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어! 예준아.”

　자신의 계획이 성공한 것을 확인한 예준은 곧바로 병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수야! 너 지난 번 그거 뭐지? 미키님 소원 들어주는 거?”

　“소원을 말해 봐?”

　“어? 그거 했어?”

　“아니? 왜?”

　“야! 그거 내가 좀 하면 안 돼?”

　“헐! 왜? 뭐 하려고? 변태 같은 건 안 되는데?”

　“야! 변태는 무슨 변태야. 필요한 게 있어서 그래. 내가 좀 하자.”

　“허허, 이거 비싼 건데?”

　“내가 성공해서 다 갚아 줄 거니까 걱정 말고. 알았지?”

　“그래, 알았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돼?”

　“소원?”

　“응!”

　“그냥 매니저한테 문자 보내면 돼. 매니저 전화번호 가르쳐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