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준은 갈색 종이로 단단히 포장 된 20호짜리 작품을 들고 공장지대가 들어설 공터 한 가운데 서 있었다. 곧고 길게 뻗은 아스팔트가 바둑판처럼 이어진 공터엔 아무도 없었다.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예준은 가져온 작품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두고 주변 풍경과 작품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제대로 찍혔는지 확인을 한 예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후 공터를 빠져나갔다.
‘로봇의 기원’
‘시흥대로 418번길 10블럭 8-4롯트.’
‘$1,000’
작업실로 돌아온 예준은 스케치북에 매직으로 쓴 글을 벽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공장지대에서 찍은 동영상과 함께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올린 후 생각해 둔 키워드를 순서대로 입력했다.
‘로봇의 기원, 로봇, 기원, 보물찾기, 보물, 명화, 현대미술’
입력한 키워드 중 ‘로봇의 기원’으로 검색을 하자 조금 전에 자신이 업로드 한 동영상이 나타났다. 미키의 방송에 비하면 너무나 볼품없었지만 자신이 올린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검색되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자신이 올린 동영상을 몇 차례 반복해서 보던 예준은 조회 수에 2라고 적힌 숫자를 보았다. 벌써 다른 사람이 동영상을 본 건가 하는 생각에 흥분이 되었다. 하지만 이내 본인이 동영상을 눌러서 조회 수가 올라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에 출근해야 할 시간이 다가 오자 예준은 주변에 있던 필기구들을 대강 정리하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작업실 벽에는 아트페어에서 가져 온 작품들이 예전처럼 제자리에 잘 정리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동안 예준은 스마트폰을 들고 출입구 앞에 서 있었다. 혹시라도 원장이 올라올까 싶어 긴장하며 유튜브를 실행했다. 아직도 조회 수는 2명이었다. 예준은 업로드한 동영상의 수정버튼을 누르고 키워드를 몇 개 더 추가했다.
‘로봇의 기원, 로봇, 기원, 보물찾기, 보물, 명화, 현대미술, 공짜, 무료, modern art, contemporary art, pop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