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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1. 키퍼 소롤의 이야기 (3)
작성일 : 16-10-11 22:03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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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환은 1인칭 주인공시점이고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에 맞춰서 내용이 진행된다. 가장 변수가 심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배경에 대한 묘사의 경중을 파악하기는 쉽다. 귀환은 배경에 대한 묘사가 진득하면 진득할수록 본래 하려던 이야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느낌을 준다. 그것이 알려주는 것은 아직 그 시점에서는 이야기가 바뀌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귀환이라는 이야기가 진행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 그것은 주인공의 사망이다. 주인공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 진실을 알아내야 이야기가 진행된다. 주인공이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는 순간, 그 시점부터는 이야기가 절대 바뀌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강제종료의 스위치는 그 이전에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 이전에 있으면서 배경으로 자세하게 묘사된 곳이라.

 

 1인칭 주인공시점의 장점은 주인공이 없는 다른 곳에서는 변수가 없이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캐릭터들은 이야기에 변수를 줄 수 있는 행동들을 하지 않고 본래 주어진 임무에만 충실할 것이다.

 

 주인공이 깊게 관여되지 않은 장소이면서 배경으로 묘사된 적이 있는 곳. 귀환에서 그럴만한 곳은 딱 한 곳 있었다.

 

 “팬텀이다.”

 

 팬텀 본사는 구체적으로 묘사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크리스가 문만 훑어보고 지나간 장소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크리스의 직위에서는 드나들 수 없는 장소로 묘사된 곳이었다. 팬텀의 대표가 머무는 장소, 브로커들이 가져온 의뢰를 직접 수행하는 실무진들이 모이는 장소. 그 두 곳은 크리스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장소는 확실하게 좁혀졌는데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팬텀에 어떻게 들어가지?”

 

 지금 나는 소설 귀환의 모브캐로 들어와 있다.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이 팬텀에 어떻게 잠입할 수 있을까.

 

 강제종료 스위치의 행방을 알아도 앞길이 막막했다. 강제로 회사를 뚫고 들어갈 능력은 없고, 마구잡이로 움직였다가 잘못하면 귀환의 스토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다.

 

 내 명작에 침을 뱉을 순 없다. 그것만은 절대로 안 된다.

 

 자연스럽게 팬텀 내부로 침입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자연스러운 방법은 팬텀에 취직하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팬텀은 사람들을 뽑을 때도 무척이나 까다로울 텐데.

 

 위장취업을 해서 강제종료를 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사이에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망가져버리고 이 이야기 속에 독자와 나 모두 갇혀버릴 수도 있다.

 

 “아… 그냥 다 포기하고 나가고 싶다.”

 

 한번 해결을 위해 들어온 이상 후퇴할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이것은 키퍼의 룰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 부담이 높은 3D 직업임이 분명했다. 독자들의 더러운 취향들을 다 보면서 수습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꼬여있는 상황에서는 머리가 쪼개질 정도로 어렵고,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니 이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었다.

 

 들어와 버린 이상 나갈 수는 없고 어떻게든 해결한 후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주인공을 만나 이야기를 바로 잡는 편이 더 빠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생각대로라면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스위치의 위치가 있을만한 장소를 생각하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한 거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주인공을 만나봐야 해결되는 것이 없을 것 같아 강제종료라는 복잡한 방법을 선택한 것인데, 그 강제종료를 하는 것이 위험부담이 더 클 것 같다. 한참 생각을 한 끝에 나온 결론이 주인공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허무할 수는 없었다.

 

 주인공답지 않은 독자가 빙의한 크리스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 꺼림직 하기도 했다. 내가 아는 크리스는 지금 이 세계에 없는데. 차라리 살인마에 빙의한 크리스를 만나는 것이 속 편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경우는 적어도 복수에 눈이 멀어서 미쳐버린 주인공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귀환을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 처음으로 돌아가야 했다.

 

 1. 독자가 빙의된 상태인 크리스를 만난다.

 2. 크리스가 다시 복수를 꿈꿀 수 있게 입을 털어야 한다.

 3. 이도저도 안되면 크리스의 도움을 받아서 팬텀에 잠입이라도 해야 한다.

 

 말이 쉽지 모두 어려운 것이었다. 내 정체가 키퍼라는 것을 크리스에게 밝힐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벽이었다. 사실 내 정체를 밝히기만 한다면 독자도 정신을 차리겠지. 상황을 설명한다면 적극적으로 마음을 바꿔먹을 것이다.

 

 하지만 키퍼의 룰 때문에 정체를 밝힐 수 없다. 내가 정체를 밝히는 순간 이 이야기는 엉망이 되어버릴 것이 불 보듯 훤했다. 키퍼임을 밝히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키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고 주인공이라는 존재 자체도 키퍼로 변형되게 된다. 그러면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의 작품에 거대한 엿을 투척하게 된다.

 

 “아이고 죽겠네.”

 

 누군가가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다. 조언을 구하고 싶다. 하지만 한 작품에는 한 명의 키퍼만이 들어올 수 있다. 이것 또한 키퍼의 룰이다. 협력을 한다면 쉬운 일인데 무슨 룰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나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키퍼의 길을 택했을까? 이렇게 제약이 많고 불리한 직종에 말이다.

 

 땅을 파며 신세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복구되지 않은 멘탈을 애써 달래며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 내가 고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순간에도 크리스가 된 독자는 이야기를 변형시키고 있을 것이다. 계속 방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아진다.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서 그나마 수습할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다행이었다.

 

 크리스의 모든 조건이 다 마음에 들어서 자뻑모드에 들어간 독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여전히 집에서 나오지 않고 본인 감상을 하고 있을까, 그게 아니면 또 다른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을까?

 

 나는 부지런히 크리스의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떻게 하면 크리스의 집에 들어가서 그와 접촉할 수 있을지는 후의 문제였다. 지금 당장은 크리스를 만날 확률이 높은 곳으로 움직여야 했다.

 

 “… 아 씨발 저게 뭐야.”

 

 욕은 안 하려고 했는데. 그렇지만 번화가의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보게 된 어떤 화면은 절로 욕을 하게 만들었다.

 

 전광판에 무척이나 익숙한 사람이 보이고 있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남자」

 

 문구 자체가 이 소설과 어울리지 않아서 더 이질감이 크게 느껴졌다. 좋은 조건을 가진 자의 몸에 회귀해서 복수를 꿈꿔야 할 자는 지금 연예인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꽃다발을 안고 환한 미소를 띤 채 온갖 낯간지러운 포즈를 다 취하는 행색을 보자니 멘탈이 산산조각 날 것 같다.

 

 이 소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고민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데 이야기는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모브캐인 나는 이 극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있었다. 대신 1인칭 주인공인 독자는 미친 듯이 폭주하며 이야기를 엉망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 소설 속에 갇혀버릴지도 모른다. 엉망으로 마무리 된 3류소설에 말이다.

 

 연예인이 된 크리스는 어떤 식으로 만나야 하나. 집으로 가 봐야 소용없으려나?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 또한 소설 속 한 명의 인물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그 때였다. 전광판에 희망적인 문구가 떠올랐다.

 

 「크리스 팬사인회. 9월 15일 오후 6시. 지금 나의 모습이 나오는 곳에서」

 

 아, 이제 알겠다. 연예인을 꿈꾸고 있지만 정식으로 데뷔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문구를 확인하고 건물의 위치를 확인하니 여기가 어딘지 확실하게 감이 잡힌다. 크리스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전광판이 있는 건물은 크리스의 아버님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였다. 부모의 도움으로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구나.

 

 더 막 나가기 전에 막아야 할 것 같다. 독자는 이미 귀환이라는 소설의 주된 이야기를 놓은 지 오래였다. 대신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어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행복을 누리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오늘이 며칠이지?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핸드폰이 잡혔다. 모브캐에게도 핸드폰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나보다.

 

 “9월 15일. 오늘이네.”

 

 더 지체할 것도 없이 오늘이었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마침 건물 근처에 있었다. 팬인 척 하면서 크리스의 곁에 접근해서 이야기를 바꿔가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복수라는 감정을 느끼게 될까? 이미 팬텀이라는 기업 자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것 같은 크리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팬텀에 대한 반감이 되살아날까?

 

 ‘팬텀에 있는 윌이라고 알지? 걔가 전광판에 떠 있는 널 보더니 비웃고 갔어.’

 

 이건 너무 유치한 것 같은데. 이런 것에 꿈틀할 독자였다면 지금쯤 참지 못하고 칼을 휘두르며 살인소설을 쓰고 있겠지.

 

 ‘팬텀의 일은 모두 잊었나?’

 

 사실 본래의 주인공에게 한다면 가장 먹힐만한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크리스는 독자가 들어가 있다. 이런 크리스에게 저런 말을 백 번 천 번 해봐야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을 것 같다.

 

 ‘당신의 데뷔를 방해하는 게 누군지 알고 있습니까? 그 배후에는 팬텀이 있습니다.’

 

 오, 이건 좀 괜찮을 것도 같은데? 이 말이 신빙성이 있으려면 부연설명이 있어야겠지?

 

 ‘팬텀은 당신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그들을 먼저 제거하지 않으면 새로 태어난 당신은 또 다시 위험에 처하게 되겠지요. 두 번 죽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하면 팬텀에 대한 적대감이 생기면서 당하기 전에 팬텀을 먼저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물론 다 가정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지금 생각했던 것들 중에서는 가장 효과적일 것 같다.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크리스가 된 독자가 생각을 달리 먹게 하는 것이 목표이니 어떤 것이든 해봐야 했다.

 

 좋아, 제대로 해 보자.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해서 대응해야 할 말들을 머릿속에 정리했다. 비교적 몸으로 움직이는 일이 많았던 전례들에 비해 이번에는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 더 많았다. 골이 지끈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케이스는 내가 지금까지 맡아왔던 임무 중 가장 고되고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크리스를 만날 시간이 가까워져온다. 그럴수록 마음은 침착해졌다. 여러 가지 대응 매뉴얼을 머릿속에 외고 또 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절대로 설득하겠다. 설득하지 못한다면 도움이라도 청하겠다. 어떻게든 팬텀과 얽히게 만들겠다.

 

 이것이 목표였다. 팬텀과 얽힌 크리스의 곁에서 맴돌게 된다면 나 또한 팬텀과 접촉하게 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위장취업도 헛된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 생각보다 사람이 많은데. 자 어서들 준비하자고.”

 “도련님은 왜 갑자기 연예인은 하겠다고 호들갑인지.”

 

 내부에서 구시렁대며 사인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제 곧 크리스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의 말처럼 주변에 크리스를 보고자 온 여자들이 많이 보였다. 얼굴 값 제대로 하는 주인공이다.

 

 “자, 어서 줄 서세요 줄!”

 

 진행위원들이 시키는 대로 줄을 서고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시간을 허비했다. 약속된 6시가 되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녀들의 고함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모두의 시선이 향해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토록 기다리던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크리스입니다.”

 

 안녕 못하다 이놈아. 나는 이를 부득 갈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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