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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마검엽전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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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에 지옥이 구현되고 마의 군주가 현신하면 그누구도 그를 막지 못하리라!
이는 태초 이전에 맺어진 혼돈의 맹약, 육신에 머문 자나 육신을 벗은 자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구속의 약속일지니……
주검과 피, 그리고 살기가 강물처럼 흐르는 전장에서 본연의 힘을 되찾게 되는 신마기!
신마기의 주인은 전장을 거칠 때마다 마기와 마성이 점점 더 강해져 종국에는
그 자체를 마(魔)가 된다…….
제어되지 않는 신마기…
이는 곧 혼돈의 저주, 겁화의 재앙이다!

 
제 7 화
작성일 : 16-07-12 14:04     조회 : 612     추천 : 0     분량 : 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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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제3장

 

 

 

 호남성(湖南省) 상음(湘陰).

 동정호의 동남부에 자리 잡고 있어 장강을 타고 내려와 호남성의 남쪽으로 내려가는 인마와, 남부에서 올라와 장강을 타고 북으로 가려는 인마들로 인해 고대부터 번성해 온 도시이다.

 

 장맛비라도 맞은 것일까. 식은땀에 푹 젖은 검엽의 몸이 꿈틀거렸다.

 그 기척을 느낀 진애명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던 수건으로 검엽의 젖은 이마를 닦아주었다.

 익숙한 손길이었다.

 석 달에 가까운 행로를 검엽과 같이하며 그에게 깊은 정이 든 그녀였다.

 그녀가 몸을 담고 있는 문파는 구성원이 모두 여인인 문파였다. 그러나 한이 많은 여인들로 이루어진 그런 문파는 아니었다.

 전승되는 무공의 특성이 여인이 아니면 대성할 수 없어 절로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혼인에 대한 제약도 몇 가지 없었다.

 혼인을 하고 싶은 여인은 언제든지 그것이 가능했다.

 단, 가족에게 문파에 대한 언급은 금지였고, 남편이나 아들에게 문파의 무공을 전하는 것도 금지였다.

 혼인한 제자의 딸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문파의 제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문파에는 혼인을 하지 않은 여인이 구 할을 넘었다.

 그녀의 문파에 몸을 담고 있는 여인들은 무공에 삶을 건, 그런 여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진애명도 그런 여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나이도 적지 않았다.

 외모로는 많게 보아야 삼십 전후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녀는 불혹을 넘어 오십에 가까운 나이였다.

 세월조차 그녀의 두텁고 깊은 내공으로 이루어진 육신의 완전함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나 외적으로 보이는 것과는 무관하게 거부할 수 없었던 자연의 섭리, 나이 때문일까.

 그녀는 검엽에게 혈족의 후예와 같은 정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그런 감정에는 그녀가 검엽의 부친과 여은향 사이에 있었던 젊은 시절의 일을 알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지만.

 검엽의 눈꺼풀이 힘겹게 위로 올라가며 흑백이 뚜렷한, 하지만 초점이 모호한 눈이 드러났다.

 “또 악몽을 꾸었느냐?”

 검엽은 상체를 일으켰다.

 “…….”

 검엽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와 같은 반응이었다.

 진애명은 속으로 길게 탄식했다.

 ‘그날 이 아이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을 것인데… 대체 신화곡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 작은 아이가 수면에 들기만 하면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도둑처럼 악몽이 찾아온단 말인가. 사나흘에 한 번 간신히 드는 수면조차 이리 편하지 않으니…….’

 등을 벽에 기대고 말없이 앉아 있는 검엽의 전신에서는 깊은 허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열한 살의 아이가 풍길 분위기는 절대로 아닌 터라 진애명은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못했다.

 여은향의 지시를 받고 석 달을 한결같이 옆에서 보아왔음에도 그녀는 검엽의 분위기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한창 놀기를 좋아할 나이의 아이가, 석 달 동안 마차와 객잔 외에는 한 번도 밖을 나가지 않았다.

 신화곡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면서도, 외부에 대한 아주 작은 호기심도 읽을 수 없었다.

 평범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살아온 그녀조차 검엽과 같은 아이는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따가닥 따가닥!

 덜컹덜컹!

 쉬지 않고 이어지는 말발굽 소리와 전신에 느껴지는 규칙적인 작은 진동.

 검엽은 마차에 타고 있었다.

 네 필의 말이 끄는 마차는 상당히 큰 편이었고, 내부에는 침상 두 개도 마련되어 있었다. 긴 여행을 위한 것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마차였다.

 정가장을 떠날 때 정철림이 마련해 준 마차였다.

 그들이 정가장을 떠날 때는 오월 중순이었는데, 계절은 벌써 여름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두터운 마차의 주렴 사이로 들어오는 풍광을 일별한 진애명의 눈에 진한 아쉬움의 빛이 떠올랐다.

 바닥이 잘 다져진, 폭이 십 장에 달하는 대로.

 양편에 끝없이 늘어서서 푸름을 자랑하는 아름드리 거목들.

 대로를 가득 채운 채 바쁘게 오가며 온갖 소란스런 소리를 내고 있는 수많은 마차와 사람들.

 낯익은 풍광이었다.

 석 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린 여행의 종착지, 상음현 외곽의 비류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척천산장(拓天山莊)이 지척이었다.

 수문위사 동위량은 눈을 깜박거렸다. 그의 눈빛은 흥미진진한 경극이라도 보는 듯했다.

 그의 뒤로 폭 이 장, 높이 일 장 오 척에 달하는 거대한 척천산장의 정문이 버티고 있었다.

 방금 전, 잡털 하나 보이지 않는 네 필의 흑마가 끄는 커다란 사두마차 한 대가 산장의 정문 앞에 섰다.

 그리고 마차의 문을 열고 백의 궁장에 눈 아래를 면사로 가린 한 명의 여인과, 사낸지 계집인지 구분을 하기 어려운 십여 세의 어린아이가 내렸다.

 그들은 그를 향해 똑바로 다가왔다.

 그때부터 동위량의 시선은 여인에게 못 박히듯 꽂혀 버렸다.

 시체처럼 창백하게 질린 채 얼굴을 있는 대로 찌푸린 아이의 미모도 깜짝 놀랄 정도였지만, 동행한 여인 때문에 그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면사로 가려진 아랫부분을 볼 수 없어 윗부분만으로 추측해야 했음에도, 그는 여인이 평생 본 적이 드문 절세의 미인이라는 데 전 재산을 걸 자신이 있었다.

 고래로 미인을 돌처럼 보는 사내는 드문 법. 더구나 백의 궁장에 가려진 여인의 늘씬하면서도 굴곡진 몸매는 숨을 쉬기도 힘들 만큼 매혹적이었다.

 그래서 백의 궁장 여인이 그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켜야 했다.

 여인의 기세가 범상치 않다는 걸 자각하지 않았다면 그의 시선은 좀 더 노골적이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여인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기세가 그를 자중하게 만들었다.

 노인과 여인, 그리고 아이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무림에 몸담고 있는 자들에게 변하지 않는 진실이 아니던가.

 면사로 가려진 진애명의 얼굴에 고소가 떠올랐다.

 산장의 정문 좌우에 검을 찬 채 서 있는 두 명의 위사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내들의 시선이라면 만성이 된 그녀였다.

 그들은 그녀를 자신들과 비슷한 연배로 보았을 터이다. 하지만 실제는 너무나 다르다.

 그녀가 혼인했다면 그들은 그녀의 자식뻘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을 탓할 수만도 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절세적인(?) 미모와 몸매가 세월과 상관없이 유지되었기 때문이니까.

 그녀가 내심 묘한 쓴웃음을 짓고 있을 때 동위량이 잔뜩 무게를 잡은 음성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본 산장을 찾으셨습니까?”

 “산장에 머물고 계시는 이천릉 노사를 뵈러 왔어요.”

 조금 차갑게 느껴지는 어투였지만 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음성.

 진애명의 미모와 음성에 반쯤 넋이 나가 있던 동위량은 찬물을 한 바가지 뒤집어쓴 얼굴이 되었다. 멍하게 풀려 있던 눈빛도 강해졌다.

 그는 의혹에 찬 눈으로 여인을 보았다.

 조금 멍청해 보이던 동위량이 한순간에 자세 잡힌 무인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느낀 진애명은, 강호상에 전해지고 있는 척천산장의 명성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위량은 어리둥절함과 긴장이 뒤섞인 얼굴로 물었다.

 “여협께서 말씀하시는 분이 섬전수(閃電手) 이천릉(李天凌) 대협이시라면 잘못 찾아오셨습니다. 그분의 종적이 강호 도상에서 사라진 지 벌써 십여 년인데 저희 산장에 계실 리 있겠습니까.”

 정중한 어조였다.

 외모도 범상치 않은데다가 팔절(八絶)의 일인인 수절(手絶) 섬전수 이천릉을 찾는 여인이다. 어찌 함부로 대할 수 있을까.

 동위량의 말을 들은 진애명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품에서 황지에 싸인 봉서 한 장을 꺼내어 동위량에게 건네주었을 뿐이다.

 그녀는 봉서와 자신을 번갈아 보는 동위량에게 말했다.

 “이 노사가 번거로운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이것을 전해 받고도 그가 자신을 이곳에 없다 말하라고 한다면 두말하지 않고 가겠어요. 그러니 이 봉서를 이 노사에게 전해주세요.”

 동위량은 갈등에 휩싸인 표정이었다.

 그는 이천릉이 산장에 머물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지 못했다.

 이천릉과 같은 거물이 산장에 머무는 것을 알고 있기에는 그의 신분이 너무 낮았다. 그는 성실한 수문위사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그가 속한 척천산장은 이천릉이라는 거물이 머물러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단체다.

 만약 이천릉이 산장 안에 머물고 있고, 여인과 이천릉의 관계가 상당한 것이라면, 이 여인을 그냥 보내고 난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가 말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잠시 이곳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안에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진애명이 고개를 끄덕이자 동위량은 날듯이 산장 안으로 달려들어 갔다.

 그리고 동위량이 머리가 반백인 초로의 사내와 함께 구르듯이 다시 달려나온 것은 일각 정도가 지나서였다.

 평범한 외모지만 눈빛이 날카로운 초로의 사내는 자신을 척천산장의 접객청주 오상이라고 소개한 후 진애명과 검엽을 안으로 안내했다.

 

 척천산장의 후원.

 인재를 아끼고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는 당대의 척천산장주 일검척천(一劒拓天) 소진악(蘇震岳)이 자신의 산장에 머물고 싶어하는 기인이사들을 위해 만든 와호당(臥虎堂)은 그곳에 있었다.

 이천릉은 수세미처럼 헝클어진 백발을 긁적였다.

 활짝 열어놓은 방문을 통해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한여름의 바람은 시원하기는커녕 덥기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머리에 끈적끈적한 땀이 솟는 기분이었다.

 다섯 자가 조금 넘는 단신에 목을 넘어 흘러내린 백발은 정돈이 되어 있지 않았고, 눈썹은 쥐가 파먹은 것처럼 듬성듬성했다.

 진물이 흘러내리는 눈에, 걸치고 있는 것은 다 낡은 회의 장삼.

 겉모습만을 보면 그가 당대 무림 최정상을 달리는 절정의 고수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그는 검엽과 다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는데, 진물이 가득한 그의 눈은 검엽의 눈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가 툭 던지듯 물었다.

 “검엽이라고?”

 “예, 어르신. 고검엽이라고 합니다.”

 “말투가 왜 그러냐?”

 이천릉의 어조에 깃든 것은 못마땅한 기색.

 검엽의 눈처럼 흰 뺨이 사과처럼 붉어졌다.

 신화곡에서만 자란 그는 자신의 말투가 어떤지를 자각하지 못했다. 그것을 자각한 것은 정가장에 있을 때였다.

 정철림이 그의 어투가 나이답지 않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도 자신의 말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애는 애다워야지. 생긴 건 계집아이 뺨치게 생긴 놈이 말투는 다 늙은 노인네 같으니…….”

 이천릉의 투덜거림은 잠시간 계속되었다.

 하지만 말투와는 달리, 검엽을 보는 그의 시선에는 부드럽고 따스한 온기가 실려 있었다. 그렇다고 말투가 변하는 건 아니었다.

 “그녀도 참, 제 몸 건사도 제대로 못하는 내게 앞도 보지 못하는 애를 맡기면 어쩌라는 거야. 젖은 떼었을 나이인 게 그나마 다행은 다행이지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그가 물었다.

 “이놈아, 그녀는 네가 약관이 될 때까지 맡아달라는 말 외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녀가 내게 무엇을 바랐는지 넌 아는 게 있느냐?”

 검엽이 알 리가 없었다. 산장의 정문에서 진애명이 이천릉을 언급하기 전에는 이천릉이라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그다.

 “불편 없이 머물도록 해줄 거라는 말씀은 있으셨지만 그 외에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습니다, 어르신.”

 “노야라고 불러라.”

 이천릉은 심드렁한 어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쭈글쭈글한 얼굴에는 멋쩍어하는 기색이 가득했고, 눈에는 기뻐하는 빛이 떠올라 있었다.

 “예?”

 어리둥절한 얼굴로 검엽이 되묻자 이천릉은 헛기침을 했다.

 “험험, 녀석아. 앞으로 십여 년을 함께 지내야 할 텐데 계속 날 어르신이라고 부를 거냐? 듣는 내가 불편해서 그건 사양이다. 노야라고 불러!”

 “알겠습니다, 노야.”

 검엽은 이천릉의 요구를 순순히 따랐다.

 호칭이야 아무러면 어떠랴. 자신의 몸에 와 닿는 이천릉의 시선에 담긴 온기가 그의 텅 빈 가슴을 이처럼 부드럽게 감싸주는데.

 진애명은 와호당에 들어와 이천릉에게 검엽을 넘겨준 후, 인연이 닿는다면 후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말 한마디만을 남기고 바람처럼 떠났다.

 다섯 달이 넘는 동안 이어졌던 여은향과의 인연이 후일을 기약하며 그렇게 끊어진 것이다.

 이제 그의 앞에는 어딘지 괴팍하게 느껴지는 이천릉이 있을 뿐이다.

 검엽이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이천릉도 듬성듬성한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놈을 내게 보낸 거지? 평생 혼자 산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는 그녀도 생각하지 않았을 텐데……. 무공을 가르치라는 뜻인가? 하지만 그럴 거면 그녀가 직접 가르쳤겠지. 팔절의 일인이라는 내 명성이나 무공이야 그녀에게는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보다 못한 것인데…….’

 사십 대 중반의 전성기에 있던 그를 단 삼 초 만에 패대기쳐진 개구리 꼴로 만들었던 사람이 그녀이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열여섯. 삼십 년이 지난 지금의 그녀는 아마 자신을 일 초에 쓰러뜨릴 수 있을 터이다.

 ‘흠, 혹시 다 늙어 죽을 날만 기다리는 내 시봉을 들라고 녀석을 보낸 건 아닐까?’

 이천릉은 피식 웃었다. 그녀에게 그런 배려를 기대하는 건 망상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도 보지 못하는 녀석을 그런 뜻으로 보냈을 리는 없고……. 에라, 모르겠다. 말하는 거나 몸가짐으로 보면 막돼먹은 집안에서 자란 놈도 아닌 것 같고, 맹인이라는 게 걸리지만 근골도 꽤 쓸 만하니 이것저것 가르치는 재미도 있을 것 같고… 그냥 함께 살면 되지. 내가 언제 이런 거 저런 거 생각하며 살았나.’

 그가 내키는 대로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때 검엽도 나름대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고모님은 왜 이런 곳에 나를 보내셨을까. 부작용에 대해 말씀을 드릴 것을 그랬구나. 정말 힘드네.’

 검엽은 내색을 하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의 안색은 푸른빛이 비칠 만큼 창백했다.

 그러나 이천릉은 검엽의 기색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를 만나기 전부터 검엽의 안색은 하얗게 질려 있었던 데다가, 피부가 너무 하얀 탓에 안색의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검엽의 안색에서 푸른 기가 어느 정도나마 가신 것은, 그가 와호당에 오고 난 후였다.

 정문에서 와호당까지 오는 동안 그는 말 그대로 시체처럼 창백했고, 걷는 것도 힘들어했다.

 오죽하면 진애명이 걱정으로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억지로 옮겨 떠나야 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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