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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마검엽전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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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에 지옥이 구현되고 마의 군주가 현신하면 그누구도 그를 막지 못하리라!
이는 태초 이전에 맺어진 혼돈의 맹약, 육신에 머문 자나 육신을 벗은 자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구속의 약속일지니……
주검과 피, 그리고 살기가 강물처럼 흐르는 전장에서 본연의 힘을 되찾게 되는 신마기!
신마기의 주인은 전장을 거칠 때마다 마기와 마성이 점점 더 강해져 종국에는
그 자체를 마(魔)가 된다…….
제어되지 않는 신마기…
이는 곧 혼돈의 저주, 겁화의 재앙이다!

 
제 5 화
작성일 : 16-07-12 14:03     조회 : 646     추천 : 0     분량 : 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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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은향은 맞은편에 그림처럼 앉아 있는 검엽을 유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헐레벌떡 달려온 시녀가 전해준 소식에 기절할 듯 기뻐하는 정철림의 옆에서, 검엽은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지난밤 들어가 자라는 정철림의 말을 듣지 않고 함께 날을 새워서인지, 눈가에 피곤이 드리워져 있는 게 보였다.

 칠형제의 막내로 사내들 속에서만 큰 정철림에게, 딸을 얻은 기쁨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근 이십 년래 감정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는 여은향도 지금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친딸처럼 아끼는 막내 제자가 아이를 낳았다.

 사손(師孫)이었고, 그녀는 할머니가 되었다.

 검엽의 초점이 흐릿한 눈이 물기를 머금고 가슴을 파고드는 느낌이어서, 여은향은 기쁜 가운데서도 가슴이 아팠다.

 자신은 가족이 늘었다. 하지만 검엽은 가문의 모든 혈족을 잃은 지 이제 겨우 두 달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여은향의 시선이 정철림을 향했다.

 그는 벌떡 일어서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양손을 부여잡고 있었다.

 당황과 기쁨, 그리고 강한 책임감이 복잡하게 뒤얽힌 표정. 첫아이를 낳은 평범한 가장들에게서 한결같이 볼 수 있는 모습을 정철림도 보여주고 있었다.

 여은향은 온화하게 웃었다.

 “축하하네, 장주.”

 그녀는 정철림을 장주(莊主)라고 불렀다. 정가장의 주인이자 한 집안의 가장인 정철림에 대한 그녀 나름의 대접이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정철림은 헤벌쭉 웃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여은향의 입가에 드리워진 웃음이 짙어졌다.

 정철림은 농담을 좋아하고 대범했다. 그리고 소탈하고 호탕한 사내였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바보처럼 보일 만큼 정신없는 모습은 보여준 적이 없는 사내인데, 지금은 반쯤 정신을 놓은 사람 같았다.

 그만큼 기쁨이 큰 것이다.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전혀 자각하지 못한 채, 정철림이 말을 이었다.

 “어머님께서 기뻐하시는 게 저는 더 기쁩니다.”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대부분의 사내에게 있어 아들을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하지만 정철림은 진심으로 딸을 바랐다.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온 아쉬움 때문이기도 했고, 여은향이 딸을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여은향이 어떤 문파에 속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옥빈과 여은향이 사제지간이라는 것만 알 뿐이었다.

 사실 그로 족했다.

 그는 이옥빈과 혼인을 한 것이지 그녀의 문파와 혼인을 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고 그가 이옥빈의 사문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해결될 수 없는 것이었다. 여은향이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이옥빈 또한 정철림의 어떤 꼬드김에도 절대로 입을 열지 않았고.

 혼인 초와는 달리, 지금의 정철림은 이옥빈의 사문에 대한 의혹을 마음속에서 완전히 지운 상태였다.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는데다가, 중요한 것은 이옥빈이지 그녀의 사문이 아닌 터라 아예 속 시원하게 잊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옥빈의 사문이 여자들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과 그 때문에 여은향이 아이가 여자이기를 바란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는 털털하긴 해도 아주 눈치가 없는 사내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옥빈은 모두의 진심 어린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존재, 딸을 낳았다.

 그의 기쁨은 정말 컸다.

 “매형, 축하드려요.”

 검엽이 일어나며 말하자, 정철림은 대뜸 검엽을 꽉 끌어안으며 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축하받을 만하지. 고맙다, 고마워. 으하하하!”

 말의 처음과 끝이 웃음이다.

 검엽도 정철림의 웃음에 감염된 듯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언제나처럼 소리가 나지 않는 웃음이었지만 미소의 여운이 길었다.

 여은향이 물었다.

 “아이의 이름은 지었는가?”

 “어머님께서 지어주실 거라 믿고 안 지었습니다!”

 정철림의 대답은 천연덕스러웠다.

 여은향은 빙긋 웃었다.

 생각해 둔 이름이 있기에, 그녀의 마음을 읽은 듯한 정철림의 대답이 기꺼웠다.

 “사내아이의 이름도 지었는데 이제는 필요 없겠고, 사란(思蘭)이라는 이름인데, 마음에 드는가?”

 정철림은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思) 란(蘭). 항상 난을 생각한다는 이름.

 난(蘭)은 고래로 사군자 중의 하나이고 충성심과 절개, 고결함을 상징해 왔다.

 여아의 이름으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정철림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좋은 이름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여은향과 정철림, 검엽은 이옥빈의 방이 정리되었다는 시녀의 전언에 바로 일어섰다.

 열린 창을 통해서 오월의 아침 바람이 햇살과 함께 넘나드는 이옥빈의 방은 상쾌했다.

 힘들었을 지난밤의 흔적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시녀들의 정성이 손에 잡힐 듯했다.

 보석처럼 부서지는 햇살을 받으며 창가의 침상에 이옥빈과 아기가 누워 있었다.

 아기는 눈을 감은 채, 고사리 같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이옥빈의 품에 안겨 있었다.

 품에 아기를 안고 상체를 세우려는 이옥빈을 정철림과 여은향이 만류했다.

 정철림은 이옥빈의 손을 잡았다.

 “고생했소, 빈 매.”

 “…….”

 이옥빈의 눈가에 물기가 번졌다. 그런 그녀에게 여은향이 말했다.

 “그대로 있거라. 산모는 무리해서는 안 된단다.”

 “예, 사부님.”

 이옥빈의 두 뺨이 사과처럼 붉게 변했다. 간밤의 고생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듯했다.

 이옥빈의 손을 놓은 정철림은, 비단 강보에 싸여 그녀의 품에 안긴 아기를 보며 손을 뻗었다 거두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기괴한 몸짓이어서 여은향이 물었다.

 “자네 왜 그러나?”

 “너무 작아서… 어디를 잡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훗!”

 여은향과 이옥빈은 동시에 웃었다.

 아기는 건강했고, 금방 태어났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통통했다.

 갓 태어난 아기들이 보이는 푸른 기색도 없이 뽀얀 피부여서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육 척이 넘는 키에 이백 근에 육박하는 거구의 정철림에 비하면 정말 작았다.

 여은향이 웃으며 말했다.

 “아기는 백 일이 될 때까지는 물거품이나 다름없네. 자네처럼 덜렁거리는 사람은 안는 것도 조심해야 하네. 행여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큰일이 아니겠는가.”

 “그, 그렇겠죠.”

 그녀의 말에 정철림은 시무룩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여은향의 말처럼 자신의 성격이 덜렁대는 것도 맞았고, 가끔 이옥빈을 도와 집안일을 하다가 물건을 떨어뜨려 망가뜨리는 것도 맞았다.

 지금까지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아이가 될지도 몰랐다. 그럼 정말 큰일이 아닌가.

 “호호호호!”

 이옥빈은 정철림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어떤 아비가 자기 아이를 안다가 떨어뜨릴까. 여은향의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정철림의 어수룩한 모습이, 그녀의 눈에는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솔직하고 털털하면서 어수룩한 저 모습에 반해 그와 혼인까지 한 그녀였다.

 검엽의 태도가 이상함을 제일 먼저 느낀 사람은 여은향이었다.

 지난밤을 함께 새우고서도 반듯한 자세를 유지하던 검엽이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음미라도 하는 듯 기묘한 표정으로.

 “엽아, 무슨 일이냐?”

 여은향의 물음에 검엽이 눈을 떴다.

 초점이 흐트러진 그 눈에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부딪치며 별빛과도 같은 빛이 일었다.

 “향기가… 있어요.”

 뜬금없는 말이어서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시녀들이 방을 정리하며 이옥빈이 좋아하는 들꽃으로 방을 장식하긴 했지만, 검엽이 말한 향기가 그 들꽃의 향기가 아님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었다.

 여은향이 다시 물었다.

 “무슨 말이더냐?”

 검엽의 손이 들리더니 이옥빈이 안고 있는 아기에게 향했다.

 아기에게 닿지는 않았지만 그 손길은 아기의 주변을 어루만지듯 움직였다.

 “아기… 향기가 있어요. 뭐라 표현하기 어렵지만 너무 좋은 향기가…….”

 여은향은 심원한 눈빛으로 검엽과 아기를 번갈아 보았다.

 ‘아기에게 향기가 있다[有香]고? 향기가 나는 것도 아니고 향기가 있다니……?’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육신의 감각이 초감각의 경지에 달한 그녀도 느끼지 못하는 것을 검엽이 느낀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오랜 세월 속에서 그녀는,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그녀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로 놔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녀도, 이옥빈도, 정철림도, 심지어 당사자인 검엽도 알지 못했다.

 쏟아지는 햇살을 전신에 받으며 그림처럼 서 있는 검엽과 아기의 사이에, 억겁의 세월로도 어찌할 수 없는 인연의 끈이 이어졌다는 것을.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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