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1. 키퍼 소롤의 이야기 (1)
작성일 : 16-10-10 21:17     조회 : 567     추천 : 0     분량 : 527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야기는 기록되고 기록된 이야기들은 문자로 기록되어 다른 이들에게 전해진다. 그것은 무척이나 오래된 이야기부터 최근의 이야기, 허구 또는 실화 등 여러 가지의 형태이다.

 

 이렇게 기록된 이야기들이 모두 그 이야기를 만들어낸 이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기록된 이야기들은 제대로 된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가장 흔한 형태인 구전을 시작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책까지. 구전은 입과 입을 통하는 과정에서 살이 덧붙여지거나 개인의 해석이 덧대어지며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에 비하면 책의 경우는 구전보다는 정확하게 본래의 취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미 완성된 책에 누군가가 낙서를 하지 않는 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독자는 책의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을 받아들인 독자가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했다고 볼 수 있을까? 이것은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책을 읽고 그 감상을 남기는 사람들의 감상평을 보며 작가는 구석에서 ‘그게 아닌데.’ 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관점이나 주관적 견해에 따라 해석이 천차만별로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희생으로 자식을 길러낸 어머니의 이야기를 보며 누군가는 감동적인 모성애를 느꼈다는 감상을 남길지도 모르나, 다른 누군가는 아이들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여성의 삶에 관점을 두고 안타까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런 글을 어떤 의도로 적기 시작했을까? 두 아이의 어머니일까? 아니면 한 명의 여성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 어머니의 사랑으로 자라난 두 아이의 입장이었을까?

 

 리얼북은 작가의 뜻을 독자에게 곧바로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눈으로 글자를 읽고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작가의 입장에서 글 전체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리얼북은 작가의 뜻을 기반으로 시점을 구성하고 그가 원하던 바를 생생하게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작가 중심적 프로그램이다.

 

 그와 동시에 독자를 위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텍스트에 시간을 투자하며 상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피곤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피곤함을 줄여주는 것이 리얼북이다. 독자는 리얼북을 통해 책 속의 어떤 인물이 된다. 그리고 그 세계로 들어가 생생하게 체험을 하며 스토리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게 된다.

 

 단순하게 영화를 보는 것과는 다르다. 영화 또한 시각적인 정보를 흡수하며 스토리를 개인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리얼북은 직접 책 속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책 속의 구성원이지만 시점이 다양하게 확장되지는 않는다. 작가가 의도한 것만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

 

 리얼북의 상용화가 이루어지고 보급되기 시작한 지 2년 정도가 지났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고 보는 것이 맞을 정도로 책이 한정적이고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리얼북을 한 번 체험했던 사람들은 또 다시 리얼북을 찾을 정도로 완성도가 좋다. 가격도 보급 초기보다는 저렴해지는 추세이고 종이책과 전자책을 출판하며 리얼북도 함께 출판하는 출판사도 늘어나고 있다.

 

 리얼북의 보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나의 일도 늘어난다. 나의 일은 리얼북의 의도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리얼북에서 구출해내고 본래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지키는 것이다.

 

 내 직업은 키퍼. 이야기를 지키는 키퍼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만들어낸 프로그램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숙제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주관이 무척이나 강하고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가 좋아서 작가가 의도한 이야기를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려 하는 사람들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가 그것을 거부하고 아예 딴판인 이야기를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작가에게도,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하는 독자에게도 서로 문제가 된다.

 

 키퍼는 작가와 독자, 그리고 이야기를 지키는 수호자이다.

 

 “소롤. 저기 저 책에 빨간 불 들어왔어.”

 “후우… 조금 쉴만하다 했는데.”

 

 생각에 잠길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리얼북에서 깽판을 치는 놈 하나가 나타난 모양이다. 함께 키퍼로 활동하고 있는 주이의 눈 밑이 시커멓다. 내 눈 밑도 저럴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력이 부족해. 도서관에 장서수는 늘어나는데 키퍼는 그대로잖아.”

 “그러게 말이다. 내가 얼마나 쉬었지?”

 “아마 30분 정도 쉬었을 거야. 정 힘들면 내가 가고.”

 “아니야. 내가 가야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인데. 저 책은 왜 이렇게 논란이 많은 걸까.”

 

 마치 귀신과도 같은 몰골을 하고 있는 주이에게 책으로 들어가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빨간 불이 들어온 리얼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귀환’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기 때문인지 유독 깽판을 치는 놈이 많은 이야기였다.

 

 함께 살아가던 모든 이들에게 배신당하고 궁지에 몰려 죽음을 선택한 주인공이 전혀 다른 이의 몸에서 되살아나며 자신을 옭아매었던 이들에게 복수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있는 그대로의 스토리만 따라가도 충분히 자극적이고 머릿속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데, 그 내용으로 모자라 범죄소설로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이들이 있다.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리얼북에서 하겠다는 것인지. 얼마나 억눌린 삶을 사는 이들일지는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다. 나에게 있어 그런 이들은 이야기를 파괴하려는 버러지일 뿐이다.

 

 “이번에는 또 어떻게 죽이려나. 저번에는 어땠지?”

 “주인공이 제대로 미쳐버렸었지. 복수를 하려는 자가 아니라 연쇄살인마로 변해있었어. 장르 자체가 바뀔 뻔 했지.”

 

 본래 이야기의 주인공은 목숨을 빼앗는 행위는 하지 않았었다. 정신적인 충격을 주고 사회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존재로 만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드는 행위는 했지만.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전에 귀환에 들어간 독자가 심각하게 감응을 하고 주인공 그 자체가 되면서 일이 커졌다. 조금만 늦었다면 귀환의 스토리 전체가 변경되고 본래의 이야기는 사라진 채 끝나버렸을지도 모른다.

 

 아슬아슬하게 이야기를 지켰던 기억이 떠오르니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스토리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나 또한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 귀환이라는 이야기 속에 갇혀버릴 뻔 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상황이려나. 책 조금 읽어보고 들어가는 게 좋지 않아?”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리얼북의 가장 큰 부작용은 감응능력자가 닿아 이야기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갈 때 그것을 바로잡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리얼북으로 출판함과 동시에 전자책은 리얼북과 그 내용을 함께하며 감응하게끔 설계된다. 리얼북의 내용이 종이책과 완벽하게 달라진 상태로 끝나버리면 종이책은 제목이 없는 책이 되어버린다.

 

 본인의 집필의도를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리얼북이라는 수단을 택했던 작가는 자신의 글을 잃어버리게 된다. 리얼북의 세계 속에서 원하는 대로 욕구를 발산하고 이야기를 변형시킨 독자는 리얼북에 갇혀서 영원히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다.

 

 이것이 키퍼의 존재이유였다. 키퍼는 작가의 작품을 보호하고 독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도 꼭 필요했다.

 

 그와 동시에 키퍼도 위험을 떠안는다. 잘못하면 독자와 함께 리얼북에 갇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빨간 불이 들어온 책으로 들어가는 것이 일이지만 들어갈 때마다 가슴을 죄어오는 긴장감은 통제하기가 힘들다.

 

 키퍼는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할 수 있다면 모든 것들을 파악하고 들어가는 것이 안전한 길이었다.

 

 

 

 「크리스는 여기서 복수를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모두에게 배신당한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인데 뒤늦게 배신자들을 탓해서 어쩌겠는가.

 

 게다가 지금 새로 태어난 몸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남자답지만 무섭다고 느껴졌던 외모는 없었다. 이렇게나 선량한 얼굴을 하고 있다니. 웃으면 모두가 넘어올 것 같았다. 이 얼굴로 복수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 시간에 이 얼굴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다른 방식으로 성공하면 그만이다.

 

 크리스는 배신당했다는 슬픔도,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대신 새로 얻은 몸과 지위에 감동했다.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기본 이상의 생활이 가능한 부를 가지고 있었고, 고생이라고는 전혀 해보지 않은 손을 가지고 있었다. 평균 이상의 외모 또한 말이다. 키도 이전보다 훨씬 컸다.

 

 가장 큰 차이점은 나이였다. 40을 바라보던 아저씨는 없었다. 20대의 활력과 생기가 넘치는 남자가 거울에 비친다.

 흙수저였던 과거의 크리스는 없다. 무척이나 자신을 아껴주는 부모가 있고 부가 있고 명예가 있다. 이정도면 금수저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과거를 떠올리며 복수를 꿈꾸고 싶지도 않았다. 과거를 버리고 싶었다. 크리스는 거울을 보며 다시금 다짐했다.

 

 ‘절대로 과거의 크리스로는 돌아가지 않아. 지금의 크리스가 나야. 거울에 비치는 이 모습이 나야.’」

 

 

 

 “아놔. 이건 또 무슨 경우냐. 신박하게 미친놈이네.”

 “왜? 어떻기에 그래?”

 

 나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주이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말해줘야할까 말아야할까. 사실 알지 않는 편이 정신건강에는 좋겠지만.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다물었다.

 

 “궁금하면 직접 읽어봐.”

 “그 정도로 막장이야?”

 “복수를 해야 하는 놈이 복수를 포기했어.”

 “헐!”

 

 이러면 작가의 의도고 뭐고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적당히 작가가 만들어놓은 길들을 밟아가야 하는데. 하지만 복수가 메인인 이야기에서 복수를 하지 않겠다니. 이런 어이없는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완전 골치 아픈 일이지 않아? 이건 억지로 빼내오는 수밖에 없어. 이야기 진행 자체가 안 되는 거니까.”

 “하긴 그런 놈을 상대로 이야기를 끝까지 이끌어가는 게 더 힘들긴 하겠다. 복수를 하라고 설득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키퍼는 책에 들어가서 자신이 키퍼라고 밝힐 수 없다. 키퍼 또한 책속의 모브캐로 들어가는 것이다. 들어가서 이야기가 올바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가 죽음을 체험하기도 하고 죽음을 초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아주 진행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강제종료를 하기도 한다. 그 강제종료키를 찾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다는 것이 문제지만.

 

 이야기를 감상하는 이를 방해하는 행위로 간주해서 강제종료는 제대로 숨겨놓았다. 그 강제종료를 찾아다니는 것이 이야기를 바로잡는 것보다 더 골치 아프기에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이야기를 바로잡으려 했던 것인데.

 

 우울한 내 속을 잘 알고 있을 것임에도 주이는 비교적 차분한 어투로 나에게 말했다.

 

 “소롤. 이 참에 강제종료키 찾아. 이 소설은 앞으로도 강제종료할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으니까.”

 

 나는 픽픽 바람 새는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머릿속에서는 이런 문구가 흘렀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4. 을의 반란 (11) 2016 / 10 / 29 319 0 5197   
19 4. 을의 반란 (10) 2016 / 10 / 28 412 0 5169   
18 4. 을의 반란 (9) 2016 / 10 / 25 480 0 5153   
17 4. 을의 반란 (8) 2016 / 10 / 24 332 0 5171   
16 4. 을의 반란 (7) 2016 / 10 / 23 356 0 5259   
15 4. 을의 반란 (6) 2016 / 10 / 22 348 0 5205   
14 4. 을의 반란 (5) 2016 / 10 / 22 350 0 5004   
13 4. 을의 반란 (4) 2016 / 10 / 21 414 0 5116   
12 4. 을의 반란 (3) 2016 / 10 / 18 445 0 5191   
11 4. 을의 반란 (2) 2016 / 10 / 17 339 0 5477   
10 4. 을의 반란 (1) 2016 / 10 / 17 336 0 5311   
9 3.5 키퍼학개론 - 헤롤드의 강의 2016 / 10 / 16 444 0 5158   
8 3. 지금까지 다 뻥이야! (2) 2016 / 10 / 15 404 0 5183   
7 3. 지금까지 다 뻥이야! (1) 2016 / 10 / 14 330 0 5498   
6 2. 나를 막 대하는 건 네가 처음이야 (2) 2016 / 10 / 13 398 0 5502   
5 2. 나를 막 대하는 건 네가 처음이야 (1) 2016 / 10 / 13 324 0 5177   
4 1. 키퍼 소롤의 이야기 (4) 2016 / 10 / 12 319 0 5069   
3 1. 키퍼 소롤의 이야기 (3) 2016 / 10 / 11 310 0 5446   
2 1. 키퍼 소롤의 이야기 (2) 2016 / 10 / 11 412 0 5204   
1 1. 키퍼 소롤의 이야기 (1) 2016 / 10 / 10 568 0 527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