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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브리튼 던
작가 : 전Yeah
작품등록일 : 2019.10.8

블루튜더의 전사였던 요한은 레드튜더와 전쟁 준비 중 블루튜더가 레드튜더에 흡수되자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탈단하여 외진 시골로 내려가게 된다. 조용히 인생을 마무리하려는 요한 앞에 아무라는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면서 그의 삶은 바뀌기 시작하는데...

 
07
작성일 : 19-10-31 22:47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1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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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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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반의 형 갈반은 목수다. 짧고 듬성듬성하게 자른 머리에 언제나 투박한 멜빵바지를 입어 멋을 부리진 않았지만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구릿빛 근육은 다른 마을 처자들에게도 소문이 자자한 나름 유명인이었다.

 

  요한은 옆에 나무를 패는 갈반의 모습을 보고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이해를 하게 됐다. 더운 땀을 닦으면서 갈반은 거친 숨을 몰아쉰다. 그는 요한을 보더니 놀라더니 웃으며 말한다.

 

  “저도 체력 하나는 자신 있는데 요한님에겐 못 당하겠네요. 후우우…….”

 

  그렇게 말하면서 갈반은 자리에 앉는다. 그는 자기가 싸온 새참 도시락을 요한에게 나눠준다. 밥을 볶아 만든 주먹밥에 무절임이었지만 허기라는 조미료 덕분인지 밥이 술술 넘어갔다.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면서 갈반은 요한에게 마을에 지내기 힘들지 않냐고 물어본다.

 

  “다들 성격이 유별나게 호쾌하고 드세니까요.”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오히려 그런 생명 넘치는 기운 덕분에 우울할 틈도 없지만요.”

 

  갈반은 그것도 맞다면서 해맑게 웃는다. 그는 밥을 다 먹고 자루에 담긴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 후 숲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땀을 식힌다.

 

  그는 언제나 밟다. 인사성은 물론이거니와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고 모두에게 친절했다. 흔히 말하는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빛이 나는 사람이라는 건 갈반에게 잘 어울렸다.

 

  그래서 갈반의 가족에 대해서 들은 요한은 괜스레 마음이 무겁다.

 

  갈반의 가족은 어머니, 동생으로 3명이다. 아버지는 오래 전 실종됐고 어머니는 2년 전의 역병으로 인해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그 후 면역력이 약해진데다 아직 병이 다 낫지 않아 허약한 상태였다. 갈반은 그런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언제나 하루 종일 숲 속을 거닐며 좋은 나무를 팔거나 집을 짓는 등 바쁜 생활을 한다.

 

  “저 위쪽의 대도시인 샤르코바에서 일하고 싶지만, 갑자기 바뀐 환경에 어머니와 동생이 적응하진 못할 것 같고, 그렇다고 저 혼자 가기엔 두 사람만 남아 있는 게 마음에 걸려서요. 그래서 그냥 여기서 하루 종일 일만 하고 있어요.”

 

  다시 일어나 나무를 베면서 갈반이 말한다. 넘실대는 근육이 도끼를 부여잡고 나무를 찍을 때 마다 그의 온 몸에서 땀이 반짝거리며 빛을 낸다. 나무를 전부 베고 수레로 벤 나무들을 옮긴다. 목공소 창고에 나무를 쌓아두며 요한은 오늘 일한 일당을 받는다.

 

  “수레가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쌓은 적은 처음이네요. 하루 종일 저 혼자 해도 이렇게 되는 건 컨디션이 좋을 때인데……. 정말 감사합니다.”

  “돈 받고 일 하는 건데 감사할 거 까진 없죠. 고생했습니다.”

 

  이 목재들은 샤르코바에 보내질 예정이다. 상당한 거래 금액이긴 했지만 혼자선 하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의뢰를 했고 거기에 요한이 응한 것이었다. 요한은 금액을 받는 것을 거부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갈반 성격상 절대 그렇게 해주지 않을 테니 받기로 한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요한은 상업지역 정육점으로 향한다. 아무가 양념을 입히고 볶은 고기요리를 해주겠다기에 부리나케 나온 것이다. 아무 녀석은 치킨만 보면 환장하는 미친놈이지만 음식과 관련된 지식이나 요리솜씨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아침부터 맛있는 것을 먹을 생각을 해서 발걸음이 가벼운 요한의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아 요한이 빠르게 그쪽으로 뛰어간다.

 

  사람들 사이에서 보이는 건 어제 열심히 일을 하고 기분 좋은 얼굴로 헤어진 갈반이 쓰러진 모습이었다. 거친 숨에 달아오른 얼굴. 식은땀이 바닥이 젖을 정도로 흐르고 있었고 숨이 고르지 못해 거의 헐떡거리는 수준이었다.

 

  “이봐, 히포크는 아직이야? 빨리!”

 

  마을 사람들이 소리를 지를 때 저 멀리서 히포크가 다급하게 뛰어온다. 그는 이리저리 진찰을 하더니 가방에서 가져온 약물을 그의 입에 부어주고선 마실 수 고개를 들어 삼키게 한다.

 

  “누가 부축 좀 해줘! 일단 병원으로 데려다 놔야 할 것 같아.”

 

  그 말에 요한이 튀어나와 갈반을 부축하며 병원으로 향한다. 갈반의 몸은 불덩어리 같은데다 식은 땀 때문에 축축해서 뜨거운 물을 옮기는 느낌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후 히포크는 해열제와 각종 약물을 갈반에게 먹이면서 그를 욕한다.

 

  “예방약 정도는 먹으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말이지. 공짜로 주겠다고 했는데도 말을 안 듣더니.”

 

  히포크는 화가 났는지 자고 있는 갈반의 배를 찰싹하고 때렸다. 비몽사몽한 와중에 한 대 맞으니 갈반이 끄으으응 소리를 내며 괴로워한다.

 

  “환자에게 무슨 짓이에요?”

  “환자가 아프면 돈을 더 받을 수 있지!”

  “아니, 무슨 그런…….”

  “아, 잘못해서 본심이 나왔다. 그렇지만 열 받는다고. 이 녀석 사실 면역력이 제법 약하거든. 그때 역병 때문에.”

 

  히포크는 미간을 찌푸리며 갈반에게 쓴 소리를 한다.

 

  “요 녀석 건강해보이지만 역병에 걸렸던 후에 자기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질병에는 허약한 편이거든. 그래서 내가 매번 예방약을 챙겨주는데 그걸 먹으면 2일 정도는 나른해져서 움직이기 힘들어진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그냥 준다고 해도 안 먹겠다며 버티고 있었던 터라 걱정을 했는데. 이런 식으로 보답을 하다니. 멍청한 녀석. 분명 2일 정도 쉬는 게 무서워서 그랬겠지.”

 

  혀를 차면서 그는 갈반의 식은땀을 닦아준다. 요한도 병상에 와 갈반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가 병원 문이 열리면서 다급하게 갈반을 찾는 목소리가 들린다.

 

  “갈반! 갈반!”

 

  없는 힘을 쥐어짜낸 그 애처로운 소리의 주인공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요한은 그 사람이 갈반의 어머니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들어온 것은 젊은 여성이었다. 흰색머리에 적당히 큰 키, 흉부는 넘칠 듯이 넘실댔지만 그와 달리 가냘픈 몸.

 

  얼굴은 20대 후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지만, 지치고 힘든, 환자 특유의 병색이 깊은 얼굴이었다. 그녀는 갈반에게 가서 그를 살피더니 히포크에게 큰일이냐고 물어본다.

 

  “몸살인 것 같지만, 아무래도 벌레가 옮기는 열병에 걸린 모양입니다. 약만 제대로 먹으면 어린애도 안 걸릴 텐데 말이죠.”

  “죄송합니다. 저희 애 때문에…….”

 

  역시 갈반의 어머니 맞았구나. 누가 보면 그냥 누나인 줄 알겠지만. 엄마를 따라 들어온 알반도 걱정이 되는지 형을 한참동안이나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는 가족끼리의 문제니까 잠시 자리를 피하기 위해 병원 홀로 나온다. 아무가 기다릴 테니 이제 정육점으로 가서 고기를 사서 올라갈까 싶지만, 갈반이 저러고 있는데 그냥 가는 것도 마음이 쓰여 그냥 기다리기로 한다.

 

  이윽고 알반이 병실 문을 나와 홀로 들어온다. 그는 요한의 옆에 앉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고마워요, 대장. 형을 옮겨주셨다고 들었어요. 어제도 형이랑 같이 나무를 해준 것도요. 어제 오늘 많은 신세를 지고 있네요.”

 

  제법 예의와 격식을 차린 알반의 말에 요한은 이 녀석 이런 성격이었구나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레이미가 스스로 누명을 쓴 다음 날 사실은 자기가 억지로 레이미를 시켜 호수로 간 거라고 털어놨었지. 여기 어린애들은 어린애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서 참 신기했다.

 

  괜찮다고 대단한 요한은 알바을 바라본다. 알반은 아까보다 더 그늘 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형이 걱정되서 그래?”

  “후우우 형도 걱정이지만 형이 걱정하는 걸 생각하니 걱정이에요.

 

  자기의 걱정이 형도 걱정이지만 그런 형이 걱정하는 걸 걱정하니 걱정이 된다는 거구나. 그거 참 걱정이네.

 

  “형이 걱정하는 게 뭔데?”

  “오늘 오후에 샤르코바에서 나무를 사갈 상단이 오거든요. 근데 어제 형 말로는 조금 부족하다며 오전에 좀 더 추가할 생각이었다고 했는데…….”

  “……그래?”

  “네, 대장. 이번 건은 우리 한 달치 수입과 맞먹어서 형한테 의뢰가 왔을 때 꽤나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형이 일어나면 속상해 할까봐 걱정이에요.”

 

  알반은 돈보다는 형이 자신이 쓰러지면서 가족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 걱정이 너무 진심이어서 상황에 맞지 않게 요한은 알반이 조금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후우우……. 그런데 그 상단, 다른 아저씨들이 하는 말론 그……. 뭐지? 행심이 나쁘다고 했나? 아무튼 그랬어요.”

 

  행실이 나쁜 상단이란 건가?

 

  “그 상단이 나쁘데? 누가 그렇게 말했어?”

  “구스토스 아저씨랑, 맨담 아저씨도 그랬고……. 촌장님이랑 골프 할배가 이야기하는 것도 들었어요. 레트 놈들이 갈반에게 허튼 짓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었어요.”

  “레……트?”

  “네네. 우리 형이 이번에 거래를 하기로 한 상단이에요.”

 

  요한은 들어본 적이 있다. 레트 상단.

 

  샤르코바의 중형 규모의 상단이지만 수완이 좋아 블루 튜더에도 가끔 물품을 들이던 곳이다. 다만, 깐깐하면서도 예민하다 못해 신경질적인 느낌인 곳이었다. 대금은 날짜에 맞게 철저했으며 납품할 물건의 수량이나 날짜가 맞지 않으면 거래를 파기하고 그에 따른 위약금을 지불하도록 계약을 맺는다.

 

  이런 깐깐한 거래로 보통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정상이겠지만, 뒤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상단이나 길드간의 대규모 거래가 아닌 개인간의 거래엔 뒷 공작을 해서 거대한 위약금을 지불하도록 방해한다고 한다.

 

  만약 나무의 수량이 부족하다면 지금 갈반이 느낄 괴로움은 아마 다 커지겠지.

 

  “그래서 우리가 출동하는 거다.”

 

  요한이 아무와 존티, 마도루를 숲 속으로 데려와 말한다.

 

  “우리가 작업해야 할 것은 하양나무야. 다들 하양나무가 뭔지 잘 알지?”

  “알고 말고요, 형님! 몰라도 베어낼 겁니다!”

 

  존티가 주먹을 불끈 쥐면서 말한다. 그런데 몰라도 베면 안 되는데……. 그 때 마도루가 옆을 살피더니 요한에게 말한다.

 

  “그나저나 형님, 아무는 굉장히 하기 싫어하는 눈치인데요?”

 

  아무는 대놓고 세상은 쓰레기다 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상은 쓰레기다.”

  “얼굴 표정을 입 밖으로 내지마.”

 

  요한의 말에도 아무는 짜증을 낸다.

 

  “양념을 준비했는데♪ 고기가 오지 않네♬ 돼지의 시체를 먹고 먹어♬ 앞으로♩ 앞으로♩”

  “이상한 노래 부르지도 마.”

 

  성심성의껏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고기 대신에 도끼를 들게 돼서 화가 난 아무였다. 아무튼 다들 하양나무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하양나무는 말 그대로 나무 기둥이 하얀 색이라 하양나무였다. 잎은 평범하게 녹색에 얼굴 크기만큼 크기 때문에 구별이 쉬웠다.

 

  존티와 요한과 마도루는 열심히 나무를 패어 가지고 온 수레에 옮겨 싣는다.

 

  다만, 한 남자만 빼고.

 

  “이야, 숲의 풍경이 정말 절경이네요. 정말 장관이고요. 정말 신이 주신 선물이네요.”

 

  영혼을 악마에게 팔았는데 악마가 중고거래 사기를 당한 느낌처럼 아무는 멍한 표정으로 도끼를 세로로 해서 나무를 찍고 있었다.

 

  “야! 나무가 그럼 안 좋아지잖아!”

  “내 기분도 안 좋아졌어.”

  “너 진짜 이럴 거냐?”

  “정육점으로 갔던 내 홈메이트가 도끼를 들고 돌아왔더니 나에게 일을 또 시키지 뭐니?”

 

  아무 녀석 삐짐 모드에 들어갔다. 요한이 배고파서 치킨 도시락의 치킨 하나를 집어 먹었을 때 하루 종일 저 상태였었다.

 

  삐짐모드에 들어가면 그는 나갈 때 현관문을 열어놓거나, 허니 드링크의 뚜껑을 핥지 않고 마신다거나, 벽난로에 마쉬멜로를 구워서 먹는 바람에 거실에 단 내가 진동을 하게 하는 등 무자비한 일탈을 서슴지 않았다.

 

  요한은 부들부들거리다가 결국 그에게 딜을 제안한다.

 

  “꼬닥 치킨 가게의 한 사람당 한 개씩 파는 한정 구이 치킨. 그거 너 줄게.”

  “……뭐?”

  “가끔씩은 그런 사치 부리고 싶지 않아? 한 사람 당 하나지만 나는 두 개를 먹는…….”

 

  아무는 재빠르게 나무를 베더니 바로 손질까지 마친다.

 

  “마스터, 더 내리실 명령은 없습니까?”

  “음, 넌 참 뭐 같은 놈이야.”

 

  평소의 요한은 예의바르고 정중하지만 아무에게만큼은 예외다. 아무는 약속 지키라면서 의욕적으로 나무를 베기 시작한다.

 

 

  //

 

 

  좀 더 좋은 하양나무를 찾기 위해 요한은 일행과 헤어지고 숲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 아무는 요한에게 길 잃지 말라며 걱정한다. 한정 구이 치킨 한 마리가 사라지는 건 원치 않으니까.

 

  주위를 살피던 요한은 이끼가 가득 낀 어느 곳에서 하양나무 한 그루를 발견한다. 굵기도, 그리고 빛깔도 제법 좋은 녀석이라 요한은 의욕이 나기 시작한다.

 

  도끼를 들고 나무를 찍어내는 순간, 뭔가 단단한 강철을 때리는 느낌을 받는다. 쉬운 승부가 아닐 거라 예상한 요한은 숨을 몰아쉬더니 이내 다시 나무를 찍기 시작한다.

 

  고요한 숲속에서 새소리와 수풀의 바람소리에 아무의 도끼질이 떵떵 하고 끼어든다. 역시 쉬운 녀석이 아닌지라 몇 번을 찍었는데도 아직 한참이 남을 정도였다. 제대로 날이 박히는 느낌이 들지 않아 피로함이 몇 배나 된다.

 

  요한이 깊은 한 숨을 쉬면서 다시금 도끼를 드는 순간,

 

  “흐음, 너구나? 요즘 자주 보이는 사람이.”

 

  낯선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요한은 깜짝 놀라며 도끼를 떨어뜨릴 뻔 한다.

 

  뒤를 돌자 녹색 머리에 녹색 눈을 한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나풀나풀한 녹색 천 옷을 입고 요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리고 이런 숲에 이렇게 작은 꼬마아이가 있다니.

 

  “누, 누구세요?”

  “그건 알 필요 없고. 또 시끄럽게 뭔가를 하려는 거야?”

 

  시끄러웠나? 하긴 나무 소리가 좀 요란하긴 했다. 요한은 소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죄송합니다. 나무 소리가 시끄러워서 방해가 됐……나요?”

 

  근데 이런 숲속에 시끄러워 방해를 받을 만한 곳이 있나? 뭐하고 있던 거지 이 소녀는? 그렇게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소녀는 개의치 않고 요한의 말에 대답한다.

 

  “저번에도 숲에서 시끄럽게 난리를 피워댔잖아. 요즘 자주 들어와서 예의주시하고 있었지.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로 다시 숲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거야?”

 

  소녀의 말에 요한은 머뭇거리더니 갈반의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면서 요한은 그 소녀의 얼굴을 자세히 본다. 마을에서 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도대체 어디에서 온 소녀지? 이 근방에 사는 건가?

 

  자초지종을 들은 소녀는 쪼그려 앉아 지그시 요한을 바라본다.

 

  “흐음,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그러면서 소녀는 머리를 긁적거린다.

 

  “딱히 나쁜 놈으론 보이진 않는데 말이지…….”

 

  요한을 이리저리 살피던 소녀는 일어서더니 옷을 나풀거리면서 요한에게 당부한다.

 

  “뭐, 일부러 숲을 어지르는 놈이 아니란 걸 알았으니까. 그래도 분에 못 이겨서 숲을 시끄럽게 하는 짓은 그만 둬 주길 바라. 마음이 정리가 안 될 때는 숲에서 난동을 피우는 게 아니라 숲에 기대는 편이 더 좋으니까. 아, 그리고 쓰러진 그 녀석한테는 사과를 몇 개 따서 줘. 숲으로 나가는 방향에 한 그루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더니 그녀는 뒤를 돌아 숲으로 걸어간다. 요한은 소녀가 걱정 돼서 기다리라고 한다.

 

  “잠깐, 숲은 위험하니까 저랑 같이…….”

  “아, 이제 나무는 잘 베일 거야. 저번처럼 함부로 베지는 않는 거 같으니.”

 

  그녀가 돌아보지도 않은 채 손가락을 들며 말한다. 소녀의 말에 요한이 나무를 돌아본다.

 

  “그게 무슨 소리…….”

 

  다시 앞을 봤을 때,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

 

 

  점심때가 되기 직전, 일을 끝마친다. 네 사람이 달라붙으니 나무의 양이 제법 괜찮다. 대충 정리를 끝내고 나자 마도루가 합장을 하며 뭔가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요한이 그게 무슨 의식이냐고 묻자 마도루는 갈반이 했던 말이라며 이야기한다.

 

  “숲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는 거라고 하더군요. 숲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이니 그것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을 표시한다고 해요. 그리고 다음번에도 잘 부탁한다는 것도요.”

 

  그런가? 그 말을 듣자마자 요한도 합장을 한다.

 

  ‘오늘 숲의 일부를 베어가는 것을 용서해주시고 이 나무를 내어준 숲에게 감사합니다. 다음 번에 오는 갈반이 또 아프지 않게 도와주세요.’

 

  그러다가 요한은 아까 소녀가 말한 게 내심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앞으로 열 받는다고 나무를 함부로 베거나 난동을 피우거나 하지 않겠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수레는 마도루가 말을 운전하며 함께 숲을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요한은 나무 위에 앉아 숲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소녀의 말을 떠올리더니 이윽고 무언가를 발견해 수레를 세운다.

 

  그는 사과나무로 달려가 사과 몇 개를 딴다. 탐스럽게 익어 새빨개진 사과는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소녀의 말에 신비한 느낌을 받으며 요한은 다시 수레로 돌아온다.

 

  그는 수레에 오르기 전에 마도루에게 다가가 뭐라고 일러둔다. 마도루는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수레가 갈반이 운영하는 목공소에 도착하고 나무를 창고에 옮겨놓는다. 알반과 그의 어머니인 페르네는 갈반이 있는 병실에 있느라 목공소를 겸임하고 있는 집이 텅텅 비어있다.

 

  “이쯤이면 되겠지? 다들 고생했어! 내가 사줄 테니까 꼬닥 치킨으로 가자.”

 

  요한의 말에 존티와 아무, 특히 아무가 미칠 듯이 발광을 했다. 마도루는 요한의 눈치를 살피더니,

 

  “저는 괜찮습니다. 아까 가져오신 사과 하나만 주세요.”

 

  라면서 요한에게 사과를 하나 받아 간 후 자리를 떠난다.

 

  세 사람은 꼬닥 치킨으로 가서 한정 구이 치킨을 받아간다. 아무는 두 마리를 들고 행복에 겨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존티도 치킨을 뜯더니 어째서 한정으로만 판매하는지 이해가 간다면서 한정을 풀어버리면 못 먹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극찬을 한다.

 

  “그 정도로 맛있다니, 아무에게 준 게 좀 아까워 지네.”

 

  그 말을 듣고 아무는 먹이를 지키려는 햄스터처럼 볼을 부풀려 요한을 위협한다.

 

  “형님, 아무 녀석은 글렀어요. 저 녀석은 치킨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생식기도 잘라낼 놈입니다.”

  “음, 마음 깊이 이해가 되긴 하는데 왜 하필 생식기인거야?”

 

  요한은 따로 식사를 한다는 이유로 두 사람과 헤어지고 자리를 떠난다. 그러나 요한이 향한 곳은 살롱이나 식당이 아닌, 갈반의 목공소로 향한다.

 

 

 //

 

 

  이제 막 40을 넘긴 레트 상단의 간부 뮤리사이드는 주름진 얼굴에 어울리게 통칭 말려 죽이는 뮤리로 통한다. 레트 상단에서 뒷공작을 벌이는 대부분의 작업은 이 사람의 머리에서 그려지고 이 사람이 직접 색칠을 해서 만들어진다. 레트 상단의 더러운 부분을 직접 해치워서 직위는 낮지만 실상은 레트 상단에서도 손에 꼽는 실세였다.

 

  붉은색 수단을 입은 뮤리사이드의 양 옆에 철제 갑옷을 입고 붉은 천을 두른 호위병 6명이 뒤를 따른다. 상단 내에서도 제일가는 실력자들로 퀘스트 랭크 B까지도 가능한 실력자들이다. 그 붉은 기백이 남다른 위용을 뽐내지만, 실제로 상단 외 사람들은 또 누구의 장례를 치르러 가는 거냐고 비아냥거린다.

 

  뮤리는 백발을 넘기며 목공소에 도착한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혼자 중얼거린다.

 

  “이거,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일이 잘 안 풀린 모양이군.”

 

  그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목공소 주변을 살피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는 갈반의 어머니인 페르네가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뮤리와 주변 인물들의 등장으로 깜짝 놀라 주눅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중무장한 남자 6명이 집으로 들어오는 데 압박감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알반도 놀랐는지 페르네에게 안겨 몸을 떤다.

 

  그러거나 말거나 뮤리는 가늘게 눈을 뜨며 집 안 풍경을 살피더니 맞은 편 소파에 앉는다. 그는 앉자마자 날카로운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갈반 씨는 어디로 가고 가족 분께서 이리 계시는지요?”

  “저기 콜록콜록, 아들은 과로로 쓰러져서 지금 입원해 있습니다.”

  “아, 그거 참 안타까운 소식이군요. 근데 그렇게 해서 설마 물량공급에 차질이 생긴 건 아니겠죠? 납품이 불가능하면 위약금을 물어주셔야 합니다만.”

  “그건……. 아마 아들이 꼼꼼하게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생각합니다가 아니죠. 정확해야 합니다. 저희는 말입니다. 당신들을 믿고 선금을 소량 지불해놓은 상태입니다. 저희는 재고 물량이 부족하면 절대로 거래하지 않습니다. 이건 신뢰의 문제에요. 그 신뢰를 깨뜨렸을 때 발생하는 피해보상의 내용은 가족 분들도 잘 알고 계시겠죠?”

 

  으름장을 놓는 뮤리의 압박에 페르네는 움찔거린다.

 

  뮤리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페르네를 향해 안내를 하라고 말한다.

 

  “이제 물건을 확인해 봅시다. 피차 이런저런 이야기를 길게 해봤자 시간만 잡아먹고 불편하니까요.”

  “아, 네…….”

 

  페르네는 가냘픈 몸을 일으키며 목공소 창고로 안내한다. 거대한 목공소 창고 안에는 하양나무들이 가지런하게 쌓여 있었다. 하양나무 목재 200개. 갈반이 과로를 할 정도로 열심히 해서 모아놓은 것들이다. 뮤리는 목자재를 이것저것 살피더니 눈살을 찌푸린다.

 

  “흐으음, 부족하군요…….”

  “네?”

 

  청천벽력 같은 말에 페르네가 다시 놀란다. 그러거나 말거나 뮤리는 다시금 개수를 세더니 엷은 미소를 빠르게 보였다가 숨기면서 뒤를 돌아 페르네에게 말한다.

 

  “저희가 부탁드린 개수는 250개입니다만. 무려 50개나 미달이군요. 어찌 된 겁니까? 쓰러져서 일을 게을리 한 겁니까?”

  “아니, 그건……. 콜록콜록……. 아들이 분명 200개라고.”

  “아뇨, 됐습니다. 이거 불쾌하군요. 여기 계약서입니다만.”

 

  페르네가 받은 계약서에는 하양나무 목재 250개에 분명 갈반의 사인이 새겨져 있었다. 페르네는 울먹거리더니 애원한다.

 

  “저희 아들이 잘 못 알고 있었나 봐요. 그 아이는 이 물량을 맞추려고 심하게 일하다가 쓰러지기까지 했습니다. 위약금만은 제발……. 저희 아들이 일어나서 그 사실을 알 게 된다면…….”

 

  페르네는 가족을 위해 힘쓰는 갈반이 자기 때문에 가족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분명 괴로워할 것임을 예상한다. 특히 과로로 쓰러져 아픈 와중에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병약한 몸에 죄책감이 쌓일게 분명했다.

 

  허나, 뮤리는 단호했다.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호위병들에게 무언의 언질을 주더니 호위병들 몇몇이 페르네를 둘러싸고 나머지는 목공소를 나가 집 안으로 들어간다.

 

  “위약금은 30만셀. 애초에 우리가 주기로 한 금액인 50만 셀에 비하면 약한 편이죠. 물론 저희가 입을 피해는 그보다 더 크지만요.”

  “제, 제발 부탁드려요. 위약금만큼은……. 돈은 안주시고 나무는 그냥 가져가셔도 좋으니까.”

  “지금 이딴 나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저희의 신뢰를 깨뜨리고 거래에 차질을 빚게 한 당신들이 문제라는 겁니다!”

  “그럼 가져가면 되잖아. 피해를 최소로 막는 게 상단에 보탬이 되는 일 아닌가?”

 

  창고 안으로 누군가 들어온다. 호위병 하나가 접근하지 말라며 검을 들이대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그 검을 치우며 입장한다.

 

  뮤리가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자 안색이 파래진다. 그는 덜덜 떨더니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요, 요한…….”

  “아, 설마 이런 촌구석에서 저 녀석이 왜 여기 있는 거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나?”

 

  요한은 능구렁이 같은 미소를 짓더니 하양나무에 걸터앉는다.

 

  “다, 당신은 분명 블루튜더에서 내쫓겼다고…….”

  “음, 쫓겨나기 보단 내 발로 나온 건데. 그런데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건 잘 몰랐나봐? 레트 상단의 뮤리사이드 씨.”

 

  알 턱이 있냐! 뮤리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 그는 블루튜더 소속 마을에서 부정거래를 하다가 요한에게 걸려 크게 혼쭐이 난 적 있다. 그는 한 번더 자신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다음번엔 그 썩은 혀부터 잘라버리겠노라고 엄포를 놓았다.

 

  요한은 하양나무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250개라. 가족들은 물론 갈반 본인도 아마 200개로 알고 있을 텐데 어째서 너희 쪽은 250개로 알고 있는 거지?”

  “……조, 조작이라도 했을 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그러나 이 계약서는 진짜입니다. 친필 사인까지 완벽. 저희는 지금 계약대로 이행하고 있는 겁니다. 오히려 그 쪽이 좋을 대로 착각한 거겠죠.”

  “그렇겠지. 으레 그렇게 말하지. 그렇다고 쓰러진 사람에게 안부는 묻지 못할망정 그 가족들을 탈탈 털고 있는 것도 그리 고와보이진 않네.”

  “한 번 더 말하지만 저흰 계약대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방해하신다면…….”

  “방해?”

 

  뮤리의 말에 요한은 코웃음을 친다.

 

  “방해라? 어떤 방해를 말하는 걸까? 그리고 방해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너희들이 나를 어찌할 생각인건가?”

 

  순간 요한의 주변으로 기운이 무거워 진다. 마치 공기에 무게가 생겨 주변이 내려앉는 느낌. 예전 데마르칸을 물러나게 했던 그 위압이었다. 요한을 경계하던 호위병들은 물론 페르네와 뮤리까지 요한의 압박에 숨 막혀 한다.

 

  “콜록 콜록”

 

  페르네가 기침을 하자 요한은 주변에 풍기는 위압감을 거둬들인다. 뮤리는 예전의 트라우마가 떠올랐는지 거칠어진 숨을 돌리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블루튜더를 떠났다고 해도 요한은 요한. 움직이는 푸른 거성의 위용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 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상단의 해체는 아주 쉬운 일이다. 그저 완력만으로도 그게 가능한 남자가 바로 눈앞의 남자. 요한 델 베르난데스다.

 

  요한은 뮤리의 모습을 찬찬히 보다가 입을 연다.

 

  “너희들이 생각하는 방해는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안심해.”

  “……그거 참 다행이군요.”

  “그래도 방해는 할 거지만.”

  “네?”

 

  뮤리가 당황할 새도 없이 요한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호위병들은 움찔거리지만 쉽사리 요한의 움직임에 토를 달거나 제지하지는 못한다. 요한이 잠시 보여준 그 압박감에서 실력의 차를 엿봤기 때문이다.

 

  요한은 밖으로 나가더니 뮤리에게 나와 보라고 소리친다. 뮤리가 밖으로 나가자 거기엔 하양나무를 가득 실은 수레가 있었다. 어림짐작이지만 거기엔 부족한 50개의 목재는 충분히 보충할 수 있는 양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 양일거야. 대충 세어봐도 50개는 넘어뵈지 않아? 너희가 제시한 규격 사이즈에도 딱 맞는 것 같은데?”

 

  그러나 뮤리는 그걸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어깨에 화살이 박힌 채 오랏줄로 꽁꽁 묶여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어떤 남자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고 있었다. 마도루는 그가 묶인 밧줄을 보란 듯이 더욱 꽉 묶으며 쓰러진 남자의 신음을 유도했다.

 

  뮤리의 안색을 살피던 요한은 역시 라는 표정을 짓더니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뮤리에게 다가간다.

 

  “아, 이건 덤이야. 어쩐 일인지 이 목공소 근처를 기웃거리고 있더군. 몸수색을 해본 결과 방화와 관련된 물품들이 제법 나왔고. 참 기묘하지? 마치 당신의 거래를 방해라도 하려는 것처럼 말이야.”

 

  요한이 묘한 미소를 짓는다. 뮤리는 정말 당황한 듯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허언이나 실수가 입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기 위함이었지만,

 

  “이 정도 방해면 괜찮지? 딱히 나쁜 짓 한 것도 아니잖아?”

 

  요한의 속닥거림이 그의 입에 풀칠을 해댄다.

 

  “그리고 이 번 한번만 봐주겠어. 너를 이 자리에서 추궁해봤자 나중에 갈반에게만 해코지가 갈 테니까. 이번일은 조용히 거래를 마치는 선에서 돌아가 줬으면 해. 알았지?”

 

  뮤리는 이해했다. 흠조차 없는 거래가 된 이상 여기선 물러나야 한다. 계산이 빠른 뮤리에게 있어 어느 쪽이 손해인지는 답이 나온다.

 

  레트 상단은 페르네에게 대금을 지불한 뒤 목공소를 떠난다. 페르네는 요한에게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이지만 요한은 괜찮다면서 웃는다.

 

  “그렇게 노력하는 데, 고작 이런 일 때문에 그 노력이 퇴색 되선 안 되죠.”

 

  그렇게 말하고서 요한과 일행은 페르네와 알반을 진정시킨 다음 돌아간다.

 

  다음 날 아침, 갈반은 겨우 눈을 뜬다. 그는 뒤늦게 목재에 대해 깨닫고 병실을 나서려고 한다.

 

  퍼억!

 

  “으으윽!”

  “환자가 어딜 가?”

  “……히포크 선생님? 제가 얼마나 자고 있었죠?”

  “하루 종일 잤지.”

  “그, 그럼 목재는?”

  “걱정마. 요한과 그 일당이 한 건 해결했으니까.”

 

  히포크는 안경을 닦으며 갈반을 혼낸다.

 

  “열심히 하는 것도 좋아. 그런데 그 열심히라는 건 자기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을 정도일 때 붙이는 말이야. 그 이상은 혹사밖에 안된다고. 그래서 네가 이렇게 쓰러졌을 때 오히려 그렇게 위하던 가족들에게 위해를 끼칠 뻔 했잖는가.”

 

  그러면서 그는 갈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무리할 필요 없어. 너는 잘하고 있으니까.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혼자 힘든 일을 다 어깨에 지고 가려 해? 가끔은 그늘에서 좀 쉬고 그래야지. 그늘이 어둡다고 땡볕에만 있을 순 없지 않은가?”

 

  갈반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친다. 히포크는 그런 갈반을 보며 자신이 가져온 약을 보여주며 말한다.

 

  “그래서 이 자양강장제는 피로회복효과도 겸하거든? 지금이라면 단 돈 200셀에 주도록 하겠네. 이번에 거래가 잘 돼서 돈도 많이 받았을 테니 이번 기회에 건강도 좀 챙겨보는 게 어떻겠나?”

 

  이 돈독의사가……. 갈반은 자신이 받은 감동을 가슴 속에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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