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는 불안한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치훈의 카페로 가서 방금 전까지 사무실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치훈 역시 어떤 방법도 없었다. 그냥 건우와 아버지 사이에 잘 해결 되길 바랄 뿐.
건우집 거실의 모습은 아직도 서로의 주장을 펼치며 이야기가 계속되고 그 가운데 누구편도 되지 못하고 소파에 앉아있는 엄마 모습이 안쓰럽다.
"파란그룹에서 연락왔더라 채린이 우리 아들을 찼다고"
"그래서 화가 나서 저를 찾으신 거에요?"
"지금 당장 계약조건을 어겨서 불리해진 상황인데 너 같으면 화가 안나게 생겼어? 다시 채린양과 잘 지내 결혼까지 하면 더 좋고"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구요"
"그래 그 여자는 연우가 좋다고 그 난린데 넌 자존심도 없어"
"사랑에 그 따위 자존심이 뭐가 중요해요.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함께 남은 평생을 함께 하는 것보다 차라리 혼자 살겠어요"
"그래서 지금 그 말뜻은 채린양과 다시 만날 생각이 없다?"
"오늘 차였는데 다시 만나고 싶겠어요?"
건우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이층으로 올라갔다. 아빠가 올라가려고 일어난 순간 엄마가 붙잡는다. 말로 하지 않고 얼굴 표정으로 그만 두라고 한다.
건우는 방에 도착해 폰으로 채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가 끝난 다음에 겨우 전화를 받는 채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넌 알고 있었어?"
"뜬금없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리 정약결혼에 대해 알고 있었냐고"
"알고 있었으니까 너에게 호감을 가지고 접근 한 거지"
"난 그것도 모르고... 날 완전히 바보로 만들다니"
"너도 알게 된 것을 보니 집안이 완전 발칵 뒤집어 졌지?"
"그걸 바라고 있었던 거야?
"넌 결국 내가 마지막이 될 거야"
"내가 너에게 다시 돌아 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돌아오게 되어있어 아빠 회사를 위해서"
"어떡하지 난 아빠 회사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데"
그 말을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래도 화가 덜 풀렸는지 결국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부엌으로 내려와 맥주캔을 들고 방으로 돌아와 캔을 마신다. 그 캔으로 탑을 쌓아도 될 정도로 과음을 한 건우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그 자세 그대로 바닥에 누워 쓰러진다.
다음날 아침.
밥 먹으라고 소리치는 엄마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는 건우 그래서 방으로 올라 온 엄마는 빈 캔과 바닥에 쓰러져 잠든 건우를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다시 부엌으로 내려가 해장국을 끓인다.
잠이 깬 건우가 힘겹게 배를 잡고 내려온다. 건우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소파에 앉아있던 엄마가 그 소리에 달려가 부축하며 식탁에 앉힌다.
"얼마나 마신 거야 정신 좀 차려 학교는 안 가도 되는 거야"
"지금 이 기분으로 학교는 무슨"
"빨리 학교 졸업하고 아빠 회사 좀 도와야지"
"난 그런 생각이 없는데 어릴 때부터 당연히 아빠 회사는 연우형이 사업을 물려 받을 거라고 생각했지 형이니까"
"하지만 지금 연우는 다른 회사를 차려서 아빠 곁을 떠났잖아"
"그러니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다시 연우형 데려와"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나도..."
"이제와서 그러면 뭐해 있을 때 잘하지"
"빨리 밥 먹고 정신 차려"
머리를 콕 쥐어박고 부엌을 나오는 엄마, 숟가락을 힘겹게 들어 밥은 생각없고 해장국만 연신 들이켜 마신다.
오아시스 블루 사무실 앞.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들 초집중하며 일을 하고 있다. 건우가 들어서자 다 얼음처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쳐다본다.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있는 건우 그때 연우와 치훈이 소파에 와서 앉는다.
"어제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되긴 아빠 발등에 불 떨어졌지 뭐"
"그럼 채린이와의 관계는..."
"그것도 끝났어"
치훈과 연우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건우를 사이에 두고 말이 없어진다.
그때 진지한 표정을 한 건우가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묻는다.
"그럼 이제 우리 아빠 회사는 어떻게 되는 거야?"
"계약 조건을 어겼으니까 불리하게 돌아가겠지"
"끝까지 내가 이런 자세를 취한다면"
"다른 회사로 넘어가게 될 거야 그 회사가 어떤 회사가 될지 모르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건우가 고민에 빠진 얼굴을 하며 슬비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