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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15화
작성일 : 19-10-27 11:33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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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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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지트는 검지로 이마를 짚었다. 코델리아가 다시 이름을 부른다.

 

  “브리지트.”

 

  재빠르게 머리를 굴린 브리지트가 말했다.

 

  “오늘 오신 모든 청혼서를 들고 오신 분들도 대화 한 번 하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그 정도로 백작님이 지금 바쁘십니다.”

 

  꽤나 예의 있고 정중하면서도 대화 한 번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전달하는 브리지트의 말에 코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여자는 그냥 나가기엔 아쉬운지 발걸음을 잘 떼지 못하고 있었다.

 

  브리지트가 본 코델리아는 아주 거절을 잘했다. 무도회에서 용기 내 먼저 춤을 청한 상대의 말을 무시할 정도로 거절을 잘한다. 그런데 왜 청혼서를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은 잘 거절을 못할까.

 

  ‘진짜 어이없네.’

 

  그래도 브리지트는 웃으며 여자에게 말했다.

 

  “오늘은 이만 이 방에서 나가주셔야겠습니다. 아니면 제 목이 날아갈 수가 있거든여~”

 

  뒷말은 여자에게만 속삭였다. 절대 그렇지 않겠지만 브리지트가 오버하며 한 말이었다. 여자는 코델리아의 성격을 모르니 브리지트의 목숨을 걱정한다.

 

  여자는 코델리아의 모습을 눈으로 담다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렇게 돌아가는 줄 알았던 여자는 돌연 문 앞에서 브리지트에게 따졌다.

 

  “너도 여자잖아. 넌 왜 여기 있는데?”

 

  “아.”

 

  브리지트는 잠시 당황했다. 그러나 말할 말은 하나뿐이다.

 

  “저는 집사입니다.”

 

  “집사는 유디스라는 남자잖아.”

 

  “저는 여자 내쫓는 전문 집사입니다.”

 

  말을 막 뱉는다.

 

  “그런 게 어디 있어?”

 

  브리지트는 얼른 당황한 표정을 숨기고 활짝 웃었다. 다시 뜬금없는 말을 꺼낸다.

 

  “제가 그렇게 예뻐 보여요?”

 

  잔뜩 장난 끼가 묻어난 말에 여자는 브리지트에게 잡힌 팔을 쳐냈다.

 

  “무슨 말이야.”

 

  “제가 예뻐서 경계심이 드는 거죠? 집사라는 말도 거짓말인 것 같고? 당신 눈에도 제가 그렇게나 예뻐 보이나 보죠?”

 

  브리지트는 정말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네가 예쁘다고?”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묻는 여자에게 브리지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방 밖으로 내보냈으니 괜찮은 거 아닐까.

 

  “호위기사! 이 사람 데려가요!”

 

  크게 외친 브리지트는 자연스럽게 여자를 방 밖에 두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잠갔다.

 

  “야! 문 안 열어? 문을 왜 잠가!”

 

  밖에서 소리치는 여자에게 브리지트는 혀를 쏙 내밀었다가 집어넣었다. 여자는 보지 못했겠지만 브리지트는 고소해했다.

 

  의자에 앉은 브리지트가 코델리아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눈만 깜빡거리던 브리지트는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물었다.

 

  “모르는 사람이 덮치는 건 너무 야만적인 방법이 아닐까요?”

 

  분명 주종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할 대화에 알맞지 않았다.

 

  알맞은 대답을 찾지 못한 코델리아는 고개를 내려 업무를 마저 했다.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는 말을 듣지 못해 무시당한 거라 생각한 브리지트는 헛기침을 하고 다시 책을 읽었다.

 

  먼저 묻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물어도 되는 건지 몰라 브리지트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고마워.”

 

  브리지트가 고개를 들었다. 코델리아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하고 있었다. 브리지트에게 들릴 수 있게 말한다.

 

  “오늘은 내가 성인이 되는 날이야. 그래서 여러 곳에서 청혼서를 가지고 방문해. 그 사람들 중에서 한 명과 결혼하라고.”

 

  “이 새벽에요?”

 

  코델리아는 차마 자신의 말로는 그걸 말할 수 없는지 침묵했다. 브리지트는 대충 눈치 채고 말했다.

 

  “마음에 들면 먼저 자고 결혼한다는 건가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데?”

 

  “청혼서에 도장만 찍으면 되니까. 귀족의 결혼은 대부분 그래.”

 

  “힘들겠네요.”

 

  그리고 이상하다, 라는 말을 브리지트는 참았다.

 

  “모든 사람이 겪는 거라면 힘들지 않아. 하루 종일 여러 사람이 올 것 같으니까 지켜줘.”

 

  지켜달라니. 코델리아는 브리지트보다 강하다.

 

  “본인이 느끼기에 힘들면 힘든 거예요. 그것보다 호위기사들은 아무 일도 안 해요?”

 

  “헤치려고 오는 게 아니라 청혼하러 오는 거니까.”

 

  “잘 때 오면 어떡해요?”

 

  “그건 막아줄 거야.”

 

  “그럼 먼저 자면 되는 일이었잖아요. 얼른 자요.”

 

  정답을 알아냈다는 듯 브리지트가 일어났다.

 

  “아직 일이 안 끝났잖아.”

 

  재우겠다고 달려드는 브리지트를 막으며 코델리아가 말했다.

 

  “무슨 일이 이렇게 많아요? 그냥 쉬면서 하면 안 돼요?”

 

  “내가 부지런 하고 바빠야 이 백작성 안에 있는 사람들이 편해지지.”

 

  어떻게 이렇게 착한 사람이 있지, 싶었던 브리지트는 영영 코델리아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잠깐만요. 그럼 나는요? 저는 잠도 못 자고 백작님 지키고 있잖아요. 저도 편해야죠.”

 

  “그러네.”

 

  코델리아가 대답하더니 의자에서 일어났다. 오히려 브리지트는 이런 말이 통할 줄 몰라서 당혹스러웠다.

 

  “한 명의 편의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백작성을 잘 관리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야. 그렇지?”

 

  코델리아의 물음에 브리지트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코델리아는 웃었다. 눈웃음이 예뻤다.

 

  “너도 돌아가서 쉬어. 고마웠어. 원하면 아침에 좀 늦게 와도 좋아.”

 

  “아니요. 원래 오던 시간에 올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

 

  브리지트는 고개를 한껏 숙여 인사했다. 코델리아는 손을 흔들었다.

 

  “아. 그리고 이런 일이 있으면 말하기 민망해도 미리 말해요. 그래야 제가 대비를 하죠.”

 

  “응.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들으려고 했던 게 아니에요. 다음부터 그러자고요.”

 

  “그럴게.”

 

  코델리아의 방을 나섰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가족도 아닌 사람들을 위해서 저렇게 열심히 일을 한다는 코델리아가 브리지트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백작성에 있는 사람들 모두의 이름을 외우는 것도 아니면서. 모두와 대화하는 것도 아니면서. 모두의 얼굴을 아는 것도 아니면서.

 

  침대에 누워 뒤척거리며 불편한 마음을 정리하려 했다.

 

 *

 

  베아트리스는 리지의 손을 잡았다. 추운 겨울도 견딘 손이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있을까. 베아트리스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눈물만 뚝뚝 흘렸다.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오히려 소리를 내 우는 사람은 아가사였다.

 

  리지의 몸이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무슨 생각을 하려 치면 무슨 생각을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베아트리스가 어리다고 해도 죽음을 모르는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어제와 오늘이 다를 바가 없었다.

 

  슬프지 않은 것이 아니다. 슬퍼서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까. 다만 너무 당혹스러워서. 그래서 베아트리스는 소리 내어 울지 못했다. 누가 눈물을 참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베아트리스는 팔을 들어 눈을 닦아낸다.

 

  “언니.”

 

  멍한 표정의 베아트리스의 입에서 오직 하나의 단어가 새어나왔다.

 

 *

 

  브리지트는 아침에 해가 뜨는 것처럼 코델리아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절 좋아하나요?”하고 물었더니 수줍은 미소와 함께 “맞아.”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브리지트가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짐작한 것 같다. 숨길 생각도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충격을 받을 것은 없지만 브리지트는 기분이 이상했다. 기분이 이상한 브리지트에게 코델리아는 오늘 하루는 쉬라며 휴가를 줬다. 브리지트는 딱히 할 일이 없어 침대에 누웠다.

 

  “왜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지?”

 

  아침에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브리지트는 생각을 그만하고 싶어서 방을 나왔다. 백작성의 사람들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이 넓은 성을 쓸고 닦고 있었다.

 

  혼자만 손에 아무것도 든 게 없으니 브리지트는 자신만이 이방인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순간 날아든 먼지에 브리지트는 기침한다.

 

  “저, 괜찮아요?”

 

  브리지트가 걱정되었는지 복도를 청소하던 하녀들 중 한 명이 물었다. 최대의 친절을 위한 예쁜 목소리다.

 

  “네. 잠시 아픈 거예요.”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며 브리지트가 말해도 그 하녀는 쉽게 등 돌리지 않았다. 아마 표정이 엄청 이상하게 지어졌나 보다.

 

  “라가도기아인은 몸이 약하다더니 진짜였나 봐요.”

 

  악의 없는 말이 브리지트의 정신을 흔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은 라가도기아인이 아닌 그린랜드인이며 단지 머리가 노랗다는 이유로 라가도기아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국적 같은 거 의심받으면 뭐 어떨까. 의심을 받는다는 게 자신이 그린랜드인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닌데.

 

  아. 그린랜드인. 브리지트가 필라우에서 살면서도 그린랜드의 국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오먼드가의 영향 때문이었다.

 

  일리프세는 브리지트를 필라우로 보내면서도 오먼드의 이름을 거두지는 않았다. 그래서 필라우에서 있을 때 브리지트는 학교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면서도 꼭 라르라는 성과 함께 오먼드라는 성을 사용했다.

 

  그린랜드의 오먼드가에도 이름이 올라가 있고 필라우의 라르가에도 이름이 올라가 있어 둘 다 자신의 아버지였다.

 

  브리지트는 일리프세가 오먼드의 이름을 그대로 둔 이유가 언제가 되어도 다시 돌아오라는 뜻인 것 같았다. 아니면 돌아와도 괜찮으니 받아주겠다는 뜻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린랜드어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그렇게 노력했던 듯하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착각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것이 일리프세가 빚더미에 앉은 가족을 도와주지 않았을 때.

 

  옛날 생각을 하니 속이 쓰렸다.

 

  브리지트는 괜찮다는 말을 하고 걸어갔다. 말로 안 된다면 괜찮음을 몸으로 보여줘야지. 그 방법이 통한 것인지 하녀는 따라와서까지 걱정하지는 않았다.

 

  하녀와의 대화가 없으니 또 코델리아가 생각나서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1000부터 거꾸로 숫자를 셌다.

 

  그것을 몇 번이나 실패하고 1까지 도달하기를 3번 성공했을 때 정원을 걷는 중이었다. 언제 어느 길로 이곳에 들어온지는 모르겠다. 코델리아와 걷지 않았던 정원이라는 것만이 브리지트가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브리지트는 길을 잃었다.

 

  결국 브리지트가 득을 본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잠시 가만히 서있던 브리지트는 제일 높은 성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을 등져 걸었다. 성벽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참이다.

 

  정원은 정원보다는 숲에 가까웠다. 주위에 솟아있는 나무들이 확실히 정원에서 관리하던 것들과는 달랐다. 관상용 나무가 아니라 정말 튼튼하고 사람 몸보다도 두꺼운 나무였다.

 

  이 길을 가도 되는 걸까, 생각하던 브리지트는 어차피 이곳도 백작성이니 괜찮을 것이란 생각으로 걷기 편한 길을 찾았다. 길게 자라난 풀이 다리를 스쳐 너무 간지러웠다. 스치기만 해도 피부병이 생기는 풀도 있으니 위험하게 길을 갈 생각은 없다. 왜 이런 걱정을 하냐면 방금 브리지트가 독초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브리지트는 몇 번 나무 사이를 기웃거린 끝에 3미터쯤 떨어진 곳의 흙길을 발견했다.

 

  당장 풀들을 해치고 그곳으로 간 브리지트는 이제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였다.

 

  오른쪽 길로 갈 것인가, 왼쪽 길로 갈 것인가. 아무리 흙길의 끝을 보려고 고개를 빼도 양쪽 다 똑같이 생겼다.

 

  이제 너무 많이 들어와 버려서 건물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해도 나뭇잎으로 가려 햇빛만 간신히 들어오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브리지트는 풀을 뭉텅이로 뜯어 손을 앞으로 쭉 뻗고 놨다.

 

  땅에 떨어진 풀의 뾰족한 부분은 왼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뜯긴 부분은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왼쪽으로 가자.

 

  뾰족한 모습이 마치 화살표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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