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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고독한 쥬뗌므
작가 : gloryr****
작품등록일 : 2019.10.26

우리는 저마다 어떤 사랑을 할까?

헌신적인 사랑을 믿는 리아
사랑에 의해 상처만 받는 고독한
사랑을 집착하고 소유하려는 로이
곁에서 바라만 봐도 행복한 민호
사랑을 투쟁으로 쟁취하려는 지민
제각기 다른 사랑을 믿는 이들이
만드는 동화 같은 이야기

멋진 공주와 예쁜 왕자 동화 속으로
​지금 당장 들어가볼까요?

 
34. 사랑하니까 보낼 수 없다고! 사랑하니까!
작성일 : 19-10-26 11:31     조회 : 176     추천 : 0     분량 : 7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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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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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어딜까. 새하얀 눈이 주위에 가득하다. 처음에는 온몸이 떨릴 정도로 추웠는데,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금방 괜찮아졌다.

 

  차츰 추위가 사라지자 몸을 움직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새하얀 눈밭 중심에 커다란 궁전이 보였다. 베르사유 궁전처럼 크고, 화려한 성이었다.

 

 "여기 누구 없어요?"

 

  궁전 앞에서 소리쳤다. 안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듯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때, 궁전에 수많은 창문 중에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잔상이 보였다. 잔상을 따라서 궁전의 오른쪽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궁전 안으로 들어가자 천장이 높은 예배당이 보였다. 예배당 중앙에는 금색으로 된 오르간이 놓여 있었다. 예배당 기둥 사이로 누군가가 빠르게 스쳐 갔다.

 

 "누구야."

 

  기둥 사이사이를 빠르게 질주하는 사람을 눈으로 좇았다. 소녀의 웃음소리가 예배당에 울렸다.

 

 "장난치지 말고 나와."

 

  수줍게 웃던 소녀는 예배당을 빠져나갔다. 소녀의 짧은 금발 머리가 문 뒤로 사라졌다.

 

  소녀가 사라진 방으로 급하게 뒤쫓아 들어갔다. 그 방에는 음흉하게 비웃는 여자들의 그림이 온 벽과 천장에 도배 되어 있었다. 조금씩 숨이 막혀왔다. 목 언저리를 만져봤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스카프가... 없어..."

 

  그제야 자신이 스카프를 매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상하게 목이 조였다. 길게 이어진 방 중앙에는 익숙한 여자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초상화를 마주하자 누군가 목을 조르는 듯했다.

 

  마침, 방의 끝에 있는 문이 열리면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자 차츰 숨을 쉬기가 편해졌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방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그곳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방이었다. 방 전체가 차갑고, 딱딱한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몸이 으슬으슬 떨렸지만, 그래도 한결 숨쉬기가 편했다. 이 방의 중앙에도 초상화 그림이 걸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초상화에는 새하얀 사내가 그려져 있었다. 그 사내는 모든 것이 하얬다. 피부, 머리카락, 입술, 심지어 눈마저도 새하얬다. 그 순간, 다시 숨이 막혀왔다. 숨이 막혀오는 동시에 온몸이 추위로 덜덜 떨렸다.

 

 "여기에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위로 향하는 계단이 보였다. 힘겹게 계단을 타고 올라가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거울이 가득한 방이었다. 그 방 끝에 금발 머리 소녀가 서 있었다.

 

 "여기가 마지막이에요."

 

  뒤돌아 서 있는 금발 머리 소녀가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멀리 있는 소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당신을 구하기 위해 왔어요. 나의 왕자님."

 

  소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게 무슨 소린데. 넌 누구야?"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요? 그럼 나를 따라와요."

 "넌 누구냐고. 왜 이렇게 숨을 쉬기가 힘든 건데..."

 "날 따라오면 모든 걸 알 수 있어요. 사랑해요. 고독한 씨."

 

  그 말을 끝으로 금발 머리 소녀는 사라졌다.

 

  사랑한다고? 나를? 내 이름이 고독한?

 

  금발 머리 소녀를 따라 거울의 방 끝으로 갔다. 문이 가까워질수록 숨을 쉬기가 더 힘들어졌다. 목을 조르는 느낌을 떨쳐내기 위해 어떤 수를 써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문을 여는 문고리를 잡자 정말로 누군가가 목을 조르는 듯했다. 고개를 돌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거울을 응시했다.

 

  거울 속에 흉측한 흉터가 보였다. 그 흉터는 목을 감싼 채로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었다. 뜨거운 기운이 볼을 타고 흘렀다.

 

 "결국 난 이렇게 됐구나..."

 

  모든 것이 떠올랐다. 잊고 싶은 기억과 잊을 수 없는 기억까지 모두 다. 문고리를 잡은 손을 놓았다. 손을 놓자 목을 조르던 고통이 사라졌다.

 

 "난 저주받은 거야. 아무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고, 누구도 사랑할 수 없도록..."

 

  그때, 창문 틈 새로 노란 나비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나비는 아름답게 원을 그리며 눈앞을 날아다녔다.

 

 "나비..."

 

  나비예요. 내 눈에는... 예쁜 나비가 보여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활짝 열린 문으로 수천만 마리의 아름다운 나비가 쏟아졌다. 수천만 마리의 나비에 묻혀서 어디론가로 빨려 들어갔다. 눈을 질끈 감고 소리 질렀다.

 

  순식간에 사방이 캄캄해졌다. 주위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천천히 눈을 떴다. 옅은 어둠 사이로 낮은 천장이 보였다.

 

 *

 

 "고독한 환자가 사라졌어요!"

 

  지수와 민호는 이른 아침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급하게 요양 병원으로 갔다. 요양 병원에 도착하자 이미 간호사와 의사가 요양 병원 내부와 마당, 그리고 주변을 샅샅이 살피는 중이었다. 민호가 그중 고독한의 담당 의사에게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저도 아침에 간호사한테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침 회진을 돌기 전, 간호사가 고독한 환자가 사라진 걸 먼저 발견했습니다."

 "한이 형은 혼수상태잖아요! 어떻게 사라진 건데요?"

 "저도 그게 궁금해서 병원 내부의 cctv를 돌려보니 고독한 환자가 바닥을 기어서 병원을 빠져나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일 년 정도 코마 상태에 빠져있게 되면,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텐데... 어쨌든 환자가 깨어나서 병원을 빠져나갔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를 찾는 게 우선입니다. 혹시 그가 어디로 갔을지 예상이 가는 곳이 있나요?"

 "잘 모르겠어요..."

 

  민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의사가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럼 큰일인데..."

 

  지수는 걱정하는 의사에게 따져 물었다.

 

 "왜요? 왜 큰일이에요? 깨어났으니 좋은 거 아니에요?"

 "물론 좋지요. 하지만 일 년이나 영양제로 살았으니, 지금 몸이 정상이 아닐 겁니다. 일반 음식은 물론, 물조차도 섭취하기 힘들 거예요. 더군다나 제일 문제인 것은..."

 

  의사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정신은 지금 일 년 전, 그 사고를 겪은 직후라는 겁니다. 환자분은 아직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것도, 일 년이 지났다는 것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당한 직후라면 정신적으로도 힘든 상태일 거고요. 어쨌든 되도록 빨리 찾아야만 합니다. 저는 경찰에게 연락을..."

 

  의사는 허겁지겁 자리를 떠나려 했다. 지수가 그를 붙잡으며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과거에 그런 사고를 겪은 적이 있었다면... 그걸 아는 게 도움이 될까요?"

 "확신할 수는 없지만... 보통 사람은 과거의 행동을 답습하기 마련입니다. 과거에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다면... 어쩌면 과거의 기억을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의사는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지수는 떨리는 손으로 민호의 어깨를 붙잡았다. 민호가 흔들리는 눈으로 그녀를 봤다. 그녀가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고독한 씨 엄마한테 가야 해요."

 

 *

 

  이영화는 떨리는 손으로 카페 문을 힘겹게 열었다. 천천히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녀의 눈이 자꾸만 카페 문 쪽으로 향했다.

 

 "여기로 올지도 몰라... 여기로 올지도..."

 

  그녀는 불안한 얼굴로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가슴이 크게 오르락내리락했다. 아침에 요양 병원에서 그가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고부터 계속 이런 상태였다.

 

  그 애가 여기로 올까. 이곳으로 온다면 그 아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무수히 많은 물음이 떠올랐다. 그러나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듯했다.

 

  그때, 카페 문이 열렸다. 시선이 빠르게 문 쪽으로 돌아갔다.

 

 "고독한 씨 여기 왔어요?"

 

  지수와 민호가 다급하게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이영화는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민호는 카페 안을 둘러보며 지수에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러자 지수가 이영화에게 다가가서 간절하게 물었다.

 

 "그날... 그날이 있고 나서 그 다음에 어떻게 됐어요?"

 "그걸 왜 물어.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고독한 씨는 지금 일 년 전 그 일을 겪은 직후의 상태에요. 확신할 순 없지만, 그날이 있고 난 다음에 한 행동을 고독한 씨가 똑같이 할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알려줘요. 고독한 씨를 사랑한다면서요! 그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줘요!"

 

  그녀의 외침에 이영화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내 말을... 믿어... 주는 거야?"

 

  이영화의 눈이 글썽거렸다. 지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그 사람의 엄마잖아요."

 

  이영화는 떨어지는 눈물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어느새 떨리던 손이 진정되었다. 그녀가 한 손은 가슴에 손을 얹고, 다른 손으로 문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날이 있고 어떻게 됐는지 나는 몰라. 우리 아들을 그렇게 만든 그놈을 찾아가. 그날이 지나고, 그놈이 찾아왔으니까."

 

 *

 

 "한이가 깨어났다고? 그 애는 어때? 근데 왜 같이 안 왔니?"

 

  로이는 더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지 면회실 입구를 살폈다. 교도관은 열린 면회실 문을 닫았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지수가 그의 새하얀 눈을 마주 봤다.

 

 "그날이 지나고 당신이 나타났다던데. 어떻게 그를 만난 거야?"

 "한이가 깨어났다면서 왜 같이 안 왔냐고! 그 애는? 그 애는 어딨어!"

 "그 사람은 지금 여기 없어. 말없이 사라졌거든."

 "뭐? 사라졌다고? 그럼 당장 찾아야지,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그런데... 왜 넌 날 찾아온 거지..."

  로이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차분히 가라앉은 눈으로 지수를 응시했다. 그의 새하얀 눈이 시리게 빛났다.

 

 "그래. 어쩌면 한이는 그런 선택을 할지도 모르겠네."

 "무슨 말이야? 그게 무슨 뜻이야?"

 

  지수는 유리 벽에 가까이 다가가 소리쳤다. 로이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왜 그걸 너한테 가르쳐줘야 하니?"

 "그야... 그래야 내가 그 사람을 찾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왜 네가 그 아이를 찾도록 내가 도와줘야 하냐고. 교도관."

 

  로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몸이 뒤돌아섰다. 그러자 지수가 절박하게 외쳤다.

 

 "그 사람을 잃을 수도 있어! 그 사람은 지금 위험한 상태란 말이야!"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부서지는 게 나아."

 "사랑했다며!"

 

  그녀의 목소리에 로이가 고개를 반쯤 돌렸다. 그의 눈빛이 좌우로 흔들렸다.

 

 "당신이 그 사람을 사랑했다면...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람을 도울 수 있게 해줘... 제발..."

 "사랑하니까 보낼 수 없다고! 사랑하니까!"

 "그 사랑이 그 사람을 아프게 하는데도?"

 

  지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 벽 앞으로 다가갔다. 차가운 유리 벽에 뿌연 수증기가 맺혔다.

 

 "그가 지금 괴로워하고 있어... 죽을 만큼 힘들어하고 있다고... 그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게 사랑이야? 그 사람을 죽도록 아프게 괴롭히는 게 사랑이냐고... 정작 그 사람은 사랑이라고 느끼지도 못하는데..."

 

  로이는 제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녀의 말이 가슴 속 깊숙이 숨겨놓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어릴 적, 좁은 방에서 느꼈던 고통과 절망이 물밀 듯이 쳐들어왔다.

 

  어릴 적 겪었던 고통과 절망. 그 순간,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사랑이라고 속여야만 했다. 그래야 그 아픔을 견딜 수 있었을 테니까.

 

  그날 이후로, 한 번도 흐르지 않던 눈물이 볼을 타고 뜨겁게 흘렀다. 차츰 피부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 소년이 믿기로 한 사랑은...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던 비틀린 환상은 아니었을까.

 

 "카페에서 제일 가까운 한강 다리로 가. 공원에서 바로 보이는 그 다리에서 그 애를 처음 만났으니까."

 

  지수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면회실을 박차고 나갔다.

 

  면회실에는 로이가 혼자 남아 생각에 잠겼다. 고개를 들고 눈을 감았다. 턱에 맺힌 굵은 눈물방울이 차가운 바닥으로 떨어졌다.

 

 *

 

 "지수 씨! 지금 어디 가는 건데요?"

 

  민호가 다급하게 달려가는 지수를 불러세웠다. 지수는 숨을 헐떡거리며 대답했다.

 

 "고독한 씨가 어디에 있을지 알 것 같아요. 아니, 분명히 그곳에 갔을 거예요! 지금 당장 가야 해요!"

 "형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고요?"

 "네! 어서 따라와요! 빨리 가야지 안 그러면..."

 

  지수가 민호의 손목을 붙잡고 내달렸다. 그러나 민호는 땅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 듯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민호 씨. 왜 그래요?"

 "지수 씨..."

 

  민호가 그녀의 이름을 조곤히 불렀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제 그만하려구요."

 "뭘요?"

 "지수 씨를 돕는걸요."

 

  지수는 그를 붙잡은 손을 힘없이 놓았다. 가슴이 저릿했다. 어느샌가 또 그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그가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그를 이용했다. 그의 얼굴을 보기가 두려워졌다.

 

 "미안해요...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정말로 미안해요..."

 

  민호는 고개를 숙인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지수 씨가 왜 미안한데요. 모두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아니에요... 내가 민호 씨를 이용했어요... 민호 씨의 마음을 알면서..."

 "지수 씨. 전부 나를 위해서 한 거예요. 지수 씨가 아파하는 걸 보는 게 너무 아파서... 그래서 지수 씨를 도운 거예요. 그런데... 이제는 지수 씨가 한이 형을 만나러 가는 걸 보는 게 너무 아파요. 그래서 더는 도와줄 수가 없어요. 거봐요. 나 엄청 이기적인 놈이죠?"

 

  지수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자 민호가 그녀를 품에 가볍게 안았다.

 

 "이제 지수 씨 혼자 가야 해요. 나는 더는 안 도와줄 거니까. 지수 씨가 한이 형을 찾든, 구하든 신경 안 쓸 거예요. 그러니까 뒤돌아보지 말고 가요. 자, 어서."

 

  민호는 그녀를 품에서 밀쳐냈다.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는 그녀를 부추기면서 그녀의 등을 떠밀어주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아부지. 내도 참 바보다. 그체? 근데 이게 내인걸 우짜노."

 

  그는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그녀를 마지막까지 눈에 담았다. 하늘이 시리도록 맑았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

 

  고독한은 다리 아래에 넘실거리는 강물을 내려다봤다. 하늘은 푸르고, 세상은 고요했다. 병원에서 얼마나 있었던 걸까.

 

  눈을 뜨고 있어도 그의 차가운 얼굴이 떠오른다. 그 뒤로 화장이 짙은 그 사람의 얼굴도 겹쳐 떠오른다. 그들은 왜 자신을 죽이려 했을까.

 

  난간 밖으로 기어 올라갔다. 팔과 다리에 힘이 없어서 다리 아래로 곧장 떨어질 것만 같았다. 다리 아래에서 죽음의 손길이 온몸을 끌어당겼다. 환자복이 바람에 나부꼈다.

 

  이대로 떨어지면 그 답을 알 수 있을까. 눈을 감으니 온 세상이 사라진 것만 같다. 죽으면 이런 기분일까.

 

  다리에 점점 힘이 빠졌다. 난간대를 잡은 손을 놓았다. 바람을 따라 몸이 아래로 기울었다.

 

  그때 어둠 속에 그녀의 얼굴이 나타났다. 본능적으로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가까스로 난간대를 부여잡았다. 몸의 반이 다리를 벗어나 있는 상태였다.

 

 "이 손을 놔야 해... 이 손만 놓으면..."

 

  그의 시선이 난간대를 잡은 손으로 향했다.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렸지만 난간대를 붙잡은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 손을 떨어트리기 위해 다른 손으로 난간대를 붙잡은 손의 손목을 붙잡았다.

 

 "결국 내 손으로 그들이 못한 걸 해내야 해..."

 

  손목을 붙잡은 손에 힘을 줬다. 목을 조르듯이 난간대를 붙잡은 손의 손목을 졸랐다. 난간대를 붙잡은 손에 서서히 힘이 빠졌다. 기어코 난간대에서 손이 떨어졌다. 바람이 세게 불어왔다.

 

 "이제 정말..."

 "안 돼!"

 

  익숙한 목소리가 바람을 따라 불어왔다.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시야 끝에서 그녀가 다리 위를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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