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년아, 이거 놔!"
"오빠, 그러지 말고, 내 얘기 좀 들어봐."
"듣긴 뭘 들어! 애 딸린 년이 왜 여기 나타나서! 에이, 술맛 떨어져! 이봐! 매니저! 매니저!"
이영화는 자신의 단골 손님이었던 남자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술 취한 남자는 기어코 방을 나갔다. 어떤 년이 또 소문을 퍼트린 것이 그의 귓가에도 들어간 듯했다. 뒤이어 매니저가 굳은 얼굴로 나타났다.
"화영아. 아무래도 더는 우리 가게에서 일하기가 힘들겠어. 이번 주에만 컴플레인이 몇 번인지. 이제 네 단골 손님도 다 떨어져 나갔고. 새로운 손님한테 널 꼽아주기도 힘들어. 미안하지만 여기서는 더 힘들겠다."
그녀는 입술을 악물었다. 집세도 몇 달 치가 밀렸고, 필요한 생활비도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돈을 구할지 막막했다. 예전에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는데, 이제는 반값만 받는다고 해도 손님이 없었다.
"그러니까 다 늙은 년이 주제도 모르고 여길 나타나. 왕년에 지가 잘나가봤자지."
"늙었으면, 어디 시골이라도 가던가. 다 큰 애까지 있는 주제에 어디서."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복도에까지 새어 나왔다. 이영화는 두 눈을 부릅뜬 채로 탈의실에 들어가 깔깔거리며 웃는 여자들의 머리를 휘어잡았다. 술집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고, 그녀는 남자 관리인에 의해 길거리로 쫓겨났다.
"개년들! 개 쌍놈들! 다 죽여버리겠어! 이 죽일 연놈들아!"
그녀의 격앙된 목소리가 거리에 울렸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주는 이가 없었다. 얼굴에는 화장이 번지고, 입고 있는 옷은 거친 손길에 여기저기 찢겨 있었다.
왜 이렇게 비참해졌을까. 예전에는 모든 관심의 중심에 있었는데.
곰곰히 따져보니 모든 게 그 애를 낳고 나서부터 달라졌다. 그 애만 낳지 않았어도. 그 애만 없었어도.
그녀는 당장에 집으로 달려갔다. 방에 들어가니 교복을 입은 채로 잠들어 있는 아들이 보였다. 다른 옷을 사주지 못해서 매일 같이 교복을 입고 다니는 아이였다. 그마저도 군데군데가 헐고, 헤진 교복이었다.
아이를 보자 가슴에 가득 찬 분노가 차츰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슬픈 감정이 휘몰아쳤다.
한 번도 자신에게 불평하지 않았던 착한 아들이었다. 매일 밤 짜증을 받아주고, 용돈을 달라고 하지도 않던 아이였다. 이 불행이 어찌 이 착한 아이에게서 나왔을까.
모든 원인은 이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있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더는 불행을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착한 아이를 더는 키울 자신이 없었다.
제대로 키우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이대로 죽는 게 낫지 않을까.
그녀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자기 아들의 목을 졸랐다.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서 목을 조른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이는 슬픈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다가 힘겹게 속삭였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의 말을 듣자 이영화는 가슴이 더욱더 아팠다. 이 모든 슬픔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차라리 널 낳지 말았어야 했어. 죽어! 죽어!"
그녀의 날카로운 손톱이 여윈 그의 목살을 깊게 파고들었다. 그는 숨 막히는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그녀를 밀치지 않았다. 그녀의 슬픔을 이해한다는 듯이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때, 누군가가 어둠을 헤치고 나타났다.
"여기가 이영화 씨 댁이 맞나요? 이영화? 화영?"
귀에 익은 목소리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깜짝 놀라 소년의 목을 조르고 있는 이영화를 막았다.
"너 미쳤어! 정신 차려!"
류미리가 넋이 나간 듯한 이영화에게 소리쳤다.
이영화는 피에 젖은 손을 덜덜 떨며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챘다. 그녀의 손톱에 아들의 살점이 묻어 있었다. 그녀가 웅크리며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녀의 목에서 슬픈 울음이 새어나왔다.
그 모습을 찬찬히 눈에 새겨놓은 소년이 방을 뛰쳐나갔다. 류미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들을 지켜봤다. 선물 꾸러미에서 내팽개쳐진 과일이 방바닥을 힘없이 굴러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