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취한 연우는 살며시 슬비를 안으며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너무 무서웠어 그 사고 이후 너무 힘들었어 그런데 이슬비 너로 인해서 난 다시 일어날 수 있었어. 네가 없었다면 아니 우리의 추억이 없었다면 아마 난 여전히 비를 무서워하며 비가 없는 나라를 떠돌아 다녔겠지"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슬비의 모습을 보면서 자꾸 욕심이 생겨 아무래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슬비를 부축하고 거리를 걷는다.
슬비 집 대문 앞 계단에 슬비를 앉히고 옆에 앉는다. 가로등 아래에 슬비의 입술은 더욱 빛나고 예뻐보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왜 자꾸 욕심이 나는거지"
연우의 마음이 두근거리고 결국 욕심을 다 이겨내지 못하고 연우는 슬비의 입술에 뽀뽀를 한다. 연우의 입술 때문인지 슬비가 스르륵 눈을 뜬다.
"잠시만 다시 눈 감아줄래"
"오빠..."
슬비는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다시 눈을 감고 연우는 가벼운 입맞춤이 아닌 진한 키스를 한다. 밀어내려던 슬비의 두 팔은 가볍게 연우를 안으며 키스는 계속 되었다. 늘 꿈만 꾸던 일이 지금 두 사람에게 일어난 것이다.
그때 고3이라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골목길을 걸어오던 남동생 슬주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헛기침을 하면서 걸어온다.
그 소리에 놀라 입술을 뗀 연우와 슬비는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며 시선을 돌려보지만 볼을 더욱 붉어졌다.
"지금 남의 집 대문 앞에서 뭐하는 짓이야"
"야 이슬주 너 조용히 해"
"누나 술 마셨어 하긴 제정신으로 하기엔 너무 농도가 짙긴 했어"
"조용히 하라고 했다. 넌 왜 그렇게 늦게 다녀"
"공부하느라 늦었지 고3이잖아"
"그래 열심히 해 어느 대학에 가나 보자"
"누나처럼 안 살아"
"뭐라고 이 자식이..."
"그런데 옆에 서 있는 그 남자는 누구야?"
"인사 드려 우리 회사 사장님"
"뭐? 사장님? 안녕하세요."
"안녕 난 슬비가 다니는 회사 사장 도연우라고 해"
"도연우 설마 도건우 형은 아니지"
"도건우 형 맞어 근데 내 동생 건우도 알아"
"그 사람 이름은 꺼내지도 마세요. 그 사람 형이라니... 안타깝다"
"그만하고 집에 들어가"
"알았어 두 사람은 하던 거 마저 하고 들어와"
"너 들어가면 죽어"
그렇게 슬주는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계단에 서 있는 두 사람. 좀 어색한 분위기 속에 연우가 묻는다.
"건우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나봐"
"전에 사귀던 여자가 건우 팬클럽 회장이 됐어요"
"건우가 여러 남자 힘들게 하는 구나"
"그 뒤로 건우와 제가 사귀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에요"
"그래 그럼 나도 잘 보여야겠는데"
"아마도..."
"많이 피곤할 거야 내일 늦게 와도 되니까 푹 쉬고 낼 보자"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운전 하지말고 꼭 대리 불러요"
"알았어 먼저 들어가"
"네 그럼"
슬비가 먼저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연우 혼사서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입술을 만져본다. 슬비와의 첫 키스에 조금은 떨리는 심장이 아직도 두근거리고 있었다.
집에 들어온 슬비는 동생 슬주의 방으로 들어간다. 슬주는 뭐가 그리 좋은 것인지 슬비를 보면서 실실 웃기 시작했다.
"너 앞으로 조심해"
"누나가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입을 열면 아마 집이 발칵 뒤집힐 것 같은데 알랑가 몰라?"
"원하는게 뭐야"
"도건우 그 자식이랑 헤어진 거야?"
"아니"
"그럼 양다리 어장관리하는 거야 누나 주제에"
"말 좀 가려서 해라"
"난 최대한 예의를 차려서 하고 있는 중인데 일단 월급 받으면 그때 대답해 줄게 회사나 열심히 다녀 짤리지 말고"
"알았어. 한달 뒤에 보자 만약 그 전에 들키면 국물도 없어"
"음 내 입술에 지퍼 채웠어 걱정하덜덜 말어"
그렇게 동생에게 입단속을 시키고 방을 나와 자신의 방으로 간다.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고 연우와 했던 키스가 자꾸 생각이나서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