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아내의 살 떨리는 고백
작가 : 화휘
작품등록일 : 2019.10.21
아내의 살 떨리는 고백 더보기

카카오페이지
https://page.kakao.com/link/56...
>
리디북스
https://ridibooks.com/books/32...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결혼생활 3년마다 남편을 죽일 수 있다는
아내의 살 떨리는 고백을 들은 남자가
이혼을 거부하고 자기를 죽일 수 있는 아내와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스릴러

 
2. 살 떨리는 고백
작성일 : 19-10-21 15:23     조회 : 86     추천 : 1     분량 : 886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연은 늘 하던 대로 천천히 커피잔을 들고 우아하게 입에 갖다 됐다.

  그녀는 타고 나기를 우아하게 태어났다. 분명 그녀는 전생에 사대부의 고명딸이거나 공주였을 게 분명했다.

  명호는 아내의 우아함에 반해 일 년도 안 되는 기간에 결혼까지 해치웠다.

  그는 아내와의 첫 번째 데이트가 떠올랐다. 평소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셨던 그는 뜨거운 커피를 시켰다. 아내 앞에서 그는 영국 귀족처럼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였다. 그로인해 입천장이 홀라당 다 까졌지만 그는 아내와 같이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기뻐했다. 그때는...

  그러나 세월은 흘렀다. 그는 더 이상 아내 앞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짓을 하지 않았다. 그에 반해 다연은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뜨거운 커피를 음미하듯 마셨다.

  아그작. 아그작. 명호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들이키곤 얼음까지 씹어 먹었다.

  윽. 갑자기 인상을 쓴 그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댔다.

  “찬 음료를 급히 마시면 두통이 일어나.”

  다연은 익숙하게 조곤조곤 잔소리를 늘어놨다.

  내가 누구 때문에 얼음은 씹어 대는데...

  명호는 억울해하며 아내를 쳐다봤다.

  명호가 응급실 바닥에 꼬꾸라졌을 때, 때마침 검사를 마친 준석이 휠체어를 타고 돌아왔다. 남편과 재회한 이은은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안겼다. 준석은 낮고 깊은 목소리로 아내 이은을 다독였다.

  “당신 걱정 많이 했구나. 미안해. 걱정 시켜서.”

  지랄. 명호는 휠체어에 앉아서도 헛바람 든 말을 하는 준석을 보고 있잖니, 눈꼴이 시었다. 더구나 방금 전까지 남편에게 화살을 날려 다치게 했다고 괴로워하던 처제가 모든 걸 잊고 행복해 하자 더욱 기가 찼다.

  이은의 흘린 눈물을 준석은 손으로 닦아주기까지 하자 명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까지 했다. 그들이 입원소속을 밟기 위해 다정하게 가는 걸 보면서도 명호는 여전히 바닥에 붙어 있었다.

  “그만 일어나지.”

  아내 다연의 말에 명호는 그제야 바닥에서 스프링처럼 벌떡 일어났다.

  다연은 남편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집이야? 커피숍이야?”

  “응? 뭘?”

  명호는 다연의 말이 뜬금없다 생각했지만, 아까 들은 대화 때문에 눈치가 보였다.

  “얘기 할 장소. 이은이랑 얘기하는 거 다 들었잖아. 당신.”

  그에 비해 다연은 여전히 차분했다.

  명호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방향을 잃고 움직이자, 다연은 익숙한 듯 입을 열었다.

  “커피숍이 낫겠지?”

  다연이 앞서자, 명호는 아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어디까지 들었어? 정확히. ...생각 그만해. 눈 돌리는 것도 그만하고.”

  결혼 15년차 다연은 남편의 습성을 모두 꿰고 있었다. 명호는 생각을 많이 할 때 눈을 가만히 두지 못 했다.

  생각을 들킨 명호는 다연이 독심술을 배웠나 하는 생각을 했다.

  “뭐? 난 못 들었는데?”

  다연은 잡아떼는 남편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빨리 진실을 말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명호는 어쩔 수 없다며 실토했다.

  “처제가 준석이 사고가 자신 탓이라고 했을 때부터... 그때부터 쭉 들었어. 내가 듣고 싶어서 들은 게 아냐.”

  “근데 왜 집에 가지 않고 응급실에 들어 온 거야?”

  “저녁 반찬이 뭔지 당신이 안 알려줬으니까...”

  불만 섞인 자신의 말에 다연이 눈을 가늘게 뜨자 그는 아차 싶었다.

  “물론 준석이 검사 받으러 갔다는 얘기도 하려고 했어. 당연히 저녁메뉴는 그 다음이지.”

  누가 들어도 명호에게 중요한 건, 준석이 아니라 저녁메뉴라는 게 느껴졌다.

  “제부 사고는 진짜 사고야.”

  다연이 사고라고 강조했지만 명호는 의심스러워했다.

  “하지만. 나도 봤어. ...화살.”

  다연은 놀란 듯 눈이 커졌다.

  “화살?”

  “그래. 준석 가슴에 화살. 검은색 화살. 사실. 내가 요즘 노안에다 망막변성으로 사물이 약간 비틀거리잖아. 그러니까 처음엔 착각한다 생각했지. 더구나 요즘 시대에 사람 죽일 때, 총 쓰지 화살을 왜 써. 총이 훨씬 낫지. 굳이 구식 무기 화살을 쓰냐고. 그냥 내 눈이 또 비틀어졌구나 했지. 근데 처제가 화살얘기를 하는데... 파바박 왔어. 느낌이.”

  명호는 소매를 걷어 팔뚝을 다연에게 내밀었다.

  “봐. 소름이 돋은 거.”

  “당신 진짜 화살 얘기를 믿는 거야?”

  명호는 목소리를 높이며 강변했다.

  “안 믿을 없지. 내가 봤으니까. 두 눈으로.”

  차분하던 다연은 입을 꽉 다문 체 생각에 골몰했다.

  명호는 이때다 싶었다.

  “그리고 당신 말도 들었어.”

  다연은 생각을 멈추고 남편을 쳐다봤다.

  명호는 불안함에 더듬거렸다.

  “당신...당신 나한테... 말 못하는 게 뭐야? ...비밀이 뭐냐고?”

  명호가 궁금한 건, 준석의 가슴에 박힌 검은색 화살보다 다연이 자신에게 감추고 있는 비밀이었다.

  명호는 결혼 생활 15년 동안 다연을 의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나 이해심 넓은 남자야. ...무슨 비밀이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명호는 속으로 떨었다. 진짜 아내가 바람을 폈다고 고백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도 됐다.

  다연은 한동안 남편을 쳐다보다 우아하게 다시 커피를 마셨다.

  “정리가 필요해.”

  아내의 말에 명호는 자신도 모르게 버럭 버렸다.

  “정리가 필요하다고? 당신 진짜 남자 생긴 거야!”

  명호의 본심이 말로 확 튀어나와 버렸다.

  여전히 차분한 다연이 대꾸했다.

  “단언하지만, 남자는 당신 하나로 충분해. 아니 넘쳐. 당신 반토막도 지금의 나로는 버거워.”

  명호는 자신의 몸이 반으로 잘라지는 걸 상상하다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남자 문제는 아니라는 거지?”

  “응.”

  명호는 찝찝하면서도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띠리릭. 핸드폰이 울리자 다연은 카톡을 확인했다.

  “제부가 부탁하네. 이은이 고생한다고 좋아하는 초밥 좀 사다달라네.”

  “그 자식. 왜 남의 마누라 부려먹는 거야.”

  다연은 대뜸 화부터 내는 명호를 보다 짧은 한숨을 쉬었다.

  “아버님이 생신상 5인분 더 준비하래. 길에서 잠깐 다녔던 직장 동료들을 만나셨대. 그래서 생신에 집으로 초대하셨대. 그러면 올해는 25인... 분 음식을 장만해야 할 거 같아.”

  다연은 남편의 눈치를 살폈다.

  “우와. 아버지 옛 동료를 만나셨다고. 어떤 분들인지 궁금하다.”

  다연은 실망한 듯 눈을 내리깔았다.

  눈치가 없는지 아니면 눈치 채지 못했는지 명호는 아내에게 심각하게 물었다.

  “근데 여보. 아버지 생신상에 뭐 올릴 거야? 저번엔 아버지가 광어회 얘기 꺼내시던데?”

  “...”

  침묵하던 다연은 불쑥 일어나며 말을 흘렸다.

  “너무 가볍다. 초밥 일인분 배달하는 거.”

  명호는 어이없이 그냥 가버린 아내를 보며 아차 싶었다.

  “이런... 저녁 뭐 해 놨냐고, 또 못 물어 봤어.”

  명호는 멀어져가는 아내를 보다가 핸드폰은 집어 들며 툴툴거렸다.

  “너무하네. 저녁 안 차려 줄 거면, 저녁 반찬을 얘기해 주고 가야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명호 핸드폰이 울렸다.

  명호는 급히 전화를 받으며 유쾌한 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이 사모님은 신도시에 일곱 채의 아파트를 가져, 명호에게 나름 알토랑 같은 고객이었다. 명호는 직장상사의 전화를 받는 것처럼 깍듯했다.

  “... 네에. 사모님. 시간이요? 사모님이 부르시면 언제든지 달려가야죠. ... 9시요? 아침이 아니고 오늘 저녁 9시죠? ...그럼요. 되지요. 저녁 9시면 어떻습니까? 사모님이 오신다는데, 제가 가서 영접하겠습니다.”

  명호도 핸드폰을 손에 든 체, 서둘러 일어났다.

 

  널찍한 VIP병실에 큼직한 소파도 보였다. 넓은 데도 불구하고 이은은 남편이 있는 침대에 딱 붙어 있었다.

  곤히 잠든 남편 준석을 바라보는 이은 눈에는 미안함과 안도감으로 가득했다.

  이은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미안해. 준석씨. 진짜 미안해.”

  그녀는 조용히 남편에게 사죄를 구했다. 남편의 눈을 보곤 절대로 하지 못할 거 같아서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다연이 들어왔다.

  “언니? 집에 안 갔어?”

  놀란 이은을 보며 다연은 초밥이 그려진 종이백을 들어보였다.

  “제부가 사오라고 했어. 너 좋아하는 참치초밥.”

  “준석씨가?”

  소파에 앉으며 다연은 익숙하지만 부러워했다.

  “응. 너 신경 쓰면 밥을 잘 못 먹는다고 부탁하잖아.”

  이은은 다시 준석을 아련하게 쳐다봤다.

  테이블에 두 개의 초밥을 놓으며 다연이 이은을 불렀다.

  “내 몫도 챙겨놨더라고. 제부가. 니 덕에 나, 한 끼 잘 챙겨 먹게 생겼어.”

  행복해하던 다연은 남편 명호에게 온 카톡을 확인했다.

  ‘여보. 오늘 저녁 된장찌개랑 돼지주물럭이야? 이것밖에 없어?’

  다연 얼굴은 이내 행복이 싹 지워졌다.

  ‘어. 그게 다야. 민나랑 잘 먹어.’

  카톡을 보내고 이내 다시 카톡이 울렸지만 다연은 보지 않았다.

  카톡 내용은 안 봐도 뻔했다. 남편 명호는 냉장고 야채칸을 찾아보지 않고 상추는 왜 없냐고 툴툴되는 내용일 것이다.

  이은은 침울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으며 자신의 결심을 털어놓았다.

  “언니. 준석씨한테 미안하지만, 나 말 안 할래. 준석씨 사고. 그냥 사고라고 생각할래. 그러니까 언니도 형부한테 말하지 마. 우리 비밀.”

  간절한 이은의 눈길에도 다연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럴 수 없어. 형부가 우리 대화 다 들었어.”

  이은은 설마하며 되물었다.

  “화살얘기도?”

  “응. 다 들었어. 전부 다. 검은색 화살도 봤대.”

  경악해 눈이 동그래진 이은은 놀라 벌어진 입을 두 손으로 막았다.

  “가능해? 그게 가능해? 화살은 형부가 볼 수 없잖아.”

  “글쎄...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그러면 우겨. 형부 노안에다 망막변성이라며. 그냥 형부가 잘못 봤다고 믿게 하면 되잖아.”

  이은은 절대로 비밀을 털어 놓지 말라며 재차 경고했다.

  다연은 심각한 이은을 보고 피식 웃었다.

  “선택지가 없어. 그냥 말해야 돼. ...어떻게 말하는지만 남았어.”

  “안 돼. 언니. 형부가 알면... 우리 비밀. 준석씨가 알게 될지도 몰라.”

  겁을 먹고 떠는 이은 손을 다연이 꽉 잡았다.

  “이은아. 미안하지만 나 말해야 해.”

  “...언니. 제발.”

  이은의 애원에도 다연은 물러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말하지 않은 게 내 잘못이야. 최대한 너한테는 피해 안 가게 할게. 니 형부 비밀 듣고 충격 받아서 제부 신경도 안 쓸 거야.”

  “그게 돼. 형부 입 가볍잖아.”

  다연은 걱정 말라는 듯 웃었다.

  “가볍지. 하지만 너희 형부 부탁하면 지키려고 애는 쓰잖아.”

  물론 그 부탁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걸 다연이 모를 리 없었다.

  “이은아 먹어 봐. 진짜 맛있다.”

  다연은 초밥을 먹으며 맛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은은 여전히 불안해 되물었다.

  “진짜 준석씨가 우리 비밀 알면... 나 어떻게 되는 거지?”

  다연은 대꾸했다.

  “제부라면 널 이해해 줄 거야. 문제는 니 형부지.”

  다연은 이번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수심에 잠긴 언니를 보니 이은은 미안했다. 자신 때문에 언니는 15년 동안 가슴에 간직한 비밀을 형부에게 밝혀야만 하는 상황과 맞닥뜨렸다.

  이은은 결혼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이런 일들이 벌어질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 결혼을 하면 행복과 즐거움과 웃음만 가득하다고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 결혼 3년째지만 남편 준석은 신혼 때처럼 늘 이은에게 한결 같았다. 단 한 가지만 빼고...

  결혼 2년이 넘도록 아기가 생기지 않자, 이은은 준석과 함께 산부인과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준석은 일이 바쁘다, 몸이 요즘 안 좋다 등등 갖은 핑계를 대고 산부인과 가는 걸 회피했다.

  꼬박 1년을 참았던 이은은 혼자서라도 가겠다며 일방적으로 산부인과 예약을 하고 남편에게 통보를 했다.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이은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산부인과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마지못해 준석이 이은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나 아기 못 가져. 정관수술했어.”

  예쁜 아기를 세 명을 낳기 원했던 이은에게 준석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준석은 자신의 고백이 자신의 심장에 박힌 화살로 되돌아 올 줄은 전혀 몰랐다.

 

  “대체 무슨 말인데? 그냥 집에서 하면 안 될까?”

  명호는 상담을 핑계로 한풀이를 하고 간 사모님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사모님은 외국 사위를 얻게 된 현 상황에 불만이 가득했다.

  한 시간 넘게 사모님 하소연을 듣고 보니, 시간은 저녁 10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었다. 서둘러 집에 가서 쉴 생각인 명호는 막 사무실 문을 닫고 집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다연이 명호에게 전화를 걸어 사무실에 보자는 말을 한 것이었다.

  하루 종일 준석 사고 때문에 힘들었던 명호는 아내에게 재차 집에서 보자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명호는 닫은 사무실 문을 다시 열고 불을 켜고 소파에 쓰러지듯 몸을 구겨 넣었다.

  5분 정도 지나자, 다연이 사무실 문을 들어왔다. 검은 코트를 입은 그녀는 남편이 앉은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남자 아니라며. 그러면 민나도 들어도 되는 일 아냐?”

  명호는 아내를 보자마자 툴툴거렸다.

  다연은 대답도 없이 시집을 꺼내 열고 명호 앞에 내밀었다.

  서정주 시인의 <신부> 였다.

  명호는 뜨끔 없이 나타난 시집을 보며 더욱 못마땅해했다.

  “시집이랑 비밀이랑 연관 있는 거야?”

  “응. 그러니까 읽어 봐.”

  다리를 꼰 명호는 시집을 손에 들고 읽기 시작했다.

  “신부는 초록 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근데 계속 읽어야 해?”

  다연은 짧게 대답했다.

  “응.”

  쩝쩝대던 명호는 다시 시를 읽기 시작했다.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돌쩌귀에 걸렸습니다. ...문돌쩌귀가 문짝에 달려 있는 쇠 같은 거 맞지?”

  “응 잘 아네.”

  명호는 시큰둥했다.

  “시험에 나오는 걸 모를 리가 있나. 근데 이 시 보여주려고 사무실로 다시 오라고 한 거야?”

  명호는 피곤했다. 약속한 사모님이 푸념을 한 시간 넘게 듣고 있었기에, 무척 지쳐 있었다.

  “이 시가 황씨부인 설화를 바탕으로 지어진 것도 알겠네.”

  “뭐. 대충.”

  “우리 외가에 황씨 부인 피가 흘러. 설화에 나온 황씨부인은 우리 집안 조상이셔.”

  갑작스러운 아내의 고백에 명호는 관심을 드러냈다.

  “진짜?”

  “응. 남들은 설화라고 하지만, 우리는 집안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야. 이 일로 인해 우리 여자들은 조금 다른 능력을 가지게 됐어.”

  명호는 다연의 말에 꼰 다리를 풀며 물었다.

  “특별한 능력? 엑스맨 같은?”

  “굳이 따지면... ”

  명호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아내를 쳐다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무슨 능력이야?”

  “어떤 능력이라면...”

  “잠깐.”

  명호는 갑자기 큰소리로 아내의 말을 막아섰다.

  “그러니까 처제도 특별한 능력을 보인 거지? 그 화살. 검은 안개에 둘러싸인 화살이 능력이라는 거지?”

  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그 능력이 말야...”

  “잠깐.”

  명호는 다시 다연의 말을 막았다.

  “내가 맞춰 볼게? 그 능력?”

  명호는 손바닥을 비벼대며 극도의 호기심을 드러냈다. 명호에게 이건 그저 재미있는 놀이같이 느껴졌다.

  “미래를 보는 능력?”

  아내가 고개를 가로 젓자 명호는 아쉬워했다.

  “아... 아깝네. 미래를 보면 로또 번호 좀 알려 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미래를 보는 능력이 아니면, 도봉순처럼 괴력의 체력?은 아니지. 그런 괴력이 있으면 민나 침대 옮기다가 허리 나갈 리가 없지.”

  명호는 말을 끊고 여전히 고심에 고심을 하다 불현듯 얼굴이 환해졌다.

  “처제가 화살을 날렸으니까... 당신은 날씨를 조정하는? 그거다 그지?”

  명호는 아내 다연을 게임 속 캐릭터처럼 착각해 흥분했다.

  그런 남편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연 가슴은 떡이 걸린 것처럼 답답했다.

  “여보. 그만. 장난 아니야.”

  “나도 장난 아니거든.”

  다연이 화를 참을 수 없어 불쑥 일어났다.

  아내를 말리며 명호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나는 당신이 어떤 능력이 있다는 게 하도 신기해서.”

  변명치곤 조잡스러웠다.

  다연이 숨을 고르곤 다시 소파에 앉자, 명호는 따라 앉았다.

  “이제부터 잘 들을 거야.”

  근데 명호의 얼굴엔 장난스러운 웃음이 가득했다.

  다연은 짧게 한숨을 내쉬곤 입을 열었다.

  “황씨부인은 첫날밤에 소박맞는 거 알지?”

  “당연히 알지. 신랑 바지자락이 문짝 쇠붙이에 걸렸는데, 부인이 음탕하다고 도망쳐 버렸잖아. 남자가 쪼잔해. 부인이 음탕하긴. 첫날밤인데 당연한 거잖아. 나라면 얼씨구나 하고...”

  명호는 다연의 강력하게 째려보는 눈빛에 민망해했다.

  “미안... 그냥 나의 사견을 튀어나와 버렸네.”

  “...”

  다연은 익숙한 듯 남편에게 다짐을 받아냈다.

  “중요한 얘기야. 이제 입 좀 닫아 줘.”

  아내의 화를 누르는 말투에, 명호는 떨떠름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안 여인들이 들은 내용은 황씨여인 설화와 좀 달라. 그러니까 재차 말하지만 잘 들어. 결혼 전에 두 명의 총각이 황씨여인을 좋아했어. 황씨여인은 그 중 한 명과 식을 올렸지. 첫날밤, 잠시 화장실을 간 신랑은 칼을 든 정적을 보게 됐어. 신랑은 무서워 황씨여인을 버리고 도망쳐 버렸지. 근데 사실 그 칼을 든 사람은.”

  명호는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다시 끼어들었다.

  “사람이 아니고 대나무 그림자였지. 그리고 정적이면 죽였어야지 도망을 왜 쳐. 첫날밤을 놔두고.”

  다연은 숨이 넘어가는 걸 간신히 꾸역꾸역 참고 있었는지, 얼굴이 검붉어졌다. 준석을 안고 뛰었던 명호얼굴보다 다연 얼굴이 더 검붉었다.

  “...”

  명호도 위험을 감지했는지 입을 다시 오므렸다.

  다연은 거친 숨을 몰아쉬다 이내 안정을 찾았다. 검붉어졌던 얼굴은 붉어진 상태로 변했다.

  크게 숨을 몰아 쉰 다연은 말을 빠르게 내뱉었다.

  “그렇게 남편에게 억울한 오해를 받은 황씨부인은 설화와 달리 그 날 목을 매고 자살해 버렸어. 그 뒤로 우리 집안 여자들에겐 이상한 힘이 생겼어. 3년마다 남편을 죽을 기회를 얻게 된 거야.”

  명호는 아내의 말에 어이가 없어 되물었다.

  “... 뭐? 뭘 할 수 있다고?”

  “3년마다 당신을 내가 죽일 수 있다고.”

  명호는 아내의 살 떨리는 고백을 듣고도 그저 눈만 끔뻑거리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19. 화살이 날아 왔다. 2019 / 11 / 8 250 0 8124   
18 18. 여보. 당신 옆에 내가 있어. 2019 / 11 / 8 210 0 7033   
17 17. 아냐. 아니라고. 2019 / 11 / 6 214 0 6872   
16 16. 미안해. 언니. 2019 / 11 / 6 212 0 6327   
15 15. 괜찮은 척 하고 있어 2019 / 11 / 5 216 0 6409   
14 14. 궁금하지 않으세요? 2019 / 11 / 5 216 1 6234   
13 13. 지겨웠겠다 진짜. 2019 / 10 / 31 212 0 6118   
12 12. 네가 할 말은 아니라고. 이... 2019 / 10 / 31 206 0 6540   
11 11. 진짜 여자가 있었니? 2019 / 10 / 31 226 0 8044   
10 10. 그래 이혼해. 2019 / 10 / 30 209 0 6958   
9 9. 화살이 보입니다. 2019 / 10 / 29 218 0 7290   
8 8. 두 시간 전... 2019 / 10 / 28 208 0 6924   
7 7. 살아주지 마. 2019 / 10 / 25 197 0 6477   
6 6. 미안해. 결혼 전에 당신한테 말 못한 게 있… 2019 / 10 / 25 191 0 7097   
5 5. 내가 살아준다. 2019 / 10 / 25 61 1 6766   
4 4. 나 떨고 있니? 2019 / 10 / 24 69 0 8328   
3 3. 헤어질래? 죽을래? 2019 / 10 / 21 74 0 6989   
2 2. 살 떨리는 고백 2019 / 10 / 21 87 1 8862   
1 1. 이제 죽는 건가? 이 가련한 나이에? 2019 / 10 / 21 426 0 806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내 별에서 남자
화휘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