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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21세기 도사
작가 : 단단
작품등록일 : 2019.10.3

21세기에도 도사는 존재한다.
도사라고 하여 잔뜩 기른 수염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산 속에서 뿌리채소만 캐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것 참 안타깝다. 단지 일반인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
도사학당을 다니는 사방신 중 청룡과 현무의 후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나머지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막는 세력에 대항해, 한국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21세기 도사 8
작성일 : 19-10-19 17:44     조회 : 349     추천 : 0     분량 : 7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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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바로 그곳에 구름이 멈춰 섰다.

 “우에엑.”

  구름 드라이브에 익숙지 않은 진우는 내리자마자 옆 나무를 붙잡고 속을 게워냈다. 아침도 먹기 전인지라 든 것도 없어 나오는 것도 없었다.

 “에이구.”

  민석은 혀를 차며 진우의 옆으로 가 등을 두드려줬다.

 “이렇게 약해서 어디 일하겠습니까.”

  그런 민석의 말에 진우는 당장이라도 꿀밤 10대를 먹이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올라오는 토기에 나무를 붙든 손만 부들부들 떨었다. 곧 안정을 찾은 진우는 한쪽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숨을 고르는 진우를 보다 민석은 숙소에서 챙긴 500미리 물을 건넸다.

 “이거라도 마셔요.”

 “예.. 감사..”

  진우가 물로 속을 달래는 동안 민석은 어제 태운 개집만한 사당을 살폈다. 아니 그렇게 선전포고에 선빵까지 날렸으면 나오든가. 직접 집 앞까지 왔건만 코빼기도 보이질 않는다.

 “아니 오라고 선빵친 거 아니야? 왜 안 나오냐...”

  그 앞에서 민석은 곰곰이 생각했다. 어떻게 불러낸담. 본인이 무당도 아니고. 강령술.. 빙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민석은 고개를 돌려 진우를 쳐다봤다.

 “왜요...”

  아직까지 안색이 창백한 진우에 일말의 양심이 쌍욕을 했다. 흐흐, 아무것도 아니여.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게 내가 아니라 무당이 왔어야 한다니까. 이 일을 이렇게 처리해요. 갑갑해진 민석이 혀를 찼다. 그래, 여하튼 가지고 왔으니까 부적이라도 써보자 싶었다.

 “나 괴황지랑 주사 간 것 좀 꺼낼게요.”

  진우는 맥아리 빠진 손을 들어 펄럭거렸다. 통통한 진우 가방을 열자, 뭘 이리 챙겨왔는지 물건으로 가득했다.

 “어우 조그만 가방에 많이도 챙겨왔어.”

  손을 넣고 이리저리 뒤적이다 얻어걸린 약과도 하나 집어먹었다. 진우에게도 하나 건넸으나 거절당했다. 그것도 민석의 입으로 들어갔다. 발굴하듯 꺼낸 괴황지와 주사 간 것을 바닥에 늘어놨다. 잘 펴놓은 괴황지, 그리고 손에는 붓을 들었다.

 “있어봐, 한자가...이렇게, 아니 이렇게 쓰던가?”

  허공에 대고 붓을 휘둘러보았다. 일단 써보자며 괴황지에 쓱쓱 한자를 써내려갔다. 타다 만 사당에 턱하니 붙여봤지만, 잠잠했다. 놀라울 정도로 고요했다. 머쓱해진 민석이 다시 뜯어 구겨버렸다. 그리고 부채질을 하자 호로록 타 사라졌다.

 “아니 시대가 어느 시댄데 부적도 어? 한글로 써도 되는 거 아니야? 이 구닥다리 진짜. 세종대왕님이 지하에서 이놈~ 해요!”

  다시 자리에 앉아 골똘히 생각했다. 한자를 써야하는데. 붓을 든 팔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그 모습에 진우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한자인데요.”

 “아니 이게 전서로 써야하거든, 진우씨. 그런 의심스런 눈으로 보지 말고. 날 믿어 봐요. 내가 학당시절에 부적 실기로 1등한 사람이거든요 내가. 아니 근데 사람이 말이야. 요새 누가 전서로 쓰냐고 써도 해서로 쓰지.”

  꿍얼거리는 민석이 다시 괴황지에 한자를 휘갈겼다.

 “근데 불러내서 어떻게 하시게요? 회유할 생각 없으셔서 태워버리신 거 아니에요?”

 “아유, 그럼요.”

  민석이 대답하며 사당에 부적을 붙였다.

 “오-”

  괴황지에 적힌 부적이 반짝이며 빛을 냈다. 드디어 괴황지가 부적으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약하게 빛을 내던 부적은 더 밝은 빛과 함께 불에 타듯 사르르 사라졌다. 그리곤 그 자리엔 사당의 신이 자리했다.

 “무엄하다. 일개 도사가 이딴 허접한 부적으로 나를 불러내?”

 “일개 도산지 아닌지는 대보면 알 것이고. 내가 한 짓이 무엄한지, 아닌지도 보면 알 것 아니오?”

  사당신의 등장에 잠시 긴장했던 민석이 웃는 낯으로 대꾸했다. 저런 것이 사당신으로 있으면서 사람을 괴롭히고 우리 만석이를 건드렸다?

 “지금이라도 사당을 다시 지어 바치고 예를 갖추어라.”

 “내가 왜. 사람의 두려움을 먹고 자란 주제에 꽤나 신 노릇을 잘도 하는구나.”

 “무어라! 내가 누군 줄 알고,”

 “버려진 집에 운 좋게 깃들었으면, 그것에 감사히 살 것이지. 오랜 시간 사람들을 괴롭히며 몸뚱이를 불리고 능력을 키운 것을 몰랐을 것 같으냐.”

  말 그대로였다. 애초에 사당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말한 사당은 사당이 아니었으니까. 사당이 아닌 곳에 자리를 잡고 깃들었으니, 부득불 따져보자면 양반 행세하는 떠돌이 각설이 정도 되겠다.

 "욕심이 끝도 없지."

  민석의 한쪽 입 꼬리가 비죽 솟았다. 오른손에 쥔 부채를 펼쳤다.

 "그래, 네놈 말대로 두려움을 먹고 자란 내가 얼마나 강한지 너 또한 모르는구나. 네 놈 가족 소식을 듣고도 말이다. 저승길이 외롭지 않겠구나."

  사당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시커먼 구름이 거대한 용처럼 꿈틀거리며 이들의 머리 위로 몰렸다. 민석의 뺨에 빗방울이 맺혔다. 한 두 방울씩 떨어지던 비는 곧 이들의 공간을 가득 메웠다. 딱딱하게 굳은 민석이 천천히 부채를 들어 사당신의 얼굴을 겨눴다.

 "유언이 참으로 길구나. 만석이의 복수는 배로 갚아 줄 터이니. 기대하시게."

  시작은 민식이었다. 휘두른 부채에 거센 바람이 일었다. 민석은 도술을 사당신을 향해 부리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사당신은 본인의 지팡이로 민석을 겨눴다. 지팡이의 움직임에 따라 비가 민석을 향해 폭풍우 치듯 날아갔다. 부채로 다시 날려버린 민석이었다. 둘 사이의 주고받음이 이어졌다. 의외로 벅차 보이는 건 사당신이었으며, 여유로워 보이는 건 민석이었다. 공격의 시작은 민석이었으나 이후론 사당신의 공격을 받아치며 실력을 가늠하는 듯 해 보였다. 애저녁에 커다란 바위 뒤에 숨은 진우는 고개만 내밀어 상황을 지켜봤다. 사당신이 민석을 향해 번개 줄기를 잡아 날렸다. 부채로 가볍게 튕겨낸 번개는 진우가 숨은 근처 나무에 꽂혔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갈라졌다. 진우는 화들짝 놀라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놀란 가슴을 콩콩 두드렸다.

 "저 인간들이 미쳤나? 아, 하나는 인간도 아니지."

  순간 세상이 번쩍였다. 그러더니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어찌나 요란한지 정말 하늘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천지개벽을 실시간으로 보는 줄 안 진우는 다시 가슴을 움켜쥐어야 했다. 비도 오고 대낮에 하늘도 시컴한데 갑자기 천둥번개요? 놀란 마음을 다독이며 바위 너머 상황을 살폈다. 우리 김도사님 죽은 거 아니야? 여기서 죽으면, 난 도술도 못하는데 저거 처리 어떻게 해. 물론 산재가 된다지만 지금 산재가 문젠가. 당장 목숨이 날라 가게 생겼는데. 눈물이 찔끔날 것 같았다. 바위 너머는 매우 잔잔했다. 민석만 오도카니 서있었는데, 보이는 건 그의 뒷모습뿐이라 그 뒤로 무엇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잘 가시게. 일생이 비바람 내리며 춥게 살았으니, 저승가선 불지옥에서 따뜻하게 보내시고."

  다시 한 번 밝은 빛이 번쩍였다.

 

 -

 

  서면으로 받은 보고서를 한 장씩 넘기며 확인하는 한나다. 꽤나 고생했겠다 싶었다. 민원과 조사팀이 약간 그런 경향이 있지. 고개를 끄덕이며 페이지를 넘겼다.

 "사당을 불 태웠어? 아주 기대 이상이네."

  애초에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마인드로 상성도 낮은 매칭을 하긴 했으나, 이렇게 절차를 건너뛰고 일을 저지를 줄은 상상을 못했다. 보통 이런 경우 무당이 가서 굿을 하는 경우가 많긴 하니까. 그래서 달래서 성불하는 게 베스트긴 한데.

 "부적을 쓰긴 썼나..?"

  일부러 진우에게 시켜 챙겨 보낸 괴황지와 주사였다. 굿을 못하면 어떻게 해. 부적이라도 써서 어느 정도 액운을 막던가 해야지. 근데 예상에 방화가 없었을 뿐이지만.

  실입물품 ; 괴황지 2장. 주사 간 것 조금. 붓.

 "쓰긴 썼네... 이건 뭐야?"

  청구내역을 보던 한나는 기가 찼다. 괴황지와 주사야 사용했으니 그렇다 쳐도.

 "사건 처리과정에서 가족을 인질로 삼아 협박 및 상해를 입었으니, 그에 대한 피해 보상을 청구합니다? 동물병원 영수증이잖아? 이거."

  첨부한 영수증은 동물병원 영수증이요, 그 아래 붙은 사진은 고양이 사진이었다. 무려 이름도 손수 적어 제출했는데, 그 이름이 '김만석' 되시겠다.

 "진짜 장난하나. 가족은 한 다리 직계만 된다고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하면 뭐해. 귓등으로도 안 듣는데."

  한나는 이제 내쉴 한숨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오른쪽에 놓인 도장을 들어 민석이 제출한 영수증에 쾅, 눌러 찍었다. 쩍,하고 찍힌 것은 크고 붉은 '불가' 두 글자였다.

 

 -

 

  ‘도사의 역사’ 시간이었다. 역사만 들어가면 애들이 왜 이렇게 조는지 소위 역사 덕후인 역사 선생은 마음이 쓰렸다.

 “자 얘들아 조금만 더 힘내자. 너네들이 아는 도사는 누가 있는지 한번 말해볼까?”

  코리안 바이브 어디 안 간다. 아무도 대답 않는 잠잠한 교실에 심성 여린 역사 선생은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았다.

 “전우치요.”

 “어우, 그래.”

  곰곰이 생각하던 은호의 대답에 역사 선생은 박수를 치며 환호해줬다.

 “은호는 전우치를 어떻게 알게 되었니?”

 “영화에서 봤어요.”

 “그으래...”

  그래도 영화에서 본거라도 이야기 해주는 게 어디인가. 쓸쓸할 뻔 했던 수업시간이 그나마 할만 했으니. 하지만 영화 이야기가 나오기 무섭게 교실 곳곳에서 ‘으짜으짜으짜’라며 리듬을 타는 노래 소리가 미약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학생이 ‘뿌와앙~’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는데. 그때야 말로 역사 선생은 왈칵 눈물을 쏟을 뻔 했다. 다행이 수업 종이 울렸고 수업 중 학생 앞에서 우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아이들은 급식실을 향해 뛰었는데 그 모습이 흡사 아프리카 물소 떼 같았다.

 

 “아영.”

  배식을 받고 돌아선 아영을 부른 건 다름 아닌 결이었다. 결의 옆으로 똑같이 식판을 들고 멀뚱히 서있는 도형과 은호가 있었다. 뭔가 싶어 쳐다봤다.

 “반장 빨리 밥 먹으러 가자.”

  도형은 급한 얼굴로 고갯짓으로 옆을 가리켰고 은호와 함께 먼저 쫄래쫄래 걸어갔다.

 “뭐야?”

  그 사이 급식을 받은 다은과 민지가 궁금한 얼굴로 아영의 옆에 섰다.

 “먼저 가있을래? 금방 갈게.”

  다은과 민지를 먼저 보낸 아영이 결을 쳐다봤다.

 “나 이제 쟤들하고 먹는다고 했잖아.”

 “다 같이 먹으면 안돼?”

 “애들이 불편하지.”

 “같은 반이잖아.”

 “그건 네 생각이고 너 쟤들하고 말도 잘 안 해봤잖아.”

 “아영.”

 “왜?”

 “나 버리는 거야?”

 “버리긴 뭘 버려. 얼른 가서 밥이나 먹어.”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한 아영이 한 손으로 결의 어깨를 툭 쳤다. 학생 틈바구니를 헤치며 사라지는 아영을 보다 결도 은호와 도형에게 걸음을 옮겼다.

 

 “왜 이렇게 늦게 와! 반장은?”

 “친구랑 먹는대.”

 “뭐야. 우리는 친구가 아니야?”

 “애들이 불편할 거래.”

  그 말을 끝으로 결은 수저를 들었고 질문을 하던 도형도 입맛을 쩝, 다시곤 다시 밥을 먹었다. 그런 분위기는 아영이 쪽도 마찬가지였는데 분위기의 차이는 있었다.

 

 “아까 뭐야?”

 “아, 별거 아니야.”

 “너 걔랑 친하지?”

 “친하다고?”

 “학기 초반에 같이 얘기하는 거 몇 번 봤어.”

 “아. 그래?”

 “그치?”

  밀려드는 질문에 아영은 관자놀이를 긁다 답했다.

 “어, 뭐.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어.”

 “어렸을 때부터?”

 “언제부터?”

  그 대답에 아영의 예상과는 달리 승냥이 떼처럼 달려들었으니. 대충 말하고 넘길 생각이 오히려 먹이를 준 꼴이 돼버렸다. 언제쯤인지 찬찬이 생각하는 아영을 그 둘은 먹는 것도 멈추고 눈을 반짝였다. 아영은 꽤나 부담스러웠다. 예전에도 몇 번 이랬던 적이 있어서. 본인보단 언제나 한결에게 더 관심이 많았던 주변 사람들.

 “초등학생 때...”

 “어머 어머.”

 “나 미쳐.”

  아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은은 입을 틀어막았고 민지는 아영의 어깨를 퍽퍽 치며 여간 난리가 아니었다. 그런 둘을 머쓱하게 쳐다보던 아영은 점점 의아해졌다.

 “진짜 아영아...”

  둘 다 한결을 좋아하는 건가, 소개해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 저런 생각이 들 즈음.

 “내가 소꿉친구 서사에 미치는 건 어떻게 알고.”

 “나도. 쟤 맨날 아영이 부를 때 어떻게 부르는지 앎?”

 “어떻게 어떻게 부르는데!!”

 “일단 목소리에 꿀 바름. 그리고 약간 목소리를 깔고,”

 “깔고!”

 “..아영.”

 “꺄!! 웬일이야.”

 “미쳤지 미쳤지?”

  둘은 이제 식판엔 관심을 끊은 듯 서로 마주보고 박수치며 난리도 아니었다. 그 시끄러운 급식실에서도 그 둘의 목소리가 뚫고 나와 자아표출을 했으니. 멀리 떨어져 있던 은호네도 열심히 움직이던 젓가락질을 멈추고 이쪽을 힐끗 쳐다볼 정도였다.

 “쟤네 무슨 좋은 일 있나봐.”

 “그러게...”

 

  금요일 마지막 시간, 칠판엔 ‘반장선거’가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었다.

 “반장이 뭐야. 회장이라고 하지 않아?”

 “레트로가 유행이잖아.”

  그 주 금요일은 담임이 아영에게 약속했던 반장선거가 있는 날이었다. 곱게 자른 용지를 들고 온 담임은 답지 않게 개수를 분단별로 맞추어 나눠주었다.

 “자 하나씩 가지고 뒤로 넘기기~ 개수 딱 맞췄으니까 두 개씩 가지면 안 돼. 얘들아.”

  심지어 종이에는 곰돌이 도장이 찍혀있었다.

 “자 반장 후보 추천 받을게”

  종이를 뒤로 돌리고 다시 앞으로 몸을 돌리던 아영은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멀리서 찾을 겨를도 없이 결과 단번에 눈이 마주쳤다. 창가 쪽에 앉은 결은 저무는 햇살을 등지고 살랑살랑 들어오는 바람에 결 좋은 머리카락만 살살 날렸다. 한쪽 팔로 턱을 괴고 아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결이 입을 뻥긋거렸다. 하지만 뭐라는 건지 알아듣지 못한 아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영이 못 알아듣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결은 아까보다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문-아-영’

  여전히 턱을 괸 채 다른 손으로 앞을 살짝 가리켰다.

 ‘반-장’

  그에 아영의 미간엔 주름이 졌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저으려는 순간 자신의 짝꿍인 다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아영이요.”

  깜짝 놀란 아영이 다은을 향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다은은 아영과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고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다은의 목소리에 뒤 돈 민지는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민지와 다은이 킥킥 거릴 동안 놀란 토끼 눈이 된 아영만 방황할 뿐이었다.

 “좋아. 아영이.”

  담임이 칠판에 이름을 적었다.

 “아...!”

  칠판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보며 작은 탄성만 남겼다. 그런 아영의 속도 모르고 담임선생님은 사람 좋은 얼굴로 다른 친구를 찾았다.

 “또 다른 친구~”

  아영이 스타트를 끊자 다른 아이들도 서로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역시 애들은 애들인지라 일주일 만에 확연히 친해진 모습이었다. 장난스런 목소리로 교실 분위기는 들뜨기 시작했다. 아영의 기분은 그런 반 분위기와는 조금 동떨어졌다. 불만으로 침전된 얼굴로 다시 결을 돌아봤다. 그에 결은 으쓱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표현했다. 언제나 아영을 보는 얼굴이 은은히 웃는 낯이었지만 그게 아영의 입장에선 오히려 약이 오르니 문제였다. 아영이 빈정 상한 다는 표정으로 결을 흘겼다. 그런 아영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한동안 마주치던 돌연 뭔가 생각난 듯 했다.

 ‘아!’

  결은 펜을 들더니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꽤나 신중한 얼굴이기에 아영은 결의 움직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결은 다 쓴 건지 펜을 내려놓았다. 꽤나 당당하고 뿌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곤 종이를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아영을 향해 들었다. 뭔가 했더니. 이름이었다.

 -문아영-

  세 글자가 멀리서도 한 눈에 보이게 종이를 꽉 채우고 있었다.

 ‘하..!’

  아영은 헛웃음이 터졌다. 결은 자신의 얼굴을 가린 종이를 살짝 옆으로 움직이고 아영을 바라봤다. 아영은 그 모습에 결국 못 말린다는 듯 웃음이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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