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을 나오는 슬비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다. 건우엄마의 행동도 좀 힘들었지만 다른 나라에서 걸려 온 유나의 전화가 더 걱정이 되었다. 혹시 연우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그때 전화가 울리고 화면에는 건우의 이름이 뜬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전화를 받는다.
"지금 어디야"
"여기... 버스 정류장 버스 온다"
"그래 미안해 우리 엄마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알아 부모님들은 다 그렇지 뭐 자식 일엔 유독 예민하잖아!"
"이해해줘서 고마워"
"빨리 퇴원해서 교복입은 도건우 모습이 보고 싶다"
"알았어. 그럼 조심해서 잘가"
"응..."
전화를 끊고 한참 바라보다 병원입구를 걸어 나온다. 건우는 답답한 듯... 창문에 기대 걸터앉아 밖을 바라보면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어가는 슬비의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당장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지만 철저히 교육을 받은 경호원이 건우를 붙잡는다. 몸이 아픈 상황에서 경호원을 다 제치고 나갈 수 없는 건우는 다시 병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창가에 기대서 슬비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쳐다보고 있다. 마음이 아파왔다.
일주일 후.
학교를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슬비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그 뒤로 다가왔다. 고개를 돌려 보면 교복을 간지나게 입고 서 있는 건우.
"어떻게 된 거야 왜 여기에 네가 서 있어"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달려왔지 여기에서 버스 타려고"
"이제 몸은 괜찮은 거야"
"아니 통원 치료는 받아야 하는데 괜찮아!"
그때 버스가 오고 슬비는 다른 때와는 다르게 건우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것들이 다 조심스러웠다. 의자에 앉아있는 학생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고는 건우를 자리에 앉게 하고 자신의 학교 앞에서 내려야 하지만 내리지 않고 건우의 등교를 돕기 위해 청운고까지 왔다. 건우가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는 슬비.
학교 수업이 끝나고 교문을 걸어 나오는 건우 모습을 보고 손을 흔들면서 서 있는 슬비의 모습을 보고 달려간다.
"뭐야 너..."
"최선을 다하고 싶어"
"그 최선 싫지 않은데..."
"너 나을때까지 귀찮아도 해줄게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슬비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건우 옆에 서서 부축을 하듯 걷고 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건우와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심각한 모습으로 건우를 보호하고 있다.
다음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걸어나오는 건우 앞에 차가 한대 서서 창문이 내려지면서 유나의 얼굴이 보였다.
"유나 누나 언제 한국에 들어왔어요"
"어제 밤에 연우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는데 시간 괜찮아"
"네..."
"그럼 차에 타 여기서 이야기 하기엔 좀 그러니깐"
건우가 차를 타고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나야 오늘은 나 약속이 있어서 학교에 오지마"
"그래 이제 막 도착했는데 알았어"
전화를 끊고 거울을 보면 발걸음을 돌리고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슬비의 모습을 보게 되고 거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유나가 천천히 도로를 달린다.
"슬비학생? 데이트?"
"아니요? 그럴 일이 좀 있었어요"
"내가 가로 챈 것 같아 마음이 좀 아프네"
"괜찮아요 형 일인데..."
두 사람은 말이 없고 차는 도로를 달려 어느 한적한 곳에 위치한 카페에서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가 마주 앉는다.
커피를 주문하고 말없이 앉아 있는 유나와 건우. 무거운 분위기 속에 먼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연우씨가 좀 달라졌어"
"어떻게요?"
"한국에 있을때도 무서워하던 비를 다른 나라에 가서 맞고 있었어"
"형이 비를요?"
"비를 맞으면서 혼자 아파하고 고통스러워 하는데 차마 볼 수가 없었어"
"갑자기 왜 그러지"
"나도 이유를 알고 싶어서 물어보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
"그 사고를 겪고 비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그런 치료를 하라고 해도 절대로 하지 않았던 형이 왜 갑자기..."
"이제 비를 이겨내고 싶은 이유를 찾은 것은 아닐까?"
"비를 이겨내야만 하는 이유?"
건우는 유나의 말에 뭔가 머릿속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