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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귀안(鬼眼), 천존을 담은 여자
작가 : 적편혈향
작품등록일 : 2019.10.5

무속인이었던 엄마의 피를 이어받아 같은 능력, 아니 더 강한 능력을 갖게 된 박소향.
그런데.. 알고보니 엄마는 무속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꾸 강해지는 능력을 어떻게 컨트롤 하라고?
날 지키러 천계신장이 내려오고, 같이 일하기 위해 저승신장이 올라왔다?
대체 이게 뭐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취중진담 # 갈등의 결말
작성일 : 19-10-10 18:13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7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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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내 말은 가뿐히 먹어버린 서인이는 집에서 엄마가 담궈둔 술이라며 포도주를 들고왔다.

 마셔본 경험자들의 말을 들어보자면, 서인이는 그냥 잠이오더라- 뿐이었고 성진이는 적당히 기분이 좋더라-는 그다지 구미가 당기는 반응은 아니었다. 나도 그땐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재고 따지지 말고 마셔나보자. 그런 마음이었다. 이러다 속에서 무슨말이 터져나올지 가늠할 수 없었지만, 뭐 어때? 하고 서인이에게 와인잔을 받아들고 따라준 포도주를 손에 쥐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단박에 들이키기는 머뭇거려졌다.

 아마도 그 메세지가 도착하지 않았다면 머뭇거리다 성진이와 서인이가 마시는걸 구경만 했을지도 모른다. 씨발- 가만히 있으면 건드리지나 말던가!

 

 [파양때문에 할 말이 있으니 내일 나오너라.]

 

 휴-.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 견딜수가 없었다. 대체 내가 뭘 했다고 이러냐고, 만지작 거리던 와인잔에 담겨있던 포도주를 입에 털어넣었다. 쓰고 달고- 이런걸 뭐 맛있다고 먹는건진 모르겠지만 화가 나서 속이 타는것 보단, 이 술이라는게 들어가서 속이 뜨거워지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이젠 엄마라고 부르기도 싫다. 아니, 얄궂게도 오빠와 아빠마저도 싫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래? 안마실것처럼 하더니 갑자기 입에 다 털어넣어버리고-"

 

 와인잔을 내려놓고 부들부들 떨고 있던 내 손을 보던 성진이가 폰을 낚아채더니 화면을 보고는 나를 다시 쳐다봤다. 그래, 알아. 안다고 어줍잖은 위로같은거 하지마. 그냥, 아무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내버려둬. 어차피 듣지도 못할 속마음 같은걸 되뇌며 눈을 감아버렸다. 아니, 이왕 전화하려고 마음먹은거 속에서 올라오는 술김이라는 놈의 힘을 좀 빌려보자고.

 

 "어디로 나오라는거에요?"

 "학교 근처에 커피숍같은건 없니?"

 "집으로 갈게요. 뭘 숨기고 싶어서 밖에서 만나자고 하세요?"

 "아니다, 그럼 집으로 오거라"

 

 알겠다는 대답은 생략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일 아무도 없는건가? 나오라더니 집으로 오라 그러고, 왜 오락가락하는거야? 폰을 집어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어차피 손해보는건 나다. 전원버튼을 길게 눌러 전화를 꺼버렸다.

 

 "무슨일이야?"

 

 전화를 끊고서 기어코 밀어눌러둔 눈물이 터져나오는걸 서인이가 보고 물었다. 속에 돌덩이를 몇만개는 삼킨것처럼 답답하고 무겁다. 아무리 내가 가족이란걸 바라지 않았다곤 하지만, 진짜 나한테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사실 입양된거야, 그 집에"

 

 밑도 끝도 없이 입양사실을 말했다. 성진이야 놀랄 것 없이 포도주를 한모금 머금고는 딴청을 피웠지만, 처음듣는 서인이는 꽤 충격이 큰 것 같았다.

 

 "뭐?? 진짜?"

 "그럼 내가 너한테 뭐하러 장난을 치겠어 이런걸로."

 

 마땅한 말을 서로 찾지 못했다. 아니, 그냥 잠깐 서로 생각 좀 하자- 그랬을지 모른다

 

 "그..그래, 그거야 크게 나랑 상관없잖아? 친구니까. 근데 왜 울어?"

 "파양하겠다네"

 "어?! 뭐야?? 그럼 오늘 나 만나서 아저씨가 보여준건 다 뭐란말야?"

 "아빠가 아냐, 엄마지. 내일 집으로 오라네? 파양건으로 할말있다고"

 

 다시 또 대화가 끊어졌다. 이젠 한숨소리조차도 없다. 지금 여기있는 누구보다 내가 가장 기가차고 어이가 없으니까- 헛웃음이 나올정도로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거기에 이 알수없는 알딸딸한 기분은 또 뭐냐고. 처음부터 끝까지, 오빠들 얘기부터 있었던 일들을 죄다 털어놓기 시작했다. 대화보다는 일방적 하소연이 필요했다 내게는. 성진이도 몰랐던 일들을 들으며 몇번이고 내 어깨를 말없이 토닥이는걸로 대답을 대신했고, 서인이는 연거푸 포도주를 들이켰다. 기지배야, 그게 포도주스냐?

 

 ".. 너무하시네.."

 

 서인이가 잔을 내려놓더니 씩씩거렸다. 성진이는 서인이까지 달래느라 식은땀만 뻘뻘 흘리고 있고. 그러게, 너무하긴 해.

 

 "그래서, 내일 집에 가보려고?"

 "오라는데 가야지. 이왕 파양할거면 빨리 해버렸으면 한다 나도. 껍데기에 허울뿐인 가족같은거 처음부터 바란적도 없어. 거기다 나를 그렇게 싫어하는데 인정받고 싶지도 않고. 부담스럽기도 해- 의사집안 같은거 부러워한적도 없으니까"

 

 사실이었다. 입양 되었으면 하고 바란적도 없었을뿐더러 평범한 집이라고 알았을때만 해도 큰 불만을 가진적도 없었다. 되려 의사집안이란걸 알았을때 더 부담스럽고 불편하고 난감했을뿐. 이런 날이 올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정말 이렇게 더러운 기분으로 맞이할줄은 몰랐다. 내가 독립할 수 있는 때가 왔을때, 서로 웃으면서 헤어질거라는- 그래 이건 어린 내 생각이었을 뿐이니까 그냥 소설이나 어디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얘기라고 치부해버리자고. 어차피 이제 이런 생각같은거 해봤자 뭐하냐고. 현실이 시궁창인데

 

 "아 씨! 내 일도 아닌데 왜 내가 열받냐고!!! 그것도 어머니 혼자서 그러는게 더 열받는다. 차라리 가족 전부가 그러면 '에라이 퉤' 하고 침뱉고 나오면 그만인데- 진짜 니 그 능력때문에 그러시는거라면.. 어른한테 이런말 하면 안되지만 벼락이라도 맞으셨으면 좋겠다"

 

 서인이의 뜬금없는 말에 성진이를 쳐다봤다. 천신장 소환해봐? 하며 물었더니 성진이가 기가찬듯이 나를 보고 웃는다. 혹시 아냐고? 천신장이 벼락이라도 내려줄지.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기는 했지만 그 말을 진지하게 생각할만큼 내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있었다.

 

 진실게임하자는 서인이 말대로 몇가지 질문이 오갔지만 나 빼고 둘만 재밌는 것 같았다

 

 "성진이 넌 소향이 어떻게 생각하는데?"

 

 대답하기 곤란하거나 제대로 대답못하면 소원하나씩 들어주기로 했었는데, 성진이가 약간은 고민하는 눈치였다.

 

 "덜렁거리고 챙겨줘야하고 눈치없는 애"

 

 와.. 어떻게 본인이 옆에 있는데 저런 말을 그냥 하냐? 넌 입에 필터가 없니?

 

 "아하하하하하.. 근데 성진아, 소향이 삐진거 같은데?"

 "괜찮아, 내일이면 잊어버릴걸"

 

 젠장.. 속에 깊이 담아두는 스타일이 아닌건 맞지만.. 기분나쁜건 오래가거든!?

 

 "그럼 나도, 성진이 너 좋아하는 애 있어?"

 

 지금까지 질문에 대답 잘만하던 성진이가 내 질문엔 대답을 머뭇거렸다.

 

 "어? 뭐..뭐라는거야?"

 "성진~ 대답 못하면 소향이한테 소원하나 킵 시킨다?"

 

 왠지 모르겠지만 서인이가 신나보였다. 무슨 말을 하나 어디 보자~ 하는 그런 눈빛?

 덩달아 나도 궁금해졌다. 근데 진짜 전학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맘에 든다는 걔가 누군지. 근데 결국 소원을 킵하라는 성진이 대답으로 인해 누군지 듣지는 못했단게 함정.

 

 "언제쯤이면 눈치채려나~ 아 재미없다. 근데 성진아, 여자는 직접 말해줘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걸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세상에 그런 멍청이가 어딨냐? 라고 물었더니 서인이가 자지러졌다. 근데 성진이 넌 왜 어이없다는 표정인데? 되게 불쾌했어 방금. 더 놀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멀쩡한 컨디션으로 가도 견디기 힘들텐데 밤샜다간 안될 것 같아서 이쯤하고 마무리짓자 했다.

 

 ****

 

 아.. 머리야.. 몇시지? 어제 꺼둔 폰을 다시 켰더니 벌써 열시야. 어제 분명히 서인이랑 같이 잤는데, 옆에 없어서 방을 나가보니 성진이랑 꽤 심각한 얼굴로 뭔가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뭐야? 깨우지도 않고 둘이서 뭐해?"

 "어? 아냐. 지금 집에 가려고?"

 

 좀 있다가. 라고 대답하려고 했는데 귀신같이 문자가 왔다. 정말 엿같네..

 

 [점심 전에 들렀다 가렴, 너랑 나랑 얘기할 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야겠다. 난 바로 기숙사로 갈게"

 

 문자를 보곤 바로 말하고 콜택시를 불렀다. 어차피 집 들렀다 나오면서 애들한테 연락할거였기 때매 대답은 듣지 않았다. 근데.. 택시타지 말걸 그랬나? 뭘 이렇게 빨리 오는지- 집에 들어서서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아침에 아팠던 머리가 열배는 더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왔어요"

 "그래, 거기 앉아"

 

 다리를 꼬고 앉아선 눈으로 힐끗, 앉으라는 소릴 했다.

 

 "하실 말씀이 뭐에요?"

 "파양때문이라고 말했잖아?"

 "그러니까 그거때문에 하실 말씀이 뭐냐구요"

 

 오롯이 엄마란 사람과 나 둘 사이의 신경전, 아니 기싸움이었다. 고분고분하게 대답 잘하고 말 잘듣던 나는 앳저녁에 가루처럼 공중에 흩날려 버린지 오래다.

 

 "파양하려면, 네가 미성년자라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구나"

 "그래서요?"

 "아마도 재판을 해야지 싶은데, 알아보니 네가 미성년자라도 파양하는데 적극 동의하면 굳이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해서 말이지"

 (현재 개정법은 아닙니다. 미성년자 파양의 경우는 이혼소송과 같은 재판 절차를 거쳐야만 합니다. 입양자를 파양하려면 동의를 얻어 하는 '협의파양'이란게 있지만 미성년일 경우는 전혀 해당없는 소립니다. 소설상 각색한 부분이니 참조해주시길)

 

 무슨 소리든 당당하게 대답해주려고 몇번이고 다짐했는데, 그냥 동의해드릴게요 그 한마디면 되는건데- 답답하게 그 말 한마디를 못하고 속으로 되뇌고만 있었다.

 

 "....."

 "왜 말이없어?"

 "파양하려는 이유가 뭐에요?"

 ".... 혹시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 끊지 않을테니 걱정마라. 그정도로 야박한 사람은 아니니까 말야. 그러니 니가 동의만 해준다면 조용히 처리하도록 하자"

 

 파양동의서를 내 앞으로 밀어두는 엄마를 보다 괜스레 삐딱한 마음이 들어 다짐했던 말을 삼키고 다른 말을 뱉아냈다

 

 "그럼 조용히 처리 하지 마세요. 재판하시라구요. 잘못한것도 없이 왜 제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으니까, 조용히 하지 마세요. 동의 할 생각 없으니까요"

 "... 어이가 없구나"

 "그건 제가 할소리에요. 엄마가 정원에서 했던 통화내용, 내가 걸림돌이나 안됐으면 좋겠다던 말, 그때 흘렸던 눈물이 거짓이었다는거. 입양도 원래는 하기 싫었다는거, 듣고도 참았는데 이렇게 나오시니까- 저도 끝까지 가보고 싶어졌어요"

 

 소리까지 질러가며 더 말해봤자 내 부아만 치밀것 같아 그대로 일어나서 현관으로 향하려는데 엄마도 벌떡 일어나더니 내 어깨를 잡았다.

 

 짝-!

 

 "여보!!"

 

 내 뺨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그 뒤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당신... 오늘 늦는다고.."

 "집에 두고간게 있어서 들렀는데,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나한테 설명해주겠어?"

 "그..그게 말이죠"

 "다른건 다 괜찮은데 말야 당신, 때린것만 설명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감정이 좀 앞섰어요. 말로 해야하는데.. 미안해요"

 "아니, 지금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소향이 아닌가?"

 

 찰졌던 소리만큼 볼이 따가웠다. 거기다 반지 낀 손으로 때렸어. 어쩐지 아프더라..

 

 "파양동의서 작성해서 등기로 보내드릴게요. 안녕히계세요"

 

 부러 그런거였다. 아빠가 왔으니 엿이라도 한번 드셔보시라고. 어차피 내가 하고싶었던 말은 이거였으니까. 파양은 나도 바라던 바였으니 아쉬울건 없었어요- 나가려던 나를 아빠가 붙잡아 억지로 다시 자리에 앉혔다.

 

 "앉아봐라. 당신도 앉아"

 "여보.. 그게 말이죠"

 "파양 동의서? 끝내 그걸 직접받겠다고 소향이를 불렀다는거야?"

 "사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난 처음부터 싫다고 했잖아요"

 "진짜 갈수록 당신 실망이군.. 이 정도 일줄이야"

 

 부부싸움은 저 가고나서 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아빠, 전 가볼게요. 더 앉아있기가 좀 힘들 것 같아서요"

 "아니다. 얘기는 끝내고 가. 당신이 말했던 파양은 나도 동의를 해야만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

 "난 동의 못하니까, 소향이가 동의서를 백장 천장써도 안될줄 알아. 그리고 혹시나 당신 아는 사람 동원해서 이 일을 나 모르게 처리했다간 이혼 각오는 해야할거야"

 

 시선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를 상황이 되버렸다. 진짜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아빠, 어제 레스토랑에서 말씀 드렸잖아요. 엄마 하자는대로 해드리라구요. 저도 이렇게까지 됐는데 어떻게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아무리 피한방울 안섞였어도 키운 정이란것도 없으신 것 같은데, 앞으로 얼굴 마주쳐가며 어떻게 엄마라고 부르겠냐구요

 그러니까, 여기서 정리해주세요. 이렇게는 가족도 뭣도 아니에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시면 나중에 연락달라고 했지만 가만히 앉아있으라는 아빠의 나지막한 엄포에 더는 신경긁는말 같은건 안하는게 신상에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곤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데, 상황이 안좋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기준이, 너 기명이 데리고 들어와. 지금 당장. 병원만큼 급한일이니까 더 묻지말고 당장 집으로 와. 기태도 5분내로 안들어오면 다리 분질러 버리겠다고 말해"

 

 ..헉.. 갑자기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되라고 한건 아닌데..

 침묵이 굉장히 길어졌다. 기준오빠와 기명오빠가 황급히 집에 들어오며 날 보고 당황할때까지, 약속이라도 한 듯 어색한 공기 흐름이 바뀌질 않았다.

 

 "무슨.. 일이에요?"

 

 마지막으로 들어온 기태오빠가 나를 보고는 심각한 분위기를 알아채고 쇼파에 앉았다.

 다 모였네요, 내가 아빠를 쳐다봤다.

 

 "엄마가 끝까지 파양을 하자고 한다. 내 선에서 끝내려고 했더니 결국은 이렇게 만드는구나"

 

 파양이라는 단어에 기준오빠의 미간이 제일 먼저 일그러졌다.

 

 "엄마!"

 

 어쩌다보니 엄마가 우려했던, 온 가족이 제 편을 들고 나서는 상황이 되버렸네요.

 그냥 처음부터 동의서만 받아서 가버릴걸 하는 생각이 후회와 함께 들었다. 이미 늦었지만...

 

 "당신 꼭 이렇게까지 해야해요? 왜 내가 내 자식들 앞에서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해요?"

 

 .. 결국 '내 자식들' 이라는 말까지 나오는구나.

 

 "그래? 당신이 수모라고 생각하니 이쯤하자고. 파양해"

 

 별스럽지 않았던 대답이라서 놀라지 않았다. 정말로 기함하려고 했던건 기명오빠였다

 

 "아빠! 어떻게.. 그걸 말이라고..."

 "시끄럽다. 내 말 아직 안 끝났으니 끊지마라"

 

 서릿발처럼 서려있는 아빠의 호통에 기명오빠도 이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파양하란 말이면 끝난거 아니에요?"

 "아니, 그리고 우리도 갈라서자고"

 

 .. 이.. 이게 무슨..

 

 "아빠, 왜 이러세요.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에요?"

 

 제일 당황한건 나였다. 아니, 싸우는건 상관없지만 가정 파탄나라고 한건 아니에요.

 극도로 흥분한 아빠를 말려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당신 정말.."

 "그래, 내 뜻대로 밀어부쳐서 입양은 했다고 쳐. 당신이 파양하려고 하는 이유가 타당하지 않기때문에 내가 이러는거야. 소향이가 밖에서 나쁜짓이라도 하고 다녔다는 이유라도 있다면 내가 이해를 하겠다고. 근데, 되지도 않는 소리 말라고 했던 그 이유로 끝까지 이렇게 밀어부치는데 내가 이해해주기를 바랐어?"

 

 아 머리야...

 

 "이혼은 쉬운줄 알아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혼을 해요?"

 "파양은 쉬워? 이혼도 재판이면 돼"

 "어떻게 그런..."

 

 기어코 엄마의 눈에서 눈물을 뽑고야 말았어.. 아빠가. 오빠들도 어쩔 줄 몰라하는데 나도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말 나온김에, 파양동의서는 나중에 나한테 보내거라. 내가 직접 법원가서 처리하지.

 당신도 올 필요 없어. 호적 정리하는김에 당신도 각오해"

 

 오빠들이 그제야 아빠를 뜯어말리기 시작했다. 감정적으로 하지 마시라고, 파양도 안될일이지만 이혼도 안될일이라고. 냉정하게 생각하시라고- 기명오빠는 우는 엄마를 달래고, 기준오빠는 아빠를 모시고 방으로 들어갔다. 대체 이 난장판은 뭐냐고- 가지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만 있은지가 한시간째 되어갈 무렵이었다.

 

 "후우.. 알았으니까 그만해라"

 

 아빠의 한숨소리에 고갤 들었다. 다행히 얘기가 잘 된건지 아까의 노여움은 꽤 사라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 아빠"

 "인연이라는건 쉽게 맺고 끊는게 아니야. 소향이 너도, 아무리 엄마가 그런 말을 했다손 치더라도, 함부로 그런걸 하겠다고 나서는것도 아니지. 이번엔 실망했어. 경솔한 언행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빠의 말에 나도 할말이 없는건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연락주세요, 기숙사 가봐야할 것 같아요"

 "알았다. 아빠가 데려다 주진 못할 것 같으니 조심해서 가거라"

 

 시베리아 한복판 같았던 집안을 벗어나고서야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머리를 감싸쥐었다가 성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에서 이제 나왔냐?"

 "..응, 어딘데?"

 "기숙사 앞에, 서인이랑 벤치에 있다. 기다릴테니까 빨리 와"

 

 해가 다 지고서야 성진이와 서인이를 만났다. 늦었으니 서인이가 기숙사에서 같이 자도 되겠냐는 물음에 그러라고 하곤 집에서 있었던 얘길 했다. 그때 그 콩닥거림이 다시 생각이라도 난 듯 가빠지는 숨을 참느라 꽤 고생했다. 이 파양사건이 마무리가 된건, 그로부터 보름이 지나 중간고사 시작 1주일 전 토요일 오후, 아빠의 호출을 받고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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