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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13
작성일 : 19-10-09 11:39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2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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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전 번개를 맞고도 말짱한 모습으로 멀쩡하게 걸어 다녔습니다. 번개를 다섯 번이나 맞았죠. 처음 번개를 맞았을 때가 중학생 때였습니다. 그때 큰 아버지를 따라 골프 필드에 갔다가 번개를 맞았습니다. 그땐 나도 죽는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큰아버지와 일행이 달려와서 번개를 맞고 쓰러져 있는 나를 업고 병원으로 갔지만 전 금세 일어나서 옷을 털고 있었죠.

 

  그리고 세 번째 맞은 번개가 고등학교에서 두 번째 맞은 번개와 일주일을 주기로 맞았습니다. 두 번째는 학교 운동장에서, 세 번 째는 학교 뒤의 소나무 근처에서였습니다. 운동장에서 맞았을 때 교실에서 아이들이 몇몇 보고 있었는데 나는 번개를 맞고도 그대로 왼팔을 높이 들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빠지직 하며 떨어지는 번개는 나를 타고 운동장으로 타고 내려가 움푹 구덩이를 만들었지만 저는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환호했고 그을린 교복을 새로 맞추는 데 학교 측에서 보상을 해주었습니다. 저에겐 고마운 일이지만 학교에서 저에게 보상을 해 줄 이유는 없었거든요.

 

  세 번째로 맞았을 때는 교복을 벗고 있었습니다. 그때 손에 호떡 같은 걸 들고 있었는데 새까맣게 숯이 되어 버린 것 빼고는 전 멀쩡했습니다. 이후로 전, 방송국에 불려 다니면서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지역 방송국에서부터 공중파 방송국, 뉴스, 케이블 채널에서 한 시간 분량으로 돌아가며 절 취재했습니다. 유튜버들도 제가 활동하는 반경 내에 도사리고 있다가 카메라를 들이댔어요.

 

  덕분에 인터뷰를 하게 된 부모님이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어린 시절 절 키운 이야기까지 주절주절 하시던데 뭔가 거짓이 좀 들어간 것 같았어요(웃음). 부모님은 없는 이야기를 더 부풀려 말을 했죠. 뭐, 다섯 살에 전기에 감전이 되고도 살아남았다느니, 콘센트의 불꽃이 튀며 플라스틱이 녹았는데도 아이는 아무렇지 않았다느니 등등의 이야기들 말이죠. 어떤 다큐에도 출연을 했습니다.

 

  장장 한 달을 따라다니면서 절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저는 번개를 맞고 멀쩡해지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보통의 학생들처럼 지냈지만 그렇게 지낼 수 없었어요. 다큐라고는 하지만 번개를 맞는 사람인데 너무 평범했고 다큐를 찍는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다큐를 제작하는 곳에서 어떤 이벤트를 원하기도 했어요. 슬슬 지치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길거리를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미용실에서는 머리를 그냥 잘라주겠다. 의류브렌드에서는 전기를 흘려보내는 신제품을 보내겠으니 자기들의 회사 옷을 입어 달라, 우리 집에 오면 음식은 그냥 주겠다는 큰 고급음식점까지 있었어요. 번개 세 번에 이렇게 대스타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말이 끝나고 소피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마동은 소피의 얼굴과 동양여자들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비교를 했다. 그리고 동양여자가 무술을 하며 적을 무찌르는 영화가 상영되는 미국극장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영화 속 무술을 하는 동양인들 대부분은 정의롭고 신비로운 몸동작으로 서양의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그렇지만 가슴에 아크원자로를 박고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며 손과 눈에서 광선을 쏘아대는 헐리웃 영화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다이렉트메시지: 소피, 낮엔 미친 듯이 졸음이 몰려오지만 밤에는 불면으로 보내는 거야. 불면이라는 것이 너무 생생하고 끔찍해. 한겨울에 흐르는 살얼음이 낀 개울가에 발을 담그는 것처럼 말이야. 어쩐지 근육도 낮 동안은 쪼그라들어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텐션이 가해지며 되살아나는 느낌이야. 아니,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야. 신체도 변이라고 있어. 어때? 이야기를 들이니 굉장하지?

  다이렉트메세지: 그래, 동양의 친구, 당신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놀라움이야. 당신은 이제 당신의 몸을 추스르는데 전념하라고. 내일이 밝아 왔을 때 어떤 변이로 고통을 받을지 모르니 말이야. 중요한 건 다 잘 될 거라는 거야 친구.

  마동은 소피에게 고맙다고 했다.

  다이렉트메시지: 동양의 친구. 나 말이야 포르노 박람회가 다음 주에 한국에서 열리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나를 만나면 좋은 곳으로 안내해줘야 해. 당신은 어서 커피를 들도록 하라구. 난 일을 하러 가야 하니까. 동양의 멋진 친구가 잠들기 전에 다시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구. 갓블레슈.

  마동은 소피가 나간 트위터의 화면을 보며 멍하게 앉아 있었다. 손에 들려있는 휴대전화의 액정은 소피가 빠져나가고 더 이상의 생명의 빛이 보이지 않는 무생물이 되었다. 마동은 메마른 입안으로 껄끄러운 맛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커피가 입안으로 들어와 혀와 목이 색칠하지 않는 마분지처럼 더욱 말라 버리는 것 같았다. 소피가 트위터에서 사라지고 가져온 부재는 마동에게 몇 개의 상념을 가지고 왔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또 다른 자아는 마동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 차릴 수 없었다. 점점 복잡해졌다. 마동 자신이 아닌 몇 개의 상념 속에서도 이명이 들렸다.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글자글한 소리다. 어떤 존재들이 수면위로 입을 내밀고 언어라고 할 수 없는 잡음을 끝없이 내뱉었다. 가까이 가도 그 소리가 명확하게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상념 속에서 삶과 다른 삶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았다. 다른 삶이란 아무래도 삶을 끝냈을 때 나타나는 삶이다. 상념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바다가 살아있는 의지를 가지고 시간과 공간을 떠돌고 있었다. 그 속에서 마동은 작은 나뭇잎처럼 위태롭기만 했다. 카페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비를 피해 들어와서 음료를 마시며 시간을 죽여가고 있었다. 의미라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앞으로 나가는 시간에 대항하는 길은 의미 없이 시간을 죽여가는 길이라는 것을 터득해버렸다. 그렇게 보였다. 비는 이제 거세게 쏟아지지 않았다. 카페밖에는 사람들이 우산 없이 걸어 다녔고 등을 굽히지도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마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페를 나오려 하는데 40대 여직원이 남은 커피와 케이크를 캐리어에 담아 주었다. 마동은 고맙다고 하며 그것을 건네받아서 집으로 왔다. 비는 흩날렸고 날은 점점 어두워졌다. 조퇴를 하기 전 사무실에서 천장이 빙빙 돌아 갈 정도로 어지러운 가운데 디자이너들에게 꿈리모델링 단계별 레이어 작업들을 개체 량에 맞게 지시를 했다. 이 작업이 마무리가 되려면 최소한 한 달이 걸린다. 디자이너들은 각자 도맡은 일은 우수한 매커니즘처럼 잘 처리하는 편이었고 그들의 실력은 대단했다. 단순히 FP이어에 대한 작업 실력을 보자면 리모델링 디자이너 각자는 마동의 실력을 훨씬 웃돌았다.

  마동은 집으로 와서 샤워기의 물을 틀어서 물줄기의 흐름을 느꼈다. 되도록 숨을 참아가며 샤워를 했다. 여름의 오후는 긴 실타래처럼 길었다. 마동의 얼굴을 욕실의 거울을 통해 보면서 소피와 분홍간호사의 말을 상기해 보았다. 어쨌든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 카를 융이 살아있다면 아마도 경쟁이 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계에 3차 대전이 일어나서 모든 것이 사라진다해도 무의식의 세계에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읽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손바닥으로 받았다. 물은 마동의 손바닥위에 떨어져서 바닥으로 흘러 내려갔다. 샤워기에서 나온 수돗물에서는 숨을 쉴 때마다 화학 약품 냄새가 진동했다. 손바닥을 오므려 홈을 만들고 그 홈에 수돗물을 받았다. 그러자 물은 하나의 형상처럼 보였고 물이 지니고 있는 분자의 에테르가 와 닿아 손바닥으로 느껴졌다. 물이 지니는 점성과 물의 흐름이 손바닥을 통해서 느껴졌고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이 전해주는 에너지는 살아 있었다. 물은 바람과 비슷하다. 비슷하지만 다르다.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바람에 비해 물의 존재는 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늘 가까이 있어서 그 존재의 소중함을 배척하며 지내기 일수다. 마동은 손바닥을 펼쳐 떨어지는 물을 느꼈다. 물이 떨어져 손바닥에 닿는다. 그 느낌으로 무의식의 세계 속에서 또 다른 에고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동은 긴 시간동안 샤워를 했다. 비누칠도 하지 않았고 몸을 문지르지도 않았다. 그저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뿐이다. 다시 한 번 욕조가 있었다면 하고 생각이 들었다. 수도세가 많이 나오면 집주인은 좋아하지 않았다. 독신자들이 사는 집은 다른 집들에 비해서 월세가 낮았고 그에 따라 수도세나 전기요금은 적게 나와야 한다는 게 집주인의 항변이었다. 전기세나 수도세는 쓴 만큼 사는 사람이 내는 것인데 어째서 집주인이 수도세까지 간섭하며 히스테릭해 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교접 후 좁은 공간속에서 혼자인 시간이 되면 습관적으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골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면 어김없이 페니스가 반응을 했다. 뜬금없지만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함께 발기부진 치료센터를 운영한다면 자본이 금방 모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위해서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다시 한 번 만나야 한다. 그러고 싶지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라는 존재를 마동은 쉽게 인정 할 수 없었다.

  샤워를 끝내고 방에 가서 라디오 헤드의 ‘엑시트 뮤직’을 틀어놓고 노래를 들으며 시원하게 잠이 들어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눈을 뜬 내일은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것 역시 마동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샤워를 끝내고 나니 욕실 밖으로 나가기가 싫었다. 하지만 물을 잠그고 큰 타월로 몸을 감고 소파에 앉아서 나머지 물기를 닦아냈다. 태양의 열기 속에 바짝 마른 수건으로 마지막 물기를 닦아냄과 동시에 피곤함도 수건에 완벽하게 닦여 버렸다. 베란다로 밤의 기운이 몰려와서 거실의 문을 두드렸다. 태양이 저 멀리 아주 작아진 모습으로 보이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하늘에는 어느새 달과 태양이 공존했다가 찰나의 순간에 태양이 사라짐과 동시에 마동의 몸에서 피곤도 싹 빠져나갔다. 순식간이었다. 스콜기후에서 비가 내리는 장면이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몸살기운이 빠져나가는 경계가 확실했다. 오늘밤도 불면으로 밤을 꼬박 보낼 것이라는 걸 알았다. 태양이 사라진 후에도 마동은 거실의 불을 켜지 않았다. 밤이 찾아와 거실에 불을 밝히지 않아도 여름밤의 혼탁한 어둠에 적응이 되고나면 태양이 쨍쨍한 낮보다 오히려 눈앞의 것, 그 이상을 보게 된다. 하늘에 떠 오른 달은 컴퍼스로 그려놓은 듯 아주 동그랗다. 눈에 보이는 달은 쟁반처럼 크게 보였다. 그 큰 달의 표면에 사람의 실핏줄처럼 검은 결이 안타깝게 드러났다.

  여름에도 달이 이렇게 크게 보이는 것일까.

  추석을 지나 겨울초입의 밤 거대한 곰처럼 크고 신비로운 자태의 달이 얼굴을 내밀지만 여름에는 아니었다. 아, 어쩌다가 수퍼문이 하늘에 떠올라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대체로 수퍼문을 볼 수 있었던 계절이 가을보다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니 정말 기억은 제멋대로다. 여름에 큰 달이 떠오르지 않지만 여름의 기억 속에는 당당하게 수퍼문이 존재해있었고 지금 눈앞에 보이는 달 역시 크고 아름답고 풍성했다. 마동은 실제로 수퍼문을 본 적은 없었다. 그저 뉴스를 통해서 거대한 달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었을 뿐이다.

  좁은 거실에서 바라보는 한여름의 달이 이렇게 컸구나.

  달에 대한 생각에 곰곰이 잠겨 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달에게 시선을 박고 한참 보던 마동은 일어나서 전신거울 앞에 섰다. 윗옷을 벗고 배를 보았다. 거실의 불을 켜지 않고 달빛만으로 비치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 몸의 선이 살아있는 것을 보았다. 배에 드러난 확고한 복근이 아름답게 보였다. 배에는 선명하게 근육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식스팩 사이사이에 잔잔한 골을 만들어낸 잔 근육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고 마동은 근육에 손가락 끝을 대고 서서히 움직임을 느껴보았다. 실제였다.

  변이하기 전에는 없던 근육이었다. 전신을 비추는 거울 속에는 승모근과 흉근에 근육이 자리를 굳건히 잡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동의 눈에 또렷하게 들어왔다. 모든 근육들이 자리를 잘 잡았고 몸을 움직이기 쉽고 용이하게 근육이 배치되어서 몸을 움직일 때마다 최상의 신체 상태로 유지해주었다. 마동은 근육의 움직임을 좀 더 강력하게 느껴보고 싶었다. 팔을 들어서 몸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탐색했다. 몸을 비틀어 보기도 했고 왼쪽 팔로 오른쪽 어깨를 잡아 당겨 보기도 했다. 거울 속에 비치는 모습은 마동 자신의 모습이지만 거울 속의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렇게 세세하게 근육이 드러나는 몸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거울을 보면서 천천히 몸을 움직여보았다. 영화 ‘미러’에서 자신이 허리를 굽혔을 때 거울 속의 자신을 닮은 상이 허리를 구부리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천천히 허리를 굽히다가 정말 그렇게 된다면? 하는 생각에 마동은 굽히려던 허리를 다시 폈다. 다리의 근육을 풀었고 허리를 서서히 힘 있게 돌렸다. 팔에 힘을 주고, 배에 힘을 주고 상체에 힘을 강하게 주었다. 근육의 틈으로 잔 근육이 갈라지고 달이 만들어내는 천연 조명을 받은 마동의 신체는 오래전부터 근육의 운동을 골고루 한 몸처럼 탄탄하고 긴장이 잔뜩 가해져있었다. 근육의 덩치가 너무 커버려도 몸의 움직임이 둔하기 마련이다. 마동이 매일매일 하는 조깅을 통해서 근육 양은 많지 않았고 근육의 덩어리도 크지 않아서 호리한 몸을 유지했다. 마동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서서히 근육을 만들어야 하는 근력운동도 병행해야겠다는 생각을 근래에 들어서 많이 했다. 지금 거울을 통해서 보는 근육의 움직임은 군더더기 하나 없었고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부분의 근육도 자리를 잡고 발달되어 있었다. 거울 속에 보이는 근육은 달리기만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모습의 근육이었다. 다이어트식단을 철저하고 엄격하게 준수해서 근력운동을 적어도 하루에 두 시간씩 투자를 해야 나올 수 있는 근육들로 마동의 몸은 무장이 되어 있었다. 몸이 안 좋았던 낮에는 분명하지만 이런 질 좋은 피지컬이 아니었다. 근육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gym에서 하는 근육 펌핑을 해도 이렇게 야생마 같은 근육은 단시간에 만들 수는 없다. 그렇지만 완벽한 근육의 모습은 마동의 마음을 결락으로 이끌었다. 완벽함을 사람들은 추구하지만 완벽함을 이룬 다음에는, 그 다음은……. 다음이란 없다. 음악도 완전하지 못한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이 꾸준하게 들을 수 있다. 완벽함으로 다가가려는 과정이 가져오는 충족한 마음이 필요한 것이지 완벽함을 가지게 되면 이제 그것을 유지하기위해 더욱 피가 나고 살을 깎아야 한다. 그리고 조금씩 추락하는 길이 완벽함 다음에 오는 수순인 것이다. 거울에 비친 마동은 자신의 모습에서 느끼는 것은 완벽한 몸이라는 것이다. 완전한 체제를 이루고 있는 몸은 더 이상의 무엇도 될 수 없기에 무서웠다. 그런 몸이 마동이 보는 맞은편 거울 속에 서 있었다.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 나왔다. 완벽함이 바로 마동의 무의식에 있는 또 다른 자아의 모습이었다. 병원에서 만들어준 약을 먹기 전까지 몸살이 심해서 정신이 멍하고 속이 울렁거려 움직이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베란다를 통해서 밖으로 뛰어 내려가도 될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 달릴 것이다. 마동은 이미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입 꼬리가 생각과는 다르게 살짝 올라갔다. 빠르게, 그리고 지치지 않고 긴 거리를 조깅할 것이다. 이미 마동의 마음은 바닷가를 힘 있게 달리고 있었다. 거울 속에 있는 마동은 거울 밖의 자신에게 무엇인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달빛만으로 보이는 거울 속 무의식의 눈동자는 마동의 눈동자와 다른 빛을 띠고 거울 밖에 있는 마동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다. 미흡하게 갈색 빛을 띠는 눈동자를 지닌 마동이 거울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거울 속의 마동과 닮은 상은 마동에게 무엇에 대해서 전달하려고 했다. 거울 속 무의식의 마동은 눈동자가 갈색에서 벗어나서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거울에 가까이 갈수록 푸른빛은 더욱 선명해졌다.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일까. 그것이 나의 변이든 세계의 변화든 단순한 나의 착각이든 받아들여야 한다.

  거울 속의 또 다른 마동은 거울 밖의 마동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동은 아직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푸른빛의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마동이 원래부터 지니고 있는 원형질에서 벗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원형질이라는 껍질 속에서 자신이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동은 그대로인데 껍질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원형질 속에서 밖으로 나옴으로 해방을 맞이하는 것이 나이다. 속에 들어있는 채로 해방을 맞이하는 것이다. 제대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데 어느 날 보면 이만큼 변해있는 세상을 보는 것이다. 경험을 인식하지만 교육을 통해서 인식하는 것과 경험으로 인식한 것이 겹쳐지지 않으면 혼란 속에 빠져드는 것처럼 거울 속에서 또 다른 마동은 혼란만 이야기하는 말을 할 뿐이었고 거울 밖의 마동은 혼란을 맞이하는 기분만 들었다.

  거울 속의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 전. 혀.

  마동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달릴 수 있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몸이 알아서 움직였다. 초밥장인이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싱싱한 생선을 구입하여 늘 하던 식으로 식재료를 준비하는 것처럼 손이 알아서 초밥을 만드는 것이다. 머리로 생각하고 재고 할 것 없이 몸은 패턴을 기억하고 움직이는 것처럼 마동은 달리기위해 밖으로 나왔다. 어제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달리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게 들었고 이미 마동의 신체는 반응을 하고 있었다. 여름밤의 습기가 가득한, 후텁지근한 공기가 마동이 숨을 쉴 때마다 폐 속으로 한껏 들어왔다. 배고픈 난장이가 눈앞의 고기냄새를 맡 듯 흐음하며 여름밤의 공기를 마음껏 끌어들여 마셨다. 색 온도가 좋은 곳에서 찍은 선명도가 쨍한 사진처럼 정신은 청명한 상태였고 컨디션은 최상의 수준이었다. 마동은 오늘밤에도 집에서 조금 떨어진 바닷가의 조깅코스를 달렸다. 바닷가의 여름밤은 사람들을 집밖으로, 야외로 불러냈다. 남녀노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여름밤이라는 것은 젊은 사람들은 다시 술집이나 카페 안으로 밀어 넣었고 나이가 든 사람들은 야외에 붙잡아 두었다. 여름밤은 극명하게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은 무더운 여름밤에도 그들의 선은 분명했다. 여름밤의 해안가에 몰려있는 시원한 술집 안에 쥐떼처럼 모여 술을 위장에 부어넣고 있었다. 혈기왕성은 젊은이들에게 한여름밤을 불태우는 밤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그들에게 여름밤에 조깅이란 고기 없는 식단과 비슷하다. 조깅코스에는 노부부와 건강을 악착같이 챙겨야하는 중년이상의 남자들이 뛰거나 빠르게 걷고 있었다. 마동은 어제보다 더 가벼워진 몸 상태로 조깅코스를 달렸다. 개나리가 강변의 마른땅을 뚫고 올라와 대지를 가득 메꾸면 그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와도 같은 몸짓으로 달렸다. 어제의 밤보다 더욱 활기차고 기운이 넘쳤다. 조금 더 빠르게 달려도 가뿐했고 몸에 무리는 전혀 전해지지 않았다. 발을 내딛는 도로의 딱딱한 바닥이 마동의 뇌 속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마동은 자신의 한 발이 도로에 닿기 전에 다른 쪽 발이 도로에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10센티미터 부유한 상태에서 앞으로 내달리는 그런 묘한 기분이었다. 도로의 굴곡상태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마동은 가뿐하고 날렵하게 내 달렸다. 발을 내딛는 도로에서 공중으로 약간 떠서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마동은 느끼며 달렸다. 앞을 보며 힘차게 달리면서 마동은 자신의 몸에 분명하고도 확실한 변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했다.

  이제 앞으로 어떤 변이가 또 일어날까.

  어떠한 변화나 변이이든 지금처럼 받아들여,라고 애써 다짐했다. 마동은 분홍간호사의 말과 소피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이라도 필연이라고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소피 역시 어쩔 수 없는 생활을 하며 사람들 틈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 소피는 자신이 하는 일을 받아들임으로 해서 타인에게 기쁨을 주고 있었다. 소피는 특수한 삶을 살아가면서 그 속에서 평범함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평범하게 보이는 결혼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로 된 결혼생활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수많은 이유와 명분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에게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쉬운 것은 아니었다. 사랑은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상대방의 존재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 둘이 함께 나란히 앞으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외면했다. 이혼하는 부부가 매년 늘어가고 있다고 티브이 속 뉴스에서는 말하고 있다. 자신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못하느냐의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내일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면 변이에 대해서 알 수 있다고 의사에게 들었다. 하지만 결과를 알 수 없을 지라도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모든 것은 내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바닷가에 바람이 전혀 없었다. 오로지 레인시즌이 끝난 후 무더운 황금기 여름밤의 기운만 가득했고 사람들은 밤으로 치달아 갈수록 더 많이 바닷가로 몰려나왔다. 마동은 바닷가에 늘어나는 사람들을 피해 조깅코스를 벗어나서 달리기로 했다. 바닷가를 벗어나면 길게 뻗은 도로가 나온다. 차도와 나란히 붙어있는 자전거 도로 옆으로 달리기위해서 만들어놓은 도로를 달렸다. 이 도로에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없었다. 달리면서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도로가 좁아서 누군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면 살짝 피해주면 된다. 다리를 세차게 움직이고 보폭을 늘리고 팔을 빠르게 움직였다. 허리의 냅색이 흔들려 떨어질 것처럼 마동은 한 마리의 야생마가 되어 달렸다. 옆으로 에어컨에서 뿜어내는 더운 열기의 자동차들이 지나쳐 갈 뿐 사람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잘 됐다. 달리면서 눈 옆으로 가로수들이 빠르게 영혼처럼 스쳐 지나는 것이 보였다. 마동은 앞을 보며 꾸준하게 달렸다. 달리는 것에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리추얼이 마동에게 있었다.

  그때, 위태롭게 오토바이 한 대가 휘청 하더니 마동을 스쳐지나갔다.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대형마트의 주차장에서 주차되어 있는 차를 뒤로 빼려고 할 때 저렇게 빼면, 저런 식이라면 다른 차에 부딪힐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어김없이 차는 멀쩡하게 멀리 세워둔 차에 가서 박는다. 오토바이가 휘청거리는 모습이 꼭 사고를 낼 것만 같다. 마동이 고개를 돌리니 오토바이가 쌩하며 건널목을 유턴하여 지나가려다가 건널목을 천천히 건너고 있던 70대 노인을 치고 다시 큰 원을 그리며 휘청하더니 아슬아슬하게 방향을 잡아서 도망쳐 버렸다. 오토바이는 굉장히 놀랐는지 달아나면서도 넘어질 듯 비틀거리며 사라졌다. 배달을 하는 오토바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은 건널목을 건너던 노인을 치고는 상황판단이 어려워졌다. 배달원은 자신도 놀라서 그대로 뺑소니를 치고 달아나 버린 것이다. 70대 노인은 오토바이에 치이고 바닥에 넘어지면서 2차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노인은 신음소리를 내며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마동은 그 자리로 달려가서 70대 노인의 목 밑으로 팔을 넣어서 목을 약간 들었다. 70대 노인은 움직임이 둔했고 눈동자의 초점을 찾지 못했다. 근처에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상가의 사람들과 주위의 몇몇이 마동의 근처로 몰려왔다. 마동은 차도의 건널목 중간에서 노인을 빼내와 안전한 곳으로 업고 와서 내려놓았다. 70대 노인의 몸은 아기처럼 가벼웠다. 암에 걸려 모든 영양분을 다 빼앗겨버린 척삭동물 같았다. 노인을 눕힌 다음 마동은 숨을 쉬지 않는 노인에게 응급처치를 했다. 노인은 작은 가방을 엑스 자로 메고 있었고 마동은 그 가방을 풀어서 노인의 목에 대었고 머리를 뒤로 약간 젖혔다. 기도를 확보한 다음 노인의 가슴과 코에 번갈아가며 귀를 대어보고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흉부에 압박을 가했다. 아마도 경미한 뇌진탕 같았다. 모여든 사람들은 아주 흥미로운 눈으로 빙 둘러싸고 70대 노인에게 응급처치를 하는 마동을 보며 전부 한마디씩 했다. 마동은 노인의 흉부를 압박하며 누군가에게 119에 연락을 바란다고 소리쳤다. 모여든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라 마동이 하는 말에 당황하며 휴대폰으로 구급차를 부르는 것을 서툴러했다. 사람들에게는 초등학생처럼 훈련이라는 것이 필요했다. 재해가 일어났을 때 우왕좌왕 하는 것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었다.

  마동은 10회 정도 힘 있게 노인의 가슴을 누른 다음 노인의 구강으로 마우스 투 마우스를 시도했다. 숨을 들이 밀었다. 노인의 입에서는 옅고 오래된 담배 냄새가 깔려 있었다. 마동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지만 구강구조법을 계속 시행했다. 다시 흉부를 압박했다. 그러기를 몇 차례 하니 노인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숨을 내뱉었다. 사람들은 ‘오오’하는 소리를 냈지만 그때까지 그들 중 누구도 119에 전화를 연결한 사람은 없었다. 할 수 없이 마동이 119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마동은 모여든 사람들에게 이제는 괜찮을 테니 모두 가보라고 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후속편을 기다리는 표정으로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는데도 남아 있었다. 남아있던 사람들은 재미가 점점 희박해지니 노인에게 덕담 한 마디를 하고 왔던 길로 가버렸다. 마동은 노인에게 대충 상황을 설명한 다음 곧 119가 도착하니 일어나려고 하지 말고 계속 누워서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노인은 마동에게 고맙다고 하며 바로 일어나 앉았다. 얼굴에 전장의 장수처럼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기이한 모습이었다. 노인은 담배를 찾아서 한 대 피웠다. “고맙네, 신세를 졌구먼”라고 노인이 말했다. 말하는 노인의 입으로 담배 연기가 실타래처럼 나왔다.

  “이제 곧 구급차가 올 겁니다”라고 말하며 마동은 70대 노인을 쳐다보았다. 얼굴의 피부가 팽팽했다. 노인은 이제 더 이상 노동을 하거나 힘들게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나이든 사람이 얼굴피부가 탱탱하고 몸은 아이처럼 마르고 가볍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여름 옷 치고는 고급스러운 소재의 바지와 잘 다려진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넘어지면서 셔츠에 건널목의 잔재가 묻었고 바지의 무릎부분이 조금 찢어졌다. 신발은 노인들을 위한 기능성 워킹슈즈를 신고 있었다. 산책을 하러 나왔다고 하기에는 잘 차려 입은 모습이었지만 평소에도 아주 깔끔하게 옷을 입는 스타일의 노인일지도 모른다. “자네도 집이 이 근처인가?” 마동은 노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했다. 노인은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쳐다보았다. 마동도 노인의 시선을 따라갔다. 시선의 끝에는 오래된 아파트가 있었다.

  “난 저기 보이는 저 아파트에 살고 있네. 무척 오래된 아파트지. 아마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일걸세. 족히 80년은 넘었다네. 이렇게 오래된 아파트가 자네가 살고 있는 근처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 한국에 75년 된 충정아파트가 가장 오래된 아파트라고 뉴스에서 보도되고 사람들이 그곳으로 많이 가서 사진도 찍고 하지만 실은 저 아파트가 5년이나 일찍 만들어졌다네.” 노인은 담배를 피웠다. “하지만 아파트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네.” 노인은 잠시 있었다. 이번에는 담배를 아주 깊게 빨아서 연기를 내뱉었다. 연기는 빨아들인 것에 비해서 아주 조금 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파트는 외부의 사람들이 오는 것을 싫어하지. 이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이곳에 저렇게 오래된 아파트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네. 저기 저 아파트는 그 자체로 완전무결하게 존재하고 있어. 지금까지 그래왔지. 나는 그런 아파트에 살고 있다네. 저기서 태어나서 죽 저곳에서 자라났다네. 그리고 아마 저 곳에서 생을 마감할거야.”

  마동은 노인이 가리키는 아파트 쪽을 보며 노인의 옆에 같이 있었다. 그동안 지나치면서 전혀 쳐다볼 생각도 하지 못했던 아파트였다. 아파트는 너무 오래되었지만 깨끗하게 보였다. 밤이라서 그럴지도 몰랐다. 보이는 아파트는 낡았기는 했어도 관리가 잘 된 보통의 그저 오래된 아파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불길한 뉴스의 전조 같은 기운이 많이 감돌았다. 아파트주위는 여름밤에 어울리지 않게 겨울의 빈 폐허처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 아파트에서 태어나서 죽 자라고 생활하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아나. 그건 뭐랄까 아주 무료함이네. 무료함 같은 거야.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아. 그렇지만 그 무료함을 느끼기까지 많은 무엇인가가 있다네. 그래도 저곳에 살면서 이성에 눈을 뜨기도 했고 부모님 몰래 여자를 불러서 잠도 잤다네. 그땐 혈기왕성할 때니까. 자네처럼 말이네.” 노인은 자신의 혈기가 솟구칠 때가 머릿속에 스치듯 마동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노인은 담배연기를 후욱 내뱉은 후 “저 아파트에서 빠져나가려고 나름대로 무던히 노력을 했었지. 그것은 어쩐 일인지 어린 시절 저 오래된 아파트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야. 부모님에게 아파트를 벗어나자고 아무리 떼를 쓰고 졸라봤지만 부모님은 꼼짝도 하지 않으셨어. 아마도 내 부모님역시 아파트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오래된 아파트는 내 발목을 꽉 잡고 놔주지 않았지. 치매 걸린 노모가 내 바지를 꽉 움켜쥐고 아무 곳에도 못 가게 하는 것처럼 말이네. 군대에서 직업군인이 될 요량으로 신체검사를 받으러가서 바로 입대를 하려고 했네. 나는 신체가 건강해 일급이라 여겼지. 그리고 입대를 하면 하사관으로 가서 본격적인 군인으로서 내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려는 꿈이 있었네. 그 젊은 시절에 이미 이 아파트를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지. 하지만 아파트는 내 발목을 붙잡고 있었어.” 노인은 담배를 폐 깊숙이 빨아들여서 아파트가 있는 쪽을 향해 연기를 후 내뱉었다. 한탄이 섞여 있었다.

  빨아들이는 양에 비해 많지 않은 양의 담배연기가 노인의 입을 통해서, 코를 통해서 여름밤의 대기에 흘러나왔다. 담배를 피우니 그래픽처리된 것처럼 노인의 얼굴이 아주 편안하게 보였다. 머리에 충격을 받은 사람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니코틴이 혈관 속을 타고 흐르는 순간 긴장이 풀어지며 노인의 작은 몸은 안정을 되찾은 듯 보였다.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외치는 담배가 애연가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고 있었다. “난 손바닥에만 심한 다한증으로 총을 들지 못 한다는 판정을 받았네. 믿을 수 없었지.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말이지. 그래서 군에 면제가 되었네. 나는 입대를 하기위해 그곳에서 어떻게든 합격통보를 받아야했지. 그러고 싶었네. 그래야 저 아파트에서 벗어날 수 있었거든, 그러면 3년 동안은 아파트에서 벗어나서 이후의 계획을 세울 수 있었지. 갖은 애를 다 썼다네. 하지만 소용이 없었어. 다한증은 내가 젊은 시절 치료도 어려웠고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총을 파지하지 못하면 입대는 불가능하다는 거야. 나는 꼭 총을 들지 않는 곳에서 근무를 해도 상관없다고 매달렸지만 소용이 없더군. 그 이후로 아파트는 나를 더욱 잡아 두었다네. 그것이 아파트가 한 일이라고 나는 그때까지는 알지 못했네. 아직 젊었고 내가 나의 의지로 뭐든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네. 저 낡고 오래된 아파트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었지. 나는 입대를 하기 전에 내 손바닥에 다한증이 있었던 적은 없었네.” 노인은 담배를 피웠다. 연기를 후 뱉었다. 실뱀장어 같은 연기가 입에서 앞으로 가늘게 나왔다가 사라졌다. “이곳에서 다니고 있던 오래된 대학교도 때려치우고 타 지역의 대학교에 원서를 썼지만 죄다 떨어져버렸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불합격 통보를 받은 거야. 여행을 가도 이삼일이면 아파트로 돌아와야 했다네. 이 고장에서 벗어나서 직장을 얻으면 일주일 만에 쫓겨났지. 아파트는 어떻든 빌미를 만들었어. 더 먼 곳으로 가면 갈수록 직장에서 쫓겨나는 기간은 빨라지기만 했다네. 알 수 없는 일이었지. 그러다 내 부모님의 말을 들었다네. 내 부모 역시 어딘가에서 심하게 고생을 하다가 저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어서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네. 하지만 5년 정도 살고 난 후에 아파트의 실체를 알았다고 해야 할까. 아파트를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비극만 일어났다고 말이야.” 노인은 담배를 쥔 손을 바꾸었다.

  “그저 체념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나에게 말을 했네. 내 부모는 아파트를 떠나지 말라고 나에게 말을 했었지. 아파트는 나를 아파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네. 결혼하기 전에 나는 아파트를 벗어나서 한 여자와 동거를 시작했는데 살고 있던 집에 불이 났지. 동거를 하던 집이 불에 홀라당 타 버리더군. 다행히 집에 있던 나와 동거를 하던 여자는 구해냈지만 그때 받은 충격과 매캐한 연기 때문에 지능이 조금 떨어지게 되었네. 불이 난 이유를 소방서나 경찰에서도 찾을 수 없었지. 원인이 없고 결과만이 덩그러니 존재하는 화재였다네. 믿겨지나? 전기합선이나 가스에 불이 옮겨 붙었다거나 심지어는 누군가 불을 냈다거나 해야 하는데 전혀 원인이 없이 불이 났던 그네. 지옥불이 튄 것처럼 갑자기 불이 나서 집이 홀라당 다 타버렸다네. 소방대원들이 주기적으로 와서 점검해주던 소화기도 무용지물이었지. 이후 나는 저 아파트로, 부모가 살고 있던 저 아파트로 들어갔지. 부모님의 말을 어느 정도 믿어 버렸어. 난 그 화재는 아파트가 한 짓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네. 그때 화염 때문에 지능이 조금 떨어진 그 여자가 지금의 내 아내인데 지금까지 저 아파트에서 나와 함께 살고 있다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체념을 하게 되었네. 그냥 아파트를 받아 들였지. 그러니 비로소 조화가 이루어진 거야. 묘하게도 아파트는 나를 편안하게 해주더군. 내가 떠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파트는 감지해 낸 모양이야. 그 이후로는 삶이 아주 평화로웠지. 잔잔한 호수처럼 아주 고요하게 평온한 나날의 연속이었네. 그리곤 아파트는 우리에게 신의 은총을 내려 주었지. 아내는 아기를 낳고 거의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만 같았네. 젖도 잘 나오고 다른 엄마처럼 애가 커가면서 잘못을 했을 땐 야단을 치기도 했지. 완연한 엄마의 모습이었네. 좋은 시절이었어.” 노인은 여기까지 말을 하고 그때를 회상했다. 눈을 보니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애는 커서 군대로 다녀오고 직장을 잡고 돈을 벌면서 서서히 이곳을 벗어날 계획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난 그 애에게 그저 우리는 이곳에 머물면서 살다가 생을 마감할 테니 넌 예쁜 아내를 맞이해서 적당한 곳으로 출가를 하라고 권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네. 그 녀석은 엄마를 지극히 사랑했었지. 지능이 약간 모자라는 자신의 엄마를 끔찍이 사랑했어. 그 녀석은 이미 은행에 적금이라든가 대출에 대해서 알아본 모양이야. 잘 알아본 후 미래의 우리가 살아갈 집을 보러 다니며 기쁨에 찬 어느 날 저녁, 교통사고를 당했다네. 건널목을 건너는데 차가 와서 박아버렸지. 아들은 몸이 종이처럼 납작해져서 그대로 즉사하고 말았네. 그렇게 사람이 쉽게 죽을 수 있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야. 아파트가 알아차렸나 보더군.”

  “난 아들을 잃은 슬픔이 누구보다 컸다네. 그동안 아들에게 어떻게든 설명을 해주려고 노력을 했지만 그것은 언어로, 그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았다네. 아내는 아들을 잃은 후 처음의 상태보다 못한 정신 상태를 보였네. 현재는 나아질 기미도 없고 기대도 하지 않은 채 아파트의 구석자리를 언제나 지키고 있다네. 아파트는 퀴퀴한 냄새가 날 것 같지만 실지로 아파트는 아주 깨끗하다네. 아들이 죽으면서 남긴 보험금이 그대로 우리 집에 있다네.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쓸 일은 없어. 나는 아내처럼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생활을 할 수만은 없었네. 내 자신을 좀 더, 그러니까 외모적으로 옷이나 신발이나 머리의 정돈 상태나 외적인 모습이라도 늘 깔끔한 모습으로 생활을 하기로 했다네. 그래야 주위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되돌려 보낼 수 있었다네. 내 부모는 알고 있었던 거야. 아파트와 타협하는 일이 아파트에 묶여있지만 편안하게 살아가는 길이라는 걸. 나에겐 형이 하나 있었던 모양이야. 얼핏 들은 이야기지만 형이 태어나서 내 부모는 그 작았을 형을 안고 아파트를 떠나려 했던 것 같네.” 노인은 짤막해진 담배를 신발 밑으로 버리고 비벼 끄며 이제 세상에서 꺼져버리는 불빛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뭐랄까, 자네를 보는 순간 왜 아파트가 떠올랐는지 알 수는 없네만 오토바이에 치어서 뇌출혈로 죽어 버렸음 어땠을까 하고 잠시 생각했네. 자네가 나를 살려줘서 자네에게 아주 고마운 마음이야. 그런데 자네는 어쩌면 저기 아파트가 보내준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네. 물론 자네는 저 아파트가 보낸 것도 아니고 ‘나’라는 인간도 오늘 처음 만났다는 걸 알고 있네. 자네는 운동 중이었고 자네 앞으로 지나치는 오토바이가 늙은이를 치고 달아나는 것을 목격하고 정신없이 쓰러져있는 나를 발견하고 응급처치를 해줬다는 것을 잘 안다네. 그런 사실에 한 톨의 의심은 없네만 왜인지는 모르나 그 자리에 오토바이가 나타나고 내가 쓰러지는 순간 이렇게 응급처치를 잘 할 수 있는 자네가 내 옆에 있었는가가 참 모를 일일세. 아마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도 난 아무렇지도 않을걸세. 그것은 저기 아파트가 숙명처럼 이미 그렇게 정해놓은 일이지.”

  노인은 잠시 여름의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두운 밤하늘의 저 멀리서 마른번개가 내리쳤다. “아파트에 가면 아내는 하루 종일 잔다네. 나이가 들고 몸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하루 종일 잔다는 건 아마도 죽음으로 서서히 가고 있는 준비를 하는 모습처럼 보이네. 이제 아파트는 내게서 아내를 뺏어가려고 하는가 보네.”

  도로의 저 끝에서 구급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마동과 노인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고 구급대원들이 노인의 상태를 살피고는 들것에 그를 다시 눕혔다. 구급대원들은 마동에게 대충 사고 경위를 들은 후 노인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해보겠지만 가벼운 뇌진탕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큰 이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노인이 발로 비벼 끈 담배꽁초를 남겨두고 구급차는 노인을 싣고 마동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멀어지는 구급차를 보며 노인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생각했다. 노인이 떠난 도로에 서서 노인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렸다. 노인의 말을 듣고 그가 치매에 걸려서 하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노인이 말하는 아파트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아파트는 노인의 무의식 속의 또 다른 완결한 세계인 것일까. 어째서 노인은 아파트에 귀속되어 있고 아파트는 노인을 아파트 속에 잡아두고 싶었던 것일까.

  아파트는 끊임없이 눈으로 노인을 감시하고 간섭하면서 노인과 함께 하려했다. 이 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아파트는 혼자 무너지는 것이 두려워 노인과 그의 부인과 함께 세상의 끝을 맞이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파트는 무결한 존재로서 거기에 있는 것이니까. 아파트는 실재로 존재해 왔으며 존재하고 있으며 노인과 한 몸으로 동시공체를 느끼며 노인이 떠나가는 것을 아파트는 막았다.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지만 왜 아파트라는 형상일까. 노인에게 아파트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만약 나에게 변이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노인과도 마주치지 않았을까.

  수많은 질문이 마동의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며 서로 부딪혔다. 손을 들어 그 중 어느 것 하나를 집어도 확실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마동은 노인의 말을 믿으려 했다. 아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마동의 주위에서 믿지 못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마치 그래야 했던 것처럼.

  노인이 비벼 끈 담배꽁초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마동은 한참동안 비벼 끈 담배꽁초에 시선을 고정했다. 버려진 담배꽁초는 더 이상 아무런 개념 없는 쓰레기에 불과했다. 재활용도 되지 않고 어떤 노숙자가 다시 집어 들어 피우지도 않을 것이다. 노인은 이미 버려진 담배꽁초와 흡사했다.

  도로를 달려 나가려고 준비운동을 다시 하는데 마동은 자신이 구강구조법으로 응급처치를 한 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았다. 생각을 해보니 마동은 응급처치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단순히 예비군훈련 때 조교의 시범을 보고 들었을 뿐이었다. 그때 훈련을 받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었거나 가져온 신문을 조심스레 접어가며 읽었지만 마동은 맨 앞자리에 앉아서 소방대원의 구강구조법과 흉부압박의 시범을 유심히 관찰했었다. 그저 예비군훈련 때 조교의 시범을 본 것뿐이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실제로 눈앞에 누군가가 사고로 쓰러져 흉부압박으로 뇌에 산소를 공급한다면 그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그것뿐이었다. 순전히 생각 속에서 마동은, 자신이 허리를 구부리고 쓰러져있는 누군가의 흉부를 압박하는 상상을 했을 뿐이다. 머릿속에 생각만 하고 있었지 어느 곳에서 어떤 누군가에게 한 번도 해본 경험이 없었다. 예비군 훈련 이후로 구강구조법이라는 행위는 그대로 시간의 흐름 속에 같이 사라졌다. 머리의 기억도 의욕도 점점 모래성이 바람에 허물어지듯 없어져갔다. 없어진 기억과 의욕이 한꺼번에 되살아나서 쓰러진 70대 노인을 살려낼 수 있는 능력으로 나타났다.

  변이 때문이다. 순전히 변이 때문이다. 변이했기에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해낸 것이다. 예비군 훈련에서 잠깐 본 경험만으로 실제상황에서 이렇게 의연하게 대처를 할 수는 없다. 교육을 받았으면 반복적인 훈련으로 습득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변이를 통해서 또 다른 마동은 자신을 위해 꾸준하게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녹록히 녹아있는 계단에 앉아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순수하고 무서운 시간의 눈을 지니고 때를 기다리며 변이를 맞이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 아파트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서로가 통하는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파트는 많은 사람들 중에 응급실에 실려 간 노인을 지목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나를 지목한 것처럼.

  노인은 내 앞에서 쓰러졌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내 앞에서 걸어갔던 것처럼.

  마동은 그 자리에서 노인이 가리켰던 아파트를 보았다. 을씨년스럽게 보이는 아파트는 아마도 이 근처에서 제일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임에 분명했다. 이 근처가 아니라 한국에서 제일 오래되었다고 노인이 말해주었다. 아파트는 노후 되어 언제 무너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가장 오래된 아파트에 대해서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며칠 동안 크게 내리치는 마른번개를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바로 옆에 저런 아파트가 있음에도 사람들은 아파트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마동도 노인의 말을 듣고서야 오래된 아파트를 인식했을 뿐이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아파트. 주위의 환경에 맞게 신축허가를 이미 시청에서 받아놓은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직 입주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시에서도 아파트를 어쩌지 못 한다는 것을 아파트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노인이 살고 있는 저 아파트는 아직 재건축에 들어서지 않고 당당히 세월을 견뎌내고 있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더 한 이유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수수께끼 같은 곳이니까. 아파트는 스산한 모습을 한 오래된 인형처럼 보였다. 마동은 아파트가 잘 보이는 곳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아파트 안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대부분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허리를 구부리고 추위에 웅크린 사람들처럼 보였다. 마동은 아파트를 가까이 보려고 다가갔다가 마음을 돌렸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먼 검은 하늘 속에서 마른번개가 한 번 내리쳤다. 한 번의 마른번개가 지나가고 나니 후텁지근한 여름밤 하늘로 밝고 큰 달이 눈에 들어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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