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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12
작성일 : 19-10-08 11:53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2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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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심한 비 비린내와 시멘트냄새가 뒤섞여 나다니.

  마동은 이전에는 맡아보지 못한 격한 냄새였다. 어렴풋하게 아버지와 지냈던 어린 시절의 비 내리는 풍경을 떠올렸다. 소나기가 쏟아져 땅바닥에 닿으면 그 순간 흙냄새가 온 세상에 가득했던 기억이 났다. 기억이라는 것은 제멋대로다. 오래전 일을 기억 할 때마다 좀 더 확대되는 부분이 있거나 더욱 축소되는 경향으로 나뉘었다. 기억은 현재의 환경에 영향을 받는 모양이었다. 기억이라는 것은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부분적인 사실만 떠올리게 하고 그 속에 상상으로 덧입혀진 가설을 집어넣게 된다. 사람들이 기억을 ‘펙트‘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정말 사실인지 어떤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오래전 그때 소나기가 쏟아지면 미꾸리를 잡던 아이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입을 벌려 받아먹곤 했다. 미꾸리를 잡는 것은 뒷전이고 땀과 빗물이 범벅이 된 몸을 개울에 담그고 서로에게 물을 퍼붓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된 놀이는 해가 저무는 저녁까지 지속되었다. 그때의 하늘에서 한여름에 떨어지는 소나기는 비린내가 없었다. 순수한 비의 냄새만 간직하고 있었다. 공해나 시멘트의 냄새가 비에 딸려 나지 않았던 순수한 비의 냄새. 아이들과 물놀이가 끝이 나면 어디로 갔는지 집이 어딘지 엄마의 얼굴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오로지 비 냄새의 기억.

  웅 웅. 웅성웅성.

  이명이 귓전을 또 때렸다. 9살짜리의 여자아이가 파리채로 힘껏 휘두르듯 이명이 불어 닥쳤다. 모든 소리가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가 한꺼번에 분산되면서 이명이 크게 울렸다. 웅웅. 우 웅 우 웅. 뱃고동 같은 소리가 확성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듯 이명이 마동의 귀와 머리를 아프게 했다. 소리가 사람을 아프게 한다.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피해 금은방의 처마 밑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옷 다 젖었다-존 나게 내리네-갑자기 비는 씨바-

  -기상청이라는 곳에서-일하는 사람들의 말을 안 믿지만-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에이 씨-

  -어떡하지-조금 있다가-그녀를-만나야 하는데-좆같아-

  마동은 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처마 밑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의식에 희미하게 닿을 수 있었고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급작스럽게 내리는 비에 욕을 내뱉고 있었다. 마동은 어떠한 계기를 통해서 자신의 무의식이 사람들의 의식에 닿아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 계기는 확실히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었다. 그녀를 만난 후 이 모든 것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쩌면 오래전 고등학교 사건이 났던 그때, 기억이 가물가물한 그때 그 골목길에서 정신을 잃었을 때가 시발점이 아니었을까 하고 의심을 품었다. 그 이후로 마동은 설명 할 수 없지만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분홍간호사가 말한 카를 융이 살아 있다면 마동의 정신세계에 대해서 상담을 받고 싶었다. 만약 융에게 마동이 상담을 받는다면 융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오 잘 왔소, 하며 마동을 반기고 정말 좋아하지 않았을까. 마동은 이명을 피하기 위해 거세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달렸다. 비 비린내와 시멘트 비린내가 콧속으로 엄격한 파도처럼 파고들었다. 마동은 도로를 뛰어가는 도중에도 웅성웅성하며 사람들의 이명이 들렸다. 말소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잡음 같은 이명은 머리를 쪼아댔다. 코를 막고 한쪽 귀를 막고 마동은 빗속을 달렸다.

 

  [2일째저녁]

  한손은 귀를 막고 한손은 이마에 대고 비를 피하며 집으로 뛰어가다가 퇴근 후 가끔 들리는 카페에 들어갔다. 비가 폭력적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비가 떨어지는 속도가 대단했고 양도 어마어마했다. 소나기처럼 금방 끝나지 않는 비다. 30분은 족히 더 내릴 것이다. 카페에 조금만 늦게 들어왔으면 카페의 의자에 앉지도 못할 만큼 옷이 다 젖었을 것이다. 뉴욕에 쏟아지던 폭우가 이곳으로 옮겨온 모양이었다. 마동이 들어온 카페는 평소에 점심을 조금만 먹었거나 외근이 있는 경우나 퇴근 후 회사근처에서 조깅을 하기 전이나 조깅을 한 후에 들러서 커피를 마시는 카페였다. 로컬카페인데 다른 로컬카페에 비해서 테이블이 많았다. 이곳에서 가격이 비싼 코피루왁을 한 번 마시기도 했다. 한잔에 오만 원이 넘었다. 그 가격이 적당한 가격인지 아니면 합당하지 않은지 알지 못했다. 코피루왁의 맛을 마동은 사실 알지 못한다. 마동은 그저 한 번 마셔보고 싶어서 마셔봤을 뿐이다. 그렇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세상에는 같은 이름의 물품이지만 여러 가격이 존재한다. 바리스타의 설명을 들어가며 마시니 마동 자신도 모르게 더 맛을 음미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반 커피와 맛이 다르다고 해도, 월등히 좋다고 해도 코피루왁은 마시지 않기로 했다. 맛도 모를 뿐더러 저 먼 곳에서 코피루왁을 채취하여 그 희소성으로 전 세계에 배분이 되어야 하지만 이제 사람들이 사향고양이를 ‘사육’에 의해서 억지로 코피루왁을 만든다는 소식이 언젠가부터 뉴스를 타기 시작했다. 고양이에게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똥의 코피루왁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었다. 가두고 고통스럽고 무차별적인 사육으로 코피루왁을 채집하고 있다. 차별에 대한 글을 보며 차별의 진실을 그동안 봐왔다. 차별은 어디에나 있다. 인간이 있는 곳에는 차별이 늘 따라다니게 된다. 차별이한 균등을 깨트리며 조화에 금을 낸다. 차별이 부조리한 말이면 그 반대는 괜찮은 말일까. 차별의 정반대는 무차별이다. 차별이나 무차별이나 모두가 미저러블하다. 코피루왁은 무차별적인 사육으로 얻어지고 다른 커피와 차별화 되어서 판매가 되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이 올바르지 않은 앙띠노미가 세상에는 가득했다. 무차별적인 차별 속에 개입하게 되면 허망할 만큼 못쓰게 되거나 사라지거나 죽음을 당하고 만다. ‘차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말은 애당초 지구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말이다. 인간의 기호는 해서는 안될 짓을 만연하게 만들었다. 푸아그라를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이면에는 목이 졸려가며 괴로운 거위들의 비명횡사가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은 사향고양이들은 3년 정도 밖에 살지 못했다. 세상에 태어나 보통의 수명보다 짧게 살다가 죽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이상한 일이 버젓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고 모두가 방관하고 있다.

  굳이 고양이 똥으로 나오는 커피까지 마셔야 하는 것일까. 그것이 조화일까.

  여기 카페가 채취가 아닌 사육한 고양이 똥으로 만든 코피루왁을 판매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비 때문인지 카페 안은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았다. 여름옷이 비에 젖으니 살갗에 쓸리는 느낌이 조금 불쾌했다. 카페에 나열되어 있는 소파의 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무늬가 뱀처럼 움직이는 것 같아 보였다. 내리는 비가 차단된 카페 안의 조명에서 떨어지는 빛이 소파에 닿는 순간 소파의 구불구불한 곡선의 문형이 소용돌이처럼 보였고 마동은 어느새 그 모습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무늬의 움직임은 사람들의 움직임과는 달랐다. 어딘가 낯익은 움직이었다. 아주 천천히 움직이지만 움직임은 그곳에 머물러있었다. 늘 그곳에 머무르면서 마동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소피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일반론에서 벗어나면 받아들이는 것이 힘겹다. 소파는 분명히 그 자리에 늘 있지만 마동을 기다리는 것은 소파가 지니는 어떠한 개성일지도 모른다. 개성이라는 것이 소파가 본래 지니고 만들어진 본질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소파에 앉으면서 떨어뜨린 잔재 같은 것이다. 그래서 잔재는 멈추지 않고 성장을 하고 옆으로 옮겨가서 또 다른 생성을 이루었다. 카페 안의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진 모든 소파와 의자는 마동을 암시했다. 암시 속에는 마동의 자질을 가늠하는 눈빛이 날카롭게 드러났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이 사람들의 시간 속에 숨어서 조직을 만들어내며 꾸준하게 마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름도 없는 소파의 무늬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빨라지더니 목이 없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병원에서 분홍간호사에게 건네받은 약을 하나먹고 와서 그런지 아침에 곤욕스럽게 일어나서 출근한 회사에서처럼 심한 몸살기운은 아니었다. 소파의 무늬가 공중으로 확 떠올라 목 없는 사람들이 눈에 보일 때 마동은 정신을 차리고 카운터로 갔다. 비가 쏟아졌고 몸이 괜찮아지니 커피가 마시고 싶었고 약간의 허기가 찾아왔다. 마동은 맞은 비를 털어내며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했다. 카운터에는 익숙한 카페의 바리스타가 인사를 건넸다. 자주 오게 되면 카페의 직원과 눈인사를 주고받게 된다. 이른 아침에 늘 가는 샌드위치 전문점처럼. 마동은 커피와 치즈 조각케이크를 주문했다. “비가 많이 오죠?”라고 직원은 깨끗한 수건을 건넸다.

  “예, 뉴욕에 많은 비가 내려서 뉴스에 크게 보도가 되더니 그 비가 이곳으로 왔나 봅니다.” 마동은 수건으로 비를 털어내며 직원에게 말했다.

  “커피는 늘 드시는 맛으로 해드리면 되죠?” 직원은 마동에게 웃음을 띠었다. 직원은 40대 중반의 여자로 커피를 직접 내려 받고 음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통통한 몸매에 편안한 미소를 가진 얼굴을 소유했다. 카페의 주인은 아니었다. 그녀는 직원으로 일하며 커피를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을 큰 기쁨으로 삼고 있었다. 다른 카페에 비해 나이가 있는 40대 여직원 덕분에 이곳의 커피 맛은 신맛이 가미된 부드러운 맛이다. 때로는 거친 맛(피곤하게 보이면 그렇게 만들어준다)으로 그 맛 또한 괜찮다. 여직원의 출퇴근시간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자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언제나 커피를 연구하고 맛을 내기위해 공부를 하는 모습을 이곳에서는 볼 수 있었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이런 구석의 로컬카페에 잘 오지 않는다. 편안하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커피를 즐기고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60대였다. 카페는 언제나 조용한 음악에 고요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때로는 비틀스의 레볼루션 넘버 나인 같은 노래도 나와서 재미있기도 했다. 진정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내는 몇 안 되는 카페 중에 한 군데였다. 분위기는 계절을 타지 않았다. 여름이라 시원한 서핀 뮤직이 나오고 겨울이라고 해서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음악이 나오는 법이 없었다. 늘, 언제나 비슷한 음악이 일 년 내내 나오는 곳이다. 카페의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한들 이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이곳 카페만이 지니는 세계에 동화될 수 있었다. 마동은 이곳에서 커피와 치즈케이크를 왕왕 사먹었다. 고요한 모습의 카페였지만 무섭도록 내리는 비 때문인지 카페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커피가 참 맛있는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 시원한 이름의 음료를 테이블 위에 두고 마시고 있었다. 덕분에 40대 중반의 바리스타는 몹시 바빴다. 마동은 이틀 동안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공격적으로 뱃속에다 집어넣고 싶었다. 그렇지만 마동의 뱃속에서는 사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약간의 공복이 느껴졌을 뿐, 보통의 음식섭취를 바라는 공복은 아니었다. 마동은 이질적인 공복을 달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카페에서 커피와 조각케이크를 먹기로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이렇게 커피가 생각나는 걸보면 커피는 중독성이 강하다. 중독이 되면 끊임없이 갈구하게 된다는 말이 맞았다. 카페의 창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보면 권태와 불만이 가득한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오늘은 비가 쏟아지는 모습뿐이었다. 마동이 늘 앉는 테이블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가 앉아있었고 카페를 가득매운 대부분의 손님들이 젊은 사람들이었다. 여름방학이라 근처를 배회하다가 비 때문에 카페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젊은 손님들은 커플로 앉아있거나 여자 두 명이거나 여자 여러 명이었다. 여자 손님들이 많았고 젊은 남자끼리 앉아있는 손님은 없었다. 덕분에 카페 안은 평소답지 않게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끌벅적했다.

  마동은 대학시절 여름의 이 시간에는 학비를 버느라 땀을 흘렸었다. 새빨간 거짓말 없이 학비를 벌어서 내지 못하면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어머니에게서 고등학교까지의 학비를 조달받았지만 대학교 수업료는 만만찮았고 그 비용은 마동 자신이 충당해야 했다. 요즘도 방학이 되면 기숙사를 나와서 2학기의 학비를 벌어야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마동이 대학교를 다닐 때와 지금이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게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었다. 모든 것이 변화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집안에 대학생을 둘 둔 가정의 살림은 삶에 여유가 빠져버리고 질이 떨어져버린다. 빠듯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해가 거듭 할수록 국가는 단체주의와 민주주의 복합적인 체재를 번갈아가면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집단이나 조직이 아닌 개개인이었다. 사람들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더욱 실타래가 얽히는 악순환을 되풀이 했다. 응어리와 짐은 개개인이 짊어지고 가야했다. 경제성과 더불어 폐단도 사회 곳곳에서 나타났으며 교육이라고 불리는 중요한 과제에도 숨어있었다. 등록금을 내지 못하여 자살하는 대학생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방학이 되면 치솟은 학비를 벌기위해 신체를 버려가면서 학자금을 마련하는 학생들도 늘어났다. 입대 후 제대를 하기도 전, 말년 휴가를 나와서 미리 일자리를 구하는 대학생들도 생겼다. 학자금대출이라는 명목을 정부는 만들었지만 대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빚을 갚아나가야 하는 채무자가 되었다. 몇 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빨리 변하는 세상에 아직 젊음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한곳에 머무르는 꼴이 되었다.

  마동이 조깅이 끝나면 늘 들리는 편의점이 있다. 편의점에서 탄산수를 한 병식 사 마셨다. 가끔 탄산수를 구입하면 하나를 더 주기도 했다. 그때마다 마동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에게 한 병을 건네주었다. 탄산수를 건네받고 의아해하는 학생에게 마동은 다시 조깅을 해야 해서요,라고 했다. 늘 카운터에서 밝은 표정으로 물건 값을 계산해주던 아르바이트생에게 마시라고 건넸다. 아르바이트생은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특별히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덤으로 생긴 탄산수 이외에 건네준 음료도 없었다. 마동은 마시는 음료가 한정적이라 다른 음료를 마셔본 적이 없다. 가끔 새로운 탄산수가 들어오면 마동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어떤 맛인지 물어봤다. 그때 아르바이트생은 수줍게 잘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일 년 육 개월이 지난 어느 날부터 아르바이트생은 보이지 않았다. 편의점 주인이 투덜거리며 저녁에서 새벽으로 바뀌는 시간에 아르바이트생 대신 일을 했다. 사람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다. 산 도둑놈처럼 생겨 투덜거리는 주인에게는 덤으로 생긴 탄산수를 건네기 싫었다. 하나는 마셨지만 하나를 들고 밖으로 나와 뚜껑을 따서 하수구에 콸콸 버리기도 했다. 주인은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하는 듯 며칠 째 성난 얼굴을 하고 편의점을 지켰다. 마동은 계산을 하면서 주인에게 아르바이트생에 대해서 물었다. 주인은 당신은 뭐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주인은 마동을 아래위로 훑었다.

  “거의 매일 오시던데 운동하시는 거 아닙니까? 혹시 기관에서 나오신 건 아니죠?” 주인의 말은 아주 공손했다. 마동은 아니라고 했고 그저 조깅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조깅을 하다가 이곳으로 지날 때면 들러서 탄산수를 마시는데 일 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던 아르바이트생이 보이지 않아서 이제 취업을 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라 말했다. “취업이요? 아니에요. 죽었어요. 자살했데요.” 주인은 조용하게 말했다. 주인은 그것 때문에 경찰서에 두 번이나 취조를 받았고, 요즘도 경찰들이 몇 번이나 찾아오는 모양이었다. 부당한대우가 없었는지, 아르바이트생이 자살을 하는데 어떤 빌미를 제공했는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 같았다. 아르바이트생은 아버지의 빚더미를 감당해야 했다. 학비도 자신이 벌어야 했고 가계를 꾸려가야만 했다. 하지만 치솟는 등록금을 아르바이트만으로 감당하기는 힘들었고 집으로 찾아오는 채권자들의 독촉은 견디기 힘들었다. 아르바이트생은 몸을 버려가며 일을 해야 했고 그럴수록 구렁텅이로 빠져들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생을 살려고 세상에 나온 건 아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 시간에 좋은 카페에서 달달한 음료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데 그런 기회를 한 번도 가지지 못했다. 마음속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조차 없었다.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에 가려는 어린 마음은 더 이상 힘들지 않아도 된다는 하나의 안도감을 가지고 눈을 감은 것이다. 죽고 싶어서 죽은 사람은 없다. 죽을 수밖에 없어서 죽어야 하는 사람도 없다. 주인의 말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제외하고도 아르바이트생은 많은 일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고 했다.

  시간의 흐름을 제어하고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의식을 지닌 개개인의 자질이 말살되어 가는 현실이다. 빅브라더는 그 모든 것을 보고 있었고 감시자의 눈을 하고 있었다. 학비를 반드시 내야하는 대학생들은 처절하게 생활에 매달리지만 현재성이라고 불리는 두꺼운 삶은 그들을 조금씩 벼랑 끝으로 어깨동무를 해서 몰고 갔다. 벼랑 끝에 다가가서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그들은 삶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 모른다. 조직은 개인의 이익을 생각지 않는다. 전체의 명분을 중요하게 여길 뿐이다. 패배하지 않기 위해 초조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방학이 되면 회사원들이 출근하여 점심 먹는 시간에 일어나서 빈둥거리며 컴퓨터를 하다가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위해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서는 학생들도 많았다. 아마도 이 카페에 앉아있는 대학생들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도 후자에 속 할 것이다. 자신의 삶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것은 각자의 몫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 할 수는 없다. 누구나 다 피카소처럼 되지는 못한다. 피카소의 재능이 이어지는 게 가능했던 것은 그의 옆에서 불만 없이 그의 수발을 들어준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묵묵히 하찮은 잡일을 도맡아 하고 피카소의 손발이 되어 대화도 없이 같이 앉아서 밥을 먹어야 했던 어떤 이의 마음은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것이 조화이고 균형이라면 그런 것이다. 영화가 성공하려면 배우 뒤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름 모를 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처럼.

  이 세상을 인간의 마음과 같다고 인식하는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과 이 세상을 물질로 보는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섞여 있었고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아니었다. 세상에는 적당한 종류의 인간과 다양한 성격이 존재한다. 개개인마다 성격은 미묘하지만 다 다를지도 몰랐다. 아니 다 다르다. 비슷한 성격은 존재할지 모르나 같은 성격이란 세상에 없는 것이다. 그래야 균형이 잡히니까.

  그르르륵 하며 테이블에 진동이 울렸다. 카페 안을 꽉 채울 만큼 사람들이 없어서 여직원이 커피를 가져다주는데 오늘은 달랐다. 마동은 커피와 조각케이크를 받아왔다. 몸은 거짓말처럼, 어젯밤처럼 아무렇지 않았다. 머리가 아픈 것도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도 전혀 없었다. 심지어는 피부가 탱탱해지며 근육이 살아 움직일 만큼 컨디션이 좋았다. 이제부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식어도 좋다. 마동이 자주 오는 이곳의 커피는 식어도 맛있다. 물론 마동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트위터를 하거나 창밖의 비 내리는 풍경을 보거나 카페 책장에 있는 책이나 볼 요량이었다. 카페의 책장에서는 모파상의 책들이 많았다. ‘오를라‘는 꽤 여러 번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섬뜩했다. 그것과는 다르게 ‘목걸이’같은 단편은 아주 사실주의적이다. 조퇴를 하고 나오니 빈 시간을 얻었다. 사람들이 왜 조퇴를 하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시간에 마동은 멍청하게 있거나 책이나 보고 싶었다. 마동에게 있어 자주 가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하루 중에 가장 깊고 넓은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는 시간이다. 그 시간 속에서 소피도 만나고 미지와의 조우도 했고 여러 가지 공상 속으로 빠져들기도 했다. 달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는 곳이 여기 카페다. 커피 향을 맡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이틀 동안 기이해진 몸의 자극이 가라앉았다. 테이블에 커피와 치즈케이크를 들고 와서 앉았을 때 마동은 소변이 마려웠다. 전조도 없었다. 소나기처럼 느닷없이 소변이 나오려했다. 오늘 아침 첫 소변은 아주 조금 나왔다. 마동은 급하게 일어나서 화장실로 빠르게 갔다. 소변은 방광을 통해서 압도적으로 밖으로 나오려했다. 소변을 보고 화장실에서 나오면 마동은 자신만의 시간에 더욱 깊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기분이 좋았다. 마동은 테이블에 커피와 조각케이크를 올려 둔 채로 화장실로 가서 소변을 봤다. 화장실은 새로 산 거울처럼 깨끗했지만 개성은 결여되어 있었다. 개성이 좀 더 가미되었다면 사람들이 더 좋아했을 텐데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방뇨의 기쁨은 방출에서 오는 쾌활함에 있다. 어린 시절부터 생리적 쾌감에 자연스럽게 적응을 한다. 소변을 본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소변이 많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소변이 계속, 많이 나온다. 갑자기 소변이 보고 싶어졌다고 하나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의 소변이 한꺼번에 나오리라고는 예기치 못했다.

  아침에 본 소변양이 적어서 이렇듯 많이 나오는 것일까.

  양변기에 어정쩡한 자세로 선 채 마동은 소변을 보면서 생각은 커피와 치즈케이크에 가 있었다.

  커피와 치즈케이크는 하루 중에 언제나 제일 맛있을까. 저녁 8시 이후일까. 아니면 아침식사를 하기 전 공복상태일까 아니면 언제든 상관없을까.

  지금은 아직 저녁 8시가 되려면 멀었지만 그럼에도 커피와 조각케이크가 머릿속에 뱅뱅거리며 원을 만들어 떠 돌아다녔다. 화장실 안으로 카페에서 틀어놓은 ‘the whole nine yards’가 작게 들렸다. 개성이 없는 화장실에 들리는 음악은 공간을 그나마 안온하게 만든다고 생각을 했을까. 화장실에는 음악이고 잡음이고 아무소리도 없는 공백상태가 더 좋지 않을까. 이 곡은 좋은 곡이지만 개그프로그램에 삽입되고 나서 모양새가 조금 우스워진 음악이 되었다. 벌써 좀 지난 이야기지만. 마동은 고개를 숙였다. 맙소사, 아직 소변이 나오고 있었다.

  왜 이렇게 소변이 많이 나오는 것일까. 아마 음식물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혈당이 떨어진 것인가. 그것과 소변의 대량방출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선을 변기 안에 두고 있었지만 소변은 계속 나와서 변기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분명 어딘가 잘못된 것이다. 이렇게 방뇨양이 많을 수는 없다. 마동은 이틀 동안 물도 제대로 마시지 않았다. 이곳 카페안의 남자화장실에는 남자소변기가 따로 갖추어져 있지 않고 그저 양변기만 있을 뿐이었다. 변기에 소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동은 허리를 굽혀 변기의 레버를 내렸다. 콸콸거리면서 물은 한 번 내려갔다. 하지만 소변은 물이 빠지는 양 못지않게 다시 변기를 채웠다. 소변은 마치 밖에 내리는 무서운 소낙비처럼 세차게 나오고 있었다. 급기야는 소변이 변기를 넘쳐 흘러내렸다.

  맙소사.

  소변은 여전히 멈출 생각을 않는다. 마동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생리작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참지 못하고 신체가 시키는 대로 하는 어린아이 시점을 벗어난 지금도 의지와는 무관하게 소변이 나오고 있었다. 끊을 수가 없다. 그때 변기 안에서 작은 소용돌이가 일었다. 오래된 그리스신화를 주제로 한 영화에서 포세이돈이 바다에서 등장 할 때 보던 장면과 흡사했다. 저 변기 속에서 무엇인가 튀어 나올리는 없었지만 아직 소변이 나오고 있어서 어쩐지 마동은 좀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소용돌이에서 무엇인가 나온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온 것이란 말인가. 작은 소용돌이 속에서 누군가 마동의 방뇨 장면을 몰래 훔쳐보는 듯했다. 그렇지만 방뇨장면 보다는 소변을 뽑아내는 페니스를 뚫어져라 쳐다본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변기안의 작은 소용돌이는 그 물살이 거칠어졌다. 슬슬 두려움이 마동의 창피한 마음을 누르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옹.

  소용돌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더욱 빠르고 거칠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티브이에서 본 소용돌이의 모습이 소변을 보고 있는 변기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마동은 다시 허리를 굽혀 레버를 내렸다. 소용이 없었다. 물은 내려가지 않았고 계속 소용돌이가 돌고 있었다.

  나는 왜 하필 소변이 보고 싶어진 걸까. 좀 참았으면 안됐을까.

  소변은 인생의 활로 같은 것이다. 소변을 보지 않으면 인간은 죽는다. 소변이란 결국 마동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정화 시키는 정제작용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소변이 마려우면 봐야 한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 이렇게 대량방뇨는 마동을 화염 속으로 데리고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거부할 수 없는 힘이 마동을 끌어당기고 있다. 마동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른 채 어딘가를 향해 말을 해버렸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좋아하는 커피 향을 맡으며 치즈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고 다가오는 기분 좋은 여름의 저녁을 기다리기만 하는 그런 소소한 행복을 누리지도 못하고 끊어지지 않는, 도저히 멈추지 않을 대 방출의 소변에 놀라고 있었고 그 소변이 만들어낸 소용돌이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몸살을 계기로 시작된 나의 변이가 점점 심해지는 것일까. 심한 감기로 인한 나의 환영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고오오옹’하는 변기 속의 소용돌이 소리는 ‘구아아앙’으로 소용돌이의 외침은 한껏 웅장하고 커졌다. 화장실이 울릴 정도의 큰소리로 소용돌이는 휘몰아쳐 돌아가기 시작했다. 변기 속의 소용돌이는 부조리의 반복 같았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불합리와 모순의 진행을 보는 것이라 생각하는 찰나 소용돌이 속에서 무엇인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서서히 소용돌이를 뚫고 그 안에서 올라왔다. 마동은 두려웠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그것은 사라 발렌샤 얀기엔의 한쪽 가슴이었다.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날 밤 그녀를 안았을 때처럼 옷은 가슴 밑 부분으로 내려가 있고 크고 부드러운 유두가 박힌 봉긋한 그녀의 한쪽 가슴이 소용돌이를 뚫고 올라오는 것이다. 마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언저리에 소변을 보고 있었다. 소변을 끊으려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이미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인생을 여러 번 경험했다. 변기 밖으로 몸을 돌리려해도 그것마저 말을 듣지 않았다. 타이탄의 거대한 손에 꽉 잡혀 있는 듯 몸은 그대로였고 소변은 변기 속,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에 그대로 낙하했다. 한쪽 가슴이었다. 하나뿐인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은 애달팠다. 박과 같이 크고 아름다웠지만 하나뿐인 사라 발랸샤 얀시엔의 가슴을 보는 순간 마동의 속에 있는 욕망과 갈망이 소진되어 갔다. 소변에 의해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은 점점 마동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욕망을 앗아갔다. 동시에 어떤 분노 같은 것을 되살렸다. 분노의 대상은 어이없지만 막연한 것들이었다. 정확한 대상이 있어서 화를 내는 것과는 다르게 마동은 무형태의 부조리, 차별 같은 것에 대단한 분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순수한 환멸에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순수한 환멸은 무서움의 근원인 순수한 시간에서 시작되었다. 어둠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마동의 욕망과 순수의 근원을 깡그리 가져가버리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분노와 환멸에서 해방될 수 없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마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한쪽 가슴에 소변을 뿌리면서 무엇으로부터, 그 어떤 것에서도 해방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사실에 순간 겁이 덜컥 났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한 번더 만나도 싶었다. 자신의 변이를 알게 해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한번만 더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이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안아보지 않아도 된다. 그저 마주앉아 이야기를 해보고 싶을 뿐이었다. 변기 속에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도 다른 쪽 가슴도 나오지 않고 오직 한쪽 가슴만 반쯤 올라와서 마동의 소변을 맞고 있었다. 마동은 팔을 뻗어 소변을 맞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을 소변을 맞지 않게 옮기려고 했지만 몸은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주위에는 변기에서 일렁이는 소변의 소용돌이가 계속 휘몰아치며 폭풍 같은 소리가 났다. 그 순간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하나뿐인 가슴이 애달픔을 넘어 측은하고 볼품없어 보이기 시작했다. 가슴은 점점 잿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날 밤 마동이 애정을 담아 만졌던 탱탱한 가슴, 아름다운 가슴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자신의 더러운 소변을 맞았기 때문이다. 마동은 상심의 결이 깊어졌다. 다시 팔을 뻗었다. 힘을 주었다. 팔은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깊은 가슴골을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빛깔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고 변기 속 소용돌이에서 올라온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은 마동의 소변을 맞아서 회색의 어두운 빛깔로 물들고 있었다. 마동은 어두워진 낯빛 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한쪽 가슴을 보니 사라졌던 욕망이 부글거렸다. 마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을 구원하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안아주고 싶었다. 마동은 힘을 쥐어짜내 그대로 손을 변기 속,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한쪽 가슴을 향해 뻗었다. 목울대가 솟아올랐다. 팔에 힘줄이 올라오도록 힘을 주었다. 마동은 자신의 손으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을 만지면 원래의 가슴으로 돌아올 것만 같았다.

  다사 한 번 그녀를 껴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안는 생각이 마동의 몸을 휘감았다. 만나게 된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처음에 만났을 때처럼 부서져라 안아주고 싶었다. 마동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절실하게 안아 줬던 기억역시 없다. 대학교 때 동거한 연상의 그녀를 안았지만 그 속에 사랑하는 마음을 통절하게 담아서 안아주지는 않았다. 마동은 분명 그녀를 사랑했지만 꽉 껴안은 기억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녀와 같이 전통시장을 돌았고 그녀와 많은 밤과 낮을 뱀처럼 몸을 꼬았다. 하지만 그녀도 마동도 서로를 절박하게 끌어안지는 않았다. 삶에 있어서 누군가를 꽉 끌어안아야 반드시 제대로 된 사랑으로 충만한 삶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유한적인 시간 속에서 자신을 소진시켜가며 살아가는 것에서 상대방을 꽉 끌어안는 것을 신중하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적어도 마동은 그러했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꽉 안겨본 기억은 있다. 희미하지만 기억이 있다. 어린이였을 마동은 뿌옇게 보이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병원에 갔을 때처럼 흐릿한 누군가의 품에 꼭 안겨있었다. 그동안 마동은 그 사람이 어머니라고 생각을 해왔다. 그 희미한 누군가의 품이 어머니의 품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 누군가의 품이 어머니의 것이 아니었다. 치누크가 불던 기이한 밤에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끌어안았을 때 그 감촉과 느낌이 누군가에게 안겨 있었을 때의 느낌이라는 것을 알았다. 처음 만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끌어안았을 때 마치 처음이 아닌 느낌이 들어서 놀랐다. 그 통렬한 기분과 자신의 존재가 모조리 갈가리 찢기는 것을 느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품은 어젯밤 달리면서 지나쳤던 대형견의 눈빛에서 나오는 그리움과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거대한 개의 눈은 사람처럼 그리움을 잔뜩 지니고 있었다.

  변기를 보니 아직 소변이 나오고 있었다. 소변은 몸속의 수분을 전부 밖으로 뽑아내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마동은 이대로 바짝 마른 시체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어림잡아 이십분은 족히 서서 소변을 방출하고 있었다. 소용돌이가 줄어들면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도 소용돌이에서 서서히 사라져갔다. 마동은 아직도 몸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정쩡한 모습 그대로 서 있을 뿐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아무도 화장실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용돌이가 소멸하면서 오줌줄기도 약해졌다. 세차게 뻗어 나오던 소변이 졸졸 흘렀다. 그리고 끊어졌다. 마동은 물을 내리고 흘러넘친 변기 주위에 물을 뿌려 정리한 다음 휴지로 닦고 손을 씻었다. 손을 씻으며 거울을 통해 본 얼굴은 화장실에 들어오기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체내의 수분을 소변으로 몽땅 뽑아내어서 얼굴이 홀쭉해졌거나 눈이 푹 들어갔거나 적어도 얼굴의 피부에 이상이 왔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엄청난 방뇨에도 신체적으로 보이는 변화는 딱히 찾지 못했다. 거울의 저편의 서 있는 또 다른 얼굴은 꽤 건강하게만 보였다. 식사는 완벽하게 거르고 잠은 거의 못 자고 낮 동안 몸살에 시달리다가 비를 맞고 카페에 들어와서 20분가량 소변을 줄기차게 봤지만 거울 속의 마동은 삼계탕 집에서 한 그릇 먹고 갓 나온 이십대 청년처럼 팔팔하게만 보였다. 씻은 손은 진지하고 꼼꼼하게 닦은 다음 테이블로 돌아왔다. 몸속의 수분이 소변으로 전부 빠져 나가버려서 빈혈이 오고 속이 매스껍고 불빛의 헤일로와 울렁거리는 기분이 들 법도 했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마동은 자리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분명 마동을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 했다. 화장실에서 혼자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있다가 오다니. 하지만 그것 역시 마동의 편견이었다. 막상 카페 안으로 들어오니 사람들은 저마다 내리는 빗속을 피해 들어와서 그런지 자신들의 이야기에 심취해있거나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 마동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때론 편하기도 한 법이다. 테이블위의 커피에서는 계속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고 아직 뜨거웠다. 소변을 오랫동안 본 것이 마동 자신의 착각처럼 느껴졌다. 커피는 처음처럼 뜨거웠고 여전히 올라가는 김은 엑토플라즘 같았다. 사람들은 마동에 대해서 전혀 안하무인이었고 치즈케이크도 당연하지만 화장실에 가기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동은 손목시계를 봤다. 시간은 20분이 훨씬 지나가있었다. 카페의 음악도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쳇 베이커의 렛츠 겟 로스트 앨범의 음악으로 바뀌어 있었다. 쳇 베이커도 말년에 얼굴이 변이했다. 쳇 베이커는 자신의 재능을 너무 믿었던 걸까. 수많은 사람들을 짓밟고 쳇 베이커 자신의 세계관을 확립했지만 그는 약하디 약한 사람이었다. 결국 약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피폐해졌다. 쳇 베이커는 그럼에도 주위에는 수많은 여자들이 있었다. 친구의 딸도 있었다. 쳇 베이커는 사라졌지만 그의 음악을 온전하게 남아서 지금 카페의 공간을 떠돌고 있었다. 쳇 베이커의 음악 두 곡을 가만히 들었다.

  시간은 확실하게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었다. 마동은 20분이 넘게 소변을 본 것을 자신의 착각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 사실에 전적으로 마동은 깊게 개입하고 있었다. 시간을 받아들이는 시점 앞에 마동은 서 있다. 마동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 이 증상들이 진실인지, 증상을 느끼고 있는 마동 자신이 실재인지 아니면 자신의 또 다른 무의식에서 만들어 낸 허상인지 구분 짓기가 힘들었다. 마동은 분명하게 만져지고 느껴지는 것에 대한 실체는 인정했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는 쉽지 않았다. 일어난 사실에 진실이 꼭 부합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마동의 변이는 사실이었고 진실도 동반했다. 시간을 받아들이듯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았다.

  또 다시.

  우우우웅. 웅성웅성하는 사람들의 이명이 들렸다. 소리가 한 곳으로 집약되었다. 이번에는 여러 가지 소리가 떠돌다가 공(구)처럼 한 곳에 모아둔 것처럼 응축되었다. 웅웅하는 소리는 마동을 굉장히 힘겹게 만들었다.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눈이 흐리게 보이는 것만큼 힘들었다. 등을 소파에 깊게 파묻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명을 피할 수는 없다. 받아 들여야 한다. 우웅 웅웅 하는 응축된 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소리가 커질수록 잡음이 강한 외계언어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언어는 바늘처럼 뾰족하고 아팠다. 마동의 무의식의 주파수가 사람들의 의식 속에 닿으려했다. 주파수가 맞아지는 지점까지 모든 소리는 한곳에 집약되어서 쌓였지만 형태가 잡히지 않아서 마동을 힘들게 했다. 이명은 알아 들을 수 없는 활자의 조합으로 카페 안의 공간에 흘러 다니다 마동의 귓전으로 전부 박력 있게 날아들었다.

  웅웅웅 웅웅웅 우우웅 우우우웅.

  알아들을 수 없었고 기계로 만들어진 벌레가 서로 몸을 부딪히는 소리처럼 들려 마동은 멎었던 두통이 밀려왔다. 쇠줄로 머리를 동여맨 다음 두 명의 여자가 힘껏 잡아당겼다. 마동은 에어컨이 힘 있게 나오는 카페 안에서 이틀 동안 흘리지 못했던 땀을 흘렸다. 땀이 이마와 콧등에 맺히더니 볼을 타고 흘렀다. 등에도 한줄기 땀이 흘렀을 때 눈을 감았다. 마동은 사막의 돌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병원에서 이곳으로 뛰어오면서 맞은 빗물이 이제야 흘러내리는 건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결코 그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땀이다. 확실하게 땀이었다. 이틀 만에 만나는 땀이다. 땀을 흘려 기분이 나아져야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땀치고는 개운하지 않는 땀이다. 지금 마동의 볼을 타고 흘러내린 땀은 조깅을 하면서 흘리는 땀과는 차이가 있다. 이 땀은 한 마디로 조약되어있는 어둠 같은 땀이었다. 불순물이 잔뜩 껴 있는 어둠. 탁하고 더러운 색이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 어떤 빛도 허용되지 않는 어둠. 사람들을 사고로 몰고 가고 사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그런 어둠과 같은 땀이 마동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을 감고 흘러내리는 땀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촉의 땀이었다.

  집약된 혼란스러운 어둠.

  비참하고 불쾌한 땀이 흐르고 있었다. 묽지도 않고 냄새가 많이 나는 미움의 땀이었다. 그리고 그때.

  -넌 내 앞에서 계속 남친 자랑 질이냐, 이야기 좀 안 했음 좋겠는데 젠장-

  -이년이거 내숭은, 정말 꼴불견이네. 오늘 밤 같이 자고 나면 헤어져야지-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입으로 내는 구어처럼 정확하게 들렸다. 생각이 언어처럼 확실했다. 사람들은 보이는 얼굴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시끄럽고 싫다. 이 많은 손님은 필요 없다. 적당한 손님. 조용한 손님이 좋다. 어차피 나는 받는 월급은 일정하다. 커피에 대해서 더 파고들고 싶은데 이래서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사람들이 싫다 정말- 바리스타의 생각도 들렸다.

  얼굴에 흘러내리는 더러운 땀을 닦을 때 기계적 이명은 마침내 소리로써 정확하게 마동의 귀에 들어왔다. 의식에 닿아 있는 소리는 떠돌다가 목적지가 있는 바람을 타고 움직여서 마동에게로 닿았다. 어지럽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흩어지지도 않았다. 40대 카페점원의 생각이 들렸고 여대생 두 명의 생각과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커플 중 남자의 생각이 들렸다. 미소 짓는 얼굴과 생각의 미소는 모두가 조금씩 달랐다.

  거대한 무의식의 세계에는 어떠한 관님이 존재하는 것일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있는 저 먼 곳에서 치누크가 몰고 온 무의식이 여기 세계에 들어와 전후를 바꾸어 놓은 것일까.

  치누크가 몰고 온 기이한 냄새와 그 풍향을 느끼고 어느 순간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만나고 야외에서 교접한 후 급격하게 변이가 찾아왔다. 여름의 끝자락에 두 개의 가을태풍이 몰아쳐오듯 무의식의 변이와 신체적 변이가 마동에게 동시에 찾아온 것이다. 그 변화는 마동의 무의식을 강하게 자극하여 숨어있던 또 다른 마동을 노출시켰는지도 모른다. 또 다른 마동이 기존의 마동을 억제하고 얼굴을 들려고 하면 머리가 이렇게 조여오고 숨쉬기 힘든 고통이 들었지만 고통이 사라지고 나면 타인의 생각에 도달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나열하자면 그런 식이다. 마동은 자신의 무의식에 대해서 그렇게 확립을 세우고 다가가 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나열한 공식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분홍간호사가 말했듯 마동은 어떠한 계기로 무의식에 강하게 노출이 된 것만은 분명했다. 보통 일반사람들도 무의식의 세계는 가지고 있으며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변이를 거듭하고 있다고 분홍간호사는 말했다. 대부분 그 변이를 신체의 노화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간주하고 있을 뿐이다. 마동은 귀를 기울이면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에 더욱 다가갈 수 있었고 집중을 하면 사람들의 의식을 횡으로 세우고 듣고 싶은 의식만을 선택 할 수 있었다. 분명 어딘가에 자신과 비슷한 변이를 경험한 변태인이 있을 것이라고 마동은 생각했다. 이 넓은 세계에 마동 자신 혼자서만 괴랄한 변이를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질이 다른 변이를 하고 있을 뿐, 사람들은 모두 변이를 한다.

  미미하게 남아있던 두통이 형광등의 스위치를 내리듯, 딸각 하며 사라졌다. 커피는 아직 따뜻했다. 조각케이크는 망가지지 않은 채 처음의 모습 그대로 테이블 위의 하얀 접시위에 놓여 있었다. 그렇지만 마동은 커피와 조각케이크에 손도, 입고 대지 않았다. 마동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들을 쳐다보면서 커피와 조각케이크의 맛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휴대전화에서 알림소리가 들렸다. 트위터에 소피가 접속해 있었다. 이 시간에? 하는 생각으로 소피에게 맨션을 보냈고 소피는 잠시 트위터에 들어왔다고 했다. 소피는 마동에게 안부를 물었고 마동은 저녁의 조깅 중에 귀로 들렸던 이명과 타인의 의식에 자신의 무의식이 닿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하게 시간을 들려 말했다. 소피는 진심으로 마동의 말을 눈으로 들어 주었다. 마동은 소피의 진심을 작은 휴대전화기의 액정으로 느꼈으며 이틀 전 그날 밤의 일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이야기를 했다.

  다이렉트메시지: 소피, 지금 나에게서,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실제일까. 아니면 진실 되지 않은 현실의 왜곡일까.

  다이렉트메시지: 글쎄, 동양의 멋진 친구의 착각이거나 환상은 아닌 것 같아. 당신의 잠재된 무의식이 어떤 매개의 통로를 타고 실재에 나왔다고 보는 게 맞을 거야. 신기한 것은 밤에 낯선 외국여자를 만나서 섹스를 했다는 게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야. 여기에서도 처음 만나 야외에서 섹스를 나누고 하는 일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거든.

  소피는 잠시 틈을 두었다. 마동에게 할 말을 조리 있게 하기위해서 조금은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이렉트메시지: 동양의 멋진 친구, 나는 당신을 정말 멋진 나만의 유일한 동양의 친구라고 생각 해. 그러니까 마음을 이렇게 터놓을 수 있는 친구 말이야. 난 사실 동양인에 대한 아주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 더 정확하게 말하면 친구와 같은 나라 사람에 대해서 말이야. 난 그 녀석을 좋아했어. 그 녀석 당신나라의 사람이었어. 나는 그 녀석 때문에 이 바닥으로 흘러들어오게 되었어. 그런데 당신에게는 어떤 기운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어. 그 녀석과는 다른 무엇인가 말이야. 보통 동양의 남자들과도 다른 느낌을 받았어. 이렇게 말을 하면 사람들은 나를 업신여기거나 내 의견을 무시하기도 하겠지만 나는 인터넷으로도 많은 남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으니까 나는 나의 의견을 말 할 수 있고 나의 생각이 꽤 믿을 만하다고 느끼고 있어. 먼 곳에 떨어져 있지만 그리움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어쩌면 우리는 동시에 존재를 느끼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인문학을 전공하면서 심리학의 동시공체에 대해서도 꽤 깊이 있게 공부를 했었거든.

  다이렉트메시지: 동시공체라는 건?

  다이렉트메시지: 스팅의 앨범 중에 symphonicties와 비슷한 거야. 당신에게 일어나는 현상을 받아들여. 받아들이고 나면 받아들이기 이전의 당신과 받아들인 후의 당신은 조금 달라져있겠지. 그렇지만 당신이라는 본질은 그대로야. 그리고 괜찮아 질 거야. 다 괜찮아 질 거라고 나는 생각해. 어때? 동양의 멋진 친구?

  마동은 소피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스팅의 노래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의 바다는 알아서 바닥이 다 보였지만 막상 들어가니 바닥에 닿지 않았다. 이면에 숨은 에고는 어떤 모습이었다가 어떠한 변이를 일으키려고 하는 것일까. 어떤 변화이든 간에 마동은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마동은 이제 서서히 샤갈의 그림 속 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다이렉트메시지: 내일은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어. 의사의 말로는 검사를 받으면 내가 앓고 있는 몸살에 대해서, 변이에 대해서 알 수 있다고 하더군.

  다이렉트메시지: 동양의 멋진 친구, 맞아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면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을 거야. 그것이 신체적인 부분이든 의식적인 부분이든 간에 말이지.

  소피는 옆에서 마동을 보고 다 알고 있다는 느낌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분홍간호사와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들이는 얼굴을 한 의사가 하는 이야기 그리고 오너가 하는 말과 소피의 말은 어딘지 모르게 전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다이렉트메시지: 그리고 말이야, 그 의사는 당신의 무의식에 대해서, 당신의 변이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마치 내가 당신에게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듯 말이야.

  소피의 다이렉트메시지를 읽고 마동은 짧은 소리가 입을 통해 새어 나왔다. 소피는 정말 촉이 살아있는 것일까.

  다이렉트메시지: 그러니까 이틀 전 비가 왔던 그날 밤 기이한 여자와의 공원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말이군.

  마동은 그렇다고 했다. 그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다이렉트메시지: 어쨌든 이후에 타인의 생각이 들리는 거 같다? 아니 들린다?

  다이렉트메시지: 그래 맞아.

  라며 마동은 엄지로 휴대전화에 터치를 했다.

  다이렉트메시지: 타인의 생각이 마구잡이로 들린다면 정말 힘들 거 같아. 동양의 멋진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건 정말 불행한 일인 거 같아. 세상에 여러 가지 불행이 있지만 의도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이 들린다는 것만큼 힘겨운 일이 있을까.

  다이렉트메시지: 그래, 이러다간 정말 내 머리는 보이지 않게 폭발해버릴지도 몰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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