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씨크릿서비스-밀사
작가 : 사오정
작품등록일 : 2019.10.2

전생의 기억을 끌고 세상에 나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몸에는 푸른 점이 새겨져 있다. 국가비밀탐사기관에서 푸른점의 표식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들을 찾아 낸다. 그들은 씨크릿서비스( 일명 2s) 팀을 꾸리고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대한제국시절 황제의 밀사들을 소환해낸다. 전생의 기억을 재구성하여 보물을 찾으러가는 험난한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처절한 삶의 역사와 파노라마를 그린다.

 
헌팅-2
작성일 : 19-10-04 00:31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509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헌팅 2

 

  나무 위에 돋을새김을 한 <장예원>의 간판이 달려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널찍한 정원이 있고 한쪽에 정렬한 장독대들, 뚜껑을 열면 이내 메주 냄새가 스며들 것 같다. 경영은 일련의 무리에 섞여서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2층 건물의 문을 열고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다. 나무의 결을 그대로 간직한 테이블들, 고급 재질의 창호지가 발린 벽, 고풍스런 멋을 한껏 품은 소품들이 정갈하다. 돈을 많이 들인 인테리어라고 경영은 생각했다. 그만큼 음식 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도.

  경영은 <장예원> 업체 측에 음식점 홍보를 겸해서 한정식의 멋과 가치를 알리는 내용의 기사를 잡지에 싣겠다는 명분으로 접촉을 시도했다. 사장님 포함 직원들의 인터뷰도 실을 예정이라고 했다. <장예원>측은 흔쾌히 취재를 허락했다. 오늘 이 취재탐방은 경영이 어떤 잡지의 기자를 앞세워(공권력을 동원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경영은 그 잡지의 취재팀에 섞여 이곳을 오게 된 것이다. 무턱대고 나타났다가는 강 차리에게 또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경영으로서는 몇날 며칠 머리를 짜내고 짜내어 생각해낸 방책이다. 김 치호가 말한 각인을 노리며.

  점심시간이 끝나고 난 <장예원>은 한산하다. 카메라가 음식점 곳곳을 누비고 경영은 함께 온 기자를 따라 다닌다. 직원들은 취재팀이 나타나자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다. 경영은 <장예원> 정원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음식점 사장을 시작으로 해서 한 사람씩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식의 세계화가 어쩌구저쩌구, 간장과 된장의 위대한 과학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얘기들이 오고갔다. 한식이 인류의 식생활에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는 섣부른 확신이 난무한 대화였다. 잡지에 실리지 않게 될 확률이 90퍼센트 이상일 터.

  마침내 음식점 주방에서 일하는 막내 강 차리가 카메라 앞에 앉았다. 유니폼을 그대로 입고 얌전하게 앉아 있는 강 차리, 얼마 전 경영의 <그곳>을 찍던 앙칼진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경영은 강 차리에게 명함을 건넸다. 그녀는 경영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경영은 그녀의 눈에 눈을 맞춘다. 그 눈 속에서 꺼집어 낼 무엇이 있다는 듯. 경영이 묻는다.

  -강 차리 씨는 여기에서 일하시는 막내분이시라고요.

  -네, 이제 일 년 좀 안됐어요.

  -언제부터 한식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었어요. 한식을 선택한 건 졸업 후고요.

  -다른 분들처럼 요리한다고 말씀을 안 하시네요.

  -요리는 순우리말이 아니거든요.

  -개화기 후에 조선에 들어온 일본 요릿집이 시작이란 말씀인거죠?

  -네. 잘 아시네요.

  강 차리가 조금 의아하다는 듯 경영을 바라본다.

  -강 차리 씨, 저 기억 안 나세요?

  -언제...저를 만난 적이 있으신가요?

  -전철 안에서요. 아직 그때 통증이 있어요.

  헉, 강 차리가 입에 손을 대어 읍을 하며 눈을 크게 뜬다. 그날의 일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저는.....

  -저를 변태 취급하셨죠.

  -죄송해요. 저는 그냥......

  -괜찮아요. 이렇게 살아 있잖아요. 제가 오늘 여기 온 것은 강 차리씨를 만나기 위해서에요.

  -저를요? 무슨 일이시죠?

  -차리씨는 이제껏 살면서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나요?

  경영은 김 치호가 자신을 헌팅할 때 사용했던 말을 따라 그대로 해 본다. 아무래도 그게 정공법인 것 같다.

  -그다지......

  -독립 운동가 배재행이 실은 친일파였다는 것을 차리씨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요? 그건 어떤 기록에도 없는 내용인데요.

  -그냥 알고 있어요.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던 날 밤 그때 거기 있던 궁녀 두 명이 죽었다는 것은 어떻게 아는 거죠? 그것도 어디에도 기록된 적이 없는데요. 지어낸 이야기인가요?

  -아니에요. 제가 왜 그런 걸 지어내요?

  -그런데 왜 알고 있는 거죠?

  -모르겠어요. 그냥 알고 있어요.

  강 차리는 왜 나한테 이러는 거냐고 거의 울 듯 한 표정이다.

  -나는 알아요. 차리씨는 <그 사람>이거든요.

  -<그 사람>이 누군데요?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죠.

  -전생의 기억이라고요?

  차리는 놀랐다고 해야 할까 어의가 없다고 해야 할까 순간 웃음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차리씨 왼쪽 팔뚝에 푸른 점이 있죠?

  -그걸 어떻게? 누구신데요 도대체?

  차리는 자신이 웃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경영은 슈트를 벗어 의자에 걸쳐 놓는다. 그리고 셔츠의 왼쪽 소매 단추를 풀어 말아 올린다. 셔츠 밑으로 드러나는 선명한 푸른 점. 강 차리의 푸른 점과 같다. 손을 대고 누르면 푸른 물이 흘러내릴 것 같다. 강 차리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얼마 후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는 <장예원> 주방 안쪽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먼 옛날 우리는 무엇이었을까. 별이거나 달이거나. 혹은 개이거나 돼지여도 무방하다. 그게 무엇이든 한 번은 먼 옛날의 나와 조우할 수 있다면 품에 안아보고 싶다. 살아있는 동안의 기쁨과 슬픔을 비벼 나누며 서로의 등불이 되어 애썼다, 토닥이고 싶다. 앞으로 또 무엇이 될 우리를 위해 슬프거나 기쁜 순간에 휘둘리지 말고 살거나 죽자고 다짐하고 싶다. 생과 사는 하나이니.

 

  <장예원>에서 윤 경영을 만나고 들어온 그날 밤 강 차리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자신을 <그사람>이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을 때 분명 강 차리는 미친놈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길거리에서 흔하게 부딪히는 도를 아십니까, 혹은 기운이 맑습니다, 하고 말을 거는 사람들과 같은 치들일 것이라고 치부해버렸는데 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 그의 목소리,

  이제껏 살면서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나요?

  그녀는 사실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자신이 남들과는 조금 다른 무엇이라고. 사람들은 차리에게, 너 어느 별에서 왔니? 지구를 떠나 너의 별로 가, 넌 5차원이라는 장난 섞인 말을 들어왔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지만 누군가 차리에게 그런 말을 할 때 그녀는 누구보다 강렬하게 진짜를 느꼈다.

  아주 어렸을 때였다. 다섯 살이나 여섯 살? 엄마가 직장 생활을 하는 바람에 외할머니 손에서 자란 차리는 늘 할머니를 따라다녔다. 할머니들의 동네 친구들이 모여 앉아 국수를 삶아 먹거나 화투를 치는 동안 곁에 앉아서 구경하며 차리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한 번은 할머니 한 분의 생일이라고 그 집에 우루루 모여서 할머니들이 수육을 삶고 잔치국수를 끓이고 잡채를 볶았다. 삶은 당면에 볶은 야채를 담아 양념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강 차리가 고개를 저으며, 안돼, 안돼, 그렇게 하는 게 아니지, 이걸 먼저 끓여서 이걸 붓고 이렇게 이렇게 해야지, 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날 그 자리에 있던 할머니들은 하나같이 입을 쩍 벌리며, 이 어린 것이 이걸 어떻게... 하고 기염을 토한 것이다. 할머니들은 그날이후부터 어린 차리를 볼 때마다, 아이고 선상님 왔는가, 하고 차리의 조그만 손을 오물조물 주물렀다.

  차리의 나이 열 살 때였다. 엄마와 외할머니는 그날 간장을 담그려고 메주를 물에 씻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 동네 사람이 찾아와서 엄마와 할머니는 하던 일을 멈추고 한참 동안 마루에 앉아 얘기를 하게 되었다. 손님이 가고 난 뒤에 부엌에 돌아온 엄마와 할머니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렁각시가 다녀간 것처럼 항아리에 담겨진 메주에 소금물이 부어져 있고 그 위에 숯과 고추를 띄워 놓은 게 아닌가. 집안에는 엄마와 할머니와 차리 셋뿐이었다. 엄마가 차리를 향해 물었다.

  -야야, 이거 네가 했니?

  -응.

  -네가 이걸 어떻게......

  차리의 기억 속에 이런 식의 비슷비슷한 일들은 손에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았다. 그래서 차리의 가족들은 차리를 신동이라고 불렀는데 커가면서 다른 집 아이들에 비해 공부도 그냥 그렇고 해서 과거의 충격과 경이로움은 한 때의 전설로 마감되어 버렸다. 잊혀진 전설이 되어 보통의 아이로 자라난 차리, 여느 아이들처럼 만화책을 좋아하고 PC방을 들락날락거리고 노래방에서 템버린을 치며 폴짝거렸다.

  그런데 그 하루의 경험은 차리에게는 강렬한 한 장면이었다. 어쩌면 그날은 실재하는 날이 아닐지도 모른다. 차리의 상상이 만들어낸 부조물 말이다. 중학교 3학년 어느 봄 사생대회가 열렸는데 장소는 창덕궁이었다. 아이들은 흩어져 제각기 자리를 잡고 앉아 궁의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차리도 자리를 잡고 앉아서 스케치북에 연필로 고궁을 그리고 있었다. 처마를 그리고 기둥을 그리고 문양을 그리면서 눈으로 고궁의 자취를 따라갔는데 어느 순간 마치 무엇에 홀린 것처럼 일어나서 궁을 향해 걸어 들어간 것이다. 돌계단을 오르고 이어진 길을 따라 들어갔다. 익숙한 무엇이 펼쳐지는 듯했다. 어디서 본 듯한 길이 있었다. 밑으로 내려가는 깊은 내리막길이 있었다. 오른쪽으로 굴 같은 통로가 있었다. 통로에서 길은 끊겼다.

  어, 여기 뭐가 있었는데, 여기 돌이 부서졌네.

  여길 누가 막아놨나.

  색이 검게 변했구나.

  차리는 벽과 돌을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손에 닿은 감촉이 싸하게 번질 때 차리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학생! 거기는 출입금지 구역이야. 어서 나와.

  그제서야 차리는 꿈에서 깬 듯 정신을 차렸다.

  -네, 죄송합니다.

  -깜짝 놀랬네, 어떻게 거기를 들어간 거야, 학생?

  -......

  후에 안 것이지만 그게 기시감이라는 거였다, 데자뷔. 그런 식의 데자뷔는 웬만한 사람들은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차리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그런데 윤 경영을 만난 이후 데자뷔 라고 알고 있던 그 일이, 중학교 3학년 사생대회에서 느꼈던 경련이 다시 되살아난 것이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죠, 팔뚝의 푸른 점, 그 사람.

  그런 말들이 며칠 째 강 차리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미친 놈, 사기꾼, 했다가, 뭐가 있는 것일 수 있어, 했다가 정신 차리자, 세상엔 별 놈이 다 있다, 이런 식으로 나를 꼬셔서 살인을 하는 또라이일 수도 있어, 했다가, 아니야, 절실해보였어, 그 사람, 눈이, 명함도 줬잖아, 했다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마음들이 부딪히고 바스라지고 난리도 아닌 것이다.

  책상에 놓인 윤 경영의 명함, 국립 문헌정보 연구연 윤 경영.

  강 차리는 아주 오래도록 명함을 들여다본다. 그 한 장의 명함과 일대일의 격투기를 벌일 것처럼 응시하고 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1 독 2 2020 / 1 / 7 227 0 6006   
10 독 1 2020 / 1 / 1 221 0 5803   
9 도적 2019 / 10 / 30 226 0 5644   
8 한교 2019 / 10 / 27 234 0 5394   
7 달포 2019 / 10 / 21 222 0 4563   
6 처형 2019 / 10 / 19 239 0 4723   
5 혼백 2019 / 10 / 15 221 0 7080   
4 스카우팅 2019 / 10 / 7 227 0 5047   
3 헌팅-2 2019 / 10 / 4 247 0 5093   
2 헌팅 1 2019 / 10 / 3 232 0 5436   
1 푸른점의 아이-그 사람 2019 / 10 / 2 412 0 568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