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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부 에필로그 -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작성일 : 19-10-03 23:20     조회 : 362     추천 : 0     분량 : 1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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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포트 메인, 선착장.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선착장에 매표소는 정신이 없었다. 북부의 괴수들이 사라진 후, 북쪽 영역의 개척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게 된 것이었다.

 

 덕분에 이 좁아터진 선착장을 관리하던 메리는 그녀의 남편과 함께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통제하느라 바빴다.

 

 “이놈아! 여기 물건 또 들어왔다, 하역해라!”

 

 “알았어요! 장인어른!”

 

 이제는 그가 장인어른이라고 말을 해도 선장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아니 그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반했다고 해야 하나? 그를 인정하고 정식 사위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조금 쓸쓸하네요. 매번 이 시간 때면 놀러오던 사람이 있었는데........”

 

 항상 점심을 먹고 난 다음이면, 저 언덕길에서 검은 머리카락을 날리며 내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지금은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매번 넉살스럽게 떠들다 가는, 그리고는 꼬마 요정한테 쫓기는 그가.

 

 “매번 이 시간 때면 놀러왔었는데.......”

 

 “알 포트 메인 선착장 관리인은 즉시 나오시오!”

 

 “아오, 또 조사관들이 왔나 보네. 메이, 너는 여기 있어라. 또 이 애비가 처리하고 올 테니 말이야.”

 

 선장은 천천히 밖으로 나가, 앞에 제복을 입은 사람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들은 연합정부에서 파견된 헌병 조사관들이었다. 일주일에 한번 씩, 그것도 제일 바쁠 때 찾아오는 것 때문에 더 정신이 없었다.

 

 뭐, 하기야 배를 타고 수도에서 왔다 갔다 하려면 적어도 2일, 그리고 보고서 작성을 하고 결재 되는 데에만 3일이고, 다시 조사하라고 명령을 받으면 딱 7일이 걸리긴 하지만.

 

 “......... 여기에 있다는 제보를 받고 왔단 말이다. 자꾸 이렇게 나오면 압수수색할 수밖에 없다고!”

 

 “아이 참! 진짜 몇 주 째 지금 이러시는 거유? 이 이상 계속 조사를 하신다면, 영업 방해로 고소해도 뭐라 못한다니까! 그리고 그놈의 보고서는 올라가긴 한 거 맞수? 그리고 압수수색은 저번주에 받은 참이유! 알고 압수수색 얘기를 하쇼! 참, 증말! 카앍, 퉷!”

 

 북부 대토벌전 이후, 그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원래라면 가장 큰 공을 세워서, 차기 2군단장으로 될 사람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범죄자 신세가 되어서 쫓겨 다닌다고 했다. 그의 죄목은 다름 아닌,

 

 “하... 진짜 난감하네. 그 무구 파괴범을 잡아야 하는데 말이야.”

 

 무구를 부순 테러범으로. 그는 토벌부대의 부대 이전에 앞서서, 무구가 있는 창고를 부수고 대량의 무구들을 파괴한 채 종적을 감췄었다. 그나마 현 무구적합자들의 무구들은 그들이 지니고 있기 때문에 파괴당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인류의 최후의 보루라고 부를 수 있는 무구들을 부순 것은 중죄에 해당되는 사안이었다.

 

 “진짜 다시 조사 한다 그러면, 이번에는 내가 연합정부 수도로 갈 거유! 알아들었소? 내 거기다 내가 증말 이 소리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연합 사령관이랑 내가 좀 아는 사이라서 거기다 한소리 크게 하면 당신들 어떻게 될지 아슈? 그러니 빨리 내 눈앞에서 사라지슈! 알겠수?”

 

 그는 강하게 소리를 질러 헌병대 조사관들을 밀어냈다. 그리고는 투덜대며 다시 매표소로 돌아왔다.

 

 “참, 진짜 너무 허네. 또 저기 하역 물품이 쌓이면 3일은 고생하는데.......”

 

 그 모습에 메리는 따뜻한 차를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차라리 새 직원을 고용하는 게 어때요? 그게 나을 것 같은데.”

 

 “흐, 그래야 할 것 같다. 오늘 저녁에 저 녀석이랑 셋이서 상의해보자고. 물론 마을에서 할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그 사람은 어딜 갔을까? 정말로 이 세상에서 사라진 걸까? 그 아이들은 어떻게 하고........ 정말이지 난감한 사람이 아닐 수 없네.

 

 “정말이지. 그 녀석들이 없으니, 이렇게 북적여도 따분하네.”

 

 “그러게요. 정말... 어디로 갔을 까요?”

 

 

 

 - 동부 동맹 수도, 에테레아 -

 

 

 하만의 수도라고 불리는 에테레아, 언제나 그렇듯 엄청난 위세를 자랑하는 언덕 전체를 뒤덮은 성채도시는 점점 그 규모도 더욱 커져만 갔다. 뭐, 새로운 귀족이라도 탄생했고, 인구수가 늘어서 확장을 하고 있기에 더욱 그랬지만.

 

 “나는 저분이 3군단 참모로 있으셨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저 모습에 괴수들을 쓰러뜨리고 다니셨다니.”

 

 “맞아. 나는 우락부락한 기사일줄 알았는데 말이야.”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수도의 모든 사람들이 성채 위 도시로 몰려들었다. 왕족의 행사나 축제 때를 제외하면 개방하지 않는 성채 위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를 하니까 말이다.

 

 “모두, 검을 검집에서 꺼내라!”

 

 “옙!”

 

 동부 동맹의 정예들 중의 정예 기사들이 모여서 사열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두 일제히, 일사분란하게 검을 뽑아들어 하늘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들 앞으로 에테레아의 주인이자 동부 동맹의 맹주 알레르와 함께,

 

 “전원, 차렷! 국왕님과 새로 3군단장이 된 아이엘 경께 대하여 경롓!”

 

 수많은 기사들의 경례를 받으며, 많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아이엘이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오랫동안 사교계와 동떨어져있었고, 연합정부의 일을 맡고 있던 그녀여서, 얼굴을 아는 사람이 적었기에 다들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옆에 있는 인물은 3군단장은 동부 동맹의 대표이자, 우리의 영웅이었던 재상 알레트란 공의 딸이며, 하만의 기사들의 대표로 오늘 대토벌전에서 대 활약을 했던 알레트란 아이엘이다. 그녀는 지난 10여년을 하만의 최고 기사이자 전 동부 동맹의 대표로 활약하던 데미아 아크토리아님의 뒤를 이어, 현 3군단의 군단장으로 취임했으며 앞으로도 동부 동맹과 연합의 가교 역할을 맡기로 했다. 그러니 모두들 그녀의 앞날을 헬라오스님의 이름으로 축복해 주길 바란다.”

 

 알레르가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하자, 아이엘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한나라의 국왕이 직접 머리를 숙인 것에, 그리고 모두들 아무 말 없이 경건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에 말이다.

 

 “저.. 저기 숙부님까지 그러실......”

 

 “아니다. 나와 내 친구가 너에게 정말 몹쓸 짓을 하지 않았느냐? 너에게 중요한 일인데, 얘기도 해주지 않고 사지에 몰아넣어두지 않았느냐. 그리고 너는 인류를 대표해서, 북부의 모든 괴수들을 상대로 이기고 돌아오지 않았느냐. 그러니 너는 우리 모두에게 절을 받을 자격이 있단다.”

 

 알레르의 말에 그녀는 그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아버지, 알마지오의 죽음. 정말이지 그는 언제나, 그리고 끝까지 동부 동맹과 하만의 미래를 위해서 움직였다. 항상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며 매사 사사건건 관심을 가지던 그였다. 그런데, 그렇게 마지막을 보낼 줄은 몰랐다. 정말이지, 참 몹쓸 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닙니다. 저는 절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여러분께 절을 해야죠.”

 

 그녀는 반대로 앞에 있는 모두를 향해 절을 하며 예를 표했다. 여태껏 전장에서 싸워왔던 모두를 위해. 그 끔찍한 물결에 맞서서 최후의 최후까지 싸운 이름 모를 이들을 위해. 그리고

 

 ‘아니에요. 제가 아버님께 절을 해야죠.’

 

 지금 없지만 언제나 그녀를 생각했던 그를 위해.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그녀도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 전투도 제대로 치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없었다면 그들을 만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모두에게 절을 하는 모습에, 작게 들리던 박수소리도 어느새 거리 전체로 퍼져나갔다. 어느새 모두들 그녀의 모습에 반해 환호를 지르며, 축복의 기도와 함께 연신 그녀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알레르는 그 모습에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 이것으로 그녀의 취임식을 마치도록 하고, 모두들 오늘을 기념하며 마음껏 즐기길. 이상.”

 

 알레르의 말을 끝으로 거리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취해 모두들 활기차게 즐기기 시작했다. 그녀도 알레르가 따로 마련해준 자리로 옮겨가면서, 승리에 대한 기쁨에 흠뻑 젖어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마음 한 편은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원래라면 지금쯤, 그녀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으니까.

 

 아, 물론 그런 의미는 아니고! 그런 의미가!

 

 ‘그나저나 마지막에 그 편지 하나, 아니 한 줄 달랑 남겨두고 그런 일을 벌이다니....... 참, 그 사람도 대단해. 정말이지..... 눈을 뗄 수가 없다니까.’

 

 「혹시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내가 만약 없어진다면....... 아이들을 지켜줬으면 해.」

 

 “그런 부탁을 갑자기 하는 게 뭐냐고요! 그 난리를 피우고서!”

 

 “응? 무슨 일 있어요?”

 

 “우와왁!”

 

 뒤에서 들려오는 아멜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그녀는 그대로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다행이 그런 그녀를 빠르게 달려온 리엔이 붙잡.... 다기 보다는 깔릴 뻔했지만, 두 사람을 아냐가 붙잡으며 겨우 넘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있었다.

 

 “으.... 아냐씨, 고마워요.”

 

 “고맙긴 무슨........ 이 바보로는 역부족이니 당연하지.”

 

 “바보라고 하지 마! 이 바보야!”

 

 언제나 그렇듯 두 사람은 투닥투닥 거리며 잘 지내는 것 같았다. 원래라면 2군단의 뒤를 맡기로 되어있는 아냐와, 그녀의 부관이자 참모로 있을 리엔이었지만 두 사람은 그 제안을 마다하고, 그저 훈련소에서 편안한 생활을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그녀의 취임식 소식을 듣고 찾아온 것이었다.

 

 “우와아! 여기는 또 이렇게... 앗! 다들 여기 있었구나! 안녕하세요! 아이엘.. 군단장님? 이라고 하면 되나요?”

 

 “당연히 그렇게 불러야지! 이제는 진짜 군단장님이신데!”

 

 그 뒤로 모처럼 그녀의 취임식에 참석하기로 한 것이라 먼 길을 마다하고 온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두사람, 스티네아는 이곳이 처음이라 모든 게 신기한지 열심히 두리번거리고 있고, 그런 그의 곁에서 무슨 실수라도 하지 않을 까 노심초사하는 스피넬의 모습이 참 귀여워 보였다.

 

 “하하! 어서와, 얘들아. 그리고 평소처럼 아이엘씨라고 불러도 돼.”

 

 아이엘은 그런 그들을 평소에 가죽 갑옷이나 제복 차림으로만 있던 스피넬과 스티네아는 모처럼 드레스와 정장을 입고 있었다. 모두들 그 모습에 마치 결혼식장에 들어선 신랑과 신부 같다는 얘기를 꺼내고 싶긴 했지만, 입을 꾹 다물고 참기로 했다. 그와 반대로 스티네아는 그녀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 아이엘씨 아까 정말 멋졌어요! 그리고.. 지금 정말 다른 사람 같아요!”

 

 “정말이지, 너는 정말 생각 일도 안하고 바로 말하니?”

 

 “하하하, 괜찮아. 그리고 나도 꾸며 입을 땐 꾸며 입는다고. 매번 동네 누나 차림으로 있지 않고 말이야. 그나저나 너희들은 잘 지내고 있니?”

 

 “다행이 잘 지내고 있어요. 다이에스터님이 저에 대한 형벌에 대해 없던 걸로 해주시기로 했거든요. 원래 불안전한 힘 때문에 받은 형벌인데, 이제는 제어가 가능하니까요.”

 

 이제는 그녀에게 내려진 형벌은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명예를 되찾아, 귀무족의 영역에서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표면상은 사면이지만, 그녀의 힘을 집적 이용하기 위해서 그런 조치를 내린 게 분명했지만. 그래서 지금은 토벌부대 서쪽지구의 일원으로 지내고 있는 참이었다.

 

 “아니지! 보호자도 있다고요! 참.”

 

 앗, 두 사람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스티네아에게 있어서 첫 번째 형과 같은 예네프가 두 사람을 봐주고 있으니까. 동시에 서쪽 지구 지부장도 겸사겸사 맡고 있고. 지금은 아쉽게도 잠시 일 때문에 나가 있어서 여길 같이 오지 못했다. 그래서 엄청나게 투덜댈 것이기에 많은 선물을 사갈 생각인 스티네아와 스피넬이었다.

 

 “참, 아멜은 잘 지내고 있었어? 우리들 없다고 쓸쓸하진 않고?”

 

 오랜만에 아멜을 본 스피넬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아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야 괜찮지. 아이엘씨가 잘 대해주셔서 편하게 지내고 있어. 그리고 오히려 나보다는 리엔 언니가 그렇지. 너희들이랑 떨어지게 된다고 할 때 엄청 울었잖아. 안 그래?”

 

 아멜의 말에 리엔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부대가 승격되면서 수도로 이전하게 되었는데, 부대의 규모가 커지면서 모두가 흩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모인 날, 술에 거의 절이다 시피 한 리엔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며 엄청난 주사를 부렸었고, 그 일은 모든 부대원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참이었다.

 

 “으.. 그 얘기는 그만해. 그때는 진땅 술을 많이 마셔서 그랬다고.”

 

 리엔은 어떻게든 붉어진 얼굴을 가리며, 입을 한발 내밀고 아멜에게 말을 했다. 참 그때 왜 그런 주사를 부렸는지 모르겠다. 영영 생이별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특히... 저 멀대 같이 큰 아냐에게 약점이 걸려버렸으니, 제일 문제다.

 

 “그래도 이렇게 다 모이니 기분이 좋네요. 즐겁게 얘기도 할 수 있고.”

 

 뭐, 편지를 보내면서 서로에 대한 안부 정도는 잘 주고받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나 이야기 하는 게 편지를 주고받는 것 보단 나았다. 정말이지 이렇게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니.......

 

 “너 또 아저씨 생각하지?”

 

 역시나 그에 대한 생각만 하는 아멜의 표정을 읽기 쉬웠다. 스피넬의 말에 아멜은 한층 더 축 쳐진 채로 그저 말없이 끄덕였다. 마지막 전투 이후,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과 그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던 그녀였다. 매번 그녀에게 장난을 치든, 뭔가 이상한 일을 시킨다거나 하긴 했지만........

 

 “말없이 간 아저씨가 나빠.”

 

 시무룩해진 아멜의 모습을 보며, 모두 숙연해진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분명 그가 하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지만, 그래도 아멜을 두고 그렇게 사라질 줄은 몰랐다. 안 그래도 그 마지막 싸움에서의 부상이 회복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일을 벌이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으니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니까.

 

 “부.. 분명 어디가든 잘 먹고 잘 지낼 거야! 그... 그 녀석은 언제나 그랬으니까!”

 

 칙칙해진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아냐는 허둥지둥 거리며 모두에게 말했다. 이 즐거운 순간에 이렇게 모두 축 쳐진 모습은 보기 좋지 않으니까. 리엔도 그녀의 모습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말했다.

 

 “맞아. 어디가든 잘 먹고 있겠지! 그리고 쌍둥이들이 찾고 있으니 금방 찾을 거야! 그 아이들은 찾는 것 하나는 잘 하니까!”

 

 세유와 마유가 열심히 찾고 있으니까. 벌써 남부에서 그의 흔적을 찾았다고 편지를 보냈으니까. 물론 아냐와 아멜만이 알아 볼 수 있는 글자로 주고받고 있어서 헌병대의 눈을 자연스럽게 피하고, 또 거짓정보를 흘려서 다른 곳으로 보내있었다. 덕분에 메리네 선착장이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것은 조금 뒤에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잘 먹고 다니라고. 너 요즘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며? 아이엘씨가 걱정한다고 편지를 아주 보내더라고!”

 

 리엔은 그녀에 대한 근황에 대해 걱정하며 말을 건넸다. 그녀의 말에 아멜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말대로, 식사도 요즘 제대로 챙기지 않고 밤낮으로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맞아, 네 걱정부터 하라고. 그래야, 녀석이 안심하고 있을 수 있을 테니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아멜은 잠시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희미한 모습의 어떤 인물이 서 있었다. 성의 파티장의 분위기와 다른 누더기 옷을 입고 있는 금발 머리의 남자. 처음 보는 그의 웃는 얼굴에서 어디서 많이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아멜은 그런 그에 이끌려 다가가려고 했지만,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어깨에 아냐가 팔을 얹히며 말했다.

 

 “아멜? 무슨 일 있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갑자기 헛것이라도 봤나 봐요.”

 

 “거봐! 식사 제대로 챙겨야 한다니까? 안 되겠어! 내가 아멜 곁에서 잔뜩 먹을 걸 챙겨........”

 

 “너는 그냥 일하기 싫어서 도망가려는 거잖아. 넌 나랑 있어. 아이엘도 있고, 이 아이도 이제 거의 다 성장했잖아. 홀로 독립할 시기라고.”

 

 “독립이라니! 아직 애들은 우리가 보살펴야 한다고! 그리고 넌 애들 살피지도 않으면서 그런 말하는 거잖아? 안 그래?”

 

 리엔의 투덜거림과 아냐의 제재. 그 뒤로 사소한 의견 충돌에서 시작되는 서로 간에 마음에 안 드는 말들을 풀어내며, 그리고 그 다음은 언제나 그렇듯 두 사람의 싸움으로 번져갔다. 참, 언제나 한결 같아. 한결 같다니까. 저러고도 계속 붙어 다니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정말.

 

 『정말이지....... 한결 같다니까요.』

 

 아멜은 그저 작게 중얼거리고는 얼른 두 사람을 말리러 뛰어들었다. 스피넬과 스티네아, 아이엘만으로는 그들을 제재하는 것은 역부족이니.... 아니, 성 사람들이 다 달려들어서 말려야 겨우 들으려나? 제발 그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니, 정말 커지지 않았으면.......

 

 

 

 

 - 남부 사막, 첫 번째 오아시스 너머 -

 

 

 누더기 옷을 입고, 고통스러운 몸을 겨우 이끌며 뛰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한때 수천, 수만의 괴수를 거느리고 인간들을 위협했던, 이 일의 원흉인 아카레니였다.

 

 “으..... 망할..... 망할!”

 

 “어머? 어디까지 도망가는 거야?”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뒤에서, 아주 기쁜 표정을 지으며 여유롭게 걸으며 그녀를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언제나 그녀의 곁에서 갈색 로브를 입고 있는, 항상 2인자처럼 있던.......

 

 “으.. 으아악!”

 

 그만 앞에 있던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져버린 아카레니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갈색 로브는 아주 즐겁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어머, 발악하지 말라고. 그 예쁜 몸이 다 망가지잖아? 안 그래?”

 

 “으....... 왜... 왜 내말을 듣지 않는 거야? 왜 안 듣는 거냐고?”

 

 “그거야...... 더 이상 네 이용가치가 떨어져서?”

 

 “무.. 무슨 소리야? 내.. 내가 이용가치가 떨어졌다니?”

 

 “원래부터 협조자 신세였던 당신을 총지휘관으로 삼은 게 문제였다고. 봐봐, 이렇게 보란 듯이 임무는 실패하고, 북부의 전력을 몽땅 잃어버렸잖아? 안 그래? 공장을 남부에 지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래.... 모조리 잃어버릴 뻔했지. 급하게 공장들을 빼돌리지 않았다면 말이야.

 

 “그.. 그게 무슨 상관인데? 어.. 어차피 그것들은 소모품이잖아? 거기다 녀석들을 만들 재료는 차고 넘친다고? 안 그래?”

 

 그녀의 말에 웃고 있던 갈색 로브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순간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살기가 온몸을 파고들어 혈관 곳곳에 꽂히는 것만 같았다.

 

 “차고 넘친다? 그렇게 말을 하는 게 문제라고..... 그 차고 넘치는 재료들에게 당하는 네 녀석의 실력이!”

 

 “으.. 으으윽!”

 

 강한 압력에 그녀는 아무 힘도 못 쓴 채, 그대로 머리를 땅에 박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그녀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갈색 로브는 천천히 입을 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왔단 말이지. 이젠 앞으로 이곳의 지시는 모두 나의 말에 따르라고 말이야.”

 

 그녀는 갈색 로브의 말에 온몸이 떨려왔다. 이제부터는 모든 지시를 녀석에게서 받으라니. 안 그래도 사이가 안 좋은 데, 무슨 이상한 것을 시킬게 분명 했.......

 

 “커.. 커억!”

 

 갑자기 날아온 촉수가 그대로 아카레니의 배를 관통했다. 아카레니는 휘둥그레진 눈을 크게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으...”

 

 “참.... 그러고 보니 그 사람에게도 감사 인사를 해야 하나? 그 이상한 술식이 없었다면 너를 평생 이길 수는 없었을 텐데 말이야.”

 

 그동안 쫓겨 다니느라 이젠 별로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아니, 그 마지막 순간에 그가 걸어둔 바보 같은 술식에 걸리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일을 겪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화려한 눈속임에 속지만 않았어도.

 

 아카레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그대로 쓰러졌다. 강력한 선주 중의 하나였던 그녀에게 있어서, 그녀의 마지막은 너무나도 초라하고 쓸쓸한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갈색 로브는 통쾌하게 웃으며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니까 그 예쁜 몸, 내가 잘 쓰도록 할게. 알겠지?”

 

 그녀를 삼키면서, 점점 갈색 로브는 그녀와 가까운 형태의 모습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녀석을 중심으로, 수십 수백의 괴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모두 녀석... 아니 그녀와 같이 거의 인간과 비슷한 형태의 모습으로.

 

 “자, 그럼 남은 건 녀석들을 어떻게 상대하는 건가인가... 요?”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사막의 지평선 북쪽 끝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인간들이 사막으로 진출하기 위한 작은 개척지가 형성되고 있는 중이었다.

 

 “자, 그럼 우리도 슬슬 움직여보도록 하죠. 물론 완전한 전력을 모으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괴수들은 은밀하게 사막의 모래 밑으로 숨어들어가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즉시 마을을 덮쳤겠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지금은 숨어있을 때란 것을 아니까. 그리고 그들을 찾아 이곳으로 오고 있는 사신을 피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럼...... 준비가 되는 대로 만나죠. 모두들?”

 

 그녀 역시 괴수들과 함께 천천히 모래 속으로 스며들어가기 시작했다. 작은 모래 둔덕에 찍힌 무수히 많은 발자국들은 사막의 모래바람에 자연히 씻겨 내려가 사라져갔다. 그렇게 그 곳에 모여 있던 그녀와 괴수들은 마치 희뿌연 연기가 된 것처럼 그대로 사라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어떤 무엇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작가의 말
 

 흐.... 오늘부로 검의 연대기 용사의 검 1부가 끝났네요.......

 

 100화를 목표로 잡고 있어서 그 안에 끝내려고 하다보니, 중간에 생략 된 부분이 조금 있는게 아쉽지만, 모두 얘기하려다보면 또 지지부진하게 끌을 것 같아서 100화에 마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작품을 감상해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 쓰도록, 좋은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잠시 휴식기 뒤에 2부 연재할 예정이니 앞으로도 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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