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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뱀파이어 로망스
작가 : 꽃님발
작품등록일 : 2019.9.3

내가 왔어. 너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네가 발이 묶여 나한테 못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그 발목을 잘라내서라도 널 다시 내 옆에 둘 거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 버린 뱀파이어 희선. 마지막 순간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그를 찾으러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뱀파이어계 모든 사건 사고에 관여하는 그가 제발로 찾아오기를 바라며 인간 흡혈을 저지르는데….

영원을 살아가는 저주받은 존재, 뱀파이어와 인간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들 간의 엉켜버린 운명과 사랑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25화. 너 목걸이 어딨어?
작성일 : 19-09-30 00:08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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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한테 궁금한거 뭐 없어? "

 

 예지가 고개를 옆으로 틀어서 동화의 잘빠진 턱선을 바라본다. 그는 말을 내뱉지 않은 것처럼 계속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 너 나한테 궁금한거 많잖아. "

 

 동화는 이제야 솔직히, 모든 걸 대답해주려고 하는 것같다. 그럼 지금 그에게 무엇을 먼저 물어야 하는 건가.

 

 " 너 또 나 놀릴꺼잖아. "

 " 너 놀린 적 없어. "

 " 그래? 그럼 너는… 사람이 아니지? "

 " 응. "

 " 에?! "

 

 최대한 기분 상하지 않게 어쩌면 장난이 섞인 말투로 그에게 말하니 아주 태연히 고개까지 끄덕인다. 예지의 눈이 놀라움으로 동그래져서 껌뻑껌뻑 동화를 쳐다본다. 니가 사람이 아니라고? 말도 안돼는 이야기다. 눈코입이 그렇게 제대로 박혀있고 이렇게 말도 잘하는데, 사람이 아니라니. 그럼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이건, 내심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뱉은 질문이였을 뿐이다.

 

 

 " 내가 말해줄까? 궁금하지 내 정체. "

 

 예지가 왠지모를 경계심에 살짝 몸을 뒤로 뺀다. 왜 일까. 약간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동화가 우물쭈물 자꾸 뒤로 몸을 빼려고 하는 그녀에게 가만히 얼굴을 들이민다. 날개뼈가 벤치 등받이에 부딪혀 더이상 뒤로 물러갈수 없다. 콩닥콩닥. 그의 숨결이 바로 앞에서 내쉬어지고 공포영화에서 귀신이 등장하기 바로 전처럼 긴장이 되어 마른침을 삼킨다. 불안한 손은 동화가 입고 있는 티셔츠의 밑부분을 꽈악 붙잡는다.

 

 " 잘 봐. "

 

 동화가 불안정한 예지의 눈을 보며 자신의 눈을 빨갛게 물들인다. 눈이 빨갛다. 렌즈를 낀것도 아니고 무언가 틈을 두고 나를 놀리려고 하는 게 아니고 마음대로 눈 색깔을 바꿀수 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예지의 눈동자가 갑자기 파르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단숨에 그를 밀쳐내버린다. 꿈인 것처럼, 못볼 것을 본것처럼 눈을 손으로 바쁘게 비빈 후 다시 동화를 쳐다본다.

 

 " 어… 어떻게…! "

 " 뱀파이어야. "

 

 꿈이길 바란 상황에 여전히 동화의 빨간 눈이 올 곧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경악으로 일그러진 예지의 표정에 두려움이 묻어난다. 정신이 그대로 몸안을 빠져나가버린 것 같다. 믿기 힘든 눈으로 그를 쳐다보자 눈이 서서히 원래 색깔로 돌아온다.

 

 예지의 작은 머리통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뱀파이어라니. 태어나 단 한번도 존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 내가 무서워? "

 

 동화가 눈썹을 꿈틀하며 표정을 찌푸린다. 물이 찬 것 같았던 귀가 천천히 트이고 나락에서 헤엄치던 정신도 흐릿하게 돌아오기 시작한다. 다시 동화의 숨결이 가까이에서 들리자 자신도 모르게 입이 열린다.

 

 " 아니, 무섭지 않아. "

 

 동화는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태워죽일 듯 예지를 쳐다보았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분명 두려움이라는게 자라나는 것 같은데 어떨결에 대답해 버렸다. 그 말이 잠시 흔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동화는 그런 예지를 보며 웃는다. 그 웃는 모습에 없잖아 사악함이 묻어난다. 그것을 깨달은 예지가 왠지 온몸을 타고 흐르는 불안감에 얼른 몸을 뺀다.

 

 아니, 빼려 했다.

 

 " 방금 한 그말 후회하게 만들겠어. "

 

 순식간에 동화가 예지를 단번에 안아 들어올렸다. 마치 신혼부부가 호텔방을 들어갈때 그 포즈를 취한 그들이였다.

 

 " 뭐하는 짓이야!! 내려줘!! "

 

 발버둥을 치는 예지를 본 동화가 나즈막히 속삭이곤 뛰기시작한다.

 

 " 꽉 안 잡으면 떨어져. "

 

 갑자기 앞으로 쏟아질 것 같은 느낌과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리는 동화때문에 예지는 기겁을 부어마시고 있다. 눈을 꽉 감고 정말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 그의 목을 붙잡는다. 마치 안전바가 하나도 달려있지 않는 초특급열차를 타고 있는 것 마냥 두려워서 그의 목을 놓으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그 와중에 살아있던 후각에서 코끝을 찔러오는 풀내움이 느껴졌고 몇 초가 지나걸까. 자신의 엉덩이가 어딘가에 닿았다.

 

 " 이래도 안무서워? "

 

 왠지 불안전한 곳에 걸터져 있는 곳에 앉혀진 것 같은 느낌에 눈을 떠 자신이 앉아있는 곳을 확인한다. 그런데 이게 왠걸, 자신이 앉아있는 곳은 굉장한 두께에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가지 사이였다. 혹시 하고 밑을 내려다 보니 자신이 앉아있는 나무는, 아주 적게 잡아도 십미터정도는 되어 보였다.

 

 주위를 휘휘 둘러보던 예지는 곧 이곳이 동화를 만났던 그 산길임을 깨닫는다. 자신의 집 뒤에 위치한, 학교를 뺑 둘러가야 하는 그 뒷산말이다. 하지만 지금 뒷산이고 뭐고 평소 높은 곳을 싫어했던 예지가 동화의 옷을 꼭 잡는다. 그러자 동화는 나뭇가지에 앉은 예지를 들어 다시 자신의 품에 안았다.

 

 " 좀 전에 뭐랬더라? "

 " 니가, 하나도, 안무섭다했다… 왜? "

 

 호흡이 흐트러져 비아냥거림의 효과가 조금 떨어진다. 이 높은 나무 위에서 아주 듬직한 모습으로 그는 자신을 받쳐들고 있었다.

 

 " 내가 누구든 상관없을 정도로 니가 날 좋아해줬음 좋겠어. "

 " ……. "

 " 뱀파이어든 뭐든, 날 이동화로 봐줘 예지야. "

 

 눈조차 깜빡이지 않은 채, 동공이 시릴 만큼 동화를 담고 담는다.

 

 " 나빴어… "

 " 그래 나는 나쁜놈이야. "

 " …그래도…사랑해. "

 

 예지는 속마음을 입밖으로내는게 쑥쓰러워 얼굴을 붉힌다. 그가 자신의 얼굴을 볼새라 목을 꽈악 껴안아 버린다. 동화가 소리내어 웃으며 숨막힐 정도로 그녀를 껴안는다. 이게 바로 행복이라면 행복이였다. 자신이 예지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 영원을 약속해도 좋을 만큼의 사랑하는 마음.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이 모든것을 다 받쳐도 사라지지 않을 이 행복이 계속 될 수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 싶어.

 

 

 

 

 

 

 

 

 * * *

 

 

 

 

 

 

 

 

 잠에서 깨자마자, 아니 정신을 차리자마자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욱이 그럼 자신도 함께 가겠다며 나섰지만 극구 부인하며 혼자 향했다. 밀려오는 잡생각에 숨이 턱까지 찰 만큼 집을 향해 달려가던 정수는 코너를 돌다가 재빨리 멈춰 선다. 그리고 당겨졌던 발걸음을 다시 되돌려 담벼락 안쪽으로 깊숙히 몸을 숨겨 넣는다. 자신의 집 대문 앞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기 때문이다.

 

 " 하아… 하아. “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몰아쉰다. 기도 저 깊숙한 곳부터 입안까지 타오를 듯 한 갈증이 느껴진다. 어느 정도 호흡이 가다듬어 지자 빼꼼, 고개만 내밀어 자신의 집 앞을 쳐다 본다.

 

 " 어서, 들어가. "

 " 진짜, 들어가? "

 " 진짜 들어가래도? 그럼 가짜들어갈래? “

 

 정수가 지켜보고 있는 가로등 앞에서 서있는 두 그림자는 예지와 동화였다. 정체도 밝히고 서로의 사랑도 확인하며 신나는 데이트를 마치고 이제 막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을 때였다.

 

 " 왜? 뭘 또 바라시나요 아가씨? "

 " 음- 글쎄. "

 " 찌인하게 키스한번 해줘? "

 " 아니. 너 오늘 몇번이나 했는줄 알아? "

 " 그럼 섹스해줄까? "

 " 야!!! "

 

 거리가 그닥 멀지 않아서도 그랬고, 워낙 주변이 조용한지라 그들의 말은 정수에게 잘들려왔다. 뭐? 아주 기가 찰 노릇이였다. 지금 행복한 듯 웃고 있는 예지는 마치 자신이 아는 예지가 아닌 것만 같았다. 정수가 아는 그녀는? 누구 보다 너를 잘 알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서 내가 너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만 같았다.

 

 " 나 갈게. "

 

 예지가 손을 흔들다 완전히 문안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동화는 마치 배터리가 나간 전기제품처럼 손을 흔들던걸 딱 멈춘다. 그리고 부자연스러운 몸짓과 함께 괜히 툭툭 땅에다 발길질을 한다.

 

 " 다아니까, 나오시죠? "

 

 그 순간 당황으로 멈칫하던 정수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동화 앞으로 걸어왔다. 정교하게 빗어진 것만 같은 그 이목구비가 도무지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게 했다.

 

 " 너 뭐하는 놈이야. "

 

 따지듯이 다짜고짜 말이 튀어나온다. 그 물음은 둘의 관계를 묻는 것일 수도 그의 정체를 묻은 것일 수도 있었다. 그 역시 뱀파이어란 말인가. 정수는 자신을 꼭 꿰뚫어 보는 듯 쳐다보는 눈동자에 살짝 기분이 상함과 동시에 기가 죽는다. 왠만치 형용할 수 없는 포스에에 미간을 찌푸린다.

 

 " 다 들으셨겠지만 예지 사랑하는 놈입니다. “

 

 한 치의 흔들림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그렇게 말한다. 힘주어 정확하고 또렷하게. 그들의 대화가 이미 그것을 뜻했기에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어이는 없었다.

 

 너무 짧은 시간내에 많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 시체에서 발견된 예지의 목걸이, 지금 이 앞에 있는 예지의 남자…친구. 항상 강력반에 앉아있으면 스팩타클함이야 늘 맛본다만, 그 중심에 자신이 서 있는 기분은 썩 좋지 않다.

 

 " 좋은 말로 할 때 예지한테서 떨어져. "

 

 머리가 지끈해와 관자놀이를 짚은 정수가 동화를 쳐다본다. 지금 이 상황은 꼭 결말이 뻔한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다. 내 동생은 너랑은 어울리지 않으니 떨어지라는.

 

 " 무슨 권리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

 

 동화가 부드럽게 웃는다. 반면에, 정수의 표정은 웃기게 일그러진다.

 

 " 난, 예지 언니야. "

 " 그래서요. "

 " 그래서요?! 난 상관할 자격있단 말이야!! "

 

 침착하자고 계속해서 다짐하던 정수가 평정심을 잃은 채 버럭 소리를 지른다. 소리를 지른 후에 집안을 한번 쳐다본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큰소리를 혹시나 예지가 들었을까봐서이다. 안그래도 복잡한 머리속의 내용물들이, 한데 어우려져 섞여버리는 것 같았다.

 

 

 

 " 예지 인생 대신 살아주실꺼 아니잖습니까. "

 " 너 지금…!! "

 " 예지도 절 사랑하고, 저도 예지를 사랑하는데 문제라도 있습니까? "

 

 너무도 당당히 외치는데 그만 다음 할 말을 잃고 만다. 자신이 예지에 대해 알고 있는건 대체 뭘까. 이런 연인이 있다는 것 조차 몰랐으니 그녀가 뱀파이어인지 뱀파이어 친구인지 알 턱이 있냔말이다. 이것이 본인 잘못인지 그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없다.

 

 

 

 더 이상 동화에게 할말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정수가 그를 노려본다 곧 집 문으로 발길을 돌린다.

 

 

 " 예지한테 뭐라고 하신다면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

 

 

 그런 그녀의 등 뒤로 들리는 말에 한마디 더 하려 뒤를 돈 정수는 눈을 크게 떴다. 어느새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 …언니? "

 

 

 밖에서 소리치는 소리를 들은건지 정수가 문을 열려는 찰라 예지가 고개를 내민다. 그런 예지의 얼굴을 본채 만채 한 정수가 집안으로 들어선다. 그동안 힘들어도, 슬퍼도 절대로 예지에게 드러내지 않던 저의 자매의 모습에 예지가 따라들어가며 눈치를 본다. 정수는 자신의 방에 쏙 들어가 버렸다.

 

 그 앞에 멈춰선 예지가 머리를 빠르게 굴린다. 자신이 무언가 잘못한게 있던가, 아니면 안좋은 일이 있나. 따위의 생각이 마구든다. 그러다가 재빠른 그녀의 기억이 방금전을 기억해낸다. 동화. 그와 헤어지는 때, 혹시 그것을 본게 아닌가?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정수가 편한차림으로 방문을 나온다. 바짝 긴장한 예지가 그녀의 눈치만 본다.

 

 

 " 왜 그래? 꼭 뭐 잘못한 사람처럼. "

 

 

 가볍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 어? 예지야! "

 

 

 아직도 뭔가 불안한 듯 자신을 쳐다보는 예지를 보던 정수는 놀란'척'을 한다. 반팔 프린팅티와 반바지 차림의 그녀의 목은 역시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어있었다. 목걸이가… 없다.

 

 " 너 목걸이 어딨어? "

 

 그녀의 목에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은 것을 보자 정수의 목소리가 조금 격양돼었다. 예지가 빠르게 목을 내려다 보고 목걸이가 잡힐리 없는 목을 마구 더듬는다. 정수가 차가운 시선으로 그런 그녀를 쳐다본다. 다 계획된거지 너, 내가 물어보면 그렇게 연기하려했던거 다 계획된거지.

 

 틀어져도 많이 틀어져 버렸다. 이미 정수의 머릿속에선 잔인한 결론이 내려진다. 잠시 정수의 얼굴을 점령했었던 웃음끼마저 싹 떨어져 나간다. 그들 사이를 찬 공기가 훑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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