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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뱀파이어 로망스
작가 : 꽃님발
작품등록일 : 2019.9.3

내가 왔어. 너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네가 발이 묶여 나한테 못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그 발목을 잘라내서라도 널 다시 내 옆에 둘 거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 버린 뱀파이어 희선. 마지막 순간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그를 찾으러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뱀파이어계 모든 사건 사고에 관여하는 그가 제발로 찾아오기를 바라며 인간 흡혈을 저지르는데….

영원을 살아가는 저주받은 존재, 뱀파이어와 인간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들 간의 엉켜버린 운명과 사랑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18화. 나는 뱀파이어를 잡는 헌터야
작성일 : 19-09-21 00:00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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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환이 나갈때 함께 나갔던 하은은 자신의 비상한 머리를 쓰윽쓰윽 쓰다듬으며 USB 하나를 달랑달랑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들어 온 집이 현경과 기환과 사는 집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그곳은 종인의 집이였다.

 

 그녀는 신발을 벗으며 휴대폰을 들어 단축번호 1번을 꾹 누른다. 얼마안가 액정화면엔 '종인오빠♡'라고 뜨며 신호가 간다.

 

 - 어, 하은아.

 

 몇 번에 신호음이 가고 들린 종인의 목소리는 꽤 가라앉아있다. 그 이유가 일어난 사건 때문이라는 건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의 목소리 너머로는 서류 넘기는 소리와 바쁘게 걸어 다니는 소리, 이것저것 지시하고 지시받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이 강력반임에 틀림없었다.

 

 - 하은아?

 " 당장 집으로와. "

 

 하은이 눈을 빨갛게 물들인채 말한다. 수화기 넘어라고 하더라도 눈을 빨갛게 물들이고 말을 하면 최면이 걸렸다. 그게 금방 풀려버려 의심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하은은 그런거 따위 신경쓰지 않았다.

 

 요즘 들어 자꾸 생각이 많아진다. 새로운 일이라는 것이 생겨서라도 그렇고 현경을 보고 있어도 그렇고. 현경은 사실 하은과 기환, 그들과 처음부터 함께 살던 사람은 아니었다. 교주에 의해 한국으로 배정된 하은과 기환이 이 곳에서 자리 잡은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을 찾아온 손님격이랄까.

 

 그래도 같이 합류하게 된 후엔 친 가족처럼 잘 지내왔다. 늦게 합류한 것이 무색할 만큼 현경은 그들과 잘 맞고 친절하기 그지 없는 사람이었고 서로 점점 기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현경은 순간순간 넋을 놓고 있을 적도 많았고 눈물을 훔칠 때도 있었다. 잠꼬대라도 할 랍시면 버릇처럼 영원을 불러댄다지만 정작 자신들에겐 말해주진 않는 것이다. 어느 날 정말 궁금해서 작정하고 물을 때면 베시시 웃으며 어린애들은 몰라도돼- 하며 너무 슬프게 웃는 바람에 그만두기를 십수번이다. 그래서 하은도 그렇고 기환도 그렇고 영원에 대해선 듣지도 못했다. 당연히 그가 뱀파이어 교주인 것도 모르고 말이다. 그저 현경이 미친 듯이 사랑했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만 어렴풋이 짐작할 뿐. 현경은 여전히 조금이라도 말해줄 기미가 없으니 원.

 

 " 으아- "

 

 기지개를 쫙 편 하은이 생각을 접어버린 후에 집안을 다시 둘러본다. 들어오자마자 거실이 보이고 정면엔 화장실 그리고 양쪽에 방과 베란다가 있는 집은 둘이 살기엔 조금 큰 듯한 평수였다. 느릿하고 한적한 하은의 귀가 쫑긋하고 세워지고 빠르게 뛰어오는 발소리를 담아낸다. 올라오나 보네- 고개를 돌려 현관문을 본다.

 

 띵동-

 

 문을 빤히 바라보자 얼마안가 초인종이 울린다. 하은은 아까 전에 있던 귀차니즘을 날려버린채 곧 날듯 걸어 문을 연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한눈에 봐도 열나게 뛰어왔단 티를 내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면 바로 튀어나가야 했던 종인의 경찰서 바로 옆에 집을 가진 것이다. 계단까지 뛰어올라왔는지 신발을 벗자 도롱도롱 맺혀있던 땀이 한방울 떨어진다. 그런 종인을 본 하은이 활짝 웃는다.

 

 " 수고 했네 우리오빠. "

 

 최면의 기운이 아직 남아있는지 종인은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웠다. 분명 강력계 형사들이 어디가냐 물어도 대답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뛰어만 왔을 것이다. 그들이 종인의 태도를 의심할지도 모르는, 그래서 조금 위험한 일을 강행했다는 건 아는지 모르는지 종인을 쇼파에 앉힌 하은은 냉장고로 향한다. 종인이 제일 좋아하는 딸기라도 씻어줄 셈이었다.

 

 하은이 종종 걸음으로 부엌으로 사라지자 쇼파에 앉은 종인은 순간 눈을 감았다가 번쩍 뜬다. 흡사 악몽에서 깨어 난 것처럼 번쩍 떠진 눈으로 온몸을 훑자 뛰어다니기라도 했는지 온몸이 흠뻑 젖어있다. 그리고 보이는 건 정신없는 강력반이 아닌 평온한 자신의 집이였다.

 

 이런… 하은의 최면이 풀려버린 것이다.

 

 능숙한 희선 같은 경우엔 목소리만으로도 단번에 조종이 걸리지만 아직 미숙한 하은인지라 단계도 최면에서 그치고 거기다 풀려버리기 까지 되었다.

 

 " 딸기먹자- "

 " 김하은?! "

 

 그 사실을 모른 채 흥얼거리며 딸기를 예쁜 그릇에 담아오던 하은이 발걸음을 뚝 멈춘다. 종인이 너무나도 어이없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얼굴에 최면이 풀린 걸 깨달은 하은이 딸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빠르게 종인에게 다가간다.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선 눈을 붉게 빛낸다.

 

 " 너 학교도… "

 " 뱀파이어 헌터에 대해 말해봐. "

 

 종인이 말을 멈추곤 눈을 하은처럼 붉게 빛낸다. 제대로 걸린 최면에 안심을 한 하은은 얼굴을 잡았던 손을 뗀다. 휴, 큰일 날뻔 했네. 눈을 마주보고 걸린 최면으로 인해 종인은 평소 하은을 대하듯 하며 편히 이야기 한다. 왜 하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왜 수사하던 도중에 집으로 왔는지 따위를 생각하지 못한 채.

 

 " 정수가 뱀파이어 헌터라고 하는 사람을 데려왔어. "

 " 오~ 언니를 쫓던 그 사람. 지금 어딨어? "

 " 맨 꼭대기층. 이 사건 같이 공조하기로 했어. "

 

 현경이 말했던 대로 헌터가 강력계랑 관련이 있었다. 관련 있던 것도 모자라 이제 공조수사까지 하겠다는 거지. 그럼 훨씬 더 자신들의 정체가 들키기 쉬웠다. 그것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들으면 들을 수록 자신의 비상한 머리가 마음에 들었다. 방해꾼이 늘어난 이상 먼저 선수치는게 최고의 전략이였다. 그래서 자신이 이렇게 증거 조작까지 해 왔단 말이지.

 

 " 여기. 유일하게 건진 CCTV랑 블랙박스. "

 " CCTV고 블랙박스고 이번에도 다 없던데? "

 

 하은이 손에 들고 있었던 USB를 종인에게 넘겨준다. 기환이 나갈때 자신은 동영상을 잘 만지는 사람을 찾아갔다. 그리고 간편하게 최면으로 조작을 했다. 예지가 범인으로 확정 된 이상 시체에서 나올 물증 이상의 무엇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빼도박도 못할 확실한 증거. 조금만 옛날이였어도 사진으로 쉽게 조작했겠지만 요즘엔 영상이 대세였다.

 

 " 지금 돌아가서 기초 수사 하다가 내일 이걸 봐. "

 

 하은이 다시 눈을 빨갛게 물들였다. 이정도면 완벽하다. 이제 저 영상하나로 그들은 혼돈의 카오스에 떨어질 것이다.

 

 

 

 

 * * *

 

 

 

 

 종인은 서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전화를 받더니 뛰쳐나갔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통화 넘어 들리는 목소리가 여자 였던 걸로 봐서, 그리고 모든 걸 내팽개치고 간 걸로 봐서는 하은일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같이 들어야 할 것 같은 이야기라 종인이 오기 전까지 우선 시체들을 보여주었지만 지금껏 그는 깜깜 무소식이었다. 시체도 확인했겠다 더 미루기도 지쳐 동욱의 이야기를 듣기로 한 정수다.

 

 침대에 똑바르게 앉은 동욱과 그 앞에 의자를 가져다 경직된 자세로 앉은 정수. 두 무릎이 거의 닿을 듯 앉은 그들 사이로 침묵이 칭칭 감고 있다.

 

 먼저 찾아와 다 털어놓겠다 선언한건 그였지만, 쉽게 입을 떼기 힘든 게 어쩌면 당연했다. 한 번도 누군가에게 발설 한 적이 없었을 뿐더러, 자신의 세계를 아예 모르는 인간에게 이 이야기들을 하려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천성적으로 말주변이 별로였기에 더 그랬다.

 

 " 나는. "

 " …… "

 " 뱀파이어를 잡는 헌터야. "

 

 뱀파이어에 대해 접했던 사람이라면 그에 딸려오는 헌터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듣기만 하던 존재가 눈앞에 있는 건 다른 세상 이야기이다. 아무리 범인을 뱀파이어라 지목한다지만 적잖은 충격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뱀파이어 헌터라… 뱀파이어 헌터…

 

 " 뱀파이어 헌터…? "

 " 믿기 힘들겠지만, 그래. "

 

 정수가 들어 본적만 있지 내뱉어 본 적 없는 생소한 말을 입 밖으로 꺼내본다.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동욱을 보니 갑자기 출처를 모르는 웃음이 비집고 나온다. 자신이 믿는 눈치를 보이지 않아서 인지 동욱의 표정은 섭섭함과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처음 동욱을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심상치 않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물론 자각하고 있지 않아서 몰랐지만 그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을 꺼냈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것을 보니 그랬다. 그리고 정말 이상하게도 잘 어울렸다. 조그만 꼬맹이였을 적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신비스런 존재인 뱀파이어, 그리고 헌터를 상상했을 때의 그 이미지와 너무 잘 맞았던 것이다. 근데 그 생각을 마음 속으로만 하고 있었음 참 좋았더라지.

 

 " 잘 어울리네요. “

 

 그 말을 들은 동욱이 정수를 빤히 쳐다보며 미간을 좁혔다. 잘어울린다라… 평생을 살면서 뱀파이어헌터가 자신과 잘 어울린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보았다.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어진 숙명을 따르며 살아가야 하는 자신을 저주하면서만 살아왔으니까. 그녀의 반응은 정말이지 생경했다.

 

 " 지금 이 사건의 범인은 뱀파이어야. "

 " 아…. "

 " 저번에 날 쫓던 그 여자 기억나는지 모르- "

 " 기억나요! "

 " 그 여자도 뱀파이어야. "

 " 정…말요? "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수의 머리가 빠르게 그때 기억을 찾아낸다. 피를 흘려 복부를 쥐고 뛰던 동욱을 쫓아오던 한 사람을 자신이 순경보고 쫓으라고 명령했었더라지. 그 때 동욱이 사라지고 그 순경에게 그 사람을 잡았냐 물었을 때 그는 헉헉 거리며 믿기 힘든 말을 했었다. 거의 다 잡을 정도로 다가갔는데 코너를 도는 순간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다고. 하늘로 솟구쳐 버렸는지 땅으로 꺼져버렸는지 눈앞에서 단번에 사라져버렸다고.

 

 " 뱀파이어엔 두 종족이 있어. 로메니족과 브리아족. "

 " 로메니…아 아까 시체실에서 말했던…? "

 " 맞아. "

 

 잠시 말이 끊기고 서로 생각하기 바쁘다. 정수는 그 정보들을 기억하기 바빴고 동욱은 생각만 했던 것들을 입 밖으로 꺼내니 덩달아 사태성이 느껴져왔다. 조곤조곤 하지만 똑바른 목소리로 뱀파이어 종족에 관해 간단히 설명해 준 동욱은 그리곤 입을 다물었다. 그 이상은 본인도 아직 알아낸 게 없었기 때문이다.

 

 " 헌터씨, 근데. "

 

 정수가 침묵을 보내다 말을 꺼낸다.

 

 " 이름이 뭐예요? "

 " …이름? "

 " 그러고 보니까 여태 몰랐네, 나만 알려주고. "

 

 투정 부리듯 말하는 게 글쎄, 정말 끔찍하게 귀엽다. 동욱에게 이성이라는게 아예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당장에라도 그녀를 끌어안고 깨물었을지도 모를 일이였다. 이제 쉽게 말하면 공조자가 된 사이인데 이름을 몰랐다.

 

 " 쿡. "

 

 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나올 말이라고? 근데 그게 웃겼다. 그 상황에 정말 진지하게 물어보는 정수를 보다 동욱은 웃었다.

 

 " 김동욱. 김동욱이 내이름. "

 " … 동욱… 김동욱? "

 " 그래. 김동욱. "

 " 아… 김동욱, 김동욱. "

 

 아이가 말을 잊어먹지 않으려는 것처럼 중얼중얼 이름을 발음해본다. 정수의 입에서 자신에 이름이 나오자 이상하게 마음속 어딘가가 묘해지는게 미쳤나 싶은 동욱이다. 본인이 인정하진 않았지만 그는 거의 사랑에 빠졌다는 모든 증상을 다 보이고 있었다. 남은 건 그걸 언제 깨닫느냐,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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