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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혁명적소녀
작가 : an3375
작품등록일 : 2016.8.24

모종의 이유로 가문에서 도망치고 싶은 유리는 도피처로 바탈리온 제국의 기숙사제 아카데미, 아스테리아 학원에 입학한다. 오랜 세월, 인간과 이종족의 전쟁에 최전방에 선 바탈리온 제국은 아스테리아 학원에 극소수의 사람들 밖에 모르는 비밀을 심어 놓는데…….

 
Chapter 4. 그 이방인, 부적응(不適應) (1)
작성일 : 16-10-03 08:34     조회 : 677     추천 : 2     분량 : 8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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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기숙사와는 다르게 특별동 기숙사엔 사감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유리는 그 사실을 특별동 기숙사에 발을 들이고 나서야 알았다.

 

 

 

 “네가 유리시아 폰 다리엔이야?”

 

 

 “네, 그런…데요…….”

 

 

 

 아마 유리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특별동 기숙사에는 기숙사를 관리하는 사감과 그 사감을 도와주는 조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외부에는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지만 본래부터 특별동 기숙사는 바탈리온 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이종족 학생들의 생활 거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물이었다.

 

 

 

 “세디넬에게 들었어. 네가 오늘부터 이 기숙사에서 살게 된 우리들의 협력자라면서?”

 

 

 

 그 말은 즉, 특별동 기숙사에는 일반 기숙사와는 다른, 그들-이종족들만의 규칙과 생활양식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난 이브릴 리델. 이 특별동 기숙사의 관리를 맡고 있어.”

 

 

 

 어젯밤과는 다르게 당당하게 정문으로 특별동 기숙사 안으로 들어 온 유리가 로비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인물은 위압적인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날카로운 인상의 여자였다. 그녀의 키가 어찌나 크던지 유리는 자신의 키가 작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들고 그녀를 올려다봐야 했다.

 

 

 

 “기숙사를 관리하신다고요?”

 

 

 

 이브릴의 말에 유리는 저도 모르게 생각한 것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 하지만 도저히 궁금해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기에 유리는 이브릴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래 맞아.”

 

 

 

 그리고 한 템포 늦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유리에게 이브릴이 대답했다.

 

 

 

 “이 특별동 기숙사에는 사감이 없어. 기숙사를 지배…아니, 관리하는 자는 우리 중에서 가장 강한 자야. 그리고 올해, 이 기숙사에서 가장 강한 자는 바로 나고.”

 

 

 “…….”

 

 

 

 방금 지배라는 단어가 들린 것 같은데 기분 탓일까? 이브릴의 말에 어디서부터 질문을 던져야할지 유리는 감도 오지 않았다…….

 

 

 유리는 우선 눈앞의 여자를 천천히 관찰해 보았다. 이브릴의 귀는 인간의 귀처럼 작고 둥글었지만 빛의 가감에 따라 명도를 달리하는 녹색 눈은 분명 엘프의 것이었다. 엘렌의 선명한 초록빛 눈동자와는 다르게 이브릴의 눈동자는 얼핏 노란색으로 보일 정도로 색소가 옅었지만 유리는 평범한 인간이 빛의 가감에 따라 이 정도로 홍채의 명도가 두드러지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귀는 아직 마법이 걸린 거겠지?’

 

 

 

 유리는 그녀의 교복 재킷에 그려진 문양을 바라보았다. 오망성 위에 교차된 지팡이. 유리는 이브릴이 마법학부 학생이고 푸른색 넥타이를 맨 것을 보고 4학년, 졸업반 학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음…….’

 

 

 

 유리는 이브릴이 여자치고는 키가 두드러지게 크다는 특징을 제외하면 팔도 가늘고 몸도 호리호리한데다 근육도 자신보다 적어 보여 절대 강해보이진 않는다고 생각했다. 유리는 키도 크고 체격도 좋은 리오넬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가 이브릴에게 당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았지만 기본적인 덩치의 차이 때문인지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믿지 않는 다는 표정이네.”

 

 

 “어……저기, 미안해요, 기분 나쁘게 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귀신같은 이브릴의 지적에 유리는 화들짝 놀라 손을 들어 제 얼굴을 만져보았다. 자신이 방금 생각한 걸 그대로 표정에 드러냈었단 말인가? 표정 관리가 서투르단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 특히 하엘의 입에서 자주 들었지만 처음 보는 타인 앞에서까지 있는 그대로 감정을 드러낼 정도로 서투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리는 스스로에게 놀랐다.

 

 

 

 “아니, 괜찮아. 인간은 보통 시각적인 것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니까.”

 

 

 

 이브릴은 유리의 무례한 반응에도 기분이 상한 건 아닌 모양인지 표정에 변함이 없었다. 그녀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인 뒤 유리의 무거운 짐 가방 하나를 가볍게 들고 앞장섰다. 유리는 그런 이브릴의 뒤를 따라 아무도 없는 로비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놀랄 건 없어. 네가 대놓고 내 말을 믿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건 아니거든. 엘프들은 원래 어느 정도 거짓이나 만들어진 표정을 간파하는 능력이 있어.”

 

 

 “…그것 참 편리한 능력이네요.”

 

 

 

 엘프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는 유리로선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낮에 리오넬이 수인들과 엘프들의 장례식에 대해 이야기 해 준 것도 그렇지만 인간들과는 다른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유리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만능은 아니야.”

 

 

 

 놀랍게도 유리는 지금, 한 번쯤은 도서관에 가서 이종족들에 관한 책을 찾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마다 능력의 차이도 있고 말이야.”

 

 

 “그렇군요……. 그래도 저한텐 없는 능력이어서 그런지 편리해 보여요.”

 

 

 

 유리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특별동 기숙사는 이성의 출입금지가 철저할 뿐이지 통금 시간이 아니라면 동성의 출입은 얼마든지 자유로웠다. 하지만 이제껏 자발적으로 여자 특별동 기숙사 안으로 들어와 본 적이 없는 유리는 오늘에서야 느긋하게 그 안을 둘러볼 수 있었다.

 

 

 입구나 로비에 놓여 있는 기본적인 가구와 장식물들은 일반 기숙사와 별 다를 것이 없었지만 30년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유리는 특별동 기숙사의 건물 양식이 훨씬 더 현대적이고 세련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처음 일반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는 오래된, 고풍스러운 저택에 들어간 느낌이었는데 특별동 기숙사는 마치 집에 들어온 것인 양 편안하고 친숙한 구조였다.

 

 

 

 “…아무도 없네요?”

 

 

 

 이상할 정도로 아무도 없어 싸늘해진 공기와 무거운 침묵이 없었다면 유리는 분명 이곳을 일반 기숙사보다 편안하고 친숙하게 느꼈을 터였다. 마치 단체로 어딘가로 떠나기라도 한 듯이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 로비를 유리가 계속해서 두리번거리자 이브렐이 손을 들어 로비의 구석 쪽에 있는 작은 문 하나를 가리켰다.

 

 

 

 “다들 저 안에 있어.”

 

 

 

 유리는 고개를 돌려 그녀가 가리킨 문을 바라보았다. 조금 크기가 작다는 걸 제외하면 그 문은 평범한 나무문이었다. 사실 유리는 이브릴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전까지 그 문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작고 평범해 보이는 그 문은 어쩐지 낡은 창고나 쓰지 않는 먼지투성이의 방 입구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저기가 어딘데요?”

 

 

 “진짜 로비야.”

 

 

 

 그럼 이건 가짜 로비란 말인가? 유리는 생각했다.

 

 

 

 “여긴 ‘보여주기 위한 로비’ 거든.”

 

 

 

 …진짜로 가짜 로비였다.

 

 

 

 “특별동 기숙사는 이성의 통제만 엄격히 금할 뿐이지 동성은 얼마든지 출입할 수 있잖아. 하지만 그들이 와서 돌아다닐 수 있는 건 여기, 이 보여주기 위한 로비까지지. 우리들이 본모습으로 지내는 진짜 로비와 기숙사 방은 이 너머에 있어.”

 

 

 

 이브릴은 그렇게 말하곤 유리에게 열쇠 하나를 건네주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니 오히려 평범함을 넘어 너무나 낡고 녹슬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 것 같은 허름하고 작은 놋 열쇠였다. 열쇠의 손잡이 부분에는 흐릿하게 32라고 쓰여 있었다.

 

 

 

 “그게 저 문을 여는 열쇠야. 마법이 걸려있거든. 보통은 잠겨있으니까, 잃어버리면 안 돼.”

 

 

 

 이브릴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유리가 들고 있는 것과 똑같은 낡은 열쇠를 꺼냈다. 이브릴의 열쇠 손잡이에는 1 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유리의 시선을 눈치 챈 그녀는 이 숫자는 별 의미 없으나 자신이 첫 번째를 좋아해서 1이라는 열쇠를 가진 사람의 것을 뺏, 아니 교환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내가 가장 강하니까 열쇠도 첫 번째 숫자가 쓰여 진 열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1의 열쇠를 가진 애랑 잘 말해서 내 거랑 교환했어.”

 

 

 “…….”

 

 

 

 교환이라니……. 세 살짜리 어린 아이도 그 말에 속아 넘어가진 않을 거라고, 유리는 생각했다.

 

 

 

 “통금시간도 다가오니 인간들과 만날 약속이 없는 이상에야 다들 마법을 풀고 본래의 모습으로 있고 싶어 할 거야.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널 마중 나가기로 했다는 게 기억나서……. 이 로비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게 규칙이거든.”

 

 

 

 유리는 그제서야 어째서 이브릴의 귀는 인간의 형상인데 눈은 엘프의 눈인 것인지 이해했다. 감쪽같이 변해 아무리 봐도 인간의 귀로 보이는 이브릴의 귀를 바라보다 유리가 물었다.

 

 

 

 “모습을 바꾸는 건 불편한 가요?”

 

 

 “…조금. 처음엔 많이 불편했지만……. 4년을 매일 같이 하다보니 이젠 괜찮아.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모습이 변한 게 어색하다고 해야 할까. 음?”

 

 

 

 문에 마법이 걸려있다는 말에 가까이서 보고 싶어 나무문의 열쇠구멍에 낡은 놋 열쇠를 가져다대는 이브릴에게 유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이브릴이 몸을 멈추고 유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브릴?”

 

 

 “너한테서 좋은 냄새가나.”

 

 

 

 허리를 숙인 이브릴이 눈을 감고 유리의 목덜미에 대더니 코를 몇 번 킁킁거렸다. 유리는 제 피부로 이브릴의 입에서 나오는 공기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피부 위를 타고 흐르는 바람이 간지러웠다.

 

 

 

 “진짜 좋은 냄새야.”

 

 

 

 저를 올려다보는 속눈썹이 길다고 생각하며 유리는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리오넬과 엘렌도 그런 말을 했어요.”

 

 

 “…그들이 가장 먼저 그런 말을 했다고?”

 

 

 “네.”

 

 

 

 냄새가 좋다는 말은 여태까지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다 자신이 맡아봐도 특별한 지에 대해선 잘 알 수 없었으나 각각 다른 이종족들에게서 좋은 냄새가 난다는 말을 세 번쯤 들으니 그 말을 거짓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이종족들은 인간들은 맡지 못하는 다른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유리에게서 나는 그 냄새는 이종족들에게 있어 좋은 냄새인 모양이었다.

 

 

 

 “아쉽네, 내가 첫 번째가 아니군.”

 

 

 

 달칵.

 

 

 

 유리에게서 몸을 떨어트린 이브릴이 자신의 열쇠를 열쇠구멍에 꽂아 넣었다. 자물쇠가 돌아가는 소리 외에 유리가 기대한 특별한 마법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대로 열린 문은 신기하게도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부드럽게 열렸다.

 

 

 

 “어서와, 유리시아.”

 

 

 

 문 안 으로 들어가자 이브릴의 귀가 어느새 뾰족하게 돌아와 있었다. 신기하게도 유리는 그녀가 인간의 둥근 귀보다 엘프의 긴 귀를 가지고 있는 게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동 기숙사에 온 것을 환영해.”

 

 

 

 그들은 지금 새하얀 대리석이 깔린 긴 복도에 서 있었다. 복도는 창도 없이 밖이 훤히 보이게 뚫려 있었는데 덕분에 유리는 허리쯤 오는 낮은 벽과 기둥 너머로 잘 가꾸어진 예쁘고 아기자기한 봄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정원을 볼 수 있었다.

 

 

 

 “저 곳이 진짜 우리들이 모이는 휴게실이야.”

 

 

 

 유리가 들어 온 나무문과 조금 떨어진 곳에 커다랗고 화려한 문이 있었다.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에 확실하진 않지만 유리는 안에서 무언가 유리조각 같은 게 깨지는 소리가 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휴게실이 따로 나뉘어져 있긴 하지만 특별동 기숙사에 머무는 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보통 성별의 구분 없이 저곳에서 모여서 쉬어.”

 

 

 

 하지만 이브릴은 아무것도 못들은 모양인지 여전히 표정에 변함이 없었다.

 

 

 

 ‘…역시 내가 잘못들은 거겠지?’

 

 

 

 유리는 엘렌과 리오넬이 저보다 귀가 훨씬 좋다는 걸 이미 깨달은 바였다. 그렇다면 아마 다른 이종족들도 유리보다, 아니 보통 인간들보다 귀가 훨씬 더 좋을 게 분명할 테고 유리가 들은 소리를 이브릴이 못들을 일은 없을 것이다. 유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그녀의 설명에 집중했다.

 

 

 

 “자는 곳이 다른데 우리가 어떻게 모일 수 있는 거냐면 남자 특별동 기숙사는 저 반대편에 있지만 기숙사끼리 마법으로 통로가 연결되어 있어서 휴게실을 중심으로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거야.”

 

 

 “아, 특별동 기숙사끼리 연결되어 있다는 말은 카릴에게서 들은 것 같아요.”

 

 

 

 유리의 말에 무표정하던 이브릴의 미간 쪽에 힘이 들어갔다. 봤다고 생각한 순간 풀어지긴 했지만 이번엔 기분 탓이 아니었다……. 유리는 이브릴이 자신의 말에 기분 나빠 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에도 내 설명이 첫 번째가 아니란 거지? 그 빌어먹을 카릴 녀석이…….”

 

 

 

 

 아니, 이브릴은 지금 기분이 나쁜 정도가 아니었다. 얼핏 살기까지 느껴지는 게 이런 감각에 예민한 유리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

 

 

 

 “저기, 그래도 휴게실에서 다 같이 모인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특별동 기숙사에 온 걸 환영해 주는 사람도 처음이고…….”

 

 

 

 유리는 이브릴이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 열심히 말을 늘어놓았다. 늘어놓고 보니 스스로가 꽤 바보 같았지만 이브릴의 살기는 어느새 가라앉아 있었다. 유리는 그녀가 작게 웃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인간들의 그런 점은 싫지 않아.”

 

 

 “네?”

 

 

 “네가 잘못한 것도 없고 내 감정이 너와 상관도 없을 텐데 너는 지금 만난 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은 내 기분을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잖아. 그리고 보통 인간들은 너의 이런 면을 ‘상냥하다.’ 라고 표현하는 거겠지.”

 

 

 

 그녀는 손을 들어 올려 유리의 머리를 딱 두 번 쓰다듬어 주었다.

 

 

 

 “상냥하고 작은 협력자. 나는 네가 기숙사 밖에서 내 동족과 다른 수인들을 도와주는 것처럼 기숙사 안에서는 내가 너를 도와줄게. 인간과 이종족 사이엔 매워야 할 깊은 골이 있는데다 서로 다른 생각과 문화를 가지고 있으니 쉽게 서로를 알아가긴 어렵겠지만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물어봐.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건 모두 대답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건 뭐든 도와줄게.”

 

 

 

 불어온 바람에 정원에서 핀 꽃향기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유리는 어쩐지 아까보다 더 선명하게 저 커다란 문 안에서 물건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온다고 생각했지만 이브릴의 얼굴은 물건이 깨지는 걸 들은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미미하게 얼굴에 미소까지 띄고 있는 그녀는 에시단 황자만큼은 아니지만 아름답다, 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이브릴이 유리에게 말했다.

 

 

 

 “우리는 인간들과 현재 전쟁 중이지만 난 언젠가 이 종족간의 전쟁이 모두 끝나 우리 엘프와 수인들이 인간들과 함께 서로를 이해하고 평화로이 어울려 사는 것을 생각해. 그러기 위해서라도 표면적으로 전쟁 중인 바탈리온 제국과 엘바니움 제국이 하루라도 빨리 서로간의 화합을 발표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시작으로 우리들이, 내가, 너와 그리고 다른 인간들과 서로 이해하고 친해지면 정말 멋질 거야.”

 

 

 

 그녀의 연한 녹빛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유리는 바로 저 모습이 자신이 이브릴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유리는 이브릴의 말에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빨리,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휴게실의 커다랗고 화려한 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니, 어디 문만 사라졌을 뿐인가? 반사적으로 두 팔을 들어 올려 얼굴을 가린 유리는 팔을 내리자마자 보이는, 무너져 흙먼지가 모락모락 나오고 있는 연기 너머로 시선을 맞추곤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분명 자신의 옆에 있었는데 대체 언제 움직인 건지 연기 속에서 이브릴이 누군가의 멱살을 잡고 소리치고 있었다.

 

 

 

 “젠장, 세디안! 대체 하루에 몇 번이나 기물파손을 할 셈이야!”

 

 

 “이 기숙사는 좀 뻥 뚫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런 좁은 곳에서 대체 어떻게 지내라는 거야? 난 모두의 수고를 대신 덜어준 거니 좀 닥치라고 엘프……! 끄악!”

 

 

 

 아직 연기가 다 가라앉은 게 아니라 유리는 모든 걸 선명하게 볼 순 없었지만 뼈가 비틀리는 소리와 상대의 높은 비명으로 유추해 봤을 때 방금 최소한 비명을 지른 상대의 뼈 하나가 부러진 것 같았다…….

 

 

 

 “닥쳐야 할 건 너야, 세디안! 넌 일주일 간 ‘책읽기’ 를 해야 할 줄 알아!”

 

 

 

 또 책 읽기인가. 엘렌도 그렇고, 이브릴도 그렇고……. 유리는 이 와중에 대체 엘프들에게 있어 소리 내어 책을 읽는다는 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아, 유리! 어서와. 보아하니 무사히 잘 온 것 같네!”

 

 

 

 무너진 벽 너머로 에시단 황자가 유리에게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새하얀 리본이 잔뜩 달린 치맛자락을 흔들며 어느새 벽을 넘어 유리에게 다가온 그는 보기만 해도 넋이 나갈 것 같은 예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때? 여기까지 오는데 불편한 건 없었지? 내가 이브릴에게 부탁해서 널 마중 나가 달라고 했거든. 아, 설명을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곳 특별동 기숙사 장이 이브릴인데 굉장히 상냥한 엘프야.”

 

 

 

 그렇게 말하는 에시단 황자의 뒤로 다시 한 번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상대의 비명이 들려왔다.

 

 

 

 “마법학부 4학년생인데 원래부터 인간을 좋아하고 우리 외에 인간 친구도 몇 명 있어서 인간에 대해서도 잘 알고 모두에게 친절해.”

 

 

 

 상대가 이브릴을 향해 비속어를 몇 개 내뱉자 이제는 둔탁한 타격음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아, 물론 나에게도 친절하고!”

 

 

 

 유리는 방금 전, 이브릴이 에시단 황자를 향해 살기를 내비췄던 걸 이야기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다…….

 

 

 

 “다른 이종족들에게 신뢰도 두터워서 여기 있는 학생들 모두 이브릴을 잘 따라.”

 

 

 

 흙먼지가 어느 정도 가라앉자 유리는 벽 너머에 있던 다른 이종족 학생들을 볼 수 있었는데 모두들 이브릴과 이브릴에게 빽빽 소리를 지르고 있는 상대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유리는 이쯤 되면 에시단 황자가 저를 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happydream 16-10-17 11:56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an3375 16-10-28 16:53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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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hapter 1. 그 소녀, 비밀(秘密) (2) (1) 2016 / 8 / 25 644 1 3183   
1 Chapter 1. 그 소녀, 비밀(秘密) (1) 2016 / 8 / 24 943 4 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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