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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7. 마지막 이야기(2)
작성일 : 19-09-17 23:12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7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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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 둥. 둥. 둥.

 

 전쟁 북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종족은 서로 다르지만, 한 마음 한 뜻으로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다. 그 수는 거의 2만이 넘어서, 평원 하나를 덮을 정도였다.

 

 “우와... 이렇게 모이니 장난 아니네.”

 

 “장관이군.”

 

 병사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리즌과 아델은 그 가운데에서 가장 선봉에 있는 부대를 바라보았다. 가장 앞에서 최대한 많은 적을 죽일 토벌부대. 그 중심에는 갑옷의 끈들이 풀리지 않게 단단하게 조이고 있는 아멜과 스피넬의 모습이 보였다. 첫 전면전이니 나름 긴장도 한 것 같아 보이지만,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래서야.... 내가 그 영감탱이랑 닮아가는 것 같잖아.”

 

 “닮아가는 게 아니라 닮은 거지. 그 스승에 그 제자인 것처럼.”

 

 “쳇, 그렇게 얘기하니까 진짜 늙은 것 같잖아.”

 

 “진짜 늙은 것 같다니....... 너랑 나랑 얼마나 살았는지 잊은 거냐?”

 

 “봉인되어 있던 건 빼줬으면 하는데.”

 

 “그거 빼더라도 나이는 이미 먹을 만큼 먹었잖아. 안 그래?”

 

 딱히 틀린 말이 아니라서 반박하기 힘들었다. 그래, 이 망할 몸은 나이를 먹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몸이라는 것이 다른 일반 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일지는 몰라도 그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저주에 가까운 것이었다. 물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기는 했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할 일이 있기에........

 

 “이상한 생각하는 건 아니지?”

 

 “으응? 아.. 아니야. 그냥 옛날 생각이 떠올라서.”

 

 그냥 옛날 생각이 났어.

 

 정말이지 지금 이 순간을 집중을 해야 할 때에 옛날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다니. 어쩌면, 그때 그날에 그 사람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그럼 이제 슬슬 우리 일이나 하러 가야겠다.”

 

 “그나저나 녀석들이 올까?”

 

 “당연히 오지. 내가 미끼를 얼마나 던져놨는데. ”

 

 예전에 한 번 녀석들의 일을 망쳐놓은 적이 있는 그였다. 그것도 그들이 설치해둔 돌을 역이용해 그들의 계획을 망쳐놨으니까.

 

 “너희들이 그 현자의 돌을 부수기는 했어도 녀석들은 경계를 하고 있을 테니까. 물론 이제는 세계를 뒤엎는 힘을 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 힘이 남아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무엇보다 그걸 당해본 사람이라면 더 잘 알 테고.”

 

 “그래, 그녀 성격이라면 십중팔구 널 막으러 오겠지.”

 

 그것도 모든 힘을 모아서. 여기에 있는 모든 괴수들을 깨워서라도 말이다.

 

 “그럼 그때 우리가 준비해둔 함정과..... 마지막은 알지?”

 

 그는 천천히 주머니 속에서 밝게 빛나는 붉은 수정을 하나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날 가져왔던 거는 사람 키 반 만했는데, 작은(?) 실수로 인해 지금은 이렇게 작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래, 잘 알지.”

 

 무엇인가를 다짐한 듯 그의 표정에서 사뭇 진지함이 묻어나왔다. 마침 출정식을 마치고 짐을 챙기러 돌아온 아멜과 스피넬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앗? 잘 마치고 왔니?”

 

 “잘 마치고 왔죠. 근데, 이번에는 뭘 또 꾸미고 있으신가요? 표정이 또 안 좋아 보이는 데요?”

 

 “아하하하..... 이번에는 내가 참가하지 못하잖아. 몸이 아직 덜 나아서 말이야. 너희들은 최전선에서 싸우는데, 나는 후방에서 물자 수송 보호나 하고 있으니까.”

 

 아직 그날 괴물과 싸웠던 몸이 아직 덜 나아서 요양 중인 그였다. 오늘도 가볍게 몸을 풀기는 했었지만, 격렬하게 움직이면 가볍게 피를 뱉어내거나 내부의 상처가 벌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한 번 더 리엔에게 등짝을 내주긴 했다만....... 어쨌든 이런 몸으로는 전장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할 것 같고, 그 사실을 녀석들에게 들키면 분명 꽤나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에 일부로 후방으로 빠지겠다고 한 것이었다.

 

 “아니에요. 오히려 잘 하신 거예요. 억지로 나가라고 했었다면, 아마 저랑 리엔 언니가 가만히 안 있었을 거라고요.”

 

 “하하하. 그러다 다 같이 사이좋게 검은 방에 들어가면 어쩌려고.”

 

 “차라리 그게 낫죠. 아저씨 아픈 것보다 말이죠. 그리고 걱정 마세요. 아저씨 몫까지 제가 해낼 테니까.. 아얏!”

 

 아델은 순간 아멜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그의 손가락 공격에 얼얼한 이마를 부여잡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에게 아델은 천천히 그녀가 다 못 매듭지어놓은 갑옷의 이음 매듭들을 정리해주며 말했다.

 

 “정말이지.... 너는 그런 말 함부로 내뱉지 마려무나. 예전의 괴수, 괴물들과의 싸움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싸움이야. 내 몫까지 챙긴다니 뭐니 하는 것보다, 그저 다치지만 말고 돌아오면 되는 거야. 단지, 그뿐이야. 알겠지?”

 

 그래 단지 살아 돌아오면 되는 거야. 그 말만 기억하렴.

 

 “아저씨도 참. 너무 걱정 하시는 거 아니에요? 걱정 마세요. 저도 그건 잘 알고 있으니까요. 참, 그리고 이건 그렇게 묶는 건가요?”

 

 “너희들 경 갑옷은 처음 입어보겠구나. 이런 것은 솔직히 아미테리아에 가지 않는 이상 받을 수 없는 물건들이니까.”

 

 정확히는 진즉에 지원이 되었어야 할 물건들인데, 그동안의 일로 받지 못한 거겠지. 어쨌든 없는 것 보다 나은 물건이니 입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적어도 한번은 괴수로부터의 공격을 막아 줄 테니 말이다.

 

 아델은 천천히 마저 그녀의 매듭들을 정리해주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아멜은 그런 그의 손길에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마치 마음속으로 대화하듯, 그 둘은 피식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옛날의 스승이 그랬던 것처럼, 그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살아서 돌아오렴.’

 

 “스피넬. 아멜이 허튼짓 하면 네가 바로잡아주렴.”

 

 “알겠습니다. 관리관님!”

 

 스피넬은 천천히 그에게 경례를 했다. 그 역시 그녀의 경례를 받아주고는 천천히 몸을 돌려 리즌을 향해 걸어갔다. 두 사람은 무어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걷기 시작했고, 곧 이내 그녀들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남은 두 사람은 서로의 검과 창 손잡이를 만지며 말했다.

 

 “이젠 진짜 싸우러 가네.”

 

 “그러게. 진짜 싸우러 가야 하네.”

 

 이곳에 처음 온 날, 밀려들어오는 괴수들과 괴물의 파도를 보고 사실은 한번은 크게 겁을 먹기는 했었다. 아니, 아마 비공정 때부터, 그 이전 12마리 괴물 중 하나를 잡았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괴수들은 죽어도, 죽어도 밀려들어오는 겁 없는 굶주린 이리떼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오직 피만을 갈망하는, 그런 존재들.

 

 그래도 그때는 겁이 나긴 했어도 덜 무서웠었다. 오히려 두렵지가 않았다. 그녀의 뒤에는, 언제나 그녀들을 지켜주는 하나의 거대한 산이 있었으니까. 그녀들이 위험할 때는 언제나 어김없이 나타나주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없어.’

 

 “가자.”

 

 “그래.”

 

 아멜과 스피넬은 마침 다가오는 토벌부대 대원들에게 천천히 걸어가며 검과 창을 꽉 쥐었다. 모두들 나름 긴장한 채로, 서서히 병사들 무리에 섞여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녀석들과 부딪히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이제는 그들을 지켜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야 했다. 이제는 그가 없으니까, 스스로가 스스로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살아남자.’

 

 ‘그래. 아멜.’

 

 그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웠고, 또 그것들을 연습했다. 이런 날이 올 것을 대비하여, 많이 준비했었다. 이제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그녀들 스스로에게 달렸다. 그의 가르침이 헛되지 않았다면, 어쩌면 그녀들이 생각하고 있는 그 이상의 결과를 얻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 전진 기지, 제 5전투 지역 외곽 -

 

 

 키아아악! 크르르르르....... 캬아아악악!

 

 사방에서 괴수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울음소리는 섬뜩함을 넘어선 무엇인가가 온몸을 찢는 것 같았다. 그냥 일반인이 그 사이에 있는 다면, 아마 공포에 질려 아무것도 못한 채 쓰러질지도 모를 정도로, 그런 거대한 무엇인가 말이다.

 

 “드디어 올 것이 왔네요.”

 

 천천히 괴수들 사이를 걸어 나오는 한 사람. 마치 옛날 기분을 내겠다는 듯, 무녀복을 입고 나오는 한 사람이 보였다. 그 옆에는 붉은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가 같이 서있었다. 붉은 로브의 남자는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네요. 아카레니님. 이제 저들도 이 모래 바닥의 먼지 속으로 들어가게 되겠군요. 그리고 이것을 시작으로.........”

 

 이것을 시작으로 녀석들을 하나하나씩 없애 나갈 것이다. 그것이 하나의 사명처럼, 한편으로는 이 길고긴 지독한 악연을 끊는 것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습니다.”

 

 “그러네요.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네요.”

 

 하지만, 그 지독한 악연은 쉽게 끊어지질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당장 어제 찾아온 불청객이 했던 말이, 너무나도 신경 쓰였으니까.

 

 

 동트기 직전. 초라한 황무지의 어딘가.

 

 “이야. 오랜만이야! %@#$아!”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오늘은 머리에 칭칭 감고 있던 붕대가 없었다. 참으로 기분이 묘했다. 정말 오래전에 봤던 얼굴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어머? 이게 누군가요? 매번 제 집을 염탐하러 들어오는 변태씨 아닌가요?”

 

 그녀는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했다. 불청객은 그런 그녀에게 피식 웃으며, 정말 오래된, 거의 잊어가고 있던 말을 꺼냈다.

 

 『아하하하. 염탐은 무슨, 네 집에 뭐 볼게 있다고 그러는 거야?』

 

 “네... 네? 뭐라고요?”

 

 “뭐야, 벌써 말을 잊어버린 거야? 하기야 나이를 그렇게 먹었는데 잊지 않을 이유가 없지.”

 

 순간 갑자기 다가오려는 그의 움직임에 놀란 붉은 로브의 남자가 소매 안에 있는 무기를 꺼내들려고 했다. 아카레니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손짓하며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잊었다니. 잊지 않았다고요. 너무 오랜만이라 깜짝 놀랐을 뿐이라고요.』

 

 그녀는 천천히 잊혀진 언어를 꺼내들어 말하기 시작했다. 붉은 로브는 처음 듣는 말에 그저 말없이 뒤로 물러나 그녀의 뒤를 지켰다. 그 모습에 그는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하하. 정말이지 아카레니의 개답네. 참, 정말 개다워.”

 

 『정말이지, 언제나 그렇지만 그놈의 상스러운 주둥아리 좀 닥치고 있으면 안 될까요? 죽고 싶어서 안달이라도 난 것처럼 보이네요.』

 

 『맞아. 너무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지. 그래서 진짜 죽으려고 하거든.』

 

 괴수들이 으르렁거리며 그를 경계했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왔다. 정말로 당당하게 괴수들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나름 긴장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매번 상처를 내거나 성질만 긁고 도망갔는데, 오늘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모습이었으니까.

 

 『뭐가 그렇게 당당해서 그러는 건가요? 여기는 적진 한복판이라고요.』

 

 『어차피 여차하면 비전으로 도망가면 되니까. 그리고 난 경고를 하러 온 거거든.』

 

 경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근데, 그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비장함에 그녀 나름 머릿속에 여러 가지를 생각나게 했다.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또 이상한 헛소리나 하려고 오신 건가요?』

 

 『헛소리인지 아닌지는 네가 보고 판단하도록 해.』

 

 그는 천천히 팔을 들어올려, 달려들고 싶어 안달이 난 괴수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러자, 순간 그의 손에서 이상한 원들과 문자들이 나열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모습에 놀란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다.. 당신.... 그건.. 어디서?!』

 

 『규격 외의 존재가 있잖아. 우리들과 같으면서, 우리와 다른.』

 

 규격 외의 존재.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존재. 설마, 그를 말하는 것인가?

 

 “키.. 키아아아악!”

 

 순간 원에서 붉은색의 거대한 빛이 괴수하나를 덮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괴수는 그 빛을 맞고는 그대로 하나하나 먼지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다른 괴수들은 놀라 그대로 그를 경계하며 뒤로 한 발, 두발 물러나기 시작했다.

 

 『녀석한테서 배워놨던 걸 이렇게 만드느라 그 오랜 시간이 걸렸지. 그리고 그걸 발동시킬 준비도 말이야. 정말이지 짧고도 긴 시간이었어. 아카레니.』

 

 『헬라오스... 당신 무슨 짓을 하려는 거죠?』

 

 『너희들이 나한테 보여줬던 걸....... 내가 해보려고 해. 저번에 빌려간 그것 덕분에 가능해졌거든.』

 

 『뭐.. 뭐라고요? 설마 그 돌을 당신이........』

 

 그녀가 말을 건네며, 그를 붙잡으려 하는 순간 그의 몸이 환한 불빛으로 뒤덮이더니, 그대로 그의 몸이 한줄기의 빛이 되어 사라져 갔다. 그녀의 얇고 부드러운 손은 그의 손목을 잡지 못한 채 그대로 통과해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비전을 실현하려면, 내 남은 힘을 다 쏟아야 하지만..... 이렇게라도 내가 저지른 과오를 바로 잡을 수 있다면, 그러기 위해서 내 목숨을 바쳐야 한다면 기꺼이 받칠 거야. 그럼, 내일 보자고. 제일 높은 곳에서 말이야.』

 

 빛이 되어 사라지는 그를 바라보며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죽으려고 한다는 것은....... 힘을 모조리 내려놓겠다는 것인데.......”

 

 한때 선주라는 존재들이 있었다. 그들의 힘은 천지를 뒤엎고, 일반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마치 이 세계를 만든 신들의 대리인과 같은 존재로서 지내온 자들이었다. 신의 은총을 받은, 하나의 사도처럼.

 

 그런 그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가 딱 한번 그의 힘의 절반을 썼었던 적이 있었다. 그 힘에 그들의 계획을 모조리 무력화 시켰고, 세계를 뒤엎는 엄청난 힘을 그저 눈뜨고 구경만 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선주로서, 그렇게 강한 힘이 있다면 이 썩은 세계를 도려낼 때 썼으면 했는데 말이죠. 어리석은 사람 같으니라고.”

 

 그녀는 그 힘에 대항해 능력을 발휘했지만, 그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 그와 그녀의 힘은 많이 떨어진 상태. 아마, 더 이상 힘을 사용했다가는 존재 자체가 흐릿해질 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것은 선주로서의 죽음을 맞이하는, 그런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첩보원도 다 죽어서 더 이상 그들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그래도 다음 준비는 착실히 되어가고 있죠?”

 

 아카레니는 빙그레 웃으며 붉은 로브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미소에 화답하듯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착실히 준비 되었습니다. 그 녀석도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요.”

 

 “좋아요. 그럼. 모두 움직이라고 하세요. 녀석들에게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지 보여주도록 하자고요.”

 

 붉은 로브의 그림자에 가려진 붉은 입술이 미소를 그리며, 그는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괴수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카레니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 잠시 고개를 돌려, 남쪽의 인간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그들을 도울 건가요?’

 

 그녀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정말이지. 당신은 이상한 사람이에요. 누구보다 인간들을 증오할 텐데 말이죠.”

 

 분명 그들에게는 잃기만 했을 텐데, 무엇이 그를 그렇게까지 만드는지 모르겠다. 점점 자신의 모습이 아닌 그들과 닮아가면서까지 말이다.

 

 “이게 다.... 그 녀석 때문이야.”

 

 깨물던 입술에서 붉은색 작은 방울이 떨어졌다. 너무 세게 깨문 나머지 피가 난 모양이었다. 그래도 금방 상처가 아물기 때문에 상관은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괴수들이 움직이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래. 어디 한번 놀아드리죠. 다만...... 감당 하실 수 없을 거예요.”

 

 키아아아아악! 크오오오오!

 

 그녀의 손짓에 괴수들이 일제히 포효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광기 어린 그 포효는 마치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을 찢어버릴 기세와도 같았다. 그렇게 그 검은 물결은 점점 남쪽으로, 인간들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위한 물결과 그것을 막으려는 자들의 싸움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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