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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자료창고
작품등록일 : 2019.9.10

사신도가 있었다.
왕과 화원의 손길만 허용하는 사신도.
그들은 그것이 나라와 생명을 영생케 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사신도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잃어버린 사신도를 찾아 600년 세월을 떠도는 자.
사신도를 손에 넣어 영생을 꿈꾸는 자.
그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4. 곽노수의 환영을 보다
작성일 : 19-09-14 14:51     조회 : 27     추천 : 1     분량 : 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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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곽노수의 환영을 보다

 

 멀리 영종대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요일 오후라 차가 밀릴 것은 예상했지만 올림픽대로부터 늘어지기 시작한 속도는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누가 나온다고? 아..그 진돗개 키우는 집? 엄마도 노래자랑 나가보지 그랬어. 울엄마도 노래 잘 하잖어.”

 

 양형사가 한쪽 손으로 핸드폰을 막고는 속도계를 가리키며 짜증을 냈다.

 

 “야야, 좀 더 밟아, 비행기 시간 다 됐다.”

 “밟는다고 나가겠냐고요. 밀리는거 좀 보시라고요!”

 

 김형사는 귀찮은 듯 핸들을 툭툭 때리며 딴청을 했다.

 

 “어, 아니야 엄마한테 한 소리 아냐. 엄마 나 지금 출동 중이거든. 그래서 전국노래자랑 못 봐요, 나중에 재방 볼게. 점심 잡쉈어? 왜 또. 얼른 잡숴. 나야 먹었지. 응, 응. 응. 네, 네, 끊는다.”

 “형님은 효자요 효자, 그 전활 다 받아주네.”

 “어쩌냐, 기억하는게 막둥이 경찰인거밖에 없는데.”

 “전국노래자랑에 누가 나왔대?”

 “윗동네 창수아저씨라고. 그 냥반 돌아가신지가 벌써 이십년은 됐을텐데.”

 “어허. 주여...”

 “우리도 머지 않았어. 그 전에 잡을 놈 죄다 잡아넣고 끝내야 하는데.”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사범 단속반 양형재 형사는 10년째 파트너로 뛰고 있는 김재중형사와 인천공항으로 달리는 중이다.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지금 얼마나 정신없는지, 어떤 하루를 보낼지, 살아서 돌아올지 알지 못한다.

 그저 습관처럼 아들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밥은 먹었는지 묻고 속옷은 갈아입었는지 확인하는 것만 중요하다.

 

  3년 전 아들이 나이 오십 중반에 홀아비가 된 것이 안쓰러웠는지 어머니는 아들 대신 병이 났다.

 그리고 이젠 아들이 홀아비가 된 것도 잊어버렸다.

 팔십이 넘은 어머니의 기억 속 아들은 경찰 제복을 멋지게 차려입고 고향 파출소로 첫 발령받았던 스물다섯 그때의 모습이 전부인 듯하다.

 

 양형사가 다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오형사, 천상우는? 마! 안 보이면 찾아야지! 내가 가서 먼저 찾으면 니들 다 뒤진다. 야, 몇 분 남았냐?”

 “14분.”

 “들었지? 딱 기다려. 우리 도착시간 14분 남았다.”

 

 열두시 사십분..

 방콕행 비행기는 두시 이십분이니 서둘러야한다.

 문화재 절도혐의로 수배중인 천상우는 지금 인천공항 어디쯤에선가 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절도 전과 4범에 손 빠르기로 소문난 녀석이지만 도굴꾼 리스트에는 이제 막 이름을 올린 신참이다. 양형사가 이 바닥에서 30년을 구르는 동안 도굴꾼들도 세대교체가 되어 수법과 도피방법이 과학적이고 팀을 짜서 조직적으로 움직였으며 도피방법도 세련되어졌다. 버젓이 SNS활동까지 하고 있는 천상우도 위조와 변장만으로 공항을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양형사는 목이 타는 듯 생수를 들이부었다.

 

 “장사 한 두 번 하나, 뭘 그렇게 똥줄이 타요?”

 “밟기나 해.”

 “천하의 양형사가 신삥 하나 잡겠다고 난리난리.”

 “신삥이 놓쳤다고 소문나봐. 말짱 도루묵 되는거지.”

 “에헤이~ 그럴리 없다니까! 형님이 노안이 와서 그렇지 앞에 가는 도둑놈은 귀신같이 알아보잖어요.”

 

 양형사가 남은 생수를 탈탈 들이붓고는 뒷자리로 휙 던져버렸다.

 

 “형님 퇴직할 때 족보 나 주는 겁니다. 그죠?”

 “됐고요. 죽을 때 무덤에 넣어 갈 거니까, 아니다. 같이 태울 거니까 꿈 깨쇼.”

 “대한민국의 도난문화재, 약탈문화재, 발굴문화재의 어제와 오늘이 거기 있으니 내일도 거기 기대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거라도 있어야 이 후배가 도굴꾼도 막 때려잡고, 응? 문화재청 표창도 받고, 그지? 승진해서 청장까지 쭉쭉. 그럼 얼마나 좋게요?”

 “나 죽어 없어졌는데 좋긴 뭐가 좋아. 갖고 싶으면 내 머릴 잘라가. 반만년 역사가 다 여기 들었으니까. 자, 자.”

 “머리 치워요. 냄새나. 하, 좀 씻읍시다.”

 “야, 야, 저기 사고 났냐? 아씨..다 왔는데..”

 

  두 사람은 예정시간보다 25분이나 늦게 공항에 도착했다. 그 보다 더 문제는 공항을 가득 메운 인파였다. 동남아 공연을 떠나는 아이돌을 배웅 나온 팬들이 공항입구부터 출국장까지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돈 많은 팬들은 비행기표까지 사서 출국장안까지 들어가고 개중엔 비행기옆자리에 앉았다가 비행기 뜰 즈음 내리는, 항공사측에서 보면 진상고객도 있다던데 사실이었다. 공항 어딜 가나 플래카드와 팻말, 심지어 촬영용 사다리까지 동원된 팬심 앞에서 두 형사는 속수무책 밀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문화재밀수업자의 출국소식에 달려왔는데 미국 유명배우의 입국으로 공항이 마비가 됐었다. 나중에 용의자를 붙잡고 보니 일부러 그 시각에 맞춰 항공권을 끊을 만큼 주도면밀한 놈이었는데 그런 잔머리를 가지고 형사들을 따돌린걸로 우쭐대는 꼴을 보고서 양형사는 놈에게 의자를 내리찍고 말았다.

 

  어찌됐든 다시는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으려면 지원 병력이 더 필요하다. 양형사는 공항경찰에 연락해놓고 천상우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런데 이번엔 한 무더기의 삼촌 팬들이 사극 전투장면이라도 찍듯이 팻말을 들썩이며 달려온다.

 

 “저런 븅신들! 예비군 훈련 나온 것도 아니고. 아주 떼로다 주접을 떨어요.”

 “냅둬라, 돈 있고 시간 있는데 뭔들 못해. 부러우면 지는거다.”

 

  김형사가 그들을 비난하는건 그들의 여유가 부러워서다. 소녀시대의 오랜 팬으로써 본인도 형사질만 아니라면 팬클럽 회장이 되고도 남았겠지만 콘서트 한번 못가 본 신세다. 그러니 일요일 한낮에 연병장 선착순 하듯 뛰어다니는 꼴들을 보니 부아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

 

 드디어 아이돌이 나타났는지 공항일대가 쓰나미 일듯 일렁인다.

 

 “천상우다!!!”

 

  양형사가 그 무리 속에서 누군가를 발견하고 뛰기 시작했다. 환갑이 낼 모레인 양형사지만 뛰는 것 하나는 타고난 사람이라 늘 김형사보다 한발 빨랐다. 팬들이 뒤엉켜 난장판이 된 공항에서도 양형사는 매의 눈으로 천상우를 찾아냈고 그 아비규환 속에서 천상우를 덮쳤다.

 양형사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천상우의 턱을 꽉 쥐며 휘파람을 불었다.

 

 “어이! 본판불변의 법칙이라고 알지? 얼굴만 뜯어고치면 뭐 하냐, 뒤태가 딱 천상우 너든데.”

 

 김형사가 달려와 천상우에게 수갑을 채웠다.

 

 “왜 이래요, 사람들 보잖아요.”

 “너 관종이잖아. 그래서 여기저기 ‘하늘 위 비가 내린다’ 이따위 사인이나 남겨놓고.”

 “뭔 개소리야.”

 “하늘 천, 윗 상, 비 우. 천상우! 얌마, 니가 아는 한자는 그게 다지? 무식한 새끼. 그러니까 트위터에도 그런거나 남기고 있지.”

 “남의 사생활에 간섭 맙시다.”

 

 상황종료된 것을 본 사람들은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잠시 숨을 고른 양형사가 다시 천상우 앞에 섰다.

 

 “매연당 일기 어따 숨겼냐? 아니지, 그거 어떻게 찾았냐? 누구야? 같이 한 거?”

 “내가 어떻게 알아요?”

 “어디 빙다리 핫바지 같은 놈한테 엮여 가지구 가짜들고 열나 튈 생각이나 하고.”

 “허! 가짜? 이 양반이 어디서 약을 팔아.”

 

 김형사가 천상우의 뒤통수를 갈겼다.

 

 “무식해도 마! 어른한테 이양반이 뭐냐? 너 상선이 누구야? 누구한테 배운 버르장머리야? 눈 내리깔어 마!”

 “몰라요, 몰라.”

 

 양형사가 팔짱을 끼고서 천상우의 다리를 툭툭 쳤다.

 

 “좋다, 내가 가르쳐줄게. 니가 한남동 오회장네서 훔친 달항아리, 연적, 청자매병이 게 왜 가짠지 청림미술관 가서 진짜 보면 알거다. 아니지. 진짜 가짜 볼 줄을 모르나? 거기까진 못 배운거야?”

 “곽노수 이 늙은이.”

 

 순간 양형사 눈앞에 곽노수의 환영이 보였다.

 

 곽노수.

 

 그를 만나기 전에는 꼭 이렇게 그의 환영을 본다. 꿈을 꾼 것 같은 날도 있고,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가보다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30년 전 기차 안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모습이 보였다. 수갑에 채워지면서 비아냥거리며 웃던 곽노수.

 

 양형사는 아찔해지는 걸 간신히 참고 천상우의 멱살을 쥐었다.

 

 “뭐? 너 지금 곽노수라고 했어?”

 “네! 곽노수가 설계했어요. 첨부터 끝까지, 다요.”

 

 곽노수!

 

 맞다. 2017년 6월쯤 쳐 넣었으니 나올 때가 됐다. 출소하자마자 건수를 올리는 게 그놈의 주특기인데 이번엔 왜 놓쳤을까. 딸 결혼 준비 때문에, 피곤에 쩔어서, 무리한 수사로 감봉처분 받은 것 때문에? 곽노수한테 무신경해진 이유야 많다. 하지만 곽노수에 대해서라면 뭐든 놓치면 안 되는거였다. 절대 그 이름을 다시 듣게 되는 일을 만들면 안 되었다.

 

 머리가 빙빙 돈다.

 곽노수의 분신들이 사방에 출몰하는 것 같더니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아이돌이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걸어간다. 공항 여기저기서 대포카메라 플래쉬가 펑펑 터지고 있었다. 양형사는 이를 앙물었다.

 

 젠장할, 또 곽노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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