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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단, 뛰어!
작가 : 김기현입니다
작품등록일 : 2019.9.3

뱀파이어 여인 일단.

그리고 두 명의 사내, 효령과 영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빌어먹을! 그딴게 어딨냐고!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고!

지구 멸망을 막아줘 일단! 어서 뛰어!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9)
작성일 : 19-09-10 14:19     조회 : 385     추천 : 0     분량 : 4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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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나다? 무슨 말이지]

 

  효령은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뱀파이어다. 뱀파이어라는 건, 본래 저 개 같은 하이랜더 놈들이 자기들 보조배터리 용도로 쓰려고 만들어 낸 거야.”

 

  뱀파이어라든지, 하이랜더라든지, 보조배터리라든지 하는 말을 효령 외의 다른 고대인들이 이해할 리 없다.

 

  하지만 효령은 그 사실을 무시하고 계속 말하였다.

 

  “그런데 말이야, 그 보조배터리를 만드는 주술에 쓰인 힘이 바로, 니가 봉인되고 남긴 지저분한 힘이거든. 그러니까 난 지금 니가 남긴 힘 덕분에 600년 동안 살아서 너하고 이렇게 싸우고 있는 거야. 너한테 고마워해야 되나?”

 

  [그래야겠지. 덕분에 저열한 차원의 존재가 내 공격을 받고도 죽지 않았으니]

 

  검붉은 형체를 압박하고 있는 글자의 띠가 부서져 나가는 정도가 점점 심해져 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띠는 당장이라도 깨져 나갈 것으로 보였다.

 

  이제는 거의 보이지도 않을만큼 투명해진 건축가가 힘없이 말하였다.

 

  “이제…생명력이 없어…”

 

  그러나 효령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다른 인간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여서 모아놨다가, 하이랜더 놈들이 필요할 때 제공해 주라고 만들어 놓은 거야. 그지 같은 놈들이지, 하이랜더라는 놈들. 지들도 인간인 주제에 다른 인간을 실험체나 소모품으로 쓰는 놈들.”

 

  효령이 비어 있는 왼손으로 건축가의 팔을 꽉 붙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보조배터리 역할을 잘 수행할 수도 있는 거지. ‘재(再)’ 라는 글자. 재생시키라는 거지, 나보고. 다시 생명력을 채워 넣으라고 나를 소환한 거야. 건방진 놈의 글자 같으니.”

 

  효령이 말하는 동안, 투명했던 건축가의 몸이 서서히 다시 불투명해지며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건축가가 놀란 표정이 되어 효령을 쳐다보았다.

 

  “건축가님께서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지닌 잘나신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생명력 자체는 고작 몇 십 년어치겠지. 나는 600년 동안 꾸준히 생명력을 쌓아왔어.”

 

  효령이 검붉은 형체를 보며 씩 웃었다.

 

  “그러니까, 형제여, 아디오스.”

 

  글자들의 띠가 확연히 선명해졌다.

 

  건축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글자들의 양이 조금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증가하였다.

 

  흘러 나온다는 표현이 이제는 맞지 않다.

 

  이제까지 수돗물처럼 흘러 나왔다면 지금은 폭포수처럼 글자들이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쏟아져 나온 수만 개의 고대어 글자들이 검붉은 형체를 휘감았다.

 

  글자들이 어찌나 빽빽하게 휘감았는지, 마치 검은 보자기로 덮어씌운 것처럼 글자들 사이로 거의 틈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익! 이까짓 것!]

 

  검붉은 형체가 매우 거칠게 일렁거렸다.

 

  그 순간, 효령이 잡고 있던 건축가의 팔을 강하게 끌어당기며 그녀를 뒤로 돌려 감싸안았다.

 

  그와 동시에 검붉은 형체가 글자들 사이 얼마 안 되는 틈새로 사방팔방으로 백 개가 넘는 검붉은 빛살들을 쏘아냈다.

 

  그 빛살들 중 일부는 효령에게 닿았으나, 닿자마자 소멸하였다.

 

  건축가는 효령이 감싸 안으며 몸으로 막아준 덕분에 죽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무사한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죽지 않을 수 있었을’ 뿐이다.

 

  아무리 효령이 재빠르게 반응했다 해도, 질량을 가진 육체가 움직이는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는 없다.

 

  효령이 미처 끌어당겨 자신의 몸으로 보호하기 전, 이미 수십 개의 검붉은 빛살이 건축가의 몸을 화살처럼, 또는 레이저처럼 꿰뚫고 지나갔다.

 

  “컥!”

 

  효령에게 끌어안긴 건축가의 온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효령이 안고 있는 탓에 바닥에 쓰러지지는 않았다.

 

  일반인이었다면 그대로 쇼크사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그녀는 절명하지 않았다.

 

  현대인보다 훨씬 강력한 육체를 가진 고대인 중에서도 선택 받은 존재였기에, 곧바로 즉사하지는 않았다.

 

  “으윽…으으윽….컥…”

 

  효령의 품 안에서 그녀는 극도로 고통스러워하며 목숨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쳤다.

 

  온 몸에 크고 작은 구멍이 숭숭 뚫린 상태였다.

 

  그 모습이 너무 끔찍해서, 600년간 셀 수 없이 많은 죽음을 본 효령조차 무의식중에 눈을 찌푸릴 정도였다.

 

  하지만 봉인을 마무리하기 전에 죽을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 와중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글자들을 쏟아내었다.

 

  글자들은 계속해서 검붉은 형체를 뒤덮어가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수만 개의 고대어 글자들이 마침내 조그만 틈새도 허락하지 않을 만큼 27차원의 존재를 빽빽하게 둘러 덮었다.

 

  한 줄기의 가느다란 빛조차 새 나올 수 없을 정도였다.

 

  그제서야 효령은 안고 있던 건축가를 품에서 놓았다.

 

  그녀의 팔을 놓지는 않았다.

 

  효령이 건축가의 팔을 놓으면 그녀는 곧 숨을 거둘 것이고, 그러면 봉인은 사라져 버릴 것이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건축가는 효령의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글자의 덩어리를 향하여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피칠갑이 된 온몸을 가누며, 비틀거리며, 힘겹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지금 건축가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육체의 상태로 볼 때는 이미 불가능한 걸음이었다.

 

  조금 전 수십 개의 빛살들에 관통되었을 때 이미 숨이 끊어졌어야 마땅했다.

 

  그럼에도 건축가가 살아 있는 것은,

 

  초인적인 의지로 억지로 목숨과 육체를 붙들고 있는 건축가의 필사의 의지였고,

 

  효령이 계속해서 건축가에게 아낌없이 쏟아부어 주고 있는 효령의 생명력 덕분이기도 했다.

 

  마침내 그녀가 27차원의 존재를 뒤덮은 글자의 무더기 앞에 도착하였다.

 

  그 때까지도 글자들은 계속해서 그녀로부터 흘러나오면서 점점 더 두껍게 27차원의 존재를 뒤덮어갔다.

 

  이제 그는 미세한 틈마저도 없이 수많은 글자들로 새까맣게 뒤덮이게 되었다.

 

  건축가는 구멍이 숭숭 뚫린, 피가 뚝뚝 떨어지는 팔을 부들부들 떨었다.

 

  들어올리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효령이 그녀의 팔을 붙잡고 들어올려 주었다.

 

  그녀가 손을 글자들로 둘러싸인 27차원의 존재에게 댔다.

 

  수만 개의 고대어 글자들로 뒤덮인 27차원의 존재는 그 때까지도 거세게 저항하며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이익! 으아아! 네깟 것들이 감히!]

 

  건축가가 글자의 덩어리에 손을 얹자 이제까지 검은 빛깔로 꿈틀거리던 글자들이 하얗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크아아아악! 나를 어쩌려는 것이냐!]

 

  하얗게 빛나는 글자들의 덩어리가 점점 작아져 갔다.

 

  [아아아아악!]

 

  27차원의 존재는 고통에 못 이기며 비명을 질렀다.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자기 사명을 다한 글자들이 덩어리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그런 글자들은 허공에서 서서히 흩어져 사라졌다.

 

  덩어리는 계속해서 줄어들어 갔다.

 

  사람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존재가 점점 줄어들더니, 마침내 완전히 소멸되었다.

 

  효령과 건축가, 두 명 외에는 방 안에 누구도 남지 않았다.

 

  “잘 했어, 치타.”

 

  효령이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건축가는 서서히 주저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바닥에 누웠다.

 

  효령은 그녀를 따라 바닥에 앉았다.

 

  본래 하얀 색이던 그녀의 옷은 이미 온통 붉은 피로 적셔져 있었다.

 

  효령은 잡고 있던 건축가의 팔을 놓았다.

 

  “넌 죽겠지.”

 

  “…그…래…”

 

  그녀의 목에 뚫린 구멍에서 피거품이 부글거리며 피가 튀겼다.

 

  그 바람구멍 덕분에 그녀의 목소리는 기괴한 쇳소리처럼 들렸다.

 

  “아쉽지는 않지?”

 

  건축가는 대답 대신 눈을 감았다.

 

  “그럼 됐지. 사람 어차피 언젠가 다 죽어. 그게 지금일 뿐.”

 

  효령은 담담하게 말하였다.

 

  “옆에 있어줄까, 아니면?”

 

  건축가는 눈을 감은 채로 대답하지 않았다.

 

  효령은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섰다.

 

  효령 자신이 이 곳에 온 이유는 알았다.

 

  건축가의 봉인을 완성시키기 위하여 글자가 효령을 부른 것.

 

  궁금한 것은, 어째서 고대의 건축가가 조선시대에 태어난 일단과 동일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걸까?

 

  “간다.”

 

  효령은 건축가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남기고 방의 출입구를 향하여 몸을 돌렸다.

 

  문을 밀고 나간 그는 승강기를 향하여 걸어갔다.

 

  그리고 승강기 너머로 보이는 아래쪽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그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뭐야, 저건!”

 

  1층의 승강기 주위 광장에는,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너무 멀어서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시력 5.0인 효령은 1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었다.

 

  이제까지 효령과 건축가가 방 안에서 상대했던 검붉은 형체와 동일하게 생긴 존재들 여럿이, 도망쳐 다니는 탑 안의 고대인들에게 마구잡이로 검붉은 빛을 쏘아대며 대량으로 학살하고 있었다.

 

  “하나가 아니었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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