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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눈치게임
작가 : 분홍떡볶이
작품등록일 : 2016.8.7

살고 싶다면 딴 사람의 호감을 얻어야만 한다.
호감을 얻기 위해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
목숨을 담보로 시작된 눈치게임 그 속의 이야기

 
눈치게임 2단계
작성일 : 16-09-30 13:37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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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어느새 도윤이 아빠와 의사의 대화를 엿 들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빠의 낯빛은 날이 갈수록 어두워졌고 그에 따라 엄마와 도윤의 걱정 역시 깊어져갔다.

 

 그들이 무슨 일이냐고 다 털어놓으라며 집요하게 물어보았지만, 아빠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자신의 병원비가 부모님께 엄청난 부담이라는 것을 도윤이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부모님들은 단 한 번도 도윤의 앞에서 티를 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과장스럽게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렇기에 그는 낯선 아빠의 분위기가 걱정스러웠다. 분명 그날의 대화가 원인이었을 것이다. 마저 듣고 올걸. 도윤의 후회는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한숨에 묻어났다.

 

 도윤이 아빠가 어두워진 원인을 찾기 위해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았으나,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고민이란 늪이 목까지 차올라 자신을 옥죄어 오는 느낌이었다.

 

 일주일이 더 흘렀지만 해답을 찾지 못한 그는 답답한 맘에 헛되이 자신의 가슴을 두들겼다. 그 때, 밝은 목소리로 아빠는 병실문을 열었다.

 

 “아들!”

 

 도윤이 병실문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동안 어두웠던 것은 딴 사람 이야기인 것 마냥 밝은 표정의 아빠가 있었다. 더북하게 자란 그의 머리카락은 차분하게 다듬어져 있었는데, 전보다 단정하고 깔끔해진 느낌이 들었다.

 

 “뭐야. 사람 걱정은 다 시키더니.”

 

 그동안 걱정을 한 탓에 생기를 잃은 도윤의 머리카락을 아빠는 거칠게 헤집으면 말했다.

 

 “돈가스 먹으러가자.”

 

 “겨우 돈가스?”

 

 인상을 쓰며 냉정하게 말하는 도윤에 아빠가 크게 웃었다.

 

 “그러게. 미안하다, 아들. 아빠가 스테이크정도는 사야하는데. 그치?”

 

 밝은 목소리 속 어딘가 씁쓸함이 느껴지는 아빠의 말에 도윤은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것 봐, 이것 봐.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돈가스인데 스테이크라니. 돈가스 대자 사준다고 했었어야지. 아빠 자격 실격이야.”

 

 도윤은 눈을 흘기며 아빠를 쳐다봤다. 그가 한 말엔 자신을 향한 배려가 담겨 있단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빠는 도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도윤은 그를 끌고 서둘러 단골집으로 향했다. 돈가스 집에 들어서자 주인 할아버지는 오늘도 TV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할아버지, 딱딱하게 매일 뉴스만 보지 말고 드라마 같은 것 좀 봐요. 뉴스에 무슨 좋은 소식이 나온다고. 이번에 KYN에서 새로 방송하는 드라마 완전 재밌데요.”

 

 말을 마친 도윤은 KYN 채널로 바꿔달란 뜻을 담아 할아버지를 애타게 쳐다봤다. 그러나 그는 콧방귀를 뀌며 가볍게 무시할 뿐이었다.

 

 “그런 것만 보니 바보가 된지, 욘석아.”

 

 “바보라뇨! 저처럼 머리 좋은 애가 또 어디 있다고.”

 

 도윤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할아버지에 대한 작은 반항심으로 눈을 흘기며 답했지만, 그 표정은 돈가스가 내뿜는 연기와 동시에 흩어졌다. 그가 큼직하게 돈가스를 썰고 있을 때. TV에선 후서그룹과 관련된 소식을 내보내고 있었다.

 

 ‘후서그룹의 한태식 대표가 내일 오후 2시, 생방송으로 사과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 했습니다. 한태식 대표의 용기로 후서그룹이 국민들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죽음을 자극적인 방송소재로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공개적인 사과 연설은 엘디 발생이후 10년 만으로-.’

 

 “와 대박. 아빠, 저 사람 사과문 발표 할 건가봐. 어떻게 하면 저런 용기가 나냐. 나 같으면 그냥 숨었다. 내일 되면 죽은 목숨이라는 거잖아. 으- 그냥 완전 시한부네.”

 

 10년 전 엘디가 생겨난 이후, 기업회장을 비롯한 공인들은 얼굴이 밝혀지는 것을 꺼려했다. 전 국민이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손쉽게 알 수 있는 상황에서, 비리에 연루된다면 국민들의 분노가 오롯이 D의 수치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D의 수치는 사형선고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들의 삶은 시한폭탄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에 연예인들과 정치인들은 얼굴은 밝히되 가명을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했고, 정치인들은 범법행위가 발각 될 경우 실명을 공개하는 것이 처벌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기업 고위 관리들은 계약서 간의 서명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이름은 밝히되, 얼굴은 밝히지 않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계약서 작성 역시 대리인을 보내는 일이 고착화 되었다. 그들의 기업에 문제가 제기되어 사과연설이 필요할 때에는 그것을 인터넷 글 또는 자필문서로 해결하였다.

 

 “피해 규모가 엄청 크다더니, 직접 할 건가보네. 아빠, 나 사과문 연설하는 거 처음 봐. 아빠 시절엔 많이 봤다 했나? 아빠?”

 

 도윤은 쉴 새 없이 말을 내뱉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빠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빠는 젓가락을 쥔 손을 크게 떨고 있었다.

 

 “아빠 어디 아픈 거 아냐? 이마에서 땀 나.”

 

 도윤의 말에 아빠는 황급히 휴지로 땀을 닦았다. 그의 얼굴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뒷목까지 흐르는 땀을 부자연스럽게 닦던 그는 자신을 의아하게 쳐다보는 도윤에 얼버무리듯이 말했다.

 

 “아,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괜찮은 거 맞아? 안색이 안 좋은데?”

 

 “괘, 괜찮아 임마! 안색이 안 좋긴 어젯밤 잠을 좀 설쳐서 그래.”

 

 “뭐 때문에 잠을 설쳐.”

 

 “그냥 그럴 일이 좀 있었어.”

 

 “아빠 요즘 되게 이상한 거 알아?”

 

 “아빠가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돈가스 다 식겠다. 오늘따라 식사 중에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어휴, 오늘 날씨는 또 왜 이렇게 덥냐.”

 

 아빠는 부채질과 함께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들의 까만 눈동자를 피했다. 도윤은 그런 그를 가만히 쳐다보다 시선을 거두었다. 어색하게 말을 돌리는 아빠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다음기회에 묻기로 했다. 아빠의 기분이 오랜만에 돌아왔으니까.

 

 “내일 사과연설하면 난리 나겠네. 내일 TV에서 그것 밖에 안하겠네. 사람 죽음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다니 찝찝해. 우리 안에 가두고 동물 구경하는 것도 아니고.”

 

 “죽다니. 그냥 그럴 확률이 높은 거지. 혹시 아냐? 안 죽을지도. 꼭…. 죽을 리는 없잖아?”

 

 “그럼 다행인거고. 하지만 죽겠지. 그건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걸. 그러니까 저 결단을 내리기까지 오래 걸린 거지.”

 

 “저 사람의 L 수치가 높다하면 만에 하나 가능할 수도 있지 않나?”

 

 “진짜 희망사항으로 끝나겠네. 아니 근데 아빠는 왜 갑자기 저 사람 편을 들어?”

 

 “내가 언제 편을 들었다고 그래.”

 

 “아니 그렇잖아. 안 죽을지도 모른다느니, L 수치가 높다하면 가능하지도 모른다느니”

 

 “야, 그래도 사람인데 죽기를 바라냐?”

 

 “꼭 죽기를 바란다는 게 아니라-.”

 

 “됐어, 이 매정한 놈아.”

 

 툴툴거리며 식사를 마친 둘은 가게를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평소라면 웃고 떠들며 장난을 쳤겠지만 오늘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길을 걸었다. 공기마저 차분한 느낌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어색하진 않았다.

 

 “도윤아.”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아빠였다. 도윤은 대답대신 그와 눈을 마주쳤다.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다.”

 

 뜬금없는 말에 도윤의 머릿속엔 수 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장난기가 많아 친구처럼 지내던 아빠는 이렇게 진지한 말을 한 것은 손에 꼽혔다. 뭔가 불안감을 느낀 그가 걸음을 멈추면서 소리쳤다.

 

 “뭐야. 또 뭔 사고 쳤지?”

 

 “사고는 무슨 사고야.”

 

 “아 뭔데. 이번에 또 누구 도와줬는데. 얼마야.”

 

 “그런거 아냐.”

 

 “아니긴! 지금 딱 상황이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아니라는 말과 당장 얘기하라는 말을 반복하며 그들은 병실에 도착했다. 도윤은 어딘가 쓸쓸해 보였던 아빠의 표정이 홀가분해 보이자 더 이상 아무것도 캐묻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날 밤, 아빠는 엄마 차례임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피워 도윤의 곁을 지켰다. 웬일이래. 의아함을 느낀 것도 잠시, 몰려오는 피로감에 연신 하품을 하던 도윤은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런 그와 달리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 뒤척이던 아빠는 도윤이 잠든 것을 확인하곤 그의 침대 맡에 조심히 앉았다. 아빠는 잠든 도윤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움직이던 그의 손끝이 허공에 멈추었다.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떨림은 어느새 흐느낌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들 얼굴을 가득 담은 그의 눈에선 밤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도윤은 화장실에서 몰래 눈 붓기를 빼고 있는 아빠를 발견했다.

 

 “밤새 나 몰래 맛있는 거 먹었지.”

 

 “당연하지. 몰래 먹어서 맛있는 거야.”

 

 “치사하게. 아들 두고 먹는데 그게 다 넘어가든?”

 

 “모자라던데?”

 

 “나 오늘 엄마랑 아빠 빼고 야식 먹는다!”

 

 “어허, 누구 마음대로. 그나저나 아들, 아빠 1층까지 배웅 좀 해라.”

 

 “아들한테 음식 뺏길까봐, 잘 때 몰래 먹은 아빠를 배웅하라고?”

 

 자신을 배웅해달라는 아빠의 말에 도윤은 귀찮음이 가득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러나 막상 아빠가 출근 준비를 끝내자 그가 앞장서서 1층으로 나섰다. 병원로비에 도착하자, 아빠는 배웅해줘서 고맙다며 도윤을 힘껏 안고서는 그의 등을 토닥였다.

 

 품에 안긴 도윤은 눈에 낡은 아빠의 옷깃이 비쳤다.

 

 “아빠, 출근 늦었거든?”

 

 그는 괜히 퉁명스레 아빠의 지각을 일깨웠다. 아빠는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병원을 나섰다.

 

 “그래, 잠깐 우울할 수도 있지. 아빠도 사람인데. 돌아오는 생신엔 점퍼나 하나 사줘야지. 저게 뭐야. 자기 옷이 낡은지도 모르지. 어휴.”

 

 아빠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도윤은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드는 불안한 느낌을 애써 무시한 채, 콧노래를 부르며 병실로 돌아갔다.

 

 그는 자신의 불안한 느낌이 맞았음을, 손을 흔들던 아빠의 모습이 마지막 모습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날 점심, 도윤과 엄마는 과일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었다. TV에는 온통 후서그룹 사과연설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2시에 이르자 후서그룹 사과연설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대표의 이름이 불려지고 단산에 모습을 드러낸 모습에 도윤은 집고있던 포크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분명 출근한다고 나선 자신의 아빠였다. 어제 자신과 돈가스를 먹던 아빠였다. 자신의 수술을 위해 의사에게 무릎을 꿇은 아빠였다. 사태파악을 하기도 전에 도윤의 머릿속엔 그가 아빠에게 건넸던 말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아빠, 저 사람 사과문 발표 할 건가봐. 어떻게 하면 저런 용기가 나냐. 나 같으면 그냥 숨었다. 내일 되면 죽은 목숨이라는 거잖아.’

 

 ‘사람 죽음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다니 찝찝해.’

 

 ‘그럼 다행인거고. 하지만 죽겠지. 그건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걸. 그러니까 저 결단을 내리기까지 오래 걸린 거지.’

 

 

 당연하다는 듯 죽음을 내뱉는 아들에게 그가 조심스레 뱉은 말 역시 스쳐지나갔다.

 

 

 ‘저 사람의 L 수치가 높다하면 만에 하나 가능할 수도 있지 않나?‘

 

 

 도윤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 아침에 봤던 낡은 점퍼 대신 비싸 보이는 검은색 정장에 깔끔하게 머리를 넘긴 아빠의 모습은 다른 사람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의 왼손에 채워진 갈색시계를 보지 못했다면, 도윤 역시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할 말을 잃은 도윤과 달리 TV속 아빠는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연설문을 읽어갔다. 긴장한 것인지 말을 더듬던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았다. 숨을 고르고 다음 말을 이어가려 입을 연 그때였다.

 

 ‘크흑-. 으으윽.’

 

 아빠가 단상에 기대 심장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화면에 가득 찼다. 이내 아빠는 단상에서 미끄러지며 쓰러졌다.

 

 “안돼!”

 

 “여보!”

 

 병실 안, 도윤과 엄마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아빠의 죽음은 그날 생방송의 하이라이트였다. 연설 도중 괴로워하며 쓰러진 아빠에겐 차가운 시선만이 꽂혔다. 쓰러진 그의 옷깃사이로 엘디 수치가 드러났다. D-000 / 0000. 그날 방송의 엔딩이자, 다음날 신문 1면을 장식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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