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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눈치게임
작가 : 분홍떡볶이
작품등록일 : 2016.8.7

살고 싶다면 딴 사람의 호감을 얻어야만 한다.
호감을 얻기 위해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
목숨을 담보로 시작된 눈치게임 그 속의 이야기

 
눈치게임 1단계
작성일 : 16-09-30 13:35     조회 : 361     추천 : 0     분량 : 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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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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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디’로서 시작된 눈치게임에 니은은 하나의 말판으로,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한 말로 변해있었다.

 

 이 거대한 말판위에서 한도윤은 꽤 행복한말에 속했다.

 

 ***

 

  2016년 6월, 병실 안에는 새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침대에 앉아 있다. 소년의 눈동자는 머리카락과 같이 매우 까맸는데, 쌍꺼풀 없이 째진 눈매와 조화를 이루어 눈을 마주치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피부는 오랜 병원생활 탓인지 매우 하얗고 창백했다. 이는 머리카락과 대비되어 더욱 하얗게 빛났다. 소년의 옆에는 중년의 남성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누추한 점퍼를 걸치고 있었지만 옷매무새는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갈색 머리는 이마를 넘어 눈썹에 닿아 어딘가 어수룩한 느낌이 들게 했다.

 

 그의 눈매는 날카로운 소년의 눈매와 닮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는데, 이는 그의 눈가에 자리 잡은 눈주름 때문이었다. 그가 웃을 때면 눈주름을 따라 눈이 접히면서 매우 선한 인상을 주었다.

 

 침대에는 소년을 칭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도윤/19살/남) 이라고 적힌 팻말이 걸려있었다. 팻말의 주인공인 도윤은 유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표정에 매우 생기 넘쳤다.

 

 타고난 천성과 부모님의 성품 덕에, 오랜 투병생활과 불투명한 퇴원날짜로 매일 병원비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행복해 했다. 특히 오랜 봉사활동을 통해 사랑 나누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부모님은 그가 힘든 투병생활을 견디는 힘이었다.

 

 도윤은 20살 생일을 10개월 앞두고 있었다. 어린 시절 엘디의 발생으로 사람들이 불안감에 떨었을 때에도 그는 20살 생일이 오기만 기대했었다. 그의 부모님 목 뒤엔 압도적인 L 수치가 새겨져있었다. 그것은 도윤의 자랑이자, 그가 닮고 싶은 부분이었다.

 

 20살 생일을 향해 갈수록 그의 마음은 들떴으나, 한편으론 어딘가 불안했다. 그러나 그 불안감도 지금처럼 아빠와 함께 병실 침대에 나란히 앉아 장난을 칠 때만큼은 모두 사라지곤 했다.

 

 “이야~ 한태식 선수 오늘도 수치가 엄청납니다. 아들보다 세배는 오래 살겠습니다.”

 

 도윤은 아빠의 점퍼 옷깃을 걷어 엘디 수치를 확인하고는 해설위원 말투를 과장스럽게 따라했다.

 

 “그럼. 세배가 뭐냐. 네 배는 더 살아야지.”

 

 아들의 장난에 여유롭게 받아친 답한 아빠는 도윤의 환자복 옷깃을 걷었다. 20살 생일이 지나지 않은 도윤의 몸엔 글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도윤 선수. 엘디 수치가 무한대네요. 이거 완벽한 불사조 아닌가요?”

 

 아빠의 말에 도윤은 두 팔을 뻗고는 날개 짓을 했다.

 

 “이거 별 수 없이 평생 같이 살아야겠네요.”

 

 장난스럽게 뱉었지만 도윤의 말엔 그의 바람이 담겨있었다. 도윤의 부모님은 농담으로라도 그의 앞에서 죽음이란 단어를 내뱉지 않았다.

 

 엘디가 나타난 이후 죽음 없는 삶이 모두에게 현실이 되었으나 도윤이와 같은 환자들에겐 예외였다. 도윤은 자신의 엘디 수치를 보지 못한 채 죽을지도 모른단 사실에 괴로워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부모님은 그에게 엘디 수치가 초과해서 표시되지 않는다며 진정한 불사조라고 농담을 던졌다.

 

 “카운트다운! 300일 남았습니다. 자 아들의 엘디 수치는 어디 새겨질까요?”

 

 “글쎄요. 저와 같은 뒷목만 아니면 좋겠습니다,”

 

 이번엔 기자에 빙의되어 묻는 도윤에, 아빠가 익살스럽게 답했다.

 

 “왜! 나랑 같이 문신한 것 같고 좋잖아”

 

 입을 삐쭉 내민 채 답하는 그에게 아빠는 고개를 내저었다.

 

 “어휴. 징그럽다 자식아. 내가 너랑 일상생활도 모자라서 문신까지 공유해야겠냐.”

 

 아빠는 인상을 찌푸리다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째려보는 도윤에 이내 미소를 띠웠다,

 

 “돈가스 먹으러가자.”

 

 “아싸.”

 

 언제나 같은 마무리였다. 장난스러운 대화의 끝은 항상 돈가스였다. 항상 반복되는 상황에 도윤의 엄마가 돈가스 평화협정이란 이름을 붙일 정도였다.

 

 ‘오늘도 돈가스 평화협정 성립이야?’ 엄마가 옆에 있었으면 필히 뱉었을 말이었다. 병원을 벗어나 익숙한 단골가게에 들어간 부자는 늘 앉던 테이블에 앉아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주인 할아버지는 TV로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그의 흰 머리칼과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이 그의 나이를 가늠케 했다. 도윤은 주인 할아버지께 밝게 인사를 하고는 돈가스를 주문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아시죠? 저희 대자 같은 중자 두 개 주세요.”

 

 “그럼 나는 뭐 벌어먹고 살라고 욘석아.”

 

 손가락 두 개를 곱게 펴 대자를 강조하는 도윤에 할아버지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러나 쌀쌀맞은 겉모습과 달리 그는 사내답지 않게 싹싹하고 애교 많은 도윤을 퍽 아끼고 있었다.

 

 따뜻한 물만 마시는 그를 위해 매번 부엌에서 묵묵히 물을 끓여 가져다 내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도윤 역시 그런 그의 마음을 잘 아는 듯 올 때마다 더욱 살갑게 굴곤 했다.

 

 이윽고 돈가스가 나오자 부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접시에 얼굴을 박은 채 식사에 몰두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 규모는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후서 그룹 한태식 대표의 대처 방식에 대해 귀추가 주목 될 것으로-.’

 

 가게 안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도윤은 뉴스 속 익숙한 이름에 장난기가 발동했다.

 

 “아빠. 저 한태식 씨는 후서 그룹 대표래. 또 다른 한태식 씨는 내 앞에서 이렇게 돈가스를 먹고 있는데.”

 

 “그래도 내가 더 깨끗하게 살잖아.”

 

 도윤의 아빠는 돈가스에 시선을 고정한 채 덤덤하게 대꾸했다.

 

 “헐. 그렇게 맞는 말로 대꾸하면 제가 뭐가 됩니까.”

 

 “송믈(속물)”

 

 입안을 가득 채운 돈가스 탓에 웅얼거리며 짧게 답한 아빠가 물을 들이켰다. 그런 그를 노려보며 도윤은 남은 돈가스를 입에 욱여넣었다.

 

 

 병실 안.

 

 

 새벽 1시. 평소라면 잠에 들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도윤은 행여 보호자 침대에 잠들어 있는 아빠가 깰까 조용히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그가 잠들지 못한 이유는 저녁 일 때문이었다.

 

  돈가스를 먹고 병실로 들어서던 그들을 간호사가 다급하게 불러 세웠다. 담당의사가 도윤의 아빠를 찾았었다는 것이었다. 아빠는 안에 들어가 있으라는 말을 남기곤 간호사를 뒤따라갔다.

 

 무언가 불안한 느낌이 든 도윤은 그를 몰래 뒤 따라갔다. 아빠가 담당의사 사무실로 들어서는 것을 본 그는 문틈 사이로 그들의 대화를 조심스레 엿들었다.

 

 “아시다시피 도윤이는 2번의 수술이 더 필요합니다. 그런데 입원비도 아직 다 납부를 못하신 지금상황에선···.”

 

 “정말 죄송합니다. 보름, 아니 일주일. 딱 일주일만 기한을 주시면 입원비 모두 납부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도윤이가 하루빨리 수술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성공률이 너무 낮은 수술입니다. 차라리 집에서 요양과 약물치료를 병행하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제발요, 선생님. 도윤이가 살 수 있는 희망만 있다면 뭐든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수술비는 최대한 빨리 모으겠습니다.”

 

 평소와 달리 진지한 모습으로 부탁하는 아빠를 보며 도윤은 가슴이 저릿해져 옴을 느꼈다.

 

 “아버님, 수술비가 어느 정도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하는 의사를 향해 도윤의 아빠는 무릎까지 꿇어가며 빌었다.

 

 “제가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도윤이 수술, 때가 지나면 그 마저도 못하게 된다는 거 다 압니다. 절대 돈 떼먹는 일 없이 다 지불하겠습니다.

 제가 그럴 사람 아니란 거. 누구보다 선생님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수술결과에 대해 일체 원망도 하지 않겠습니다. 아니, 혹시라도 제가 저도 모르게 선생님을 원망하게 되더라도 절대 티 안 내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일말의 하소연도 하지 않겠습니다. 모두 제가 다 감당하겠습니다. 제발 수술만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의사는 그런 도윤의 아빠를 안타깝게 쳐다볼 뿐이었다. 도윤은 대화를 더 듣기 힘들어 병실로 돌아갔다. 잠시 후, 병실로 들어서는 아빠의 인기척을 느낀 도윤은 아무 일 없는 듯 웃으며 그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고른 숨을 의식적으로 내쉬며 잠든 체 하였다.

 

 도윤이 잠든 모습을 본 아빠는 혹여나 도윤이 깰까 염려하여 조용히 병실 불을 끈 후 보호자 침대 위에 몸을 뉘였다. 그 날 밤은 도윤에게도, 도윤의 아빠에게도 유독 길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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