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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고딩부부
작가 : 플라다
작품등록일 : 2019.9.8

하나를 안았을 때 반짝이던 하나의 눈동자.
좀 더 보고싶은 그 눈동자가 눈꺼풀에 의해 스르르 감기던 순간.
찬은 다시 한 번 하나의 눈동자가 보고 싶었다. 눈을 뜨고 자신을 보아줬으면 싶었다.
찬이 하나를 안고 보건실로 달릴 때 찬의 심장은 뛰기를 멈춘 것만 같았다. 심장만 멈춘 것이 아니라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나를 안고 달릴 때 오래전 기억하나가 찬에게 떠올랐고, 찬은 두려웠었다.
그 후, 찬은 하나가 괜찮은 걸 여러 차례 확인하고서야 안심을 했다.
“전학생….”
찬은 어쩐지 하루 종일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아이가 신경 쓰였다. 하나의 잔상이 찬에게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날이었다

 
나의 눈물 속에 너의 눈물
작성일 : 19-09-08 14:41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6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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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다음날 아침, ‘부르르릉’ 소리도 요란하게 찬이 오토바이를 타고 등교했다. 어쩐지 오늘 기분이 좋아 등굣길에 저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지고 즐거운 것이 좋은 일이 기대되었다.

 

 찬이 오토바이에서 내려 교실을 향해 걷는데 어제 옥상에서 싸움을 걸어왔던 god7(갓세븐)이 찬의 앞을 막아섰다.

 

 

 “어젠 학주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우리 오늘은 끝을 봐야지? 같은 하늘 아래 태양이 둘이 될 수는 없잖아?”

 

 “태양이 둘이 될 수 없는데 니들은 패거리로 일곱 명이나 신이냐? 그거 그냥 니들이 다 해 쳐드셔. 난 관심 제로니까.”

 

 

 찬이 몸을 돌려 지나치려하자 god7 중 하나가 찬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려는 걸 찬이 가볍게 뛰어 그 발 위를 밟아버리자 고통스런 비명소리를 냈다.

 

 

 “아야야야얏.”

 

 “니들한테 내가 너무 쉬어보였구나!”

 

 

 찬이 씨익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오늘 끝나고 옥상에서 기다릴 테니까 옥상으로 와.”

 

 “난 안 간다고 말했다.”

 

 “후회할 텐데….”

 

 

 찬이 유유히 갓세븐 일곱 명을 뚫고 나오자 찬이 걷는 걸음마다 찬의 앞에 섰던 아이들이 옆으로 피했고, 여학생들은 따가운 시선을 보내며 수근 거렸다. 이런 반갑지 않은 시선들을 온몸으로 느끼는 찬이었지만 이런 것쯤 늘 겪었던 것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았고 오늘은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찬은 차라리 두들겨 패거나 두들겨 맞는 것이 적성에 맞았고, 이런 물과 기름 같은 느낌이 진저리나게 싫었다.

 

 찬이 교실로 들어서자 교실 안의 아이들이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 쓴 듯 조용해졌다. 좀 전에 패거리들과 있었던 이야기가 이미 교실까지 발 없는 말이 되어 달려온 결과였다.

 

 

 “뭐야? 이거!”

 

 

 찬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가방을 책상 위에 내던졌다.

 

 

 “어, 뭐 필요한 거 있어? 대… 대장.”

 

 

 얼마 전 찬에게 덤볐다가 호되게 맞은 호식이 냉큼 찬 앞으로 나갔고, 대장 소리에 자동적으로 돌아보던 하나와 찬의 눈이 마주쳤다.

 

 찬이 내심 반가워한 것과 달리 하나가 흠칫 몸을 획 돌리는 바람에 찬의 마음에 한줄기 찬바람이 불었다.

 

 

 “어이 거기 전학생!”

 

 

 가까운 곳에서 천둥이라도 친 듯 하나가 한껏 몸을 움츠리며 못 들은 척 하려했지만 찬은 집요하게 다시 하나를 불렀다.

 

 

 “안 들려? 전학생!”

 

 

 지선이 하나의 손을 잡고 하나에게만 들리도록 낮은 소리로 함께 걱정했다.

 

 

 “어떡해….”

 

 

 하나가 지선을 안심시키며 뒤돌아 대답했다.

 

 

 “나? 나 불렀어?”

 

 “그럼. 너 말고 또 누가 전학생인데? 아하 대장이라고 불러야 하나?”

 

 “아니아니, 대장은 무슨. 왜에? 왜 불렀는데?”

 

 

 하나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밥 먹었어?”

 

 

 - 삐약삐약삐약

 

 

 하나의 머리위로 병아리들이 삐약 거리며 지나쳐갔다.

 

 

 “바… 밥?”

 

 

 찬의 엉뚱한 질문에 하나 뿐이 아니라 교실에 있는 다른 친구들 모두가 의아하게 찬을 바라보았다.

 

 

 “뭘 봐?”

 

 

 거친 목소리로 찬이 교실 안의 아이들에게 눈을 부라리자 다들 일시에 딴청을 부렸다.

 

 

 “전학생, 너 밥 먹었냐고?”

 

 

 그렇게 모두 찬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렸지만 하나는 찬의 시선을 견뎌야했다.

 

 

 “아… 아니.”

 

 “빵 두 개, 우유 두 개!”

 

 

 찬이 호식을 향해 짧고 간결한 의사전달을 끝내자 눈치 빠른 호식이 찬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가 냉큼 매점으로 달려갔고, 이제 찬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창밖에 시선을 고정했다.

 

 

 “어이가 없네.”

 

 

 하나는 자기 볼일만 보고 딴청을 부리는 찬이 불쾌했지만 폭행과 방화와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홍방파와 관계있는 찬의 존재는 이미 하나에게 두려운 존재였다.

 

 

 곧 호식이 번개처럼 빠르게 빵과 우유를 사가지고 찬의 앞에 내려놓았다.

 

 찬이 빵을 공중에 던져 두 번 튕기더니 하나의 머리를 향해 던져 하나의 머리에서 통하고 빵봉지가 튕겨 떨어졌다.

 

 

 “뭐, 뭐야?”

 

 

 하나가 빵을 던진 찬을 보았을 때 찬이 빙글거리며 한 마디 했다.

 

 

 “먹으려면 먹던가!”

 

 ‘우쒸. 이게 먹으라면서 던져? 내가 개도 아니고’ 하나가 작심한 듯 떨어진 빵을 집어 당차게 찬의 책상에 올렸다.

 

 “안 먹어!”

 

 “어허라.”

 

 

 찬이 의뢰하는 듯 하나를 보았듯 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찬과 하나를 향했다.

 

 

 “밥! 안 먹었다며!”

 

 “내가 밥 안 먹고, 먹고는 니가 신경 안 써도 돼.”

 

 

 하나는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떨리는 목소리로 용기를 내 찬을 향해 말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찬이 겁먹은 하나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데 아직까지 느껴본 적 없는 아련함이 찬을 훅 훑고 지나쳐갔다.

 

 하나는 자리로 돌아와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손을 모아 하나님, 부처님, 예수님, 성모님, 모든 신을 불러 자기를 보호해 달라고 기도했고, 지선도 함께 떨고 있었다.

 

 

 “하나야, 어쩌자고….”

 

 

 반 아이들은 개미 한숨소리 조차도 들리지 않게 조용히 하나와 찬을 지켜보았다.

 

 일초,

 

 이초,

 

 삼초,

 

 사초,

 

 오초..

 

 

 찬의 버럭 소리가 들려올 줄 알고 기다렸는데 의외로 찬의 웃음소리가 교실을 채웠다.

 

 

 “아하하하하하. 재미있네. 전학생.”

 

 

 한동안 찬의 웃음소리가 울렸고 찬이 이어 말했다.

 

 

 “아차차, 전학 왔으니 내 소문을 못 들었겠구나. 그렇지. 내가 그 생각을 못했네. 미안.”

 

 

 찬의 부드러운 웃음 사이를 하나의 단호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아니, 다 들었어. 폭행에 도박, 마약, 그리고….”

 

 

 지선이 옆에서 필사적으로 말렸지만 하나는 교실의 아이들이 다 듣고 있는데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왔는지 감히 찬에게 맞서고 있었다. 하나가 차마 말끝을 흐리자 찬이 이어 말했다.

 

 

 “그리고, 살인? 푸하하하하하.”

 

 

 순식간에 반 분위기는 공포감마저 감돌았다.

 

 

 “그… 그… 그래.”

 

 

 찬이 천천히 걸어와 하나의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지그시라고 했지만 상대를 위협하려는 행동이니 하나가 전에 없이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런 얘기를 다 듣고도 전학생 너는 내가 안 무서워?”

 

 “무… 무서워.”

 

 

 하나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고, 어쩌면 왈칵 눈물이 쏟아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찬의 입 꼬리가 비열하게 올라가자 교실 안 아이들은 하나와 같이 모두 겁을 먹은 상태가 되어 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전학생!”

 

 ‘제발 나를 그렇게 부르지 말아줘.’ 하나는 가슴이 쪼그라들다 못해 훅 불면 먼지를 일으키며 가루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너의 용기가 가상하다! 넌 내가 특별히 봐준다!”

 

 

 찬이 하나의 등을 ‘퍽’ 치는 것으로 이 모든 긴장된 순간은 싱겁게 끝이 났다. 찬은 하나의 지금 행동이 당돌하고 귀여워서가 아니었다. 하나의 용기가 가상해서도 아니었다. 찬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마음들이 찬의 안에서 이제껏 단단하게 쌓아온 찬의 마음 한편을 허물어뜨렸다.

 

 

 “우와아아아.”

 

 

 반 아이들이 소리를 낮춰 환호성을 질렀다.

 

 

 “조용히 안 해!”

 

 

 찬이 책상을 걷어차자 다시 교실은 조용해 졌고, 이후, 수업시간 내내 하나는 뒤통수에 눈이 달린 듯 찬을 방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끔 하나가 보이지 않게 찬을 힐끗거리면 찬은 큭 소리를 낼 뿐이었다.

 

 하나는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쉽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

 

 

 찬이 담임의 호출로 교무실에 갔을 때 담임은 한 차례 훈계를 한 후에 덧붙였다.

 

 

 “찬아, 부모님 생각해서라도 우리학교에서는 졸업해야지 않겠니? 어제 아버지, 어머니와 통화를 했는데 네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

 

 

 찬이 담임의 설교를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교실로 돌아왔을 때, 하나는 이미 꽁지가 빠지게 찬의 시선에서 달아난 후였다.

 

 찬은 자신이 하루 종일 하나의 뒤꼭지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으면서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교실에 돌아와 하나가 보이지 않자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하루 종일 교실에서 찬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움찔거리던 하나의 뒷모습이 귀엽다 못해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찬이 오토바이를 타고 교문을 빠져나오니 찬의 아버지가 보낸 승용차가 서 있었다.

 

 기사가 찬을 알아보고 찬의 오토바이를 세우며 말했다.

 

 

 “원장님께서 학교 끝나면 모시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내참, 내가 알아서 갈게요.”

 

 “안됩니다. 그럼 제가 원장님께 꾸중 듣습니다.”

 

 “아, 가면 되잖아요. 가면! 내가 차를 타고 가는지,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지 아시겠어요?”

 

 

 찬이 기사의 말을 듣지 않고 오토바이의 방향을 병원으로 잡고 향해 달렸다.

 

 

 찬의 아버지가 원장으로 있는 대한병원.

 

 최고의 의료진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 아픈 사람들을 계층별로 나눈다는 것은 우습지만 대한병원은 최고의 상류층 그룹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한쪽은 상위층병동이, 다른 한쪽은 그 외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병동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찬은 늘 냉소적인 아버지처럼 멀리서부터 찬 공기를 가득 품고 있는 대한병원이 주는 싸늘함이 싫었다.

 

 

 “아버지….”

 

 

 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찬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 전쟁과 같은 이혼소송을 진행하며 찬을 시골의 한 고아원에 두 달 보낸 적이 있었다.

 찬의 어머니는 그때의 일을 두고두고 찬에게 미안하게 생각했지만 사실 찬은 살면서 그때가 가장 행복한 때라고 기억했다.

 

 아버지 병원에 와서 하기에는 사치스런 기억이라 생각하며 걷고 있을 때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얼굴 하나가 찬을 스쳐 앞으로 내달려가고 있었다.

 

 

 “전학생, 저저… 치마입고 달리는 꼴이.”

 

 

 이제야 찬은 전학생의 이름을 모르고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전학생 이름이….”

 

 

 하나는 찬을 의식하지 못하고 앞으로 달렸고, 찬은 어느새 하나의 뒤를 밟았다.

 

 하나가 향해가는 병동은 상위층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병동이었다.

 

 

 “누가 입원했나?”

 

 

 찬이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하나가 6인병실 안으로 들어갔고, 찬은 문가에 서서 하나를 지켜보았다.

 

 

 “할머니, 나 왔어.”

 

 “으응. 하나 왔구나.”

 

 “할머니, 많이 아파?”

 

 “하나야. 핼미 괜찮아.”

 

 

 할머니는 부쩍 힘이 빠져보였다.

 

 

 “할머니, 밥 또 안 먹었네.”

 

 

 하나가 옆에 놓은 병원식판을 보며 말했다.

 

 

 “소화가 안 돼.”

 

 “어떡하지? 내가 죽이라도 쒀가지고 올까?”

 

 “하나야.”

 

 “응. 할머니.”

 

 “핼미 얘기 잘 들어. 핼미는 이제 하나 옆에 오래 못 있어.”

 

 “할머니, 또 그 소리야? 그런 말 하지 말고 빨리 나으라니까?”

 

 “핼미라고 하나 옆에 오래오래 있고 싶지 않겠어?”

 

 “할… 머니.”

 

 

 하나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하나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 할머니의 눈에도 눈물이 번졌다.

 

 

 “할머니, 하나 생각해서 죽지마. 왜 자꾸 약한 소리하고 그래.”

 

 “하나야, 핼미 마지막 소원이야. 우리 하나 시집가는 거 보고 눈 감으면 여한이 없겠어.”

 

 “할머니, 울지마.”

 

 

 하나가 할머니 눈물을 닦고, 할머니가 하나의 눈물을 닦으며 서로를 안고 우는 모습에 찬은 뭔가 뭉클함을 느끼며 돌아서 나왔다.

 

 

 

 “302호, 김순애 할머니 상태가 어떤가요?”

 

 

 찬은 남의 가정사에 관심을 갖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어쩐지 하나를 돕고 싶은 마음에 어느새 간호사에게 하나 할머니의 상태를 묻고 있었다.

 

 

 “가족인 가요?”

 

 “아닙니다.”

 

 “그럼 말씀드릴 수 없는데요.”

 

 

 그렇다고 물러설 찬이 아니었다. 찬은 꼭 하나 할머니의 상태를 알고 싶어서 병원장 아들의 신분까지 밝히며 할머니의 상태를 알아내고야 말았다.

 

 간호사의 말로 할머니의 상태는 아주 나빠서 손을 쓸 수 없고, 앞으로 길어야 생이 한 달 남짓 남았다고 했다.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밖에는 없다는 것까지 상세히 말해주는 것은 병원장의 아들 신분 덕분이었다.

 

 

 찬은 착잡함을 느끼며 기학성 원장실이라 아버지의 이름이 붙은 원장실 문에 노크했다.

 

 

 - 똑똑똑

 

 

 “들어와요.”

 

 

 찬의 아버지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가늘고 차가웠다.

 

 

 “아버지 저 왔습니다.”

 

 “이리 앉아라.”

 

 

 불같은 성격을 가진 찬의 아버지는 찬바람을 일으키며 찬을 소파에 앉혔다.

 

 

 “찬아, 니 나이가 지금 몇 이냐? 내가 아직도 네 학교 선생들한테 네가 쌈박질이나 했다고 전화를 받아야겠냐? 이 아버지는 도저히 너를 이해할 수가 없구나. 학창시절 내내 싸움질이나 하면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냐? 뭐 하고 싶은 게 있기나 한 거냐? 지금 이대로라면 애비 도움 없이 고등학교 졸업도 못할 텐데. 사회에 나와서 쓰레기 밖에 더 되겠냐?”

 

 “아버지!”

 

 

 찬이 힘주어 목소리를 냈다.

 

 

 “어디 너도 입이 있으면 한 번 말해봐라.”

 

 “저를 그렇게 걱정하고 계신 줄 몰랐어요. 아버진 아버지 인생을 즐겁게 살고 계시잖아요.”

 

 “너, 이놈의 자식. 지금 그게 무슨 소리냐?”

 

 “왜요? 아버지 인생사시겠다고 저하고 엄마를….”

 

 

 분노한 아버지에게 맞서려고 과거까지 꺼내 올리려던 찬이 하던 말을 그만두었다.

 

 

 “어디… 계속해 보거라!”

 

 

 찬의 아버지는 쌈박질로 시간을 보내는 덜떨어진 찬이 자신의 지난 과거를 들추려들자 찬을 향해 눈에 불이 이글거렸다.

 

 

 “그만 두시죠.”

 

 “그만두긴 뭘 그만둬! 너 같은 쓰레기는 그냥 그때 고아원에서 크게 뒀어야 했어.”

 

 “네에. 그때 저를 그냥 두시지 그러셨어요. 저는요. 제 인생에서 그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오냐. 너 같은 배은망덕한 걸 자식으로 여긴 내가 바보지.”

 

 “네에 저도 아버지 같은 위선자가 제 아버지인 게 창피해요.”

 

 “이 미친놈.”

 

 

 - 쫙

 

 

 결국, 모든 감각이 마비된 채 분노로 휩싸인 찬의 아버지가 찬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놀란 찬이 한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아버지가! 아버지가! 창피해? 어디서 감히.”

 

 “아버지가 아버지 인생 사시 듯이 저도 제 인생 살 테니까 이제 제가 쓰레기 인생을 살던 뭘 하던 간섭하지 마세요.”

 

 

 찬이 문을 박차고 나와서 온 힘을 다해 달렸다.

 

 

 “아버지가 뭔데, 아버지가 뭔데….”

 

 

 찬은 달려서가 아니라 마음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아서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아서 숨이 찼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혼자 있는 곳이었다면… 이곳이 아버지의 병원만 아니었다면… 크게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빨리, 최대한 빨리 이 병원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아버지 따위, 아버지 따위, 젊은 여자와 살기 위해 엄마와 자식을 버린 위선자.”

 

 

 늘 아버지를 대할 때면 목까지 치밀어 오르는 말이었다.

 

 

 “내가 어른이 되면… 내가 빨리 어른이 되면… 당신 따위. 당신의 위선 따위.”

 

 

 찬이 달려서 병원을 빠져나가려 할 때 할머니 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밖으로 나온 하나가 찬을 보았다.

 

 

 “기찬?”

 

 

 순간, 놀란 하나가 몸을 돌렸는데 찬의 눈에 비친 눈물을 본 듯해 다시 찬을 보았다.

 

 

 “찬이 설마 지금 울고 있는 건가? 아냐. 지금 내 눈에 고인 눈물 때문에 그래서 찬이 울고 있는 걸로 보이는 걸 거야….”

 

 

 하나는 절대로 찬 같이 무서운 아이가 울고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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