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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4화. 불변의 법칙
작성일 : 19-09-06 15:40     조회 : 43     추천 : 0     분량 : 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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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동생을 향한 부모님의 사랑은 저를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부모님이 바라보는 동안은 그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잘 노는 척, 착한 언니인 척하다가도 영악하게 부모님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으면 언제나 동생에게 못된 행동을 일삼으며 괴롭히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

 동생이 저의 괴롭힘에 대한 괴로움과 아픔에 몸서리치면서 울라치면 그 모든 것의 원인이 저란 걸 감춘 채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라는 6살짜리 제스쳐는 순수했습니다.

 ​

 하지만, 저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더할 나위 없이 예민해진 동생은 제 모습이 눈에 띌 때마다 자지러지게 울면서 반응을 보이는 터라 부모님의 관심은 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더욱더 동생에게 향하고 있었습니다.

 ​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은 애정결핍이라는 결과를 낳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았습니다.

 ​

 저의 행동은 부모님이 보기에 걱정스럽게 변하기 시작한 건 어쩜 당연한 것이지요.

 ​

 어느 순간부터인지 전 짧디 짧은 손톱을 피가 날때까지 물어뜯는 행동을 보였고 엄마의 외출에 예민한 모습을 보이며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

 엄마가 화장실만 가도 놀란 심장으로 가슴 찢어지게 울면서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부모님을 잃어버린 아이인 양 찾기 일쑤였습니다.

 ​

 근처에 사시는 친할머니의 집에도 엄마를 찾아 울면서 들어가기를 여러 번...,

 

 할머니는 항상 놀란 얼굴로 제 손을 잡고 집으로 뛰어와 사라진 저를 한참이나 찾고 있던 엄마를 퍽이나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

 저의 두 번째 죄악은 그런 헛헛한 감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 수없었던 너무 어린 6살 꼬마는 이 채워지지 않고 비어있는 듯한 마음을 달래는 것을 감히 알 수 없었습니다.

 

 가슴에 집어 넣을 것이 없으니, 허하고 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계속 무언가를 뱃속으로 집어넣기에 바빴습니다.

 ​

 뱃속이 채워지면, 왠지 모르게 마음 또한 채워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

 그 허전한 마음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은 점점 심해지게 되었습니다.

 ​

 처음에는 그저 잘 먹는 것에 보기가 좋았는지, 부모님의 애정어린 눈길을 받기도 했습니다.

 ​

 그래서 그랬을까요?

 ​

 관심을 받는다라는 것이 좋았고, 어느덧 통통하니 살이 오른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애정 가득한 눈길도 좋았습니다.

 

 채워진 배만큼, 가슴 또한 가득 차버린 거 같아 적게 느껴지는 헛헛한 감정 또한 좋았습니다.

 ​

 그것이 소아 우울증이라는 병임을 깨닫지 못한 채, 전 또 다시 어린 나이에 알아채지 못할 식탐이라는 죄를 짓고 있었습니다.

 ​

 6살 나이에 느끼는 엄청난 가슴 속 외로움은 결국 폭식증으로 이어졌습니다.

 ​

 처음에 이쁘다 칭찬해주시던 부모님의 눈길은 점점 걱정스럽게 변해버릴 정도로 전 먹고, 체하고, 토하고를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득해진 부모님은 과도한 식탐으로 폭식을 하고 급체를 하는 절 보며 먹는 것을 절제시키려 했지만, 배가 채워졌을 때, 가슴 속에 느껴지는 헛헛함을 잊을 수 있다는 욕구로 과도한 반응을 보이면서 소리치고 발버둥치며 화를 냈습니다.

 ​

 그런 저의 행동이 낯설었을까요?

 

 엄마는 밥통을 껴안고 퍼먹는 6살 꼬맹이인 저를 어이없어 바라만 보기 일쑤셨습니다.

 ​

 그렇게 부모님은 절 이해하시기 위해 많은 부분을 노력하려 하셨지만, 그것은 동생이 태어나서 생긴 것임을 아시지는 못하셨습니다.

 ​

 결국은 답답한 마음 가득 가슴 속에 품으신 부모님께서 저의 손을 잡고 심리 상담 센터에 가서 이것 저것 테스트를 해보기 시작하셨습니다.

 ​

 상담사의 "이 아이는 지금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놀란 마음으로 절 꼭 안아주셨습니다.

 ​

 그리고 그날 이후, 엄마와 아빠는 저와 동생이 더 이상 친구가 될 수 없음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저와 동생의 시간을 더욱 철저하게 분리해 주시기 시작하셨죠.

 ​

 낮에는 근처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직장에서 돌아온 아빠의 자전거 보조 의자에 앉아 쌩쌩 달리는 속도에서 가슴 속 깊이 시원함을 느끼며, 그동안 아프디아픈 헛헛함을 채워 나갔습니다.

 ​

 

 어느 순간부터였을까요?

 

 ​

 저의 죄는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습니다.

 

 

 먹을 것에 대한 욕심은 유치원에서 친구가 많아지기 시작하고 하원후 이어지는 아빠와의 자전거 여행을 통해 조금씩 제게서 도망갔습니다.

 ​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저는 그제서야 저보다 작고 어린 동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동안은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빼앗아갔던 나쁜 것에서 불쌍한 동생이 되자, 그제서야 조금은 귀여워 보였습니다.

 ​

 하지만, 아직은 사랑하기에 6살의 전 어렸습니다.

 ​

 그때의 그 감정이 정말 끔찍했을까요?

 ​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불안하면 전 사정 없이 손톱을 물어뜯습니다.

 

 그리고 숨가쁘게 먹을 것을 찾기 시작하죠.

 ​

 마음이 아팠던 6살의 그때가 정말 많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죄를 죄라고 생각지못할 만큼...,

 ​

 저는 지금도 단호히 주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

 "몸이 아픈 것은 차라리 마음이 아픈 것보다 훨씬 나아. 몸이 아프면, 내가 아픈 걸 누구에게나 티를 낼 수 있거든. 그러면 사람들은 걱정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기라도 해. 하지만, 마음이 아프면 아무도 몰라 줘. 오롯이 나 혼자 견뎌내야 해. 그건 정말 끔찍한 짓이야. 자신도 모르게 죄를 짓게 되거든."

 

 

 ***

 

 

 저의 두 번째 불행은 6살이 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첫 번째 불행으로 생긴 화상 탓에 지속적인 피부 이식을 해야했던 발은 어린 남자아이에게 불편한 생활을 제공했습니다.

 ​

 이만하기 다행이다.

 ​

 어른들은 붕대에 칭칭 감긴 저의 발을 보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저의 고통이 다행인지는 사실 와닿지 않습니다.

 ​

 발에 생긴 고통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뭐가 다행이라는 건지...,

 ​

 전 어른들의 가식적인 그 말이 싫었습니다.

 ​

 그렇게 고통스러운 화상치료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 두 번째 불행은 서서히 고개를 들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

 6살 까불이는 여전히 감긴 발의 붕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방지축 날뛰기 일쑤였습니다.

 ​

 엄마는 혹시나 위험한 것이 있지는 않을지, 항상 노심초사하셨지요.

 

 화상 자국은 엄마의 가슴 속 괴롭게 박힌 못이 되어버렸거든요.

 ​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아직 어린 꼬마 남자아이는 그저 엄마의 사랑 가득한 잔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습니다.

 ​

 여전히 온 집안과 마당은 저의 놀이터였고, 엄마는 위험 요소를 치우기에 바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

 따가운 햇빛에 갇혀 신나게 마당에서 자전거를 타던 그 천방지축 장난꾸러기를 위해 엄마는 시원한 물냉면을 만들어 절 유혹하기 시작했습니다.

 ​

 집에서 어른들은 제 별명을 면돌이라 부르셨습니다.

 ​

 이 세상 모든 밥이 면이면 좋을만큼 세상 모든 면요리가 사랑스러웠습니다.

 ​

 한 포크질로 입 속에 넣으면, 후루룩하며 목넘김마저 환상적이게 부드러웠습니다.

 ​

 입에 남아있지 않은 아쉬운 마음으로 연신 포크질을 할 때의 감촉 또한 저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습니다.

 ​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눈앞의 빛나는 갈색면은 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역시 충분했습니다.

 ​

 후루룩 쩝쩝...,

 ​

 얼굴만치 큰 냉면 그릇을 들어 국물을 크게 들이키고는 마지막으로 계란까지 잡아 먹으면, 두둑해진 배를 두드리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

 문제는 불행이 저의 이 행복감을 시샘하고 고통스럽게 저에게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

 엄마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괜찮았습니다.

 ​

 모두가 함께 먹은 음식인데도 말이지요.

 ​

 신나게 냉면을 먹고나서 뛰어놀던 그 남자아이는 마당에서 뒤틀리기 시작한 배로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

 엄마는 자전거 타다 갑작스레 토하는 저의 모습을 보고 뛰어 오셨고, 등을 두드려주면서 이미 뱃속의 통증 가득해 열을 내는 저의 이마를 만져보셨습니다.

 ​

 그리고는 그대로 119에 전화하시자마자 저를 번쩍 자전거에서 들어 대청 마루에 눕히시고는 엄마 손은 약손으로 배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

 엄마 손은 약손임에도 제 배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

 구급대원들이 도착해서 잰 체온은 39도..,

 ​

 놀란 어른들은 저를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

 의사 선생님은 식중독이란 진단과 함께 함께 드신 어른들의 멀쩡함을 의아해 하다가 그저 면역력이 약한 6살 아이가 이기지 못한 것으로 합리화하셨습니다.

 ​

 괴롭게 뒤틀린 배의 고통은 병원에 와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

 의료진들은 계속 주의 깊게 저를 관찰했지만, 불행은 그것을 비웃으면서 말도 안 되게 한 달씩이나 절 식중독이라는 이름으로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

 

 쉬 낫지 않은 이 특이한 병이 불행의 장난임을 모르는 의사 선생님들은 아침마다 싫다고 몸부림치는 저의 피를 빼내면서 온갖 검사란 검사를 다하였지만, 그저 식중독이란 말도 안되고 이해도 안되는 결론에 고개를 가로젓기 바빴습니다.

 ​

 수액을 맞고 금식하기를 한 달하던 어느 날, 불행은 갑자기 나타나 저를 괴롭게 했던 그날처럼 소리없이 사라졌습니다.

 ​

 알 수 없는 증상에 학회 보고감이라 말하시던, 이제는 친해진 의사선생님들의 의아함 뒤로, 저는 그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 날 수 있었습니다.

 ​

 여전히 면돌이에 까불이지만, 그날 이후 냉면은 먹을 수 없었습니다.

 ​

 걱정 가득한 엄마의 마음 때문도 있었지만, 그 고통스러웠던 병원 생활 역시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이후에도 불행은 살며시 다가와 더욱더 지능적으로 저를 괴롭혔습니다.

 

 ​

 어릴 때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요?

 

 ​

 글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니 하나도 겪기 힘들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더구나, 저의 불행은 저를 향해 쏘아진 미사일처럼 저격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냐고요?

 ​

 사고가 있었던 그 끔찍했던 저녁, 전 사랑하는 그녀와 두 다리를 잃고나서 그저 넋나가 병원에 누워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스쳐지나가는 무시무시한 사고 장면부터 시작해서 지나온 삶을 곱씹어 보다가 온 몸에 돋는 소름으로 몸서리를 치며 울부짖었습니다.

 ​

 이 모든 불행은 처음부터 저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말입니다.

 ​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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