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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2. 영신제(迎神祭) (13)
작성일 : 19-09-02 23:32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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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만족스런 대답이 나왔다 느낀 걸까? 탈루가 말을 마치자마자 앞서의 세 목소리들이 동시에 말을 내뱉었다.

 

  -좋다.

  -신에게 구원 따위 바란 적 없다 이거지? 제법인데?

  -지켜보도록 하지.

 

  뭐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됐건 문제가 생긴 것 같지는 않았다. 탈루는 조금 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저…… 다 끝난 건가요?”

 

  조금 기다릴 것을 예상했으나 생각 외로 대답은 곧장 나왔다. 자신을 인도자라 소개한 신에게서였다.

 

  -그렇다. 판별은 모두 끝났다.

 

  “어…… 그럼 제 신은……?”

 

  -네 신은 운명에 의해 이미 정해져있다.

 

  조금은 당혹스러운 말이었다.

 

  “……그럼 세 분 중에 혹시?”

 

  탈루의 질문이 우스웠던지 자신을 선별자라 소개한 두 번째 목소리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아니야, 아니란다. 우리는 판별하는 자들. 부름에 답하는 존재가 아니란다. 운명이 제대로 된 짝을 지정해주었는지를 시험해볼 뿐이지. 그리고 우리의 결론은…… 그래, 제대로 잘 짝지어진 것 같구나.

 

  선별자의 말에 탈루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곧 올 것이다.

  -녀석도 꽤나 긴장한 눈치던데? 굉장히 오랜만일 것 아냐.

  -신에 대한 어떠한 것도 발설하지 말도록.

 

  탈루는 자신의 신에 대해 조금 더 묻고 싶었으나 이어지는 인도자의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공간을 흐르는 빛의 물결이 세 차례 출렁이면 너의 신에 도착했다는 뜻이다. 호아, 탈루. 운명의 주인을 대신하여 명컨대, 판별자들의 질문을 잊지 말고 주어진 운명을 수행하라.

 

  인도자의 말이 끝나는 순간, 탈루의 주위를 흐르고 있던 빛의 물결들이 한 차례 출렁거렸다.

 

  “지, 지금 한 차례 출렁거렸어요! 이제 두 번 남은 건가요?”

 

  그러나 어디에서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판별자들은 어디론가 사라진 것 같았다. 탈루는 긴장된 기색으로 다음 신호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서서히 기다림에 지쳐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갑작스레 주위의 빛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로 가던 것은 아래로, 아래로 흐르던 것은 탈루를 중심으로 뱅글뱅글 돌았다. 빛이 요동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공간자체가 왜곡되고 있었다.

 

  탈루는 숨을 멈췄다. 바야흐로 운명의 짝과의 만남이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작게 응축되었던 빛의 요람이 세상을 뒤덮었다.

 

 

  …….

 

 

  어느새 세상은 고요해져 있었다. 탈루는 평탄해진 빛의 흐름들을 바라보았다. 분명 조금 전과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탈루는 전과는 달라진 상황을 분명히 인지할 수 있었다. 여기 지금, 그의 신이 도착해있다.

 

  “지…… 지금 이곳에 계신가요?”

 

  탈루의 떨리는 음성이 고요한 허공을 가르고 빛의 무리에 안착했다.

 

  긴 침묵의 끝에 ‘신’이 대답했다.

 

  -으, 응…… 안녕?

 

  왠지 조금 수줍어하는 듯한 대답이었다.

 

  “신…… 저의 신이 맞으신 거죠!? 저와 운명의 짝인 그분이신 거죠? 그렇죠?”

 

  -응…… 맞는 것 같아. 나도 조금 얼떨떨하긴 한데…… 맞아, 맞는 것 같아.

 

  탈루는 신의 대답에서 조그마한 위화감을 느꼈다. 기이하게도 자신의 신이 생각보다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 혹시 어떤……?”

 

  -아, 응. 그렇지…… 아직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구나. 나는 작고 미약하니까 잘 느껴지지도 않을 테고…… 근데 알게 되면…… 꽤나 실망할지도 몰라…….

 

  탈루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길 꺼려하는 신이 있다는 얘기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제야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제가 감히 어떻게 실망을 하겠어요? 알려주세요.”

 

  -아 응, 그럼…… 앗! 근데 지금 당장 네가 여기서 나가야 할 것 같아. 이곳의 시간은 현실과 다르거든. 내가 여기로 넘어오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미안. 더 어물쩍거렸다간 어…… 네가 굶어죽을지도 몰라.

 

  순간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이었다. 탈루는 흩어지려던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았다.

  “그럼…… 어떻게 여기서 나가죠?”

 

  -그건 간단해! 내가 너의 메와 융화되기만 하면 되니까. 그런데 정말 나로 괜찮을까? 한 번 융화되면 다시는…… 그리고 나는 솔직히 조금 걱정되기도 해서…….

 

  “괜찮아요! 어서 해주세요!”

 

  탈루는 어느새 자신이 마치 후르를 대하듯 신에게 소리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사실 대단히 불경스런 짓에 가까웠지만, 다행히도 그의 신은 그다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오히려 그는 탈루의 재촉에 자극을 받았는지, 잠시 뒤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네게 속하게 되는 순간, 내가 어떤 존재인지는 자연스레 알게 될 거야.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그 순간 순백의 빛 무리가 탈루에 몸속으로 쇄도해 들어왔다. 탈루는 빛의 공간에 통째로 삼켜지는 듯한 환상을 보며 서서히 정신을 잃었다.

 

 

  *

 

 

  “아직…… 인가요, 샤?

 

  “거울의 빛이 아직 다 모이지 않았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

 

  “하지만 이러다 탈루가…….”

 

  “영신에서 돌아오지 않은 아이는 이제껏 단 한 명도 없어요, 티브리. 으뜸신녀께선 아이가 깨면 바로 먹일 수 있게 비수리 잎과 소금물을 준비해두세요.”

 

  티브리는 억지로 불안한 마음을 누그러뜨린 후, 제단을 내려가 대기 중인 가락신녀에게 필요한 것들을 조치시켰다.

 

  탈루가 영신에 들어간 지 어느덧 사흘째에 가까워져가고 있었다. 그 전에 대기한 시간까지 더하면 근 나흘가량을 아무것도 먹지 않은 셈이었다. 영신을 구경하던 수많은 이들이 죄다 녹초가 되었을 지경이니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으리라.

 

  강대한 신의 대한 기대는 접은 지 오래였다. 그저 몸성히 영신을 끝마치기만을 바라며 티브리가 제단 쪽을 돌아보고 있을 때였다.

 

  “빛이 모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샤의 외침이었다. 티브리는 가히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제단 위를 껑충 뛰어올라갔다.

 

  “가락신녀들은 북을 준비하라!”

 

  가락신녀들의 변화된 움직임에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제야 탈루의 영신에 변화가 생긴 걸 눈치 챈 모양이었다.

 

  “오래 기다렸다고!”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신이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냔 말이야!”

 

  샤는 반듯하게 누워 있는 탈루의 곁에서 그와 허공에 떠있는 거울을 끊임없이 곁눈질하고 있었다. 티브리는 그녀의 입가에 걸린 자그마한 미소를 보았다.

 

  “빛이 요동칩니다. 곧 빠져나올 것 같아요.”

 

  샤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울 속에서 뿌연 빛 한 줄기가 서서히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거울을 빠져나온 빛은 그대로 누워있던 탈루를 향해 쏘아져갔다.

 

  “메가 빛과 융화되고 있어요! 가락신녀들은 북을 쳐라!”

 

  샤의 명령에 가락신녀들의 북채가 공기를 갈랐다.

 

  둥. 둥. 둥. 둥…….

 

  “샤! 탈루의 신께서 그에게 들어오셨나요?”

 

  티브리는 샤가 눈을 감는 것을 보았다. 탈루의 메에 융화된 존재를 감지하기 위함이리라. 이미 그녀 외의 몇몇 예민한 자들 또한 감지를 시작한 듯 보였다.

 

  ‘할아범이 곁에 있었다면 곧장 냄새를 맡을 수 있었을 텐데…….’

 

  너구리할아범의 부재가 이때만큼 아쉬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때 감겼던 샤의 눈이 번쩍 뜨였다. 티브리는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로 물었다.

 

  “샤! 탈루의 신은!?”

 

  “그게…….”

 

  그 순간 그녀는 샤의 얼굴에 떠오른 난감함을 읽었다. 그것은 결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었다.

 

  “호아 탈루의 신은…….”

 

  휘토만큼은 아닐지라도 모두의 기대를 모은 아이였다. 사흘에 달하는 시간을 영신에 쏟은 아이는 과연 어떠한 신을 받았을까. 일족들 모두가 샤의 입을 주목했다.

 

  세상이 정지한 듯 잠시간 침묵이 흘렀다. 샤가 헛기침을 하며 목청을 틔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말은, 모두를 의문과 탄식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었다.

 

  “호아 탈루의 신은 겨우살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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