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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2. 영신제(迎神祭) (12)
작성일 : 19-01-25 19:53     조회 : 87     추천 : 0     분량 : 4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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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오거라, 아이야. 기분은 어떠니, 괜찮니?”

 

  “음……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잘됐구나. 주위 소음은 신경 쓰지 말거라. 내 곧 조용히 시킬 터이니. 어차피 영신에 들어가는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겠지만 말이다.”

 

  샤의 푸근한 미소에 탈루는 절로 안심이 되었다. 으뜸신녀에겐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실은 그도 조금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샤가 자신의 영신을 내팽개쳐버린 채 의식을 중단하면 어쩌나 하고. 다행히 그녀는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해주고 있는 듯했다.

 

  제단 위에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그마한 거울이 원형의 탁자 위에 놓여있었다. 그것을 의식한 순간, 탈루는 전에 없이 메가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기묘한 안정감이었다.

 

  “그래, 그것이 바로 네게 너의 신을 불러다줄 불새일족의 무구란다. 네 운명의 짝을 비춰주는 거울이지.”

 

  “저걸…… 그러니까 어떻게…….”

 

  “그냥 들여다보기만 하면 된단다. 네가 다가가면 알아서 네게 눈을 맞춰 줄게다. 너라면 거울 속에 있는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볼 수도 있겠지.”

 

  샤는 조금은 긴장한 듯한 탈루에게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는 듯,

 

  “헌데 정말로 흑표범이나 잿빛늑대 신에겐 관심이 없는 게야?”

 

  “……네, 없어요.”

 

  “아쉽구나. 그 분들이라면 네게 훌륭한 짝이 되어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네 선택을 존중한단다, 아이야.”

 

  그 순간 탈루는 샤의 눈에 비친 기묘한 일렁거림을 포착했다. 그것은 고작해야 찰나의 번뜩임에 불과했으나, 줄곧 샤의 두 눈을 응시하고 있던 탈루는 똑똑히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탈루에게 샤의 그 의미심장한 눈빛을 되새겨볼 여유는 없었다. 그 순간 샤의 입에서 놀랍도록 커다란 외침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조용! 영신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모든 불새일족은 자리를 지키도록! 가락신녀는 북을 쳐라!”

 

  언제 다 돌아왔는지 제자리에 가지런히 선 가락신녀들이 손에 쥔 북채를 힘차게 내리쳤다.

 

  둥. 둥. 둥. 둥…….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제야 하나 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듯, 여기저기서 난무하던 흥에 겨운 고성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오늘은 날이 좋구나. 강대한 존재는 또 다른 강대한 존재를 부르는 법이지…… 어쩌면 네게도 좋은 결과가 있을지 모르겠구나. 그래, 그럼 이제…….”

 

  샤의 눈짓에 탈루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러자 샤가 만족스럽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호아 탈루! 세상의 모든 신들께 고하노니, 우리 어린 불새의 운명과 기질, 그리고 의지를 그대들의 드넓은 우주 속에서 시험케 하소서!”

 

  ”오오!“

  “와!”

  “북쪽에서 온 꼬맹이의 차례야!

  “그래! 너도 잘해라!”

 

  놀랍게도 의식에 집중하기 시작한 군중들이 탈루를 향해 커다란 성원을 던져주었다. 하지만 탈루의 시야에서 그들의 존재는 이미 지워진지 오래였다. 그 순간 탈루의 의식은 원형의 탁자 위에서 기묘한 빛을 내뿜기 시작한 조그마한 거울에게 단단히 붙잡혀있었기 때문이다.

 

  탈루는 두어 차례 크게 심호흡 한 뒤, 천천히 거울을 향해 나아갔다. 한 발, 두 발. 이어 탈루가 거울 앞으로 머리를 쏙 내미는 순간, 갑작스레 거울 안에서 튀어나온 순백의 섬광이 그의 눈으로 날아들었다.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순식간이었다.

 

  이어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

 

 

  온통 하얗고 노란 빛으로 가득 찬 세계였다.

 

  탈루는 자신이 거울에게 잡아먹혔다고 생각했다. 분명 몸이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났던 것이다.

 

  눈에 비치는 광경도 이상했다. 사방에 뿌려져 있던 뿌윰한 빛의 물결이 끊임없이 상하좌우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심지어 탈루가 서있는 곳도 빛의 흐름 위였다. 그것은 여타의 다른 물결처럼 흐르고 있었으나, 기이하게도 탈루는 자신의 위치가 고정된 것처럼 느껴졌다.

 

  탈루가 새로운 환경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였다.

 

 

  -냄새. 푸른 숲. 검은 물.

  -꼬마가 긴장했네. 두려움이 느껴지는 걸?

  -순수하다. 맑다. 차갑다. 졌다. 회색의 하늘과 녹색의 바람.

  -나는 좋아. 저 아이. 가지고 싶어.

  -재능이 뛰어나. 고요하나 유동적이군. 메의 크기도 상당해.

  -메의 색이 일정치 않다.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다는 것. 혼란스러워.

  -그는 평온해. 그것이 나를 이끈다. 그대, 지금 내 말을 듣고 있군.

 

 

  탈루는 갑작스레 귀를 간질이는 목소리들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으나 사방이 온통 수군대는 소리들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

 

 

  -그는 고독과 안식, 고요를 바라고 있어.

  -소란을 원하지 않는 자, 스스로 태풍이 될 수밖에 없는 이치.

  -심지가 곧고 비범하다. 차분함은 바위산의 까마귀들과도 견줄 수 있을 정도.

  -검은 메. 푸른 메. 붉은 메. 회색의 메. 회색의 메. 짙디짙은 회색. 그의 메.

  -그는 용감해. 그것이 나를 부른다. 그대, 지금 내 말을 듣고 있는가.

  -아이가 나를 선택해주면 좋으련만. 나는 그의 메에 향긋함을 더해줄 수 있을 텐데.

  -동쪽, 동쪽의 부름. 북쪽, 북쪽의 냄새. 뭘까, 뭘까?

  -용이 온다.

 

 

  탈루는 샤가 언급했던 내용을 기억했다. 어쩌면 거울 속의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볼 수도 있을 거란 말. 탈루는 자신의 주위에서 떠들고 있는 존재들의 정체를 쉬이 유추해낼 수 있었다.

 

  “저…… 혹시 신들 이신가요?”

 

  탈루의 물음은 신들에게서 분명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말을 걸었어. 누구?

  -건방져. 그러나 용감하군. 전사의 기질이다.

  -인간의 특징. 모르는 것에 다가가기.

  -용이 온다.

  -신이 대체 누구냐.

  -나다.

  -아니 나다.

  -아니 너다.

  -너다.

  -아니 우리다.

  -내 이름은 신이 아니야. 그건 다른 이의 것이지.

  -인간은 교활해. 경솔하지. 비겁하고 멍청해. 욕심만 많아. 하지만 매력적이야.

  -아이가 나를 불렀어.

  -거인은 ‘우르’하고 운다.

 

 

  탈루는 그렇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신들의 목소리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지경이었다. 신들은 계속해서 그 수가 증가하는 것 같았고, 그에 따라 이해하기 힘든 괴상한 소리들도 함께 늘어만 갔다.

 

  ‘원래 이렇게 끊임없이 목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는 건가?’

 

  탈루는 기어이 제자리에 철퍼덕 주저앉고 말았다. 입에선 자연스레 한숨이 새어나왔다.

 

  ‘……맘대로들 하라지.’

 

  탈루는 영신의 과정이 대단히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 휘황찬란한 신들 앞에서 영광스런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설마하니 이렇듯 재잘거리는 목소리들만 하염없이 듣고 있어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탈루가 신들의 수다에 서서히 지쳐갈 즈음이었다.

 

  -어중이떠중이들이 간을 보고 있군. 건방진 녀석들.

 

  놀랍게도 갑작스레 등장한 한 커다란 목소리에 의해 신들의 수다가 순식간에 멈췄다. 목소리의 등장과 함께 안정적이던 빛의 물결들이 한순간 크게 꿈틀거렸다.

 

  -저놈들은 너와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눌 수 없는 저급한 놈들이니 신경 쓸 것 없다.

 

  탈루는 자신을 향해 곧장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에 반가움을 느꼈다.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허튼소리들의 향연에 질려있었기 때문이다.

 

  “저…… 혹시 누구신지 물어봐도 될까요?”

 

  조심스레 물었으나 들려온 대답은 냉랭했다.

 

  -너는 대답해야하는 자. 질문할 자격은 없다.

 

  “그…… 그런가요.”

 

  -네 이름이 무엇이냐?

 

  “탈루, 호아 탈루입니다.”

 

  -좋다. 판별의 세 기둥 중 첫째, 인도자(引導者)가 묻겠다. 호아 탈루, 질문에 답하라.

 

  “……첫째요?”

 

  지금 말하는 신 이외에 누가 더 있다는 건가? 탈루가 의문을 표시하기도 전이었다.

 

  -자신의 삶을 투쟁으로 물들일 수 있는가?

 

  첫째 인도자가 던진 물음은 황당할 정도로 뜬금없는 것이었다. 투쟁? 탈루는 저와 같은 종류의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당연지사 떠오르는 대답도 없었으나, 그렇다고 시간을 끌어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대충 답하고 말았다.

 

  “피…… 필요하다면요?”

 

  대답에 대한 답변은 들려오지 않았다. 실수했다는 생각에 탈루의 마음이 조금씩 타들어가고 있을 무렵, 어디선가 또 다른 목소리 하나가 새로이 흘러나왔다.

 

  -판별의 세 기둥 중 둘째, 선별자(選別者)가 묻겠다. 호아 탈루, 질문에 답하라.

 

  혹시 통과한 건가? 어쨌거나 어물쩍거릴 시간은 없었다.

 

  “어…… 네!”

 

  -신의 구원을 바란 적이 있는가?

 

  이번 역시도 탈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구원이라고 칭하기엔 애매하나 어쨌거나 신에게 도움을 청한 적은 있었다. 나를 좀 품어달라고, 나를 좀 다독여달라고. 문제는 그 ‘신’이 제대로 된 ‘신’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불새일족이라면 누구나 아는 ‘엊저녁에 잠든 신’은 사실 마을 인근에 있는 고요한 호수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게…… 신은 아니고 호수인데…… 그 호수를 저희가 ‘잠든 신’이라고 부르기는 하거든요? 음…… 그런 건 상관없나요?”

 

  역시 마찬가지로 답변은 없었다. 탈루는 이 판별의 세 기둥이라는 신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어 세 번째 목소리가 들려왔다.

 

  -판별의 세 기둥 중 셋째, 심판자(審判者)가 묻겠다. 호아 탈루, 질문에 답하라.

 

  “네…… 근데 제 대답이 엉망일 수도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운명을 긍정할 수 있는가?

 

  마지막 질문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의미에서 당황스러웠다. 그것이 너무나도 익숙한 물음이었기 때문이다. 불새일족의 아이들이 처음 학당에 들어가자마자 배우는 것이 바로 ‘운명에 대한 긍정’이었다. 운명과 신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있어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되는 삶의 자세였다.

 

  탈루의 입가에 살며시 웃음이 번졌다.

 

  “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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