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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Color
작가 : Bboil
작품등록일 : 2019.8.15

한 때의 추억은 그리움이 되어 ,그 이되 소녀를 갉아 먹느니
그 작은 몸에 숨어 고개만 내밀고 있구나-.

무엇을 바래, 그 곳에 있으니.
무엇이 영원하길 바래, 그 곳에서 정처없이 헤매느니.

아, 그 소녀는 자신의 체온에 기대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로구나-...

 
1. 글래스 ( Glass )
작성일 : 19-08-15 07:18     조회 : 187     추천 : 0     분량 : 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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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더 이상 그의 곁에 없었다.

 

 얼굴에 와닿는 따스함이 느껴졌으나, 그 따스함은 사람에게로부터 전해져오는 열기가 아니었다.

 

 흔들리는 붉음을 품은 사물들이 그에게 자신들을 소개하듯, 그의 시야 속에 한 차례씩 담겼다.

 

 나선형의 투명한 캐노피, 보라빛과 회색이 아우러진 듀베이 커버(duvet cover)로 덮여진 침대 위에 눕혀져 있던, 그의 시선이 한 곳에 멈춘다.

 

 침대를 두어 사선으로 놓인 1인용 벨벳소파와 소파테이블.

 

 전까지도 누군가가 있었던 듯, 작은 테이블 위로 두터운 책 한권과 열을 내뱉으려 연기를 흘려내는 컵은 금방이라도 그 주인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시각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그 어디에서도 시침소리조차도 들려오지 않았다.

 

 오롯이 그의 귓가에는 타닥,하는 벽난로에서의 불씨가 튀는 소리만이 들려옮이다.

 

 그는 몸을 일으켜 세우려 손을 움직여보다, 알 수 없는 괴리감을 느꼈다.

 

 본래의 것보다도 짧고 왜소한 손.

 가죽만을 덮어씌운것 마냥, 얇은 두 손은 몸을 지탱하기가 어려운 듯 지속적으로 떨려오고 있었다.

 

 그는 팔이 이상으로 버티기가 어려운듯 하여, 몸을 유로 샴(Euro sham)에 기대곤 두 손을 들어보았다.

 

 다시 보아도 변하는 건 없었다.

 얄팍한 손목, 자그마한 주름과 스크래치조차 없는 손바닥 위로 길고 가느다란 머릿카락이 흘러내린다.

 

 그에게 있어 이해할 수 없는,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무언가, 잘못 된 것일까.

 그래,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당혹스러운 지금을 억지스레 받아들여보려 애썼다.

 얼굴을 감싸쥐던 두 손으로부터 흘러내리는 방울들이 느껴졌다.

 

 방울은 손바닥을 지나치어, 발꿈치에 이르러선 그대로 커버 위로 뚜욱,하고 떨어졌다.

 

 그는, 울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인지 몰랐다.

 그 . 아니, 아주 작은 아이의 모습을 한 그였던 이는 그 작은 형태에서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흘려보냈다.

 

 소리도, 의미도 알 수 없는 공허한 눈물이었다.

 

 계속하여 닦아내는 눈물이었으나 ,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하여 흘러넘쳤다.

 

 무언가, 커다란 것을 받은 것 같았음인데.

 그 작고 소중한 기억이 나질 않았다.

 

 방금까지도 함께 했던 것 같았음인데.

 그것이 너무나 쉬이 잊혀졌다는 것에 좌절하듯 눈물을 쏟아내었다.

 

 그에겐 이처럼 커다란 변화보다도, 그 작은 기억이 커다랬음이다.

 

 과거의 그였던 작은 아이는 힘없이 감정에 홀렸다.

 

 뜨겁지도 않은 따뜻한 공간에서조차도, 작은 아이란 형태는 너무나 쉬이 변형해갔다.

 

 울고, 울었다.

 표정은 지워지고, 감정이란 내열은 작은 형태를 녹여갔다.

 

 작은 손바닥과 얇은 팔뚝은 적시어져, 더 이상 눈물을 받아낼 수가 없었다.

 

 이대로 흘려내어 변형이 지속된다면 위험하지 않을까, 스스로 자각했을 때였다.

 

 작은 아이의 그러한 손을 잡아오는 따스한 손이 있었다.

 

 그 작은 형태를 감싸고도 남을만큼의 커다란 체온은 손끝으로부터 시작하여, 머리의 꼭대기까지 이어졌다.

 

 작은 아이의 흐트러진 시선이 그 커다란 체온에 마주한다.

 

 그 어떠한 것보다도 차가이 느껴지는 짙은 파랑을 가지고서,어찌 이토록 따스함을 가지고 있음인지 -.

 

 작은 아이는 그의 파랑을 마주하며, 내열이 식기를 기다렸다.

 

 그는 하얗고 부드러운 천으로 아이의 눈밑을 조심스레 찍어나가면서도, 달리 한 손으로 마주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한 올마저 평탄한 이마 위로 내려오지 않은 밤색 머리와 홀쭉하게 솟아오른 콧등 위로 내려 앉은 코안경은 그의 성향을 비추어주듯 했으나, 행동에 있어 그와는 무척이나 상반되었음이다.

 

 작은 아이는 그러한 그의 모습에서 아릿함을 느꼈다.

 

 그는 무척이나 다정하게 아이의 손을 감싸쥐곤,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일정한 박자로 손등을 두드렸다.

 

 아이의 하염없이 내리붓던 눈물이 조금은 얕아졌을때에, 그가 물어왔다.

 

 " 악몽이라도 꾸셨습니까 ?"

 

 탁하나, 부드러이 흘러들어오는 음료와 같은 그의 목소리.

 

 아이는 몇 차례나 작은 봉오리같은 입술을 떼어내보아 그러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었으나, 작은 침들이 목을 찔러오듯 아파와 목소리를 낼 수 없어 고개를 가로 젓는다.

 

  아이의 장미같은 붉은 눈동자에서 내뱉어지는 눈물은 마치, 스스로를 찔러내어 피를 흘려보내는 듯 보여, 그는 자그마한 눈물마저도 닦아내려는듯 손을 멈추지 아니하며 입을 열었다.

 

 "홀로 잠드셨던게 무서우셨나보군요."

 

 눈물은 옅어졌어도 여전히 흘러나오는데에, 아이는 그 또한 아니라며 고갤 저으려 했다.

 하나, 그의 모순적인 눈동자에서 내비쳐지는 미약한 열기는 아이의 행동에 제약을 걸었다.

 

 마치 그러하길 바라는 듯.

 아이의 대한 자그마한 열기는 유성처럼 꼬리를 만들어, 아이에 마음 속 한 켠에 똬리를 틀었다.

 

 그의 눈동자는 아이 자신이 과거의 자신이 가졌던 눈동자와 같았음이다.

 

 가득찼다 생각했으나, 한 줌도 채워지지 않은, 찌그러진 깡통처럼.

 

 아이는 그가 자신을 다정하게 대해주었듯, 조금이나마 그가 자신에게서 받아가길 바라며, 고갤 끄덕였다.

 

 아이의 행동이 무척이나 의외였을까.

 

 그의 주름잡힌 눈꼬리가 차츰 접히어 구름과 같은 갈고리를 만드니, 그의 얼굴에서 나오지 않을 법한 앳된 미소가 아이를 향했다.

 

 이후의 두 사람 사이엔 대화랄 것이 없었다.

 

 따사로운 붉은 배경 아래, 순조로이 항해하듯, 그의 듣기좋은 목소리만이 가득채워져 온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아이는 그라는 배를 안내하는 등대처럼, 고갤 움직일 뿐이다.

 

 그는 아이라는 등대에 웃기도, 서글피 표정을 지어보였다.

 

 불씨의 타닥이는 소리는 뱃고동소리처럼, 이내 정착지에 다가왔음을 알렸다.

 

 여명에 가까워져 꺼지는 등대처럼, 방울이 맺혀있는 아이의 눈꺼풀이 점차 내려 앉아갔다.

 

 이윽코, 눈을 감아 고갤 숙이는 아이를 멀거니 바라보던 그는, 굽혔던 몸을 일으키며, 아이를 조심스레 침대에 눕힌다.

 

 퉁퉁 부어오른 아이의 눈두덩이에서, 녹아내린 얕은 물이 얇은 줄을 이루어 선을 만들어낸다.

 

 무얼 잊어 그토록 기억하려 애썼을까.

 

 그는 다시 만났음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연민을 품으며, 식은 땀을 흘려낸 아이의 이마를 닦아내어 보았다.

 

 그는 자신이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에 탄식했다.

 

 " 아가씨는 어떻게, 어디가 편찮으셨는가 ? "

 

 토실, 복슬한 엉덩이와 짧고 길다란 발. 그의 손바닥과 비슷한 크기의 얼굴 위로, 덮을 듯 추욱 내려온 양 귀를 가진 그 것.

 

 조금의 각색을 더한 토끼의 외형을 담은 봉제 인형이 뒤뚱뒤뚱 걸어와 그를 향해 물었다.

 

 " 글쎄요 . 확언드리기가 어렵습니다. "

 

 새까만 볼드 윙 칼라의 드레스 코트 (dress coat)를 정돈하며, 봉제 토끼를 훑던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 의복은 어찌하시고 오셨습니까 . "

 

 " 험, 내 원체 열이 많아 ,옷을 안 입었는거 모르는가 ? "

 

 단추로 만들어진 눈을 가리듯, 괜스레 자신의 귀를 괴롭히고 있는 봉제토끼를 바라보며, 그는 알듯한 미소를 내비쳤다.

 

 보지 않았으나 ,경위에 대해서 그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음이니.

 

 봉제토끼를 안아올린 그가 조용히 걸음을 옮긴다.

 

 혹여나, 잠에 듦었을 아이가 깨어날까, 갈빛의 벽등이 길을 밝히는 복도에 봉제토끼를 내려놓았다.

 

 " 밤이 늦었습니다. 이제 곧, 동이트겠죠. 같이 아침 맞이를 준비해주시겠습니까 . "

 

 " 험험. 무어, 내 도움이 필요하다 하니, 내 그리 해줌세 . 험험. "

 

 갈빛으로 가득찬 복도를 나아가는 둘.

 

 이내, 갈빛의 벽등은 하나씩 암전되어, 흔적을 지워나간다.

 

 그는 이제 곧, 이 공간에도 푸른 서막이 차오를 것이라 느꼈다.

 

 여지껏, 이 곳에 채워져 있던 검은 종막은 걷히고 .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채워나갈 것이리라 생각함에, 동이 떠오를 시간이 아님에도 조급히 아침을 맞이하러 간다.

 

 해는 곧 떠오를 것이다.

 변함없이, 떠오를 태양.

 부디, 변함없는 태양이 떠오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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