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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잃어버린 자들
작가 : 라하비
작품등록일 : 2019.7.15


'록 바이러스(Lock Virus)'라는 전염병이 퍼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1부 시계 도시 中>

“오빠.”

잠시 침묵한 티아가 나직하게 나를 불렀다.

“응?”

대답을 하면서도 지금 티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 혹여나 안가겠다는 대답이 나올까봐 불안했다. 얼굴에 그런 생각이 드러난 것일까. 티아가 머그컵을 탁자에 내려놓고는 무릎 위에 올려져있던 내 손을 잡는다. 따듯한 온기가 전해졌다.

“걱정하지 마. 내일 갈 거야.”

“그래.”

“대신에 한 가지 부탁만 들어줘.”

“부탁? 뭔데?”

티아가 싱긋 웃는 걸 보고도 이상하게 안심이 들기는커녕 이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져 손을 빼고 달아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실행하기도 전에 티아가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여는게 먼저였다.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내린 거야. 내일 추첨 용지 넣을 때.”

거기까지 들었을 때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지나갔다.

“안 돼.”

나는 다급하게 티아의 말을 끊어버렸다. 듣고 싶지 않아. 싫어. 공포와 경악으로 몸의 모든 장기들이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끝까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를 악물며 처음으로 원망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어떻게? 악바리처럼 악쓰고 티아의 어깨를 잡아 흔들며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대신에 나는 티아의 손 안에 갇혀있던 내 손을 빼고 어두운 눈빛으로 티아를 향해 다시 한 번 단호하고 절박한 감정을 담아 말했다.

“안 돼”

널 잃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야. 나는 티아를 노려보았다.

“알아.”

무엇을 아냐고 물어볼 새도 없이 티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록 바이러스에 걸린 걸 토큰에 들키면 어떻게 되는지 나 알아, 오빠.”

티아의 눈에서 작은 빗방울들이 떨어져 내렸다.

.
.
<중략>
.
.

“오빠를 믿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야. 하지만 나는 내 미래는 내가 결정하고 싶어. 혹시라도”

잠시 말을 끊으며 숨을 고른 티아가 다시 말을 이었다.

“시설에 가야하는 일은 사양하고 싶어. 그리고 나는……. 나로 살고 나로 죽고 싶어.”


 
3화 하루의 시작
작성일 : 19-07-22 09:34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1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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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나는 불빛마저 없앴다. 출구 없는 까만 블록들에 갇혀 어쩔 줄 모르는 미아처럼 그 자리에서 어두운 공간을 잠시 훑어보다가 방을 나섰다.

 “폐쇄.”

 <크리스님의 방을 폐쇄합니다.>

 콘의 안내와 함께 문인 것을 알게 해주던 선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방을 폐쇄할 것 까지는 없지만 이래야 마음이 편했다. 티아는 유난떤다고 말하곤 했지만 나는 불안한 것도 낭비도 정말 싫었다.

 선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직사각형의 패드만 덩그러니 남았다. 검은 화면 위로 내 얼굴이 희미하게 비춰졌다. 폐쇄된 방은 공간 자체가 사라짐을 의미하지만 다른 의미로는 숨겨둔다는 뜻도 되었다. 만약 지금 방문을 연다고 해도 열수도 없을뿐더러, 설사 시스템 오류로 열린다고 해도 그곳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억지로 열고 들어간다면 허무로 떨어질 테니 유의하시길. 정확히 그 종착지가 어딘지는 콘 이외에는 알 방법이 없었다.

 “이제 잠꾸러기를 깨우러 가보실까?”

 기지개를 쭉 펴며 나는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식사를 미리 준비할 수도 있지만, 시간자체가 오래 걸릴 수가 없는 일인데다가, 따듯할 때 식사를 하는 유일한 방법은 티아를 먼저 깨우는 거기 때문에 더 나은 선택지는 없었다. 밀가루로 된 음식은 식으면 딱딱하고 맛이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거실을 사이에 두고 내 방과 사선으로 위치한 티아의 방이 내 첫 목적지였다.

 티아의 방문 앞에도 마찬가지로 패드가 툭 튀어 나와 있었다. 패드에는 나와는 반대로 검은 배경의 달과 별무리가 수놓아져있다. 아직 방의 주인이 꿈나라 중이라는 표시였다.

 “그럼 그렇지. 오늘도 예외는 없구나.”

 못 말리겠다는 의미를 담아 고개를 저었다. 매번 일찍 재우는데도 아침잠이 많은 티아는 항상 제 시간에 일어나지를 못했다. 간혹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떠올리곤 했다. 아침에만 일어나지 못하는 저주에 걸린 공주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은 덤으로. 사실 가끔은 원하는 만큼 자도록 내버려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건 다른 의미로 좀 어려웠다.

 나는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데······, 벌써 수차례나 시달린 경험이 떠올라 선뜻하기가 망설여졌다. 원래 저주를 풀기위해서는 시련이 필요한 법이지. 하지만 아침부터 상처를 달고 시작하긴 또 싫은데. 더욱이 억지로 깨워 일어나는 티아는 매우 예민하고 날카로워서 아무리 오빠라도 봐주지 않았다. 다 저를 위해서 그런 건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억울하긴 하지만 평소에 못 부리던 성질을 이렇게 표현하는 구나 생각하기로 한 뒤로는 그것도 그냥 일과 중 하나가 되버린 지 오래였다.

 하지만 오늘은 충분히 힘든 하루였다. 티아의 화를 정면에서 당할 생각은 떠다니는 먼지만큼도 들지 않았다.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오늘 하루쯤은 평범하게 일어나주렴. 속으로 티아를 향한 바람을 이야기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통한다면 원활하게 진행이 될 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그 방법이란…….

 “티아, 7시다. 아침 먹게 어서 일어나.”

 고전적인 게 최고지. 물론 먹힌다면. 처음은 노크와 함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시작했다. 물론 이렇게 쉽게 일어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5분 지났어. 이제 슬슬 일어나야지?”

 그랬지만. 노크소리는 빠르고 경쾌해졌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 톤과 함께 눈썹이 위로 삐죽 솟았다.

 “10초세고, 들어갈 거야!”

 결국 마지막은 경고 아닌 경고를 하며, 큰 소리가 나가버렸다. 방문에 귀를 대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기저귀 찰 때부터 겪어왔던 경험으로 난 티아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내 평생을 플램에 받칠 수도 있었다.

 휴. 그럼 그렇지. 그 잠꾸러기가 이 정도에 일어날 리가 없지. 숫자는 금방 10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문은 침묵했다. 이제 안 돼. 통하지 않는다면 방법을 바꿔야했다. 콘에게 시간을 물어보니 방문 앞에 선지 벌써 15분이나 지나있었고, 매일 아침마다 반복되는 상황에 짜증도 슬슬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알람을 5개 이상 맞춰놔도 일어나지 않는 얘를 상대로 무슨. 포기. 분명 강제로 문을 열면 입술이 댓 발 나올 테지만······. 방법이 없네. 오빠는 할 만큼 했어. 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지, 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티아가 봤다면 사악하다고 할 만한 미소를 지었다.

 매일 아침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3번의 1번은 얼굴에 상처가 나는 일도 생겼다. 가끔은 지겹고 가끔은 짜증이 날 때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소리 내어 싸운 적은 또 없었다. 그래서 사실 나는 이 전쟁을 나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제 영역을 침범해 성난 고양이처럼 잔뜩 싫어할 모습이 눈에 선했다.

 순식간에 장난꾸러기가 된 나는 내 방에서 했던 것처럼 여전히 꿈나라를 표시하고 있는 티아의 패드 화면에 왼손을 올렸다. 모든 사람의 왼손, 그 중에서도 동맥이 잘 드러난 곳이자 맥을 짚을 수 있는 손목 안쪽에는, 토큰의 명령 하에 칩이 심어져 있었다. 꽤 오래전부터 말이다. 우리에겐 반발할 수 있는 권한도 없을 뿐더러, 이 칩이 없으면 물건을 가지고 올 수도, 지금처럼 콘을 이용할 수도 없었다.

 “Chris J Roman, 관리자 모드 전환 및 보안 해제 요청.”

 내 이름과 함께 티아의 허락 없이도 들어갈 수 있도록 보안해제를 명령했다. 관리자모드는 최후의 수단이지만 아침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콘은 내 목소리를 일차적으로 인식하여 확인하고, 그 다음으로는 패드에 올려져있는 왼손의 지문을 스캔하여 손목에 심어져있는 칩에 입력된 내용과 대조했다. 방문을 여는 대에도 이런 절차가 필요한데……. 시계 도시(*정식 명칭은 A 도시이다. 하늘의 떠 있는 커다랗고 유일한 시계 모형 때문에 시계도시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안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치고 칩을 거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요청하더라도 전부 승인을 해주는 건 또 아니었다. 자신의 공간이 아닌 곳을 들어갈 때에는 가족, 친구라 하더라도 방주인이 허가내린 자한테만 승인이 떨어진다. 나름 사생활 보호법을 지키기 위한 조취였다. 즉, 관리자 모드를 실행한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승인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때문에 반드시 동의서를 각각 작성해 제출해야했다. 뭐든 쉬운 일은 없었다.

 그리고 나에겐 문서보다도 더 어려운 관문이 있었다. 티아는 12살이란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게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도 숙녀의 사적인 공간을 침입해선 안 된다는 이유로 허가해 주지 않으려했다. 이틀을 방에서 나오지 않을 정도로 완고하게 거부하는 것을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핑계로 설득하고, 아직은 내가 보호자라는 사실을 들어 설득에 설득을 한끝에 겨우 받아낸 귀중한 승인이었다. 그때에 상황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힘들었지······, 정말. 떠올리는 것만으로 골이 아파오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런 귀중한 승인을 오늘도 써야했다. 티아. 나는 최대한 노력했어. 누군가에게 변명하듯 생각했다.

 <보안 해제, 승인 되었습니다.>

 승인이 떨어짐과 동시에 실금하나 없던 벽에는 패드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변화가 이루어졌다. 방을 폐쇄시켰던 때와는 반대로 푸른빛이 반짝이며 5cm정도의 정사각형이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흡사 세로 길이가 긴 바둑판같았다. 뻗어나가던 푸른빛의 선들은 이윽고 제일 마지막 선을 제외하고는 빛을 흡수당한 듯 서서히 사라졌다.

 하나의 네모만이 남은 선은 비로소 문이 되었다. 높이 약2m 폭 80cm의 문. 집안의 타일이 모두 검정색인지라, 더욱 눈에 띄는 하얀색 문고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돌렸다. 흔한 마찰음하나 없이 스르륵 문이 열린다. 방안은 밤이라고 우겨도 통할 정도로 어두웠다.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야가 어느 정도 어둠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렸다. 이럴 때마다 도둑이 된 기분이 든단 말이지. 어휴, 우리 공주님한테 사과 좀 그만 먹여야겠어. 나는 티아가 들으면 재미없다고 타박을 들을 말한 말을 속으로만 삼켰다.

 “조명을 얼마나 어둡게 맞춰 놓은 거야?”

 작게 말했음에도 조용하고 막힌 공간에선 큰 소리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바로 입을 다물었다. 물론 속으로는 ‘이러니 일어나기가 어렵지’ 라는 잔소리들을 계속해서 생성하는 중이었다.

 특별한 지시가 없으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조명이 밝아지거나 어두워지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보통 아침 시간대에 이정도로 어두울리가 없었다. 즉, 이 어둠은 티아가 콘에게 별도로 지시를 한 결과인 것이다. 티아한테 잔소리를 생각하는 동안 흐릿하게나마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가구들 중에서 가장 크고, 가장 안쪽에 놓인 침대였다.

 방의 끝이자 모서리에 배치된 침대의 모양은 직사각형으로 평범하지만 사용하는 사람의 취향에 맞게 조금씩 개조를 해준다는 특이점 때문에 티아의 침대는 옅은 핑크빛이 도는 파스텔 톤에, 천장에는 원형 모양의 고리가 설치되어 있어 하늘하늘하고 부드러운 캐노피가 침대 전체를 감싸고 있는 형태였다. 나는 도둑고양이처럼 발뒤꿈치를 들고서 살금살금 티아가 잠들어 있는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캐노피를 살짝 걷어잡고는 안을 확인했다.

 “잠버릇도 고약하기는.”

 헛웃음이 나왔다. 발로 걷어찬 게 분명한 이불은 간신히 끝자락만 티아의 배 위에 덮여있었고, 나머지는 침대 아래로 볼품없이 떨어져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고 긴 머리는 베개와 이불 위에서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상태인데다가, 파리가 들어가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입도 벌리고 있었다. 이대로 입에 음식을 물려주면 잠결에 먹을지도 몰라. 그래도 침은 안 흘린 모양이네. 티아 것은 빨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손으로 티아의 턱을 다물어줄까 하다가 평소 숙녀라고 외치고 다닌 것과는 너무도 다른 잠버릇에 웃음이 나오려고 하는 걸 꾹 참았다. 아마 내가 백날 말해줘도 인정하지 않겠지. 사진을 찍어서 보여줄까. 못된 생각을 하려다 갑자기 움직이는 티아 때문에 심장이 제 위치를 이탈할 뻔 했다. 벌렁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확인해보니 깬 건 아니었다. 그냥 오른 팔을 머리 위로 쭉 뻗었을 뿐. 별 것도 아닌 일에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민망했다.

 “깜짝이야. 손은 왜 올리는 건데?”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갓난쟁이부터 내가 키운 거나 다름없어서 사실 귀엽기만 했다. 그리고 안도했다. 꿈이었어도 잃을 뻔했으니까.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서 이렇게라도 눈으로 확인하자 날뛰던 가슴이 진정되었다. 게다가.

 “쩝쩝. 맛있다.”

 티아의 잠꼬대는 기분이 우울해지지도 못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찡그렸던 얼굴이 풀어져갔다. 여전히 입맛을 다시는 티아를 보자니 무슨 꿈을 꾸는 걸까 궁금해지고 웃음이 비실비실 나왔기 때문이다.

 “꿈에서 배고픈 거야. 아니면 현실에서 배고픈 게 꿈에까지 영향을 미친 거야?”

 못마땅한 말투와는 다르게 내 목소리는 나한테만 들릴 정도로 작디작았다.

 “이제 그만 일어나지? 꿈속에서 그만 먹고. 그러다 아침 못 먹을라.”

 실없는 농담을 듣지 않는 상대에게 건네고서 힘이 실리지 않는 손으로 콧잔등에 작은 점이 있는 티아의 코를 살짝 잡았다. 얼마 안 있어 불편함을 느낀 티아의 입에서 끙끙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코를 잡고 있는 내 손을 벗어나려 고개를 좌우로 틀며 작은 반항을 시도하지만 글쎄 그 정도로는 내 손을 떼어낼 수 없을걸. 역시나 티아는 오늘도 실패했다. 천천히 뜨이는 눈꺼풀 사이로 밤보다도 더 검고 보석보다도 반짝이는 눈동자가 드러났다. 잠에 취한 눈이 천천히 움직이며 주위를 살피다가 나를 보자 완전히 뜨였다. 경악으로 커지는 눈과 신경질 적으로 자신의 코를 잡고 있는 내 손을 쳐내며 벌떡 일어나는 걸 보고 나는 여유롭게 발을 두 걸음 정도 뒤로 뺐다.

 “어이쿠.”

 간발에 차로 티아의 베게가 나를 지나쳐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아침이라 힘이 없어서 다행이야.

 “오빠!!”

 그래도 목은 안 가라앉았네. 태평한 생각을 하며 화가 난 얼굴로 씩씩대는 티아를 보았다. 잠에서 막 깬 상태라 전혀 무섭지는 않았지만 일단 항복의 표시로 두 손을 들었다.

 “맹세코. 들어오기 전에, 15분 동안 문 두드렸어. 절대 ‘너의 숙녀로서의’ 영역을 침범할 의도는 없었어.”

 여기서 만약 기분을 더 상하게 했다가는 오늘 하루 종일 피곤할 게 분명해. 스스로 일어나는 걸 힘들어하면서도 내가 직접 깨워주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깨워줘야지만 일어나는 티아 때문에 나는 거의 매일 같이 관리자 승인으로 들어오고 이 대화 또한 지겹게 반복하고 있었다. 참혹한 결과도 여러 차례 겪었고. 그래서 지금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 방법이 모양새가 좀 그렇다는 게 흠이지만 안하면 후일이 두려우니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결정을 내리자마자 나는 재빨리 처음의 당당하던 모습을 버리고 어깨에 힘을 빼 축 늘어뜨린 다음 티아의 눈치를 보는 척 했다.

 깐죽대거나 잠버릇에 대해 놀리거나, 일찍 일어나지 못한 네 탓이라며 잔소리를 하는 날에는······. 베개가 아니라 다른 게 날라 올 수도 있었다.

 “눈치 그만 봐. 다 연기 인거 알거든?”

 입만 꾹 다물고 노려보던 티아가 드디어 내게 말을 건넸다.

 “다 연기인 건 아닌데.”

 어색하게 부정해보지만 티아를 속일 수는 없었다. 내가 아는 걸 티아가 모르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내가 얌전히 티아의 눈치를 보며 사고 친 강아지처럼 판결을 기다리고 있으면 마음 약한 티아는 항상 용서해줬으니까. 나는 세모꼴이던 티아의 눈이 점점 원래대로 동글동글해지는 걸 보았다. 오래가지 않는다니깐. 게다가 티아는 잘못을 내게만 돌리는 뻔뻔함은 갖추지 않아서 바로 잘못을 시인하기까지 했다.

 “하아. 앞으로는 알람을 한 개 더 늘려볼게.”

 별로 소용이 없을 것 같은데. 하지만 굳이 기름을 부을 필요는 없어서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티아도 내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잘 알고 있으니까. 더 덧붙이지 않는 게 현명했다. 나는 침대 협탁 위에 있는 유일한 구식 알람시계를 슬쩍 확인했다. 씩씩대던 티아가 화를 가라앉히고 내 항복 선언을 받아들기까지······, 강제로 열기 위해 기다리던 시간보다도 10분은 더 지나 있었다. 늦은 아침을 먹게 되겠군. 별로 초조하진 않았다. 티아가 일어났고, 나에 대한 화가 풀렸다는 게 중요했다.

 이제 완전히 잠에서 깬 티아는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대충 넘겨버리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밝아진 조명 때문에 나는 티아가 판다 그림이 그려진 잠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올라가려는 입술 끝을 슬픈 생각으로 간신히 눌러 내리기에 바빴다. 아직 얘라니깐. 티아가 알면 족히 사흘을 삐질만한 생각을 참느라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나는 더욱 슬픈 상상을 해보려고 했다. 예를 들면 아직도 낫지 않은 무릎에 든 멍이라던가. 티아가 저번에 가구 하나를 망가뜨려서 힘들게 요청서를 작성했던 일이라던가. 뭐, 잘 통하지는 않네. 바로 눈앞에 보이는 걸 무시하긴 힘들었다. 더군다나 저 잠옷은 툴툴대던 티아에게 내가 억지로 직접 골라준 옷이라서 더 그랬다. 음. 판다로 하길 잘 했어. 내 자신을 칭찬한다. 판다 잠옷을 입고 있는 티아는 정말 깜찍하고 참 잘 어울렸으니까.

 웃으면, 안 돼. 다른 생각, 다른 생각하자. 눈치 없이 귀엽다는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가는 못해도 최소 이틀간은 고생해야할지도 몰랐다. 조심해야 하는데……. 대체 누구 동생인지 너무 귀엽잖아. 입술에 꽉 힘을 줬다. 오늘은 운이 없는 게 분명해.

 이번에는 다른 게 눈에 들어왔다. 항상 어른스러운 게 좋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과 다르게 소녀 스타일로 꾸며진 방과 소파 위에 앉아있는 커다랗고 하얀 곰돌이 인형, 그리고 캐노피가 달린 침대나 잠옷(*잠옷도 물론 대량 생산이기는 하지만 여자아이가 좋아할만한 종류들이 몇 가지 있었다.)을 보면 말과 행동이 참 달랐다. 그럴 때마다 티아를 재미를 위해 놀리는 것도 있었지만 그런 차이들이 직접 눈에 보일 때마다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티아를 더 놀리는 것도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참자. 놀리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담고 아빠 미소가 자꾸만 나오려는 걸 티아가 보지 못하게 하려고 아예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힘들게 견딘 일이 무색하게 내 입 꼬리는 방의 상태를 보자 자연스럽게 내려갔다. 헤-하고 있을 게 아니라 엄해져야할 때기도 했다. 그도 그럴게 티아의 방에는 ‘거의’ 모든 가구들과 물건들이 꺼내져있다고 봐도 무방했고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난장판이었다. 게다가 분명 어제도, 그제도 같은 상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또 말로만 치웠구나. 아니면 반항기인가. 그래서 꺼낼 수 있는 가구들이란 가구들을 다 소환한 건가. 방의 빈틈을 찾기가 더 힘들겠네!

 나는 더욱 뱁새눈을 한 채 방을 꼼꼼히 둘러보았다. 일인 소파와 원형 탁자부터 시작해서 전신 거울과 화이트 오크 컬러의 옷장, 산을 이루고 있는 작은 인형들 등…… 침대를 기점으로 해서 물건들의 축제 현장에 온 듯했다. 침대까지 오다가 뭐에 걸려 넘어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한 소리하려고 돌아보자 티아가 먼저 선수를 친다.

 “금방 나갈게! 먼저 나가 있어!”

 말과 함께 후다닥 침구를 정리하는 걸 보며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들을 삼켰다. 누굴 닮았는지 눈치는 참 빠르다니까. 그래 오늘은 치우겠지. 오늘까지만 믿어보자.

 “천천히 준비하고 나와.”

 애써 방에 시선을 두지 않으려고 티아를 보자 사방으로 뻗치고 부해진 티아의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잔소리를 한다는 게 아니라 그저 잠버릇으로 잔뜩 헝클어진 티아의 머리를 손으로 빗어 정리해주고 나가자고 생각을 바꿨을 뿐이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내가 빗을 들고 침대에 앉자 내 눈치를 보고 있던 티아가 자연스럽게 침대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나에게 머리를 맡겼다. 항상 해오던 거라 아프지 않게 빗는 법을 터득한 나는 티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빗어 갔고, 티아는 그 동안 다리를 흔들며 얌전히 기다렸다.

 “식사 준비는 5분이면 되니까. 정리 다 못해도 나와 알았지?”

 잘 정리된 머리를 보니 만족스럽네.

 “응.”

 티아의 대답 또한 만족스럽게 듣고서 나는 거실로 나가 부엌을 생성함과 동시에 검은색 이인용 식탁을 꺼냈다. 5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말은 재촉하려고 한 말이 아니라 현대인의 아침 준비는 정말로 간소했다. 오늘은 특히 더 간단했다. 우유 한잔에 노릇하게 구운 토스트 2장과 새끼손가락 한마디 정도하는 작은 방울토마토 다섯 개가 끝이었다. 우리 둘 다 소식하는 성격이라거나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는 절대! 아니었다. 단지 호화롭게 아침을 준비하기에는 콘이 알려준 식량이 간당하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식탁 위에 음식을 차리다가 나는 문득 남아있는 식료품이 떠올라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매달 찾아오는 그날이 오늘은 더욱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

 

 

 ***

 보급소는 대형 매장 같은 곳으로 플램에서는 매달 각자의 상황에 따라 한번에서 두 번 정도 우리에게 장을 볼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거부권은 없었다. 아마도 오늘쯤 올 것 같은데. 내가 걱정하는 건 이번엔 티아도 같이 가야한다는 점이다. 반드시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을 했으니까. 그럼에도 달갑지 않았다. 평소에도 먹고 살기 위해서 방문을 했지 구경이나 다른 이유로 보급소에 간 적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가야겠지. 이번에 또 두고 가면 엄청 원망할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콘?”

 <그동안의 대화 내용을 확인한 결과 100%의 확률입니다.>

 “그렇겠지?”

 얄짤없네. 물어보기가 무섭게 대답해주는 건 좋았지만 너무 직설적이라 더 이상의 고민이 무의미해질 정도였다. 그래 위험한 곳도 아니고. 어차피 가야하니까. 필요한 물품도 받아야하고. 이유를 하나하나 나열해보면 가는 쪽으로 결정이 나면서도 마음 한편이 계속 이물질이 걸린 이빨처럼 거슬렸다. 아마도 내가 물가에 애를 내놓는 것 마냥 안절부절 못하는 이유는 티아를 단 한 번도 데리고 간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토큰에서는 플램이 직접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집보다도 안전하다고 선전하지만 완벽하게 안전한 곳은 없었으니까. 사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위험한 곳의 1순위는 단연코 보급소였다.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접촉을 피하기가 어려웠고, 그들 중 누가 바이러스 보균자가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한 곳에 데려갈 용기가 없었다. 플램이 관리하는 장소라고 해도 자꾸만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 매번 결국은 혼자 보급소로 향하길 일쑤였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도 약속을 어겨서라도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았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계속 집에만 있으라고 하고 싶은데······. 이미 양치기 오빠가 되어버린 상태라 이번에도 안 지킨다면 티아가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하기가 두려웠다. 어쩌면 티아가 나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고 다시는 내 말을 믿지 않을지도 몰라. 티아가 내 눈을 외면하는 모습 따위는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티아와 관련된 일에 한해서는 한없이 약하고 겁쟁이가 되어버린다.

 고작 꿈이야. 네 직감이 언제부터 잘 맞았다고? 한 번이라도 위험한 적이 있었어? 나 자신을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외쳤다. 또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찝찝함은 나에게 약속을 어기고 집에 있게 하라고 부추겼다.

 삼촌이 본다면 유난스럽다고 한소리 하겠지만 지금 시대에 이 정도는 해야 했다.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으니까. 온전히 우리 둘만 살고 있는 콘만이 안전했다. 집보다 플램이 관리하는 보급소가 더 안전하다고, 겁쟁이처럼 숨지 말고 용기를 내서 두려움을 이기라고 다그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은 그저 안주하고 있는 것뿐이다. 보이는 것만 믿으려고 눈의 절반을 가린 사람들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진작 티아를 데리고 보급소를 열댓 번은 더 갔을 것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티아의 반응뿐이었다.

 “바깥을 보여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마음에 콘에게 부탁했다.

 <투명 모드로 변경합니다.>

 검은색으로 도배되어 있던 부엌의 벽이 잠식되어 가는 것처럼 하나 둘 투명해지기 시작하더니, 채 1분도 되지 않아 내가 서있는 바닥까지 전부 투명하게 바뀌었다. 나와 식탁만이 하늘에 떠있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답답함에 요청한 일이었는데, 밖을 바라보니 오히려 더 기분이 가라앉는다. 멍청했어. 이럴 줄 알았으면서, 바보도 아니고. 나 자신을 타박했다. 좀 전보다 더 어두워진 눈으로 나는 콘에서부터 시작하여 사방으로 뻗어있는 다른 BChouse들을 내려다보았다. 알고 보니 새장 속에 갇혀서 거미에게 죽을 날 만을 기다리는 꼴인가······.

 피식. 한심한 웃음이 나왔다. 내가 티아를 구속하는 것처럼 우리들도 구속당하는 신세라는 게 웃겨서. 태어나 세상을 인식할 수 있었을 때부터 우린 이곳에 있었다. 그리고 바깥세상은 동화책이나 영화처럼 멋있지도, 아름답지도 않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로지 똑같은 모양의 집들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뉴라(Neura)’ 라고 하는 선들에 의해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나는 철이 없던 어린 시절부터 희망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런 광경을 보며 자라왔다.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이 황폐함을.

 물론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신기했고, 찰나 정도는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는 바깥 풍경을 볼 때마다 거미를 떠올렸다. 피할 곳도 없고 발버둥 칠수록 더 옭아매는 거미줄에 매달린 먹이가 나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왜 이렇게 비관적으로 느끼는지는 나도 모른다. 짧은 기사와 몇 권 되지 않는 책을 통해 역사를 알게 될 때마다 덧없는 희망을 싹틔웠다가도 찬란했던 책 속의 지구와는 전혀 다른 이 세상에 실망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현실감 없는 세상. 그리고 나에게 알 수 없는 위화감을 주는 곳일 뿐이었다.

 “별자리 같지 않아?”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내 옆으로 온 티아가 타일 밖에 세상을 보며 말했다. 동생의 목소리에는 환상이 스며들어 있었다. 어린 날의 나처럼.

 “글쎄.”

 나는 대답을 회피했다. 그리고 티아가 바깥을 오랫동안 보지 못하도록 배경을 밤하늘 모드로 다시 변경해버렸다. 타일이 뒤집혀지며 투명했던 벽면은 신비롭게 디시 변해갔다. 어두운 밤하늘에는 은은한 별빛이 흩뿌려지며 아름다움을 더하고, 반달모양의 달이 주변을 노란빛으로 물들이며 우리들을 내려다보며 살포시 미소 지었다. 티아는 이제는 볼 수 없는 하늘을 이렇게라도 보고 싶어 했으니까. 나는 그런 티아를 위해서 식사시간 때마다 하늘과 관련된 배경으로 타일을 설정했다. 그 리스트에는 바깥세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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