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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3. 벌집(2)
작성일 : 19-06-18 23:01     조회 : 76     추천 : 0     분량 : 8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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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잠시 회의는 중단. 모두가 서로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각자의 의견들을 정리한다.

 

 그런 그들을 뒤로 한 채 아바르는 한숨을 푹 내쉬며 천막 밖을 걸었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이런 중요한 결정을 자신에게 맡겨도 되는 거냐라고 묻고는 싶지만, 그렇게 말을 하면 군단장이 된 의미가 사라지게 되니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다.

 

 ‘에휴......... 리즌 녀석 또 무슨 생각인 거야.......’

 

 그는 툴툴대며 옆구리에 묶어든 수통을 꺼내 물을 마셨다. 갈증이 나서 물을 마신다. 하지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물의 맛이 그리 좋지 않았다. 아니 기분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흐......... 차라리 술을 마시는 게 낫겠다.”

 

 그건 그렇고, 데미아는 왜 자꾸 녀석 얘기만 나오면 저렇게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분명 둘이 알고 있던 사이인 것 같은데, 그러면 말도 안 되는 것이.

 

 ‘하만은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150을 겨우 넘기는데, 데미아는 하만이잖아?’

 

 그녀는 하만의 영웅으로서 하만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라는 것. 20년 전에 군단장에 오르고, 그전에도 군에 있던 것으로 보아 최소 어림잡아도 4~50년은 군에 몸을 담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그녀의 모습은 거의 변함이 없다.

 

 “뭐가 또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리즌과 데미아는 그저 군단장으로서 서로 아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면 갈수록 무엇인가가 계속 어긋나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인데, 서로가 서로를 돕지 않는다? 것보다 리즌과 데미아, 그리고 아델 사이에는 남들이 모르는 한 가지 비밀이 있는 것 같다.

 

 ‘같은 편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왜 얘기를 안 해주는 거지?’

 

 뭐, 사적인 얘기라면 상관은 없지만, 그러기에는 그들의 모습은 전혀 아닌 것 같다. 나름 계획들이 있는 것 같지만 그게 맞지 않아 충돌하는 모양새니까. 리즌 녀석은 무엇인가 점진적으로 밑바닥에서부터 만들어내고 있다면, 그녀는 성격상 드러내놓고 움직이는 성격이니까 말이다.

 

 ‘그렇다는 건........ 혹시나 하는 것 때문에 그녀를 끌어들이지 않고 있다는 건가.’

 

 저번에 습격도 거의 3군단과 5군단의 위주로 공격을 받았었다. 6군단이야 사막에 숨겨져 있기에 공격하기 힘들고, 다른 군단들은 재빨리 손을 써서 피해를 줄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인구가 가장 많은 종족인 하만에서의, 끄나풀들을 다 잡는 것은 무리였다.

 

 아직도 그는 그녀의 주변의 인물들을 의심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하나하나 자세하게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녀와 오해가 쌓여가는 게 보이는데도 말이다.

 

 ‘리즌 녀석의 성격도 배배 꼬였다니까.’

 

 그는 마지막으로 수통의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들 천천히 들어오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저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의 몸의 털이 가라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 화가 누그러진 것 같지만, 언제 또 터질지 모르니까 말이다.

 

 

 ‘에휴.......’ / ‘하.......’ / ‘흠........’

 

 참모들, 특히 부관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아이엘과 알레르, 르뮘은 서로를 쳐다보며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언제 또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불안한, 붕대를 감싸고 있는 저 폭탄 같은 인간이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것에 말이다.

 

 “자, 그럼 회의 다시 시작하자고. 어디까지 진행했었지?”

 

 아바르의 말에 세 사람 모두 흠칫 놀라면서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세 명 중에서 가장 빠르게 알레르가 메모장을 들고 입을 열었다.

 

 “일단 토벌부대를 단독으로 보내나?, 아니면 ‘병력을 섞어서 보내나?’로 의견을 좁힌 상태입니다.”

 

 ‘좋아!’ / ‘고맙다.’

 

 모두가 알레르를 보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눈짓을 보냈다. 알레르는 그런 그들을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다. 라는 대답으로. 뭐, 그의 꼬리가 바짝 말려있어서 전혀 그런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알레르의 말에, 아바르는 짧게 고개를 숙였다. 모두의 눈이 그의 얼굴을 향하고 있다. 아바르는 아까와 달리 그런 부담스러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서있었다. 잠시 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그래. 뭐, 조금 머리 좀 식히면서 생각을 해봤는데........ 토벌부대 단독 작전으로 투입을 해야겠다는 것은 조금 무리라고 나는 생각해.”

 

 아바르의 말에 모두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데미아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치려다가, 아이엘의 제재로 손을 내렸다. 리즌은 그의 말에 조금 눈살을 찌푸렸지만, 짧게나마 그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흠, 그게 너의 판단인가 아바르?”

 

 에락은 조금 전과 달리 누그러진 태도로, 그르륵 거리며 말을 했다. 아바르는 그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응, 그래서 말이지. 이 작전에 대해 좀 생각을 한 게 있거든? 좀 들어줄래?”

 

 그는 한 번 더 지도를 가리키며 모두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그의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서, 모두들 차례차례 그의 이야기에 빠져 들어갔다.

 

 일단 시작은 무작정 토벌부대를 보내는 게 아니다. 일반부대에서도 어느 정도 실력자들을 데리고 온다.

 

 “우선 1차는 토벌부대 인원을 3명으로, 그들을 보조할 병력은 8명 정도.”

 

 “뭐? 아까보다 더 적어졌잖아!”

 

 아까보다 더 적어진 인원에 화들짝 놀란 데미아의 목소리가 높아지다 못해 회의장을 울렸다. 에락 역시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서 리즌만이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바르는 그런 그들에게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나도 처음에 조금 너무 하다까지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녀석 말이 맞더라고. 아니, 그것보다 인원을 더 줄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 너희들, 동굴에 대해 아는 게 있어? 동굴은 생각보다 좁아. 괴수들이 아무리 날뛰어도 두 마리밖에 못 움직일 거야. 그들을 상대하는 데에 오히려 다수로 뭉쳐있으면 이쪽이 더 위험하다고.”

 

 그의 말대로, 동굴은 생각보다 좁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자연이 만들어 낸 동굴 입구는 생각보다 그 크기가 좁았다. 비교하자면 1층짜리 집보다 살짝 낮은 높이에 4명이 손을 맞잡고 선 것보다 좁은 폭. 만약 검을 쓰는 사람이 자유롭게 움직이려고 한다면,

 

 “적어도 한 사람에 10척(3m)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근데 4명이 맞잡은 것보다 작으면, 그 두 사람도 겨우 움직일 정도니까, 사실상 괴수를 1:1로 상대 할 수 있는 토벌부대에 지원물자를 줄 인원만 들어가야 한다는 거지. 그 외에는 2차로 토벌부대 15명과 40명 정도에 이 망할 주변을 봉쇄할 병력 100명 정도 더 필요하고.”

 

 그는 능숙하게 말을 하면서, 지도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의 손에 따라, 지도 위에 작은 목각병정들이 이 동굴 입구 한쪽에 배치된다. 그리고 반대쪽에는 네모난 나무 조각들이 있는데, 그 위에는 ‘괴수’라고 적혀있었다. 그들은 아바르의 지휘봉에 의해, 수십 차례 이동했다. 아바르는 괴수들이 인원들을 투입하면 어떻게 움직일 지부터 시작해, 어느 경로로 올 것인지에 대해 설명해나갔다.

 

 “동굴의 입구가 여러 개라고 해서 전부 녀석들이 쓰는 게 아니야. 그렇게 쓰면 길을 녀석들도 주로 쓰는 곳이 있을 거고, 녀석들도 우리가 어디서 어디로 공격할지 모르니 함부로 퍼져있을 리는 없을 거란 말이야. 아무리 짐승들이어도 이 정도는 알고 있을 거니까 말이야.”

 

 누구든지, 익숙한 길을 지나다니는 게 습성이니까, 이것은 사람이든 짐승이든, 괴수라고 해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습관이니 말이다.

 

 아바르의 계획에 모두가 수긍하는 분위기다. 아까 전까지 흥분해 있던 데미아도 차분하게 그의 의견을 들으면서 머리를 식혔으니까 말이다. 뒤에서 그에게 엄지를 치켜들고 있는 리즌을 보면 조금 얄밉다 못해 한 대 때려주고 싶지만, 그는 조금 떨리는 주먹을 뒤로 숨기며 회의를 이끌어나갔다.

 

 “그럼, 이제 누굴 보낼지 정하면 되는 건가?”

 

 에락의 말대로,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나왔다. 누구를 보낼 것인가.

 

 “일단 토벌부대는 무구 적합자들 모두 보낼 거다. 리즌, 너의 생각도 같지?”

 

 “암.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어. 안 그랬으면 그 인원을 부르지도 않았지.”

 

 토벌부대 쪽은 정해졌고, 나머지 인원들. 가장 중요한 보조 인원들을 정해야 한다. 물론 어중간한 실력을 가진 자들 보냈다가는 오히려 민폐라는 것을 잘 알기에 섣불리 정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중요한 전력을 보내기에는 이후의 자신의 세력에 문제가 생긴다. 안 보낸다는 선택지는 더 안 좋다. 그건 곧 공로를 다른 군단에게 거저 준다는 것이니까.

 

 “흠, 이렇게 되면 다들 고민하게 될 것 같은데?”

 

 ‘어지간히 속물이 다 되었군, 데미아.’

 

 리즌은 그런 그들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했다. 그러자 눈살을 찌푸리며, 데미아가 탁자를 세게 치며 일어섰다.

 

 “3군단은 내가 간다! 이 망할 자식아!”

 

 “자.... 잠시 만요! 군단장님!”

 

 당황한 아이엘이 그녀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눈이 뒤집힌(?) 그녀를 말릴 수가 없었다. 그러자 동시에 아바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3군단은 넌가? 마침 6군단은 내가 가려고 했는데.”

 

 “무.. 무슨!”

 

 “자... 잠시만! 무슨 소리십니까?!”

 

 알레르 역시 아이엘과 같은 표정이 되어 그에게 외치면서 다시 회의장은 소란스러워졌다.

 

 아까는 리즌의 말에 들썩였다면, 이번에는 데미아에 이어 아바르의 선언에 모두가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 엄청난 소동에 에락의 표정은 혼이 빠져 날아갈 것 같았고, 리즌은 그런 그들을 보며 즐겁다는 듯이 웃고만 있었다.

 

 회의장은 마치 혼돈의 폭풍 속에 표류하는 비공정과 같게 되어버렸다.

 

 

 

 

 

 - 알 포트 메인, 토벌 부대 막사 관리관실 -

 

 

 “흠, 이 녀석 일이 이렇게 바빴구나.”

 

 창백한 피부와 대조되는 붉은 눈동자, 그리고 보랏빛 머릿결의 여자가 서류를 툭툭 치며 말을 했다. 이런 행정 업무는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아니, 굳이 얘기하면 몇 백 년(?)만이라고 해야 하나?

 

 “아냐 누나! 차 가져왔어요!”

 

 열심히 서류를 정리하는 그녀의 옆으로 녹색과 붉은 눈동자를 가진 아이가 걸어 들어왔다.

 

 “어, 마유! 고마워.”

 

 “마유 아니에요! 세유라고요! 누나라고 했잖아요!”

 

 “어이쿠! 미안! 아직도 헷갈려서야 원.”

 

 세유는 자신이 더 커졌다는 것을 얘기하며 제대로 구별해달라고 말을 해나갔다. 하지만, 아냐는 그런 소년의 투정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어차피 그의 얘길 들어도 다시 보면 헷갈리니까 말이다.

 

 “어쨌든! 오늘 점심은 소고기 튀김이니까 제 시간에 오셔야 해요! 아셨죠?”

 

 “알았어. 최대한 많이 끝내놓고 내려갈게.”

 

 세유는 차를 조심스레 책상 한쪽에 놓아두고 그대로 나갔다. 아냐는 세유가 가져온 차를 마시며, 미소(?)를 살짝 지었다.

 

 ‘정말이지.......... 맛없게 끓였네.’

 

 어쨌든 이 많은 양의 서류를 정리해 나가던 그녀는, 다 정리한 서류를 옮기려다가 문득 책장에 눈이 꽂혔다.

 

 ‘흠, 생각보다 교양 있는 것 같은 책들로만 꽂혀있네.’

 

 너무나도 당당하게, 남의 책장에서 책을 뽑아드는 아냐. 무슨 음악 관련 책들도 있고, 언제나 그렇듯 도면이 잔뜩 있을 법한 책들도 있다. 도자기가 잔뜩 그려진 책들도 있고, 유명 여행지 관련 책들도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정말이지 재미라고는 1도 없는 책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뭐라도 재미있는 게 있을 까 싶었는데..........’

 

 꼭 뭔가를 할 때, 특히 공부나 일을 할 때 유독 다른 것들이 신경 쓰인다. 이 자식은 이런 지루한 업무 시간을 어떻게 버티는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녀석도 이런 일들을 혼자 처리해 왔나 싶기도 했..........

 

 “어... 어라?”

 

 뭐, 이 녀석이 야한 잡지 같은 걸 보는 성격이 아닌...... 이라고 하기엔, 아냐는 책을 뽑아들면서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너무나도...... 어.... 말하기 힘든....... 엄청난 책..........

 

 “이.... 이 자식... 대.. 대단한 녀석이었어......”

 

 ‘그.. 그래! 녀석도 사람이지! 암. 그.. 그렇지?!’

 

 생... 생각보다... 녀석... 정말이지..... 대단.....

 

 “언니? 뭐해요?”

 

 “흐아압!”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세유와는 눈동자 색이 반대로 있는 마유 덕분에, 깜짝 놀란 아냐는 급히 책장에 책을 꼽고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수상한 태도에 마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냐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소녀를 보며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 채... 책장 정리 중이었어.”

 

 “책장 정리요? 이미 정리되어있는 책장인데, 뭘 정리하고 있어요?”

 

 “아하하하....... 조금 강박증이 있어서..... 마... 막 그런 거 있잖아. 숫자는 숫자끼리, 글자는 글자끼리.”

 

 “그건 이미 리엔 언니가 다 해놔서 괜찮을 걸요?”

 

 순간 마유의 말에 아냐의 머릿속이 잠시 하얗게 변했다.

 

 ‘자.. 잠깐! 그럼 리엔은 이 책장에 대해서 아는 거야?’

 

 그.. 엄청난 것을 봤다는 것이..... 엄청.......

 

 “언니. 솔직히 말하세요. 뭐, 숨기는 거 있죠?”

 

 “내..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래! 리엔이랑 나랑 성격이 다른 거 알잖아! 나는 글자가 먼저, 숫자가 반대로......”

 

 “그건 리엔 언니가 정리한 방식인데요?”

 

 어떻게 한마디도 질 생각을 안 하는 걸까? 또박또박 반문하는 마유의 모습에 아냐는 더욱 더 당황하며 허둥거렸다.

 

 ‘일단 이 방에서 나가야 해!’

 

 라고 생각이 든 그녀는 급하게 움직이다 그만,

 

 쿠당쾅!

 

 “우와와아악!”

 

 책을 꼽다가 걸린 손가락 때문에 책장의 책들을 그대로 뽑아버리고 말았다. 긴장해서 너무 힘이 들어간 탓이었다. 그대로 책들에 깔려버린 아냐는 책들에게 깔린 것보다 그 문제의 책이 떨어졌을 것이 더 신경이 쓰였다. 그녀는 책에 맞고 쓰러진 고통 속에서 신음을 하고 있음에도, 빠르게 책장을 훑어보며 간절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제... 제발 떨어지지 말아주세요.....’

 

 “언니, 이 책 뭐에요?”

 

 “흐.. 흐아아악! 애들은 보면 안....... 어라?”

 

 낯익은 책. 아까 들고 있던 ‘그’ 잡지와 달리 마유가 들고 있는 책은 상당히 오래 되어 보이는 책이었다. 아냐는 마유가 들고 있는 그 책을 보며 잠시 눈을 비볐다.

 

 “으... 으응? 왜... 그게?”

 

 “어? 언니도 아는 책이에요? 근데, 일단 괜찮은 거 맞죠?”

 

 “아.. 아하하하. 괜찮아... 괜찮......아.”

 

 하필이면 재미없는 두꺼운 사전이 옆구리를 제대로 찍은 모양이다. 아까 그 잡지를 찾느라 집중해서 그런 건지, 집중이 풀리자 폭풍처럼 쓰라린 고통이 밀려들어왔다. 아냐는 눈살을 찌푸리며, 쓰라린 옆구리를 잡으며 천천히 일어났다. 신음하는 그녀를 보며 마유도 살짝 안절부절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 정말 괜찮은 거 맞죠? 그렇죠?”

 

 “괘... 괜찮대두. 그리고 이런 책들은 왜 나두는 거람.......”

 

 투덜거리면서, 아냐는 천천히 마유가 들고 있는 책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저 책. 이 책을 아직도 가지고 있을지는 상상도 못했는데, 그 녀석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괜찮은 건가....... 저걸 가지고 있어도........’

 

 “이 책 표지, 왠지 아저씨가 가진 목걸이랑 비슷한 것 같네요. 아니, 똑같아요!”

 

 역시 관찰력하나는 뛰어난 마유다. 그세 그걸 기억해 낼 줄은 몰랐으니까. 그저 그 놀라운 기억력에 아냐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버릴 수가 없어서 그런 거겠지. 이 책이 녀석한테 소중한 거니까.”

 

 “소중..... 한 거요?”

 

 “응. 아주 소중한 거지. 정말로.......”

 

 

 

 검은 머리 소년이 갑자기 책을 들고 와서 묻는다.

 

 ‘이봐, 마왕! 이 책에 뭘 담으면 좋을까?’

 

 아주 깔끔하고 고풍스러운 표지가 장식된, 하얀 백지의 공책.

 

 ‘뭔 소리야? 갑자기 책은 뭐고, 뭘 담으면 좋을 까라니. 마왕은 버린 지가 언젠데 그 소리냐? 내 이름 까먹은 거냐?’

 

 ‘버리긴 무슨, 그렇게 말하는 녀석이 아직도 그 망토랑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냐?’

 

 ‘어.. 없으면 허전하다고! 너도 그럴 거 아니야! 매일 들고 다니던 거 하루아침에 버리라고 하면 버릴 수 있겠어?’

 

 ‘아아. 이상 전 마왕님의 변론이었습니다!!!’

 

 ‘으... 얄미워! 아델!’

 

 약 올리는 그의 모습에 보랏빛 머리의 여자는 눈살을 찌푸린다.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 웃으며 소년은 책을 높이 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뭘 담으면 좋을까? 이 책이 그냥 책이 아니거든!’

 

 ‘그래. 물체의 모습을 담는 책이잖아. 그런 비싼 책을 어디서 얻은 거람?’

 

 ‘선물 받았지! 생일 선물!’

 

 ‘호오? 생일 선물이라니...... 근데 그거 어떻게 사용하는 거냐?’

 

 ‘그게 말이지...... 이렇게 손을 대고.....’

 

 보랏빛 머리 여자의 말에 소년은 기쁜 듯이 책을 가리키며, 하나하나 설명하려고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여어! 아델, 뭐하고 있..... 우와악!’

 

 그들의 등 뒤를 갑자기 밀며 깜짝 놀라게 하려던 금발의 어떤 인간 덕분에 그만.

 

 ‘우와악!’ / ‘이... 눈부셔!’

 

 첫 장에 눈이 부신 세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기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주 소중한........”

 

 첫 장에 담긴 그림을 보며, 밑에 써져있는 글씨를 보며, 아냐의 눈시울이 불거졌다. 그도 그럴게,

 

 「남아 있어줘서 고마워.」

 

 라고 적혀 있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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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3. 벌집(4) 2019 / 7 / 2 317 0 7817   
72 #13. 벌집(3) 2019 / 6 / 19 278 0 8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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