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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안녕하세요, 검은머리 아가씨
작가 : 김뎃뎅
작품등록일 : 2019.3.18

교역이 끊긴 동 제국의 사람들을 노예로 부리는 서 제국의 티보치나 백작가 둘째 딸로 입양된 로사의 이야기.

유일하게 동방문화를 배울 수 있는 제국학교에 입학한 로사. 모범생으로 학교 생활을 하지만 언제 들킬지 모르는 본 모습 때문에 속은 초조하다.

하지만 곁엔 본래의 모습까지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감추지마, 로사. 머리색이 검든 아니든 눈이 검은 색이든 아니든 로사 넌 예뻐. 그러니까 숨기지마. 네가 예쁜 건 다른 뭐도 아닌 로사라서 예쁜 거야."

조금씩 자존감을 회복하는 로사에게 내려온 황제의 명.

"동방과의 교역을 위해 네 스승이 들고 도망간 동 제국 시황제의 인장을 찾아오라. "

[아카데미물/ 여주성장물/ 동서양 혼합 배경/ 일편단심 남주/ 세계최강 든든한 언니/ 유일하게 서방에서 동양 문화를 공부한 동양인/ 스승을 찾는 과정에서 만난 진짜 가족]


매주 월화수목 한편씩 차근차근 업로드 예정입니다.

 
9. 팔려간 로사와 버지니아의 출격(3)
작성일 : 19-05-28 10:40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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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끄러운 사람들 사이로 로사를 찾는 세이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로사는 손을 번쩍 들며 자신이 있는 곳을 알리려 했지만, 키가 큰 사람들이 시야를 가로막아버렸다.

 

 일단 세이지가 하던 것처럼 인파를 뚫고 나가야겠단 생각에 꼼지락거리며 움직였다.

 

 그 때, 광장 단상에 올라선 치안대장을 환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트라의 시민들이여!”

 

 

 치안대장이 큰 소리로 사람들을 불렀다.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이 환호하던 소리를 죽였다.

 

 치안대장은 가지고 온 종이를 꺼내 황제의 명령이라 내려온 사항을 읊었다.

 

 거리의 사람들도, 창문을 열고 내다보던 사람들도 모두 그 말에 집중했다.

 

 

 “동방과의 거래를 재개하며……유물을 돌려주고……동방인을 노예로 삼는 것을 금하는…….”

 

 

 세이지가 했던 말이 사실이었다.

 

 로사는 멍하게 단상 위에서 한 글자씩 읽어나가는 치안대장을 바라봤다.

 

 

 “다행이다.”

 

 “헉!”

 

 

 갑자기 옆에서 들린 세이지의 목소리에 놀란 로사가 짧은소리를 내질렀다.

 

 그 소리에 세이지가 키득거리며 로사의 옆에 바싹 붙었다.

 

 

 “내 말이 맞지?”

 

 “어떻게 찾아왔어요?”

 

 

 둘이서 동시에 다른 걸 물었다. 세이지가 조금 지쳤단 얼굴로 웃었다.

 

 

 “내가 눈이 좋거든.”

 

 

 로사 한정으로. 뒷말을 뺀 세이지가 로사가 뒤집어쓰고 있던 모자에 손을 가져다 댔다.

 

 칙칙하고 특색 없는 색깔에 길거리에 같은 옷차림의 사람들이 상당했었다.

 

 근데도 한 번에 알아봤다는 게 신기했다.

 

 이유가 뭔지 궁금했던 세이지는 로사라서 금방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처구니없는 이유긴 했지만, 그냥 그런 것 같았다.

 

 

 “잘 됐어. 로사.”

 

 

 세이지가 치안대장의 마지막 말을 들으며 말했다. 로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부터라도 모자 벗어도 되겠다.”

 

 

 로사의 모자를 만지작거리며 세이지가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분위기에 아직은 아닌가 라며 손을 거뒀다.

 

 치안대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이 또 한 번 출렁였다. 등을 확 밀린 세이지가 로사와 부딪혔다.

 

 

 “아, 미안!”

 

 

 로사 역시 똑같이 떠밀렸다. 세이지가 로사의 어깨를 감쌌다.

 

 

 “노예를 쓰지 말라니! 무슨 개 소리야!”

 

 

 사람들의 반응이 똑같았다.

 

 이미 노예를 가진 시민들이 소리를 지르며 격하게 흥분했다.

 

 그들은 치안대장에게 따질 기세로 더욱더 광장을 향해 사람들을 밀어붙였다.

 

 

 “나가자.”

 

 

 세이지가 밀려들어 오는 사람들의 힘에 로사에게 말했다.

 

 조금만 더 가면 골목이 나오니 그곳에서 사람들이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면 될 거라 생각했다.

 

 목적지인 골목의 위치를 살피려 세이지가 고개를 빼며 주변을 돌아봤다.

 

 거리는 엉망이었다.

 

 흥분하며 밀려드는 사람들과 그걸 막는 치안대원들.

 

 흐름에 치인 사람들이 근처 가게의 물건들을 쏟아버리기 일쑤였고, 일부는 깔리는 사람도 나왔다.

 

 

 “로사, 자.”

 

 

 조금 덜 붐비는 방향을 발견한 세이지가 옆에 있을 로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손을 잡지 않았다.

 

 로사가 없었다.

 

 로사가 없어져 버렸다.

 

 

 “로사? 로사!”

 

 

 당황한 세이지가 주변 사람들을 헤치며 로사를 찾았다.

 

 한 곳을 뚫고 가려고 하면 또 사람이 몰려와 한 걸음도 나아가기 힘들었다.

 

 그래도 뒤졌다.

 

 미는 사람들을 또 밀고 사이를 비집고 고개를 내빼며, 아까 로사를 찾았듯이 로사를 찾았다. 찾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로사는 보이지 않았다.

 

 

 “로사!”

 

 

 세이지는 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해산할 때까지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거리를 이 잡듯이 다 뒤졌지만 로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 학교로 돌아간 거 아닐까 해서 세이지는 무작정 학교로 내달렸다.

 

 달리는 세이지를 향해 사람들이 시선을 던졌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단정하던 옷에 검댕이 잔뜩 묻어있었다.

 

 학생 무슨 일이냐고 묻는 어른들도 있었지만 일단 달렸다.

 

 

 “로사! 로사!”

 

 

 세이지가 교문에 다다랐을 때부터 로사를 불렀다.

 

 쉬지 않고 로사를 불러 대서 목이 쉬어 갈라진 소리가 나왔다.

 

 그 소리에 다른 학생들이 무슨 일이냐며 물었지만 세이지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로사를 불러댔다.

 

 학교를 다 뒤졌다.

 

 기숙사까지 다 뒤졌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로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기숙사, 연무장 할 것 없이 학교 내를 다 돈 세이지가 숨을 헐떡이며 살몬을 찾았다.

 

 지나가는 누구라도 있으면 붙잡고 살몬이 어딨냐고 물었다.

 

 살몬을 보면 자신이 찾는다고 빨리 와 달라고 전해달라고.

 

 

 “세이지!”

 

 

 한 학생의 연락을 들은 살몬이 놀라며 세이지를 불렀다.

 

 

 “무슨 일이야? 로사를 부르며 다녔다는데!”

 

 “로사 못 봤어?”

 

 

 살몬이 진정하라며 세이지의 팔을 붙들었다. 친구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어디 진탕에 구르다 왔는지 멀끔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로사가 없어졌어. 처음엔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디에도 없어!”

 

 “앞뒤 다 잘라먹지 말고 제대로 설명을 해! 어디서 잃어버렸는데?”

 

 

 세이지는 박물관에서 돌아오던 길에 있었던 일을 살몬에게 설명했다.

 

 설명하면서 세이지는 점점 차분해졌다.

 

 처음 로사를 군중 속에서 찾았을 때처럼.

 

 금방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사람들 틈을 조금만 파고들면 그곳에 있겠거니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한 사람 제치고 또 한 사람 제쳐도 로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공이 바닥에 튕기는 것처럼 초조해졌다.

 

 처음에 큰 텀으로 뛰던 심장이 시간이 갈수록 동동거리며 빠르게 뛰었다.

 

 

 “학교엔 없었어. 기숙사도 다 찾아봤는데, 없고.”

 

 

 세이지가 짜증스럽게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일단 선생님들께 알리고…….”

 

 끼익!

 

 대화하던 살몬의 눈에 학교 앞에 급하게 서는 마차 한 대가 보였다.

 

 혹시 로사인가 싶어 유심히 보는 데 마차가 벌컥 열리며 로드만이 급하게 뛰어내렸다.

 

 살몬이 뒤돌아 서 있어 총장을 보지 못한 세이지를 잡아끌었다.

 

 

 “총장님이라면 다른 교사들보다 로사의 일에 나서주실 거야!”

 

 

 그러길 바라며 두 남학생들은 로드만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무언가 쫓기듯 급해 보이는 로드만은 세이지와 살몬에게 아는 척도 하지 않은 채 지나치려했다.

 

 

 “총장님!”

 

 

 세이지가 다급하게 로드만을 잡았다.

 

 

 “총장님, 로사가 없어졌습니다!”

 

 

 살몬이 말했다.

 

 평소 로사를 아끼던 로드만이지 않은가!

 

 로사의 행방을 찾는 데 도움을 주거나 적어도 학생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을 알려줄 것만 같았다.

 

 그야말로 동아줄이라 생각했다.

 

 

 “그깟 동방인 계집애 없어진 걸 나한테 왜 말을 하느냐!”

 

 

 로드만은 버럭 소리를 지르곤 재빨리 학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로드만 총장의 반응에 당황한 세이지와 살몬이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는 그런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교내 직원들을 불러 모아 무언가 지시를 내렸다.

 

 아주 급하고 중요한 일인 것처럼.

 

 욕지기가 치밀었다.

 

 어른이란 작자가 그것도 교육자가 학생이 없어졌다는데 나온 반응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세이지는 총장이 타고 온 마차를 붙잡아 올라탔다.

 

 살몬이 그 행동에 당황해 같이 올라탔다.

 

 

 “치안대로 가 주세요! 빨리!”

 

 

 먼저 신고부터 빨리해야 했다. 설사 나중에 별일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사람을 동원해서 찾는 게 우선이었다.

 

 차라리 수도였으면 집안의 인력을 동원해서라도 찾을 텐데 그걸 못해 갑갑했다.

 

 세이지가 거친 말을 내뱉었다.

 

 

 “젠장! 버지니아처럼 마법이나 배워놓을걸!”

 

 

 차라리 질 나쁜 사람들을 두고 싸우라고 하면 배웠던 검술로 싸워보기라도 할 텐데.

 

 쓸 수 있는 마법은 일상적인 것뿐이라 사람을 찾는 덴 무용지물이었다.

 

 전문적인 마법을 배워놓았어야 했다.

 

 재능이 부족하다 해도 일단 배워볼걸.

 

 버지니아처럼 마법을 잘 썼다면 이렇게 안달 나지 않았을 텐데!

 

 

 “내가 뭐?”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세이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직 출발하지 않은 마차의 문을 잡고 낯익은 사람이 세이지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방금 아주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세이지 모닝라이트.”

 

 

 붉은 눈동자가 아스러질 것 같은 얼굴을 한 세이지와 살몬을 느긋하게 훑었다.

 

 그 눈빛이 너무 진해 세이지가 저도 모르게 숨을 헉 삼켰다.

 

 살몬이 당황하며 마차에서 일어서려다 머리를 박았다.

 

 어깨까지 오는 진홍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제 자신감을 대변하듯 높은 구두를 신고 있는 여자.

 

 검지를 까딱이며 세이지에게 마차에서 내리라 종용하며 여자가 말했다.

 

 

 “로사가 없어졌다고?”

 

 

 미미하게 찌푸린 미간에서 엄청난 살기가 흘러나왔다.

 

 세이지가 침을 꿀꺽 삼켰다.

 

 

 “버, 버지니아……!”

 

 

 ***

 

 

 총장실로 돌아온 로드만은 책상 서랍을 파헤쳤다.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모두 쓸어 담고 과거에 발급받았던 통행증을 챙겼다.

 

 그리고 곧장 교정을 가로질러 아까 내렸던 마차로 향했다.

 

 하지만 교문 앞에 마차는 없었다.

 

 로드만은 짜증 난단 듯 들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씩씩대더니 다시 가방을 챙겨 들고 박물관 쪽으로 향했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무릎이 쑤셨다.

 

 오래전에 다쳤던 무릎이 나이가 들면서 더 심해졌다.

 

 로드만은 이를 뿌드득 갈며 가방 안에 있는 진통제를 꺼내 마셨다.

 

 그리곤 욕설을 내뱉었다.

 

 

 “재수 없는 동방인들! 벌레만도 못한 야만인들!”

 

 

 그것들이 젊은 시절 자신의 무릎을 아작 냈던 일을 떠올리며, 로드만은 박물관에 도착했다.

 

 세이지와 로사에게 줬던 열쇠를 제하고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던 열쇠로 들어간 박물관은 어수선했다.

 

 그러고 보니 세이지가 로사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했던 것 같은데 무릎 통증 때문에 사나운 말을 한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진통제를 먹은 지금에서야 이성을 되찾았다.

 

 집사가 보낸 마차가 금방 도착할 예정이었다.

 

 로드만은 차곡차곡 쌓인 동방의 유물들을 바라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내가 어떻게 모은 것들인데. 이것들은 다 내 거야. 내 거.”

 

 

 중얼거리는 로드만의 목소리가 어두웠다.

 

 아직 정리가 덜 된 박물관을 둘러보며 로드만은 혀를 찼다.

 

 손이 이렇게 느려서야 한 번에 처리하는 건 힘들 것 같았다.

 

 이곳으로 올 집사에게 이 물건들을 잘 숨겨놓으라 해야 겠다 로드만은 마음먹었다.

 

 각지로 나누어 팔아버릴 것은 팔아서 이윤을 챙기고 간직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 이웃나라는 물론이고 전국 곳곳에 보내버리리.

 

 그럼 분명 황명을 어겼다며 자신을 구금하려 들 것이다.

 

 로드만이 가소롭단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곤 아직 치워지지 않은 박물관 전시실 한 곳으로 향했다.

 

 제가 한 발견 중에 가장 큰 역작인 동방 제국 시조의 무덤.

 

 여기 있는 것 한두 개만 없어져도 동방 놈들의 애간장이 닳으리라.

 

 모든 걸 다 가져갈 순 없었다.

 

 한계가 있었기에.

 

 로드만은 찬찬히 전시실을 훑으며 가장 가치가 있을 법한 물건들을 골랐다.

 

 

 “내 것이다. 내 것.”

 

 

 홀로 어두운 방에 서서 끊임없이 내 것이라고 중얼거리며 하나둘씩 유물을 챙기는 로드만의 모습이 사뭇 미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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