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정원(2)
무현과 겸이 나서고 난후 세사람만 남은 방안은 정적이 흐른다.
필요한 말만 하는 자들만 남은 관계로 서로 말할 필요를 못느끼며 각자 생각에 빠져 있다.
얼마나 그렇게 시간을 흘려 보냈는지 그들 중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한참을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있던 그들의 눈이 서로를 바라 본다.
무현이 빠진 관계로 치명상은 피해야 한다.
말한마디 안하고 있던 그들은 서로의 눈빛에서 같은 생각을 읽어 낸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빨간불이 번쩍이는 굴 입구에서 깊은 숨을 들이 쉰다.
평이 먼저 그뒤를 설희 정기가 따라 들어 선다.
음산하고 습한 굴 곳곳에서 벽을 타고 흐르다 떨어지는 소리들이 울리고 굴 내부 온도 탓인지 은근히 깔린 안개는 분위기를 더욱 음산함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의 앞날을 암시 했다.
“어이.. 정기 넌 여기 와본적 있나?”
“아니 여긴 없지”
“설희는?”
“왔겠어?”
“그러는 너는 와 봤냐?”
꿀꺽!!
하긴 설희는 코른콜트에도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아무도 이곳에 온적 없었다.
그도 사실 고굴에 들어 오긴 처음이다. 굳이 들어올 일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다만 책으로만 … 고굴을 글로배우다 경험 하려니 떨린다.
“책으로 봤지!”
“잘 알길래 넌 와봤을 줄 알았더니 …”
“뭘 긴장 하고 그래 많이들 싸워 본 사람들이”
“내가?!”
“내가?!”
완전 긴장 중이었지만 설희의 말에 발끈 하는 두 남자들…
설희는 혀를 찬다 산놈이나 죽은놈이나 신선놈이나 남자들은 다 똑같다.
“가자!”
신중히 주위를 살피는 남자들과 달리 설희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선다.
점점 넓어지는 굴의 내벽에 반짝이는 불빛들이 맺혀 있다. 들어갈수록 더 많아지는 불빛들이 밤하늘에 쏟아지듯 떠 있는 별들 같다.
“아라크로캠파 유충들이야”
설희는 아름다움에 이끌려 무심코 손을 가져갔다.
“안돼!! 그래 보여도 육식이야!!”
“이렇게 작은데??”
“이 벽에 붙은게 우습냐?”
어마어마한 양의 불빛들이다. 저 아름다운 빛이 하나로 모인다면 설희 하나쯤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
“순식간에 잡혀먹힌다”
뒤따르던 정기도 불빛으로 가져가던 손을 슬그머니 내려 놓는다.
책으로라도 접해본 평이 있어 다행이다.
불빛가득했던 곳을 지나 넓고 텅빈 공간이 나타 났다.
천장이 군데군데 뚫려 지나온 굴보다 훨씬 환하다.
지나온 곳만 아니라면 이곳이 굴인지 모를 정도로 환하다.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은데... 이상하리 만치 조용하고 비어 있다.
두리번 거리며 그곳을 지나쳐 반대편 통로로 들어 섰다.
다시 들어선 어두운 굴내벽에는 아라크로캠파 유충들위 불빛들이 반짝 거린다.
이번엔 다들 벽에 붙지 않게 조심하며 여유롭게 관광 하듯이 주위를 관찰 한다.
특히 두 남자!! 지금 들어 온 곳이 고굴이라는 것을 망각한 채
그저 기계적으로 돌아 보며 앞으로 나가는 중이다.
그러던 중 제일 앞에 가는 설희가 갑자기 우뚝 멈춘다.
설희 등에 평이 평의 등에 정기가 툭툭 부딪쳐 멈춘다.
“아!”
“아!”
연이어 들리는 남자들의 외마디를 무시 하며 설희는 전투 모드다.
검은 빛이 도는 그녀를 보며 평과 정기가 긴장한다.
“더 몰리기 전에 헤치운다! 바로 안따라 오면 니들 몫은 없을 줄 알아!!”
그녀의 말에 평과 정기도 금새 전투 태세를 갖추고 그녀를 따른다. 그래도 그들의 명예가 있지 이대로 그녀에게 뒤처질수는 없다.
계획따위 없이 달려드는 그들은 과연 잘해낼 수 있을지…
잠시 후…
산처럼 쌓여 있는 톡도기들 사체를 밟고 있는 전투모드의 암흑설희 뒷편에서 활시위를 내려 놓는 정기 톡도기사체산 밑에서 칼에 묻은 톡도기들의 체액을 털어 내는 평.
그들의 합은 기가 막힌다.
버디 플레이어 처럼 척척 맞아 떨어 지는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서로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물론 전쟁터에서 이골이 난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그들모두 감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움직임을 기억하고 대처 하는 능력이 특히 더 좋은 이들이다.
그렇기에 준비 없이도 이만큼 해내는 것이다.
그래서 모여진 사람이기도 하다. 그들도 대단하지만… 이들을 모아 놓은 자도 참 대단하다.
그들의 합이 이토록 잘 맞을 줄 알고 모았다면 더더욱…
<영암부 취환집무실>
누가 그를 생각 하는 것인가? 갑자기 간지러운 귀를 벅벅 긁어 대며 취환은 손톱에 낀 것을 입으로 불어 없앤다.
뭔가를 아는듯 슬쩍 흘리는 미소! 지으며 다시 귀를 벅벅 긁어 후 불어 내는 그 이번엔 그냥 일상적이다.
그는 정말 알 수 없는 존재 같다.
설희가 계속 암흑설희인 것을 보면 이대로 끝난 것이 아니란 뜻이다.
그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무기를 재정비 한다.
“혜안”
그녀의 혜안은 그들이 가진것과 조금 다르다.
영적인 것이 가미 되어 있는 혜안 투시와 함께 현재 속해 있는 공간을 그녀가 원한다면 어디든 볼 수 있다.
다만 암흑설희 일때만 가능 한 것이라 굳이 평소에는 그녀의 혜안을 쓰기위해 암흑설희가 되지는 않는다.
왜 그녀가 암흑설희를 꺼려 하는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정말 쎄보이고 무섭다.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적이 달아 날 것 같은 그런 모습이다.
그래서 그녀가 취환 앞에서 절대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에게 그렇게 보여지기 싫은 것이다.
모습만이 아니라 그녀의 집중도는 대단하다.
그녀의 보라빛 눈동자는 한 곳을 향해 있다. 아마도 그곳에 그녀가 경계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눈빛이 예사 롭지 않아 지는 것이 만만한 상대는 아닌 듯하다.
그녀의 눈빛이 슬금슬금 그 대상을 쫓는다.
그녀가 그것을 쫓는 사이 달려드는 것들을 평과 정기는 조용히 제거 한다.
달려드는 작은 톡도기들을 마저 정리 하자 눈앞에 공간에서 커다랗고 검은 다리 하나가 툭 튀어져 나온다.
평과 정기는 모든움직임을 멈추고 튀어나온 다리를 주시한다.
두개! 세개! 네개! 끝도 없이 보이는 다리들….
뭐지?
정기의 손에 있던 활이 점점 크기가 커진다.
자트라모울때 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근접하게 커지는 활… 커짐과 동시에 활을 감싸는 빛도 커지며 주위를 더욱 밝힌다.
그의 손에 긴장감이 깃든다.
평역시 단순한 검이었던 그의 무기가 점점 기다란 낫의 형태가 되어 간다.
그들 모두 대상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전혀 움직임은 없지만 그들의 무기들의 변화는 그들의 앞에 나타난 적의 위험을 알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