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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로즈 앤 스노우
작가 : 쿠페
작품등록일 : 2018.12.31

옛 동료들에게 쫓기게 된 두 킬러의 이야기

 
12
작성일 : 18-12-31 23:55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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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 데 없는 짓 하지 마세요! 그러다 정말 죽여 버릴지도 모릅니다!”

  흐린 시야 속에서 마론은 기관단총과 리모컨을 쥐고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거칠게 외치는 것과 반대로 마론의 신경은 곤두서있었다. 무슨 원리인지 로제가 살포한 연무는 육안을 통한 시각뿐 아니라 써멀비전마저 차단했다. 위치정보가 불확실한 이상 트랩을 함부로 기폭 시킬 수는 없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청각을 긴장시키던 마론은 그가 아는 로제의 성격을 떠올렸다.

  그가 아는 그의 선배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쨍알쨍알 불평을 늘어놓지만 궁지에 몰리게 되면 그녀는 맹독을 품은 독사처럼 변했다. 그가 생각했을 때 독사가 무서운 이유는 맹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독니를 피식자에게 박아 넣을 수 있는 포악함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아는 로제는 그것을 가진 여자였다.

  퐁!

  어둠 저편에서 갑작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하수도에 뭔가 빠지는 소리. 하지만 마론은 잔뜩 긴장해서 소리가 난 쪽에 총구를 겨누는 대신 눈빛을 가라앉히고 사위를 살폈다. 시각을 차단하고 청각으로 혼란을 주는 건 전술 중에서도 지나치게 클래식이다. 괜히 허둥대지만 않는다면 승세를 내줄 일은 없다. 마론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과연 저쪽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섣불리 움직일 순 없겠지. 잠깐 시야를 차단한 정도로는 전세를 뒤집을 수 없다. 잠깐의 변수를 만들어냈지만 결국 변수는 변수일 뿐인 것이다.

  연막이 걷히고 있었다. 동시에 천천히 써멀비전의 기능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론은 흐릿한 시선으로 어둠 속에 웅크린 형광의 인형을 찾아냈다. 왜 저러고 있지? 자포자기한 건가? 뇌리에 그런 생각이 스쳐간 순간 마론은 몸을 경직시켰다. 자신은 그런 말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여자와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직후에 일어났다.

  소리 없이 안개를 뚫고 날아온 그것을 마론은 인식할 수 없었다. 완전한 무음으로 움직인 그것은 그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각도에서 다가왔을 뿐 아니라 그가 인식할 수 있는 속도를 벗어나 있었다. 그것이 미간의 앞까지 다가온 시점에야 마론은 겨우 시야에 들어온 온도의 빠른 번짐을 인식해냈다. 대경한 마론은 이제껏 없던 정도로 근육을 긴장시키며 몸을 젖혀 겨우 그것을 피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한 회피는 불가능해서 안면에 장착하고 있던 써멀비전 바이저가 박살나며 날아갔다. 간신히 정신을 다잡은 마론은 그제서야 자신을 난도질할 뻔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릴 수 있었다. 써멀비전이 날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본 그것은 로제가 애용하는 나이프였다. 나이프의 날은 검게 변색되어 있었고 유해할 것임에 분명한 액체가 정성스럽게 도포되어 있었다. 로제와 함께한 시간 덕분에 마론은 그것이 아프리카 방울뱀의 신경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 번 스치기라도 하면 그것이 이 생에서 느끼는 마지막 감각이리라.

  얼굴을 스쳐지나간 죽음에 치를 떨면서도 마론은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아는 로제는 이렇게까지 빠르고 정교한 움직임을 구사하는 암살자가 아니었다. 약학과 화학 지식은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통틀어 최고였지만 신체능력은 마론에 비해서도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의 공격은 명백히 접근전의 달인 수준의 기습이었다. 못 본 사이에 육체 단련이라도 한 것일까?

  마론은 초조해하면서도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시야를 잃은 이상 현재 위치에서 싸울 이유가 없다. 좀 더 유리한 곳으로 유도해서 확실하게 끝장을 내야 했다. 다행히 그의 머릿속에는 건물 전체의 지도가 들어 있었다. 똑같이 시각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직은 그가 더 유리했다. 판단을 내린 마론은 걸음을 내딛으며 로제가 있으리라 추측되는 곳을 향해 우지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녀를 견제할 겸 함정으로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건 순전히 요행이었다. 감에 의한 것도 경험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변덕스런 행운의 여신이 드물게 미소를 보인 순간이라 하는 것이 정확했다. 우지의 방아쇠를 당기고 총구에서 폭발염이 번쩍이는 순간 마론은 로제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질겁했다. 정확히 말해서, 그녀는 나이프를 빼들고 마론을 찌르기 일보 직전이었다. 당황한 마론이 우지를 난사했지만 로제는 빠르게 어둠 속으로 파고들며 교묘하게 탄도에서 벗어났다. 섬광과 어둠이 교차되고 과거의 잔상이 현재를 침범하는 혼란 속에 마론은 똑똑히 목격했다. 자신에게 달려들던 로제의 홍채는 이상할 정도로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마론은 그런 증상을 보이는 약물을 알고 있었다. 그 의미를 깨달은 마론이 경악했다.

  “블러드 로터스(Blood Lotus)! 벌써 그만큼 개발했나!”

  그건 로제가 독자적으로 개발하던 향정신성 약물의 이름이었다. 일종의 도프(dope)라고 볼 수 있는 그 약물은 사용자의 대뇌피질과 후두엽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사용자의 운동 기능을 일시적으로 폭발적으로 끌어올린다. 그러나 이 약물이 일반적인 도프와 다른 점은 단순히 신체를 활성화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약물을 사용하는 순간 한시적으로나마 사용자의 인지와 반사 능력은 정상인의 범주를 아득히 초월하여 기능할 수 있었고 감각과 사고의 속도마저 한없이 가속하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은 것이었지만 일단 그것이 전투에 이용됐을 때 어느 정도의 위협이 될 것인지 마론은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그건 약물이 모두 개발된 후의 이야기였다. 마론이 아는 한 그것이 사용할 만한 수준으로 개발되기까지는 못해도 5년 이상은 더 걸려야 했다. 그걸 현시점에서 이미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레벨로 완성시켰다고? 마론의 여유는 완전히 사라졌다. 기폭장치를 쥔 손이 축축해진 것을 느낀 마론은 신경질적으로 손바닥을 옷에 문질렀다.

  하지만 붉은 동공으로 마론을 노려보던 로제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블러드 로터스는 복용자에게 가벼운 흥분 상태와 흉폭성을 부여한다. 붉은 안광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로제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나이프를 휘두르고 있었다. 마론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주저하면 죽는다. 써멀비전은 박살났고 이렇게까지 근접해 있는 이상 트랩도 쓸 수가 없다. 방금까지 자신을 안전하게 감춰주던 어둠은 이제 시야를 방해하는 걸림돌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도핑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예민해진 로제의 오감은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으로 자신을 감지할 것이다. 지금 맞붙어 싸우는 건 위험하다.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고 함정이 있는 곳으로 유도해서 일제 소사로 끝을 내야―

  마론의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바로 뒤에서 쫓아오던 물소리가 어느 순간 ‘앞에서’ 들려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즉시 마론은 뒤로 도약하며 우지를 발포했다. 총구의 불꽃 덕분에 마론은 치명적인 독이 발린 나이프가 자신의 경동맥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분명히 등 뒤에 있던 대상이 어떻게 앞에서 나타났는지에 대한 의문은 들지도 않았다. 지금 로제의 신체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일 뿐이었다.

  거의 즉각적으로 이동을 멈추고 있는 힘을 다해 땅을 박차다시피 했지만 그 짧은 시간에 마론은 자신의 몸에 가해지는 세 번의 타격을 느꼈다. 어깨에 한 번, 흉골과 복부에 또 한 번씩. 비틀거리며 벽에 기댄 마론은 발악처럼 기관단총을 내밀고 전방을 향해 흩뿌리듯 갈겼지만 맞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론은 날카롭게 사방을 경계하는 한편 자신의 상처를 살폈다. 인체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줄 수 있는 독나이프였지만 다행히 그가 입은 방검복을 뚫지는 못했다. 마론은 일단 안도했지만 정작 칼을 쥔 사람은 지금도 어둠 속에 숨어서 그를 노리고 있었다. 마론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 하하…… 역시 선배는 선배네요. 내 공간에서 이렇게까지 몰릴 줄은 몰랐는데.”

  실소를 금치 못하면서도 마론은 머리를 가동시켰다. 자신의 위치를 짐작해낸 마론의 머릿속에 하수도의 3차원 지도가 떠올랐다. 하수도의 모든 지형지물과 설치된 트랩의 위치를 떠올린 그는 빠르게 살아남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모든 계산이 끝난 순간 그는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달려 나갔다. 갑작스런 그의 움직임에 어둠 속의 인기척도 따라 움직였다. 기민하고 즉각적인 움직임이었지만 마론은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무차별로 총알을 퍼부으며 멈추지 않고 달렸다. 맞으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잠시라도 발을 묶을 수 있으면 된다. 예상 타이밍은 3초 후. 2… 1… 지금.

  마론이 스위치를 조작하자 하수도 벽면이 터져나갔다. 마론의 뒤, 로제에겐 옆에 해당하는 위치였다. 자신에게도 피해가 올 수 있었기 때문에 너무 가까운 위치에서 기폭시키진 못했지만 타격이 전무한 자신에 비해 로제는 폭발풍이나 파편의 영향권에 있을 터였다. 지금의 로제라면 이런 수준의 함정으로 잡을 순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저지할 수 있으면 성공이다. 달리는 속도를 조금도 줄이지 않고 마론은 계속해서 함정을 작동시켰다.

  흔들리는 의식 속에서도 로제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마론을 잡는 일이 쉽지 않았다. 써멀비전이 없었기에 로제의 위치를 파악해내진 못하지만 그에게는 머릿속의 3차원 지도가 있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도 그의 머릿속에 지도가 있는 이상 그는 스스로를 네비게이팅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강화된 감각과 육체를 사용해 그를 추적해도 마론은 기관단총과 함정을 이용해 따라잡히는 걸 끈질기게 저지해냈다. 그의 기폭 타이밍은 실로 절묘해서 자신에게는 일절 피해가 오지 않으면서도 로제 쪽으로는 분명한 위협이 될 수 있게 함정을 작동시켰다. 강화된 감각 덕분에 함정에 당하는 일은 없었지만 트랩을 피하다보면 마론은 훌쩍 거리를 벌려놓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마론의 진짜 무기였다. 트랩 전문가인 그가 굳이 현장에서 직접 움직이는 이유이기도 했다. 자신이 쳐놓은 함정에 빠지는 거미가 없는 것처럼 이 공간은 완전한 마론의 공간이었다. 공간 자체를 무기로 사용하는 마론을 잡는 것은 아무리 도핑을 사용한 로제라도 쉽지 않았다. 천재적인 공간인식을 바탕으로 한 완벽한 공간계산. 그것이 마론이라는 킬러의 진가였다.

  그렇기에 로제는 초조했다. 마론이 로제를 아는 만큼 로제도 마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로제는 마론이 자신을 유인하는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도핑이라는, 시간제한이 명확한 수단을 사용한 시점에서 자신이 이 경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승부는 간단했다. 결승점에 마론이 도달하는 것이 먼저일지, 그 전에 자신이 마론을 따라잡는 게 먼저일지. 아직까지 마론은 꽤 선방하고 있었다. 로제는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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