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로즈 앤 스노우
작가 : 쿠페
작품등록일 : 2018.12.31

옛 동료들에게 쫓기게 된 두 킬러의 이야기

 
11
작성일 : 18-12-31 23:55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424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옷을 찢어 즉석 붕대를 만들고 팔을 지혈한 로제는 같은 과정을 몇 번 반복했다. 그러고는 그것들을 묶어 끈처럼 만들었다. 꽤 긴 길이의 끈이 완성되자 로제는 바닥을 더듬거려서 적당한 크기의 돌멩이를 찾아낸 뒤 돌멩이에 끈을 단단히 묶었다. 한 손에 끈의 끝을 잡은 로제는 방향을 가늠해서 돌멩이를 던졌다. 낮은 각도로 던져진 돌멩이는 첨벙거리며 바닥을 굴렀다. 로제는 일부러 끈을 휘둘러 앞의 공간을 넓게 쓰다듬는 구도로 돌멩이를 회수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와이어나 레이저 감지기에 대한 대책이었다. 신중한 동작으로 전방의 공간을 확인한 후에야 로제는 앞으로 전진했다.

  그러나 마론과 거리를 두기 위해 어둠 속을 나아가던 로제는 등골을 내달리는 오싹함에 굳으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거의 동시에 어둠 속에서 무언가 얇은 것이 빠르게 공기를 꿰뚫는 소리가 났다. 로제는 침을 삼키며 자신의 오른뺨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에는 피가 묻어나왔다.

  “맞았나요? 반응을 보아하니 명중은 아닌 것 같은데.”

  그때 로제의 뒤편으로부터 마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제가 소스라치게 놀라 돌아봤지만 어둠 속에서 마론이 느닷없는 기습을 가하는 일은 없었다. 소리가 울리는 방향으로 보아 마론은 로제와 가까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공동화된 터널은 목소리를 사방으로 반사해 거리를 무시하고 지척에서 대화하는 느낌을 냈다.

  “너… 이건…….”

  “선배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독은 쓰지 않았어요. 어차피 선배를 상대로는 의미 없는 짓일 테고. 내가 아는 어떤 독을 써도 금방 해독해버릴 거잖아요.”

  “감지기가 있는 기색은 없었어. 동작인식용 카메라라도 달아놓은 거야?”

  로제는 벽에 달라붙어서 마론처럼 터널을 향해 소리쳤다. 다소 황당해하는 듯한 마론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있다 하더라도 애초에 전 그런 거 쓰지도 않고. 선배라면 알고 있잖아요. 제가 모든 함정을 수동으로 조작한다는 거.”

  “그래, 알고 있어. 그래서 묻는 거야. 분명히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는 내 움직임을 어떻게 감지한 건지.”

  “이상한 걸 물어보네요 선배.”

  마론은 바이저를 쓴 눈 밑으로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당연히 짐작해서 작동시킨 거죠.”

  “…뭐라고?”

  “어림해서 작동시켰어요. 대충 이쯤에 있겠구나 하고. 소리의 크기나 방향을 생각하면 대충 어디 있을지 짐작은 되니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네가 아무리 감이 좋다고 해도 그 정도 단서로 이렇게 정밀하게 노릴 수 있을 리가 없어. 함정의 각도와 타겟과의 거리, 공간의 구조와 위상. 고려해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니까. cctv와 지도를 펴놓고 대조해가며 실시간으로 타겟의 위치를 추적하는 게 아닌 이상 그건 불가능해.”

  “선배 말이 맞아요. 그러니까 나도 실시간으로 대조하고 있다구요.”

  마론은 바이저를 쓰고 있는 두부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이 머릿속에서. 선배 알고 있잖아요?”

  벼락같은 충격이 찾아듬과 동시에 로제의 모든 의문이 풀렸다. 마론이 어떻게 현지인도 잘 모르는 비밀통로의 길을 꿰고 있었는지,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 함정을 작동시킬 수 있었는지 로제는 모두 알 수 있었다.

  마론은 컬러네임을 얻을 수 있던 이유는 단순히 함정 설치를 잘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마론이 가진 진짜 재능은 그가 천재적인 공간지각능력의 소유자라는 데에 있었다. 과거 로제가 알던 마론은 그 우수한 공간지각력과 소형 드론을 사용해 앉은 자리에서 전장을 좌지우지하는 방법을 즐겨 사용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전장에 대한 이해와 공간에 대한 남다른 인지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로제가 알던 마론의 능력은 그쯤이었다. 하지만 로제와 떨어져 지낸 사이에 마론은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자신의 재능을 꽃피웠다.

  임무를 수행할 때가 되면 마론은 임무 현장의 청사진을 머릿속에 고스란히 집어넣었다. 공간기억력이 남다른 그는 일단 기억한 지도를 언제든 자유롭게 떠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지도는 2차원이 아니었다. 마론은 압도적인 공간지각력을 바탕으로 가상의 3차원 지도를 재현해냈다. 단 한 번 와본 곳이라도 마론은 그곳을 설계한 설계자보다 더 정확하게 공간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 능력이 트랩 설치 기술과 만났을 때 생기는 흉악한 시너지는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모든 트랩을 자동으로 발동하게 두지 않고 통합형 스위치를 사용해 일일이 수동으로 작동시킨다는 사실이 그것을 반증했다. 머릿속에 공간의 3차원 지도를 넣고 있는 이상 그가 함정의 위치를 헷갈릴 이유가 없었다. 마론은 이 능력을 살려서 조직의 트랩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짙은 낭패감이 찾아왔다. 못 보던 사이에 그녀의 후배는 일류 킬러가 되어 있었다. 이전부터 재능은 훌륭했지만 지금의 모습에 댈 정도가 아니었다. 호흡을 고르던 로제가 어둠 속으로 달음박질쳤다. 그러나 몇 걸음을 떼기도 전에 어둠 속에서 날아온 거대한 철구가 로제를 박살내다시피 할 기세로 날아왔다. 바람이 스치는 기세 덕분에 함정을 인식한 로제는 몸을 비틀어 직격은 피했지만 압도적인 질량의 철구는 스치는 것만으로 그녀에게 뼈가 부스러지는 충격을 선사했다. 로제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려졌다.

  “이번 건 좀 고전적인 걸로 해봤는데, 어때요?”

  마론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발소리도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로제는 흐릿해져 가는 시야에서 억지로 일어났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지만 이대로 마론과 마주치는 순간 끝장이었다. 벽을 붙잡고 비틀비틀 걸어가던 로제가 다시 그 자리에 푹 쓰러졌다. 발소리는 이제 꽤 가까웠다. 로제는 다 터진 입술로 거친 숨을 내쉬었다. 일어나기 위해 땅을 짚은 손은 그것을 밀어내길 거부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한 발을 내딛는 순간 전방의 심연에서 매서운 기세로 수 발의 화살이 날아왔다. 화살은 사살보다는 무력화를 위해 조정된 듯한 각도로 날아와 로제의 어깨에 꽂혔다. 로제는 반항도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발소리가 들렸다. 간신히 눈꺼풀을 뜨고 소리 나는 쪽을 올려다 본 로제는 남아 있는 모든 힘으로 자신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누워있어요. 많이 힘들 텐데.”

  마론이 나지막이 말했다.

  “잠깐 기절했다가 일어나면 본사에 도착해 있을 거예요. 누아르도 원하는 걸 얻고 나면 선배의 처분에는 관심 없어할지도 몰라요. 내가 도와줄게요. 선배는 업무 성적도 괜찮은 편이었으니까 위에서도 아까워 할 거예요.”

  로제는 피식 웃었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웃어요?”

  피가래가 끓는 입으로 킬킬대던 로제가 어둠 속에 있을 후배를 향해 말했다.

  “자기도 믿지 않는 이야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할 수 있는 네가 부러워.”

  “…….”

  “넌 착한 애야. 킬러에는 안 맞아.”

  마론이 눈살을 찌푸렸다.

  “제발 더 이상 괜한 짓은 그만두세요. 백지 상태에서 싸웠으면 모를까, 내가 점거한 공간에서 날 이길 순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요.”

  “그래… 너 머리 좋은 건 전부터 알고 있었지. 그렇긴 한데….”

  로제가 빠른 동작으로 무언가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 땅에 던져진 통은 빠르게 소용돌이치며 흰색 연무를 뿜어냈다. 갑작스런 로제의 동작에 움찔하던 마론은 그것이 자신이 아는 물건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연막…?”

  “내 목숨은 내 것이 아니라 쉽게 못 내주겠다 꼬맹아!”

  연막탄은 순식간에 그 구역을 메울 만한 부피의 연무를 피워 올렸다. 마론은 즉시 사방을 향해 발포하는 대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가 써멀비전을 쓰고 있다는 걸 잊은 겁니까? 저에게 연막 따윈…….”

  마론의 말이 중간에 끊겼다. 그는 당황한 듯 보였다. 그래, 그렇겠지. 로제가 터뜨린 건 톨루엔 가스를 응용한 특수 연막이었다. 일반적인 연막은 유색 기체를 발생시켜 시각을 물리적으로 차단하지만 로제의 연막탄은 흡입한 사람의 시신경에 작용해 일시적인 실명 효과를 야기한다. 사전에 해독 처치를 해 둘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로제의 시신경 역시 마비됐지만 지금은 잠깐이나마 마론의 시야로부터 자신을 숨기는 게 더 중요했다.

  연무 속에 몸을 숨기고 재빨리 물러난 로제는 가운 주머니에서 주사기 몇 개와 앰플 하나를 꺼냈다. 주사기 뚜껑을 입에 물고 연이어 주사한 로제는 마지막으로 앰플에 든 약물을 스스로의 팔에 주사했다. 불길한 붉은색으로 빛나는 용액이 수 초만에 한 방울도 남김없이 로제의 혈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읏… 으아아……!”

  로제는 빈 앰플을 집어던지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로제의 눈빛이 변했다. 동공이 이완되고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동맥이 미친 듯이 꿈틀거리는 것과 반대로 온몸의 모세혈관은 급격하게 수축되어 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8 17 2018 / 12 / 31 270 0 2484   
17 16 2018 / 12 / 31 297 0 8822   
16 15 2018 / 12 / 31 292 0 2051   
15 14 2018 / 12 / 31 259 0 3380   
14 13 2018 / 12 / 31 284 0 5960   
13 12 2018 / 12 / 31 283 0 5215   
12 11 2018 / 12 / 31 287 0 4247   
11 10 2018 / 12 / 31 267 0 4760   
10 9 2018 / 12 / 31 267 0 3364   
9 8 2018 / 12 / 31 318 0 6487   
8 7 2018 / 12 / 31 289 0 5965   
7 6 2018 / 12 / 31 309 0 8486   
6 5 2018 / 12 / 31 293 0 7431   
5 4 2018 / 12 / 31 279 0 3923   
4 3 2018 / 12 / 31 284 0 3644   
3 2 2018 / 12 / 31 276 0 5356   
2 1 2018 / 12 / 31 289 0 8112   
1 프롤로그 : 그녀의 경우 2018 / 12 / 31 467 0 1098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