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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로즈 앤 스노우
작가 : 쿠페
작품등록일 : 2018.12.31

옛 동료들에게 쫓기게 된 두 킬러의 이야기

 
9
작성일 : 18-12-31 23:54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3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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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린다가 로제와 블랑코를 안내해간 곳은 4구역과 5구역의 사이쯤에 있는 간이 시설이었다.

  “여기예요. 이쪽으로 내려가세요.”

  린다가 4구역의 출구쯤에 깔린 카펫을 들춰내고 돌바닥을 들어냈다. 돌바닥 밑에는 지하로 통하는 수직통로가 있었다. 감사인사를 한 블랑코와 로제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자 곧 린다가 다시 돌바닥을 덮었다. 잠시 통로 안은 어둠에 사로잡혔다. 한참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던 블랑코는 곧 지하터널에 도착했다. 통로를 살피며 땅에 발을 딛다가 찰박하는 소리에 당황한 블랑코는 황급히 바닥을 살폈다. 통로 바닥에는 얕은 수심으로 오수가 흐르고 있었다. 그제야 그는 이곳이 지하터널이 아니라 일종의 하수시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때는 주변 공장과 연결되어 활발히 오폐수를 토해냈을 것이다. 하지만 에펠의 경제 기반이 침체한 지금은 제 기능을 잃어버린 버려진 시설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여분 째 그들은 축축한 하수도를 달리고 있었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오수가 첨벙거리며 불쾌한 소리를 냈다. 블랑코의 수트는 진즉에 더럽혀졌고 로제도 꼴이 말이 아니었다. 벽과 천장의 중간 쯤 되는 위치에 나란히 설치된 나트륨 등만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땀과 오수와 나트륨 램프의 주황빛에 범벅이 된 채 하염없이 달렸다.

  한참 달리던 블랑코가 문득 로제에게 말을 던졌다.

  “근데 정말 괜찮은 거야?”

  “뭐가?”

  “윗 상황을 보아하니 셴리가 후앙을 막아내는 데에 성공한 것 같던데.”

  “그래서?”

  “그 말은 곧 후앙과 전면전을 벌이게 된다는 거잖아?”

  “…….”

  “이런 말 하긴 싫지만 아마 죽…….”

  “우리 언니 싸움 잘해.”

  그 말을 끊는 것처럼 로제가 단호하게 말했다. 블랑코는 그 단호함 사이에 숨어있는 불안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알지 못했다. 그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고 그래서 터널에는 다시 고요가 돌아왔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로제는 다시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다시 입을 닫았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녀가 결국 꺼내놓은 것은 이런 말이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블랑코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하도의 구조는 꽤 복잡했다. 최근에 만들어진 시설이 아닌 만큼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표지판 따위도 당연히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희미하게 들려오는 물소리나 오수가 흐르는 방향 따위를 지표 삼아 발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거침없던 그들의 도주는 로제가 발걸음을 멈추면서 중단되었다.

  “왜 그래?”

  블랑코의 물음에 로제는 아무 말 없이 전방을 가리켜보였다. 터널 벽에 박혀 쭉 이어져 오던 나트륨 등은 5m 전방부터는 모조리 꺼져 끝이 안 보이는 암흑굴을 이루고 있었다. 지나온 길은 주황빛 일색의 터널이고 가야 할 길은 빛 한 점 없는 완전한 어둠이었다. 폐쇄적인 지하통로에서 그 단호한 이분법은 없던 폐소공포증마저 불러일으킬 것 같았다.

  로제는 그 어둠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뜬금없다고 여겨지는 질문이었지만 블랑코는 로제의 말을 무시하거나 흘려 넘기는 대신 턱을 긁적였다. 로제를 따라서 어둠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블랑코가 질문으로 대답했다.

  “맞다고 생각해?”

  “확신할 순 없어. 오래된 시설이니까. 하지만 가능성은 높겠지.”

  블랑코가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물었다.

  “내가 먼저 갈까?”

  “아니, 내가 앞장설게. 상대가 누구일지 대충 짐작도 가고.”

  주머니를 뒤적인 로제는 뭔가를 꺼내들었다. 로제의 손바닥 두 뼘 정도 되는 그것은 페닐 옥살레이트 에스터를 사용한 발광스틱이었다. 로제는 스틱을 가볍게 꺾어 빛을 내고 시커멓게 아가리를 벌린 터널의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조명이 기능을 상실한 지하통로는 완전한 어둠이었다. 지상의 빛이 조금도 새어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하수도에서 로제와 블랑코는 발광스틱 하나에만 의지해 나아갔다. 창백한 빛을 받은 수면은 스산하게 일렁였고 어딘가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하나도 증폭되어 들렸다. 로제는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로제가 그렇게 긴장하는 이유는 단순히 시각이 부자유스럽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로제는 희미한 빛에 의지해 벽과 천장, 바닥을 유심히 살폈다. 축축이 습기가 들어찬 오래된 회벽은 로제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너무 지저분했다. 너무나… 뭐가 이상한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이상을 눈치 챈 건 로제였다.

  쐐액!

  “블랑코! 피해!”

  수많은 사선을 넘어 예리하게 단련된 로제의 직감이 경종을 울렸다. 보일 리가 없던 어둠 속의 움직임을 어렴풋이나마 감지한 건 주의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었다기보다도 전적으로 그 직감 덕분이었다. 발광스틱이 날아갔다. 즉시 하숫물과 키스할 정도로 몸을 낮춘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 로제는 목 뒤를 스친 공기가 찢어지는 감촉에 오싹한 기분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블랑코는 오싹함을 느끼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다.

  “어엇?!”

  매서운 파공성을 한 발짝 늦게 알아챈 블랑코는 당황해서 멈칫했다. 그 찰나의 빈틈은 생사를 가르는 한순간에는 지나치게 치명적이었다. 공기를 가르는 참격이 블랑코의 하얀 거체에 파고들었다. 로제가 당황하여 소리쳤다.

  “블랑코!”

  “으윽…….”

  블랑코가 짜내는 듯한 신음소리를 흘렸다. 철도 자르는 고강도 와이어가 가공할 장력으로 그를 쥐어짜고 있었다. 흰색 재킷의 잘린 틈으로 검은색 안감이 드러났다. 본래 묶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살을 파내고 뼈를 자르기 위한 도구였지만 수트 안감에 덧대인 강화 그래핀 섬유와 그 아래 위치한 곰 같은 근육은 외부로부터의 무례한 침입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었다.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쉰 로제는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노려보았다. 그 시선에 대답하듯 어둠속에서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역시 선배네요. 선배라면 피하실 줄 알았어요.”

  뱀의 아가리처럼 쩍 벌어진 하수도에서부터 천천히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탁한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 상대가 로제의 눈앞에 나타났다. 오수에 빠진 발광스틱의 희미한 번짐으로 로제는 그를 볼 수 있었다. 로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마론(Marrón)….”

  “오랜만이네요 선배. 엄청 보고 싶었어요.”

  어둠 속에서 나타난 자는 시원하게 미소 짓는 젊은 남자였다. 안면부 위쪽은 기묘한 형태의 바이저를 뒤집어쓰고 있었기 때문에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입꼬리는 로제를 반가워하는 듯 빙긋 올라가 있었다. 그는 고동색 작업복 같은 차림을 하고 있었고 한 손에는 스위치 같은 것이 다닥다닥 달린 묘한 형태의 리모컨을, 다른 손에는 우지 기관단총을 들고 있었다.

  로제는 그를 알고 있었다. 갓 컬러네임을 달았을 때의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전 파트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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