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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로즈 앤 스노우
작가 : 쿠페
작품등록일 : 2018.12.31

옛 동료들에게 쫓기게 된 두 킬러의 이야기

 
8
작성일 : 18-12-31 23:52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6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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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셔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온 것은 3구역 입구에 막 도달했을 쯤이었다. 황색 남자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비슷한 차림을 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안내했지만 남자는 냉막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네 번째로 불러온 콜걸이 헛걸음을 했다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돌아가자 에셔는 슬슬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여전히 황색 남자는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그를 둘러싼 검은 남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건장한 사내들이 의심과 짜증이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흉흉한 공기가 형성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들은 표정은 에셔가 보기에 ‘이놈은 치워버리고 우리끼리 찾아보죠’ 어쩌고 하는 말이 나오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미 남자들의 불만은 눈에 보일 정도로 부풀어있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 에셔는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3구역 입구에서 나오는 로제를 가리켰다. 처음으로 후앙의 입에서 만족스런 말이 나왔다.

  “수고했소. 가게를 잘 알고 있다고 할 만하군.”

  “예…?”

  입에서 흘러나온 얼빠진 대답은 검은 사내들이 일제히 꺼낸 총신의 묵직한 존재감 앞에 지워졌다. 황색 남자는 그들을 발견하고 경직되어 있는 남녀에게 여전히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격조했소, 로제.”

  “윽…… 후앙(黃).”

  로제는 똥 씹은 표정으로 옛 동료의 인사를 받았다.

  “얼굴을 보고 말하는 건 3년만이던가. 그대와 하는 일은 나쁘지 않았소. 언젠가 다시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지. 이런 상황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게 유감스러울 뿐이오.”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해 후앙. 감정 비슷한 것도 없는 놈이 유감은 무슨.”

  “그렇지 않소. 나는 항상 진심이오.”

  후앙은 표정 없이 탄식했지만 그것이 진심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아낸 거야?”

  그들 사이에 끼어든 목소리에 후앙이 고개를 돌렸다.

  “조직의 정보망은 그대의 생각보다 넓소, 블랑코. 펠먼과 인접한 도시 중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지역에는 빠짐없이 조직의 손길이 뻗쳐 있지. 하지만 그대들과 닮은 사람을 봤다는 정보는 들어오지 않더군. 그대들의 목적을 생각했을 때 남은 후보에서 어디로 이동할지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소. 막상 도착했을 때 작은 행운이 따랐던 것은 부정하지 않겠소만.”

  후앙의 뒤에서 에셔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그를 발견한 로제가 이를 갈았다.

  “저 자식. 아까 더 패줬으면 좋았을 텐데.”

  로제와 눈이 마주친 에셔는 찔끔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블랑코가 어깨를 으쓱했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그러자고. 만날 일이 있을 때 얘기지만.”

  로제는 한 번 더 에셔를 째려봄으로써 그를 겁주었다. 후앙이 나른하게 말했다.

  “상황 정리는 이만하면 마쳤겠지. 조직은 그대들을 원하오. 순순히 따라 와준다면 서로가 허투루 피를 낭비할 일은 없을 거요. 이건 옛 동료로서의 권유이기도 하오.”

  “권유는 받는 사람이 마음이 동할 만할 때 권유인 거지. 조직에 끌려가면 우리가 누아르에게 어떤 꼴을 당할지 몰라서 그래? 너도 제법 뻔뻔해졌구나 후앙.”

  여유롭게 대답하는 척하면서도 로제는 날카롭게 사위를 살폈다. 명백히 총기로 무장한 인원이 아홉 명. 후앙의 말로 미루어 볼 때 2구역과 1구역에도 못해도 비슷한 수의 인원이 포진해 있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그녀를 가장 신경 쓰이게 하는 건 장승처럼 우두커니 서있는 후앙의 존재였다.

  일반 요원과 컬러네임 요원의 전투력은 차원이 달랐다. 로제는 아홉 명의 총을 든 암살자를 따돌릴 자신은 있었지만 가만히 서있는 후앙 한 명을 따돌릴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같은 컬러네임이었지만 로제와 다르게 후앙은 박투를 특기로 하는 암살자였다. 겉으로 보기에 이렇다 할 무기를 지니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과거 같은 임무를 맡았던 적이 있는 로제는 그가 무기를 쓰지 않는 이유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말 그대로 온몸이 흉기인 남자였다. 2대 1로 싸운다면 승산이 없진 않았지만 숙련된 무술가를 상대로 접근전을 벌이는 건 그 자체로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다.

  로제는 그들이 지나온 3구역을 힐끗 돌아봤다. 혼잡한 카지노의 정경이 로제의 눈에 들어왔다. 로제의 시선을 눈치 챈 후앙이 예리하게 그녀의 주의를 파고들었다.

  “도망칠 생각이오? 소용없소. 이 폐쇄적인 시설의 구조는 그대도 잘 알고 있을 터요. 지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출구는 내 등 뒤에 있소. 도망치고 싶다면 나를 죽이고 가야 할 거요.”

  “그건 당신 생각이지.”

  그건 로제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후앙은 검은 안경 속에서 눈썹을 찌푸리며 소리가 난 곳을 쳐다봤다. 목소리는 로제의 뒤에서부터 들려왔다.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3구역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셴리와 그녀의 정예 부하들이었다.

  “이런 규모의 지하시설에서, 그것도 설립목적상 비상상황이 뻔히 예상되는 시설에서 정말 출입구를 한 곳밖에 두지 않을 줄 알았어? 당신들도 발상이 꽤나 순진한걸.”

  “…그대는?”

  “이 가게 매니저야. 우리 손님에게 무슨 볼일이실까? 우리 가게가 중립구역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후앙은 피곤한 기색으로 짧게 탄식했다.

  “이 보잘 것 없는 가게가 그런 허울뿐인 이름을 지켜올 수 있던 이유는 오직 조직이 그걸 허용하지 않을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오.”

  “듣던 말 중 시건방진 말이네. 벨 마르셀의 중립은 에펠 전역의 합의에 의해서 성립된 거야. 너희가 ‘아직’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생각은 다르오. 우리 조직원 중 한 명이라도 ‘벨 마르셀의 살해’를 의뢰받았다면 이곳은 진즉에 지도에서 사라져 있었을 거요.”

  “확인해보겠어?”

  “얼마든지.”

  셴리와 후앙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로제가 살금살금 셴리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언니. 지금 뭐하는 거야?”

  “내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일?”

  셴리는 여전히 후앙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너희는 아직 내 손님이야. 이 가게를 나가는 순간까진 그렇지. 내 손님이 가게 안에서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꼴을 가만 두고 볼 순 없어.”

  후앙이 끼어들었다.

  “조직과 적대할 생각이오? 현명치 못하오.”

  “내가 할 말이다 이 자식아. 내 가게에 들어와서 내 손님을 위협해놓고 적대를 운운해? 중립지역인 걸 알면서 여기서 싸움을 벌인 순간 니들은 벨 마르셀에 전쟁을 선포한 거야.”

  후앙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셴리가 옆에 있던 여자에게 말했다.

  “린다. 손님들에게 출구를 안내해드려.”

  고개를 끄덕인 여자가 로제와 블랑코에게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로제는 안달하는 표정으로 셴리를 바라봤다.

  “언니, 저 자식이 어떤 놈인지 알아? 생긴 건 옛날 홍콩 영화에 나오는 삼류 악당처럼 생겼지만 실력은 진짜인 놈이라고.”

  걱정하는 눈으로 자신을 보던 로제에게 셴리가 담뱃대를 휘둘렀다. 갑작스런 움직임에 로제는 피하지도 못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네 일이나 신경 써 꼬맹아. 해야 할 일이 있잖아?”

  얻어맞은 머리를 쓰다듬는 로제를 보며 셴리가 말했다.

  “그리고 일이 다 끝나면 다시 한 번 가게로 와. 이번에는 내가 아는 이름으로.”

  “언니…….”

  길게 침묵을 흘리던 로제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셴리가 희미한 미소 비슷한 것을 지었다. 그때 건조한 목소리가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대화 중에 미안하오만 손 놓고 보내줄 생각은 없소.”

  후앙이 까딱 손을 움직였다. 그와 함께 암살자들이 일제히 총을 겨눴다. 셴리의 부하들도 맞서 무기를 들어올렸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후앙은 로제와 셴리 중 누구라 할 것 없이 겨냥해 말했다.

  “내가 그대들을 이대로 놓아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글쎄, 그건 두고 봐야지.”

  “!”

  갑자기 난입한 뜻밖의 인물을 견제하느라 후앙은 무시해선 안 될 사람을 주의에서 빼놓았다는 것을 한 발짝 늦게 깨달았다. 대가는 비쌌다. 총을 겨누며 셴리의 부하들과 대치하고 있던 암살자들은 그 뒤쪽에서부터 거대한 뭔가가 날아오는 것에 당황했다. 가벼운 것이나 되는 것처럼 날아오고 있었지만 그 정체는 3구역에서 쓰던 카지노 테이블이었다. 맞았다간 골절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생존본능에 따라, 그러나 덧없게도 팔로 얼굴을 가리며 웅크린 암살자들을 덮치기 직전에 테이블이 반으로 쩍 갈라졌다. 그 속에서 나타난 건 한 쪽 다리를 치켜든 후앙이었다. 반으로 갈라진 테이블의 파편은 기세를 죽이지 않고 날아가 요란한 바닥에 처박혔다. 후앙이 얼굴을 찌푸리며 건너편을 응시했다. 암살자들을 향해 카지노 테이블을 냅다 집어던진 블랑코는 셴리의 부하인 린다를 짊어지고 이미 저만치 도망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옆에는 로제도 함께였다. 후앙이 벼락같이 소리쳤다.

  “쫓아!”

  그러나 기세 좋게 몸을 일으킨 암살자들은 그보다 빠르게 엄폐물을 찾아 숨어야 했다. 슬롯머신과 카지노 테이블 뒤에 숨은 셴리의 부하들이 맹렬한 기세로 발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후앙 역시 근처의 테이블을 뒤집어 총알세례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후앙은 깨진 유리조각을 집어 그것을 거울삼아 테이블 밖의 상황을 관찰했다. 블랑코와 로제가 빠져나가는 것을 바라보던 후앙은 근육을 준비시키며 조용히 타이밍을 엿봤다. 벨 마르셀 측의 일제소사가 잠시 잦아드는가 싶은 순간이 오자마자 후앙은 번개처럼 은폐물 밖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후앙은 가공할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벨 마르셀 측의 누구도 그 속도에 반응하지 못했다. 그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속도로 움직였다. 그 순발력에 당황해 돌아보면 이미 그는 황색 바람이 되어 지나간 후였다. 근육 한 줄기의 탄력까지 모두 사용한 듯한 그 달리기가 블랑코를 따라잡는 건 말 그대로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후앙이 탄환처럼 3구역을 가로질러 4구역 입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 한줄기 비도가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맞지 않을 궤도였기에 후앙은 피하지도 않았지만 애초에 비도는 후앙을 노리고 던져진 것이 아니었다. 비도는 벽에 붙어 있는 화재 경보를 정확히 꿰뚫었다. 즉시 4층 입구와 3층 출구에 설치된 차단벽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후앙이 이를 악 물었다. 기세를 더해가며 달렸지만 벽이 내려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3층 입구에 내린 벽 앞에 도착한 후앙은 달려오던 기세를 이기지 못해 벽에 부딪혔다. 벽에 파묻힌 팔을 빼내자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후앙은 아무 말 없이 뒤를 돌아보았다. 비도를 몇 개나 들고 있는 셴리가 서있었다. 후앙이 씁쓸한 기색으로 읊조렸다.

  “후회할 텐데.”

  “두고 보면 알겠지. 한 가지 분명한 건 후회든 승리감이든 혼자 느끼지는 않을 거란 거야.”

  셴리의 그 말이 신호인 것처럼 3구역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후앙과 암살자들에게 일제히 총을 겨눴다. 셴리의 부하와 경비원뿐만 아니라 딜러와 청소부 등 일반 직원들까지 총을 뽑고 있었다. 심지어 일반 손님들 중에도 그들을 거들어 암살자들을 적대하는 자도 있었다. 그 중에는 떨리는 손으로 애지중지하는 매그넘을 치켜든 에셔도 있었다.

  “네가 상대하는 건 이 도시 전체야. 벨 마르셀에 싸움을 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똑똑히 알게 해주지.”

  자신에게 겨눠진 총과 그것들을 들고 있는 면면을 천천히 훑어본 후앙이 나직이 대답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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