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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로즈 앤 스노우
작가 : 쿠페
작품등록일 : 2018.12.31

옛 동료들에게 쫓기게 된 두 킬러의 이야기

 
5
작성일 : 18-12-31 23:50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7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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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일반적인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이 아닌 벨 마르셀은 그에 맞춘 것처럼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벨 마르셀의 지하 구조는 수평적으로 늘어선 다섯 개의 구간으로 나뉘는데 각각의 구간은 ‘구역’으로 불리며 그 성격을 달리 했다.

  지상과 통하는 출입구가 위치한 1구역은 비교적 가벼운 펍 분위기의 구간이었다. 가지각색의 주류가 비치되어 있었고 어디서든 마실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가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 기본적인 오락 기구와 숨을 돌릴 수 있는 휴게 시설이 구비된 공간이기 때문에 항상 북적이는 곳이기도 했다. 2구역은 널찍한 홀과 음악이 존재하는 구간이었다. 지상의 여느 클럽과 비슷했지만 그것보다 훨씬 끈적이는 분위기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약을 거래하는 풍경을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스트립 댄서가 공연하는 전용 스테이지도 따로 설치되어 있었다. 3구역에는 갖가지 도박 시설이 존재했다. 딜러가 운영하는 테이블이 있었고 슬롯머신이나 환전소도 놓아져 있었다. 당연히 트러블에 대비한 덩치 큰 직원들도 상주하는 구간이었다. 4구역은 일종의 마약굴이었다. 다른 구간이라고 약의 거래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4구역은 그야말로 약에 찌든 중독자들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곳을 천국이라기보다 종착지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린다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근처에만 가도 특유의 매캐한 냄새와 함께 트립에 빠져 몽롱한 눈을 한 중독자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정상적인 정신머리를 가진 이용자들은 4구역에는 접근하길 꺼려했다. 구조상 벨 마르셀의 최심부에 위치한 5구역은 살롱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드넓은 홀의 가운데에 위치한 바를 기준으로 박스 형태의 룸들이 원형으로 늘어선 구조였는데, 두껍게 솟은 박스의 벽들이 미로가 되어 서로를 차단하는 독특한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1구역과 비슷한 성격의 공간으로 볼 수도 있지만 5구역의 특성은 그 은밀함에 있었다. 이용자들은 완전한 방음과 보안을 자랑하는 그 공간에서 개인적인 유흥을 즐기거나 기호에 맞춰 여자를, 혹은 남자를 안았다.

  벨 마르셀의 다섯 구간 중 로제가 향한 곳은 5구역이었다. 차단과 은폐가 생명인 이 공간은 매음굴과 살롱의 역할 외에도 중요한 쓰임새를 한 가지 더 가지고 있었다. 그곳은 에펠에서 가장 큰 정보 거래소였다. 뒷골목에서 태어나 굴러다니는 자질구레한 것들부터 조직 간의 균형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굵직한 것들까지 거리의 온갖 소식들이 벨 마르셀의 파이프를 거쳐 흘렀다. 이용자들은 살롱을 빌려 ‘존재한 적 없는’ 비밀스런 얘기들을 주고받았고 원한다면 5구역의 책임자이자 정보상인 ‘매니저’와 직접 거래를 할 수도 있었다. 업종의 특성상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신용과 보안이었고 그 때문에 5구역은 다른 구간과 다르게 완전회원제와 익명성을 이용의 전제로 하고 있었다.

  따라서 천진하게 맨손으로 5구역에 진입하려던 로제가 검은 양복을 입은 험상궂은 남자에게 가로막힌 것도 너무 억울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로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그 공간의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었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 아저씨네 정말. 대체 몇 번을 말하게 해요? 난 고객으로서 여기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왔다니까요?”

  “몇 번을 대답해드리지만, 회원증을 소지하고 있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합니다. 손님.”

  “그 회원증이란 건 어떻게 얻는 거죠?”

  “매니저님의 인가를 받으면 발급이 가능합니다.”

  “그 매니저님의 소재는요?”

  “5구역 홀의 바에서 근무하십니다.”

  “그러니까 들어가서 가입이든 뭐든 하고 회원증을 발급받겠다니까요?”

  “회원증을 소지하고 있지 않은 고객께선 입장이 불가합니다.”

  “아아악! 짜증나!”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쥐어뜯은 로제는 잠시 씩씩거리다 남자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미안한데요, 아저씨. 나 지금 상황을 봐가면서 일할 처지가 아니거든요. 진짜진짜 다급하고 긴급한 상황이에요. 그러니까.”

  잠시 말을 끊은 로제는 남자를 서늘한 시선으로 쏘아봤다.

  “이 이상 방해하면 서로에게 불미스런 일이 생겨도 책임 못 져요.”

  남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어린애를 상대하듯 굴던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허리를 세우고 어깨를 피는 정도의 움직임이었지만 로제에게는 상대가 두 배 정도 거대해진 느낌이 들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로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지금 그 말은 협박이십니까. 손님?”

  말투는 정중했지만 남자의 표정은 이미 더 이상 로제를 손님으로 대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로제도 자신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남자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봤다. 두 사람 모두 한 치도 물러설 기세가 아니었다. 둘 사이의 분위기가 빠르게 식어가는 그때.

  “뭐야. 왜 아직 안 들어가고 있어?”

  로제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린 남자는 고개가 점점 올라감을 느끼고 당황했다. 로제의 등 뒤에 선 블랑코는 로제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남자보다도 머리 하나가 더 컸다.

  “몰라. 이 아저씨가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면서 안 들여보내주잖아.”

  로제가 뾰로통하게 씨불이자 블랑코의 눈이 물끄러미 남자를 향했다. 누군가를 올려다보는 경험이 드물었던 남자는 낯선 느낌에 생소해하면서도 숱하게 입에 담았던 말을 반복했다.

  “죄송하지만 이 구간은 회원증이 없는 고객께선 이용이 불가하십니다.”

  “아하…. 이거 그런 상황이었군.”

  블랑코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몇 번 주억거렸다.

  “이봐. 우리도 꽤 급해서 말야. 우리 용건을 그쪽이 처리해주기 곤란하다면 책임자를 불러줄 수 없을까?”

  “매니저님과의 대면 역시 보안상의 이유로 최소한의 신원 확인이 된 분들에게만 허용되고 있습니다. 기존에 가입하신 회원이나 저희 직원의 추천이 있다면 가능합니다.”

  “그럴 시간은 없는데. 아, 그럼 댁이 우릴 추천해주는 건 어떨까. 그거라면 서로 피곤해지지 않을 거 아냐. 바쁘면 우리가 대신 매니저님을 데리고 와줄 수도 있어.”

  “죄송합니다.”

  “아냐. 죄송할 건 없고.”

  남자가 뭔가를 더 말하려는 순간 블랑코는 이미 남자의 옆을 지나고 있었다.

  “나도 제안하는 건 아니었거든.”

  “!”

  남자는 즉시 우악스럽게 블랑코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그러나 블랑코를 돌려 세우는 순간 그의 손목은 어느새 블랑코의 솥뚜껑만한 손에 붙잡혀 있었다. 블랑코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민첩함으로 몸을 낮추며 남자의 팔을 자신의 어깨 너머로 꺾었다. 무게중심을 빠르게 이동시킨 블랑코가 움직임에 탄력을 주자 거구의 남자가 가볍게 떠올랐다. 블랑코는 그대로 로비에 놓여 있던 유리 테이블에 남자를 메쳤다. 유리가 박살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낙하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신음소리가 뒤를 이었다. 로제가 재미없다는 듯 말했다.

  “뭐야. 안 어울리게 대화로 해결하자는 둥 하는 줄 알았더니 결국 이거야?”

  “시간이 없으니까. 외통수가 좋은 점은 일단 저질러 놓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 아냐?”

  “오… 웬일로 공감되는 말을 하잖아? 하긴. 날 받아놓은 처지에 이것저것 잴 것도 없지. 물론 현실적인 골칫덩이들은 처리를 해둬야겠지만. 봐라. 골칫덩이들 저기 왔다.”

  5구역의 입구로부터 검은 정장의 남자들이 쏟아져 달려왔다. 박살난 테이블과 그 위에 쓰러진 동료를 발견한 그들은 망설임 없이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 로제와 블랑코를 겨누었다. 로제는 차갑게 눈을 빛내며 코트 주머니에 손을 얹었고 어느새 검은 장갑을 낀 블랑코는 목을 우드득 꺾으며 남자들을 바라봤다. 다수를 앞에 두고 있음에도 로제와 블랑코는 별로 긴장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상대를 얕보고 있다기보다 그저 이런 상황에 익숙해 있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생과 사가 오가는 한 순간의 교차를 작업의 일종쯤으로 여기고 있는 태도였다. 반면 검은 수트의 남자들은 영역을 침범당한 맹수 같은 공기를 가지고 있었다. 동료를 공격하고 자신들의 영역을 어지럽힌 침입자에 대해 그들은 차갑게 분노를 쏟아 부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정적이 낳은 긴장은 빠르게 부풀어갔다. 그건 마치 헬륨을 과도하게 넣은 풍선 같은 것이었다. 부풀대로 부푼 풍선이 터지는 순간이 피 튀기는 접전의 시작일 것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 사실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원과도 같은 침묵이 지나고 마침내 극한으로 치달은 긴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해소되었다.

  “그만둬 멍청이들아. 가게 앞에서 소란을 피울 셈이야? 손님들이 불안해하시잖아.”

  남자들의 뒤편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남자들의 표정이 일시에 변했다. 그들은 당혹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거나, 망설이는 얼굴로 침입자들과 소리가 난 쪽을 번갈아 쳐다봤다. 로제와 블랑코는 미심쩍은 곁눈질로 서로를 마주봤다. 아무리 봐도 죽고 죽이는 싸움을 시작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남자들의 무리에 소란이 생겼다. 남자들은 뒤쪽에서부터 좌우로 갈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누님…. 아, 아니. 매니저님.’이라든가, ‘놈들은 직원을 폭행했다고요. 명백한 룰 위반 아닙니까.’ 하는 등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리가 갈라지는 기세는 줄지 않았다.

  마침내 맨 앞에 선 남자들이 비켜서자 그 안에서 한 여자가 등장했다. 턱까지 떨어지는 똑단발을 왼쪽 이마에서 갈라 한쪽 귀가 드러나게 넘기고 있는 매서운 눈초리의 여자였다. 블랑코는 멀뚱멀뚱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로제는 블랑코가 움찔할 정도로 세차게 반응했다. 벼락 맞은 쥐새끼처럼 한 차례 몸을 떤 그녀는 경직된 움직임으로 엉금엉금 블랑코의 등 뒤에 숨었다. 블랑코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이성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목격하고 만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였다. 로제가 꼭 잡은 블랑코의 옷자락을 따라 블랑코 역시 바들거리기 시작했다. 등장만으로 일류 청부업자 두 명을 동시에 공포의 나락으로 빠뜨린 여자는 그런 사정 따윈 아랑곳 않고 블랑코에게 말을 걸었다.

  “그쪽 손님. 우리 쪽 애가 뭔가 실례를 했다면 내가 대신 사과하지. 하지만 댁은 가게의 규칙을 무시하고 직원에게 손을 댔을 뿐더러 다른 손님들에게까지 폐를 끼치고 있어. 여기서 끝내겠다면 진상 손님의 난동쯤으로 생각하고 넘기겠지만 이 이상 하겠다면 당신은 에펠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될 거야.”

  로제의 기행에 아직까지 충격에 빠져있던 블랑코는 여자의 말에 겨우 정신을 수습했다.

  “다, 당신은?”

  “셴리. 벨 마르셀의 매니저야.”

  “매니저?”

  블랑코가 화색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당신이 정보상이란 말이지? 잘됐군. 우린 정보를 사러 왔어. 댁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우리한테 좀 팔아줬으면 하는데.”

  “거래를 원한단 말이지….”

  상황을 반가워하는 블랑코와 다르게 셴리는 나지막이 블랑코의 말을 읊조렸다. 셴리는 건조하지만 날카로운 눈으로 블랑코를 쳐다봤다.

  “물건을 강매하는 상인이 장사치가 아니라 사기꾼인 것처럼, 원치 않는 판매를 강요하는 손님도 강도나 다름없지. 댁이 한 짓을 봐.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우리의 규칙을 무시하고 가게 안에서 난동을 피웠으면서, 이제는 거래를 원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손님보다는 강도에 가까운 걸. 내가 왜 당신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

  “이봐. 난폭하게 군 건 미안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어. 상황은 너무 급박한데 책임자라는 사람을 만날 방법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 조금 거친 수단을 쓴 것뿐이야.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당신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을 테니까. 하지만 우린 그래도 최소한의 양식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야. 거래를 마치면 아무 소란도 안 피우고 조용히 물러갈 거고 정보값도 제대로 치를 거야. 뭣하면 시끄럽게 한 데에 대한 사과조로 사례금을 좀 더 얹어줄 수도 있어.”

  하지만 블랑코의 말은 갑자기 시작된 웃음소리에 가려 더 이어지지 않았다. 블랑코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셴리는 가릴 생각도 없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같잖은 소리 하지 마. 당신, 대체 자기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뭐라고?”

  “여기는 칼날 위에 세워진 카드로 만든 집이야. 극도로 민감한 이해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곳이라고. 그게 가능했던 건 모두가 그 상황을 이해하고 규칙을 지켜왔기 때문이었어. 누구 한 명이 규칙을 어기기 시작하면 결국 모든 것이 균형을 잃고 무너져 내리겠지. 그래서 우린 규칙을 어기는 자들을 무엇보다 혐오해. 그깟 사정 따위, 여기선 가지고 있지 않은 자들이 드물지. 당신이 하는 말은 염치를 모르는 철면피의 논리군.”

  “어, 어…….”

  말을 찾지 못해 더듬거리는 블랑코에게 셴리가 조용히 선고했다.

  “어서 돌아가. 벨 마르셀이 당신에게 줄 건 피와 납뿐이야.”

  블랑코는 그것이 사실상 대화의 끝임을, 그리고 계속했다간 정말로 그들과 전쟁을 벌이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 다급해진 블랑코는 뒤에 숨어있던 로제를 쿡쿡 찌르며 속삭였다.

  ‘야. 네가 뭐라고 말 좀 해봐. 너 나보다 말 잘하잖아.’

  그러나 로제는 요지부동으로 블랑코의 등 뒤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답답해진 블랑코는 그녀의 팔을 붙잡고 억지로 뒤에서 끌어냈다. 로제는 저항했지만 블랑코의 완력을 당해낼 순 없었다. 그녀는 버티고 선 자세 그대로 바닥을 쭈욱 긁으며 있던 곳에서 밀려나왔다. 로제는 원래대로 돌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발버둥 쳤지만 목표를 이루긴 요원해보였다. 블랑코는 눈을 질끈 감고 될 대로 되라 하는 심정으로 로제를 부여잡고 있었고 때 아닌 촌극에 사내들의 웅성거림이 커지고 있었다.

  그때 셴리가 눈썹을 찌푸렸다.

  “……메이레이?”

  로제가 움찔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블랑코의 등에 반쯤 얼굴을 가리고 숨은 그녀는 주저주저하며 눈치를 보다 간신히 셴리에게 대답했다.

  “……你好姐姐(안녕 언니).”

  갑작스런 침묵이 공간을 잠식했다. 실내였지만 블랑코는 어디선가 바람이라도 휑하니 불고 지나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알 수 없었던 블랑코는 힐끗 사내들의 얼굴을 살폈지만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이전에 없던 동질감 외에는 별 소득을 건질 수 없었다. 그들 역시 입을 헤 벌리고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조금 전까지 서로 죽일 듯이 노려보던 그들은 지금은 한 마음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 불안을 깨는 것은 폐부의 저변에서부터 끌려 올라온 듯한 깊은 한숨소리였다.

  긴 한숨을 내뱉은 셴리가 머리라도 짚고 싶은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들어와. 아무래도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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