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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러브 크리에이터
작가 : 모모제인
작품등록일 : 2018.12.31

 
12. 다이어트 프로젝트
작성일 : 18-12-31 23:12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8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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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다이어트 프로젝트

 

 다임의 전화 통화 후 한솔이의 검사와 입원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한솔이의 염증수치는 입원수속을 밟고 병동에 올라간 후에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뇌수막염 검사까지 실시하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때 고급진 정장 차림의 여자가 병실에 나타났다.

 

 “엄마...”

 

 “지다임, 밖에서 좀 보자.”

 

 병실에 있던 현수와 설아는 낯선 여자의 방문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잘난 영화를 찍겠다고 영화연출 공부를 하더니 커리어 쌓기는커녕, 샘판 모르는 남의 집 애나 맡아 키우고 있어?”

 

 “남의 집 애 아니에요. 수아 아이에요. 수아가 제 절친이었던 거 아시잖아요.”

 

 “그래, 그 배은망덕한 성수아. 똑똑히 기억한다. 고아 주제에 친하게 지내준 걸 감사히나 생각할 것이지 유언장에 아이를 너한테 맡기겠다고 했다며? 누구 앞길을 막으려고. 걔는 생각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죽은 사람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누구보다 저를 믿으니까 자기 아이를 맡긴 거예요.”

 

 “누구보다 니가 헛똑똑이인 걸 아니까 맡겼겠지. 엄연히 혈연관계인 애들 삼촌이 있는데 너까지 그 집에 붙어 있을 필요 없다. 이제라도 로스쿨 과정 밟아.”

 

 “저 영화 관둔 거 아니에요! 로스쿨 다닐 생각 없어요.”

 

 “영화판에서 뛰쳐나왔다며? 촬영 현장의 노동착취에 반기를 들었느니 어쩌니 핑계가 그럴싸하다고 해도, 겨우 그 정도도 참지 못할 마음이었으니 포기한 거 아니야? 적어도 엄마 밑에서 법률 쪽 일을 하면 투자한 시간만큼 대우는 받을 수 있을 거다. 이제 헛꿈은 그만 꾸고 현실을 자각해. 늦은 나이에 시작해도 자리 잡을 수 있게 돌봐줄 부모가 있는 걸 감사하면서 공부나 해. 니가 잘하던 공부!”

 

 “제 뒷조사 성실히 하고 계셨네요. 관심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한솔이 병원 진료 빨리 수 있게 도와주신 것도 감사해요. 하지만 제 현실은 제가 정해요. 전 영화 일을 다시 현실로 만들 거예요.”“남의 애를 키우면서 영화를 해? 애가 없는 싱글이었을 때도 버거워서 포기한 영화를?”

 

 “포기한 거 아니라고요!”

 

 다임과 손님에게 음료수를 가져다주려고 왔던 설아는 두 사람의 날선 대립을 보고 다시 조용히 병실로 돌아갔다.

 

 “삼촌, 저분 다임 이모 어머니이신가 봐요.”

 

 “그래? 그럼 삼촌도 인사드리러 가야겠다. 한솔이 베개 못 베도록 하는 거 알지? 아무리 보채도 4시간 이상은 반듯하게 누워 있도록 해야 한다니까 삼촌 나갔다 올 동안 잘 봐.”

 

 “근데... 지금은 안 가시는 게 좋겠어요.”

 

 “왜?”

 

 “심각한 얘기하고 계시는 거 같아요. 삼촌은 다임 이모가 영화 쪽에서 일하셨던 거 알고 계셨어요?”

 

 “전에 한솔이 잘 때 같이 맥주 한 캔 하면서 대충 얘기 들었어. 왜 굳이 사람들이 잘 보지도 않는 다양성 영화 관련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냐고 하니까 그런 영화 연출하는 게 꿈이라고 하더라. 전공도 영화 연출이었고 유학도 다녀왔다고, 한솔이 맡기 전에는 진짜 영화판 연출부에서 일도 한 거 같던데... 설마! 제수씨 유언 때문에 지금 연출을 쉬고 있는 건가? 그 생각은 못 했네. 우리 때문에 영화일을 쉬고 있는 거면 다임씨 어머니께서 화나실 만도 한 상황이겠다. 내가 가서 사과라도 드려야겠다.”

 

 현수가 다임과 그녀의 어머니에게 가려고 일어선 순간, 다임이 병실로 돌아왔다.

 

 “아까 병실에 오신 분이 다임씨 어머니시라고요. 저도 가서 인사드릴게요.”

 

 “아니요. 벌써 가셨어요.”

 

 “저런, 죄송해서 어쩌죠... 어머님께서 많이 화나셨겠어요. 제가 생각이 짧아서 다임씨 상황을 배려 못 하고 있었네요. 한창 자기 커리어를 쌓을 나이에 친구 아이를 돌보고 있는 거 좋아하실 분 당연히 없죠. 설아 엄마 아빠가 하던 회사 아직 처분하지 않았어요. 동업하던 친구가 저도 아는 녀석이라. 현기랑 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놀던 앤데 믿을 만하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그 녀석을 믿는 것도 믿는 거지만 지분 처리 같은 골치 아픈 문제에 손대기 싫어서 그냥 있었는데 한솔이 퇴원하면 자세히 알아볼게요. 작은 회사라도 정리하면 돈이 꽤 될 거예요. 다임씨 애들 걱정 없이 하시던 영화 일 할 수 있게 유모 한 분 정도는 고용해야겠어요. 사실 저도 새 연재 시작했더니 기운이 엄청 딸려서 한솔이 볼 때 자주 졸아요.”

 

 “저 때문이면 그러실 필요 없어요. 지금 당장 연출할 거 아니에요. 한솔이 보면서도 시나리오 준비할 수 있어요.”

 

 “다임씨 때문만은 아니에요. 한솔이 아프고 나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동생이 믿고 맡겨 준 우리 설아랑 한솔이 제대로 돌보려면 골치 아파 보이는 것도 피하지 말아야죠.”

 

 검사결과 다행히 뇌수막염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항생제를 쓰고도 염증수치가 안 떨어지는 걸 보아 최악의 경우 자가면역질환일 수도 있으니 며칠 입원해서 경과를 보자는 의사의 말에 모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병원에서 하루 자고 난 한솔이는 계속 울고 보챘지만 서서히 열도 떨어지고 토하는 증상도 적어졌다.

 

 “설아는 내일 학교 가야하니까 오늘은 집에 가서 자. 현수씨도 집에 가서 연재 준비하세요. 오늘 밤엔 저 혼자 있어도 돼요.”

 

 “어떻게 다임씨 혼자 있게 해요. 말도 안 돼요.”

 

 “제가 핏줄이 아니라 현수씨만큼 한솔이 정성껏 못 돌볼까 봐 그러세요?”

 

 “그럴 리가요. 혼자 병실 지키게 하는 게 미안해서 그러죠.”

 

 “어제는 운 좋게 2인실인데도 침대 하나가 비워져 있어서 다 같이 있었지만 환자 한 명에 보호자 세 명은 오바예요. 한솔이 열도 많이 내렸으니까 걱정 마시고 오늘 집에 가서 연재 분량 많이 준비해 놓으세요. 퇴원하면 집에서 하루 종일 한솔이 돌보는 건 현수씨 몫이에요. 아시겠죠?”

 

 다임이 반쯤은 장난스런 목소리로 현수를 협박하면서 현수와 설아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현수와 함께 병원을 나선 설아는 모자와 마스크를 끼고 있었음에도 누군가 자기를 찍고 있는 듯한 불쾌한 기분에 신경이 쓰였지만 현수에게 티를 내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까지 현수와 다임을 걱정시킬 수는 없었다.

 

 집에 온 설아와 현수는 쉬지도 않고 각자 방에 들어가 작업에 몰입했다. 현수는 밤을 새서 미래 연재분까지 그렸고 설아는 집중도가 높은 뷰티 콘텐츠가 무엇일지 자료 조사를 했다.

 

 #

 월요일에 등교를 하자마자 설아가 지유에게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얼굴까지 공개하는 프로젝트를 찍을 계획이라서 악플도 많이 달릴 거야. 사람들 익명이면 말을 더 심하게 하는 거 알지? 상처될 만한 댓글 분명 있을 거야. 하지만 니가 신상을 공개하는 만큼 거기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불할 거야. 당연히 계약서도 쓰고 진행할 거고. 어떻게 생각해? 고민해 보고 가능한 빨리 답해 줘.”

 

 지유는 1교시가 끝난 후 바로 설아에게 하겠다고 말했다.

 

 “설아 너랑 하는 거면 뭐든 좋아.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욕먹는 건 하루 이틀도 아닌데 뭐. 다이어트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데 내가 왜 안 하겠어?”

 

 “영상은 한 번 찍으면 평생 널 따라다닐 텐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너무 금방 대답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너 나랑 이거 하기로 했으면 정말 살 빼야 돼. 먹던 양 줄이는 거 많이 어려울 거야.”

 

 “니가 도와줄 거잖아. 그럼 잘할 수 있어. 진짜 열심히 할게.”

 

 점심시간, 설아의 요청으로 모나, 우주, 지유가 모두 한 테이블에서 급식을 먹었다. 늘 설아와 단 둘이 밥을 먹던 우주가 모나와 지유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갑자기 이 조합은 뭐야? 유설아 드디어 현실세계 인간관계를 넓혀 보기로 한 거냐? 장하네.”

 

 “인사해. 우주랑 모나는 같은 반이어서 서로 알 거고, 여기는 우리 반 김지유. 앞으로 나랑 다이어트 프로젝트 촬영해 줄 친구야.”

 

 친구라는 단어를 들고 지유가 살짝 들뜬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다이어트 프로젝트? 대박이다 그거! 역시 우리 설아. 한솔이도 아팠는데 그 정신에 주말 동안 이거까지 기획한 거야? 언빌리버블!”

 

 모나의 호들갑을 들은 우주가 놀라서 설아에게 물었다.

 

 “한솔이가 아파? 왜 어디가?”

 

 “열이 많이 나고 막 토하고 그래서 입원했는데 다행히 뇌수막염은 아니래. 오늘 결과 나오고 병원에서 큰 문제 없다고 하면 퇴원할 수 있을 거랬어.”

 

 “너네 집에 한솔이 문병 가도 돼? 그러고 보니 나 한솔이 실물 한 번도 못 봤어. 중3 겨울방학부터는 너네 집에 한 번도 안 갔잖아.”

 

 우주가 설아에게 은근히 서운함을 표현하면서 한솔이 문병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중에... 애기들은 아플 때 병균 잘 옮을 수 있어서... 원래 손 안 타는 게 좋대.”

 

 “나중에 꼭이다. 같은 반 아니니까 밥 먹을 때만 잠깐씩 만나고 진짜 별루야. 고2 때는 같은 반 되면 좋겠다.”

 

 “대신 이번에 지유 다이어트 프로젝트 찍는 거 같이 하면 되잖아. 알바라고 생각하고 도와 줘. 나 진짜 니들 알바비도 줄 거야. 우선 오늘은 니들이 보거나 들은 다이어트 비법 최소 30가지 이상 적어서 내 메일로 보내 줘. 간단한 것도 괜찮아. 하루에 물 2리터. 그런 거 있잖아.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정리해서 꼭 보내 줘.”

 

 #

 한솔이의 병원 원인 미상의 패혈증이었던 걸로 판명이 났다. 다행히 병원 치료에 금방 호전이 돼서 집으로 퇴원을 했다. 한솔이를 돌봐 주는 유모 문제는 우선 뒤로 미루기로 했다. 다임이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진짜 작업에 들어가면 그때 알아보기로 합의했다.

 

 “다임 이모...”

 

 “너 지금 나 이모라고 불렀어?”

 

 “네...”

 

 “하하하, 이게 얼마만이냐. 너 어릴 땐 꼬박꼬박 나 이모라고 부르면서 엄청 따르더니 한솔이 태어나고는 완전 나 쌩깠었잖아. 정말 너처럼 사춘기 빡세게 보낸 애도 드물 거야. 성격이 180도 달라져서는... 이제 다시 착한 내 절친의 딸이자 내 마음의 조카 유설아로 돌아온 거야?”

 

 “뭐... 그럴 수도요...”

 

 설아가 부끄러운 듯 대답을 얼버무렸다.

 

 “근데 난 왜 불렀어?”

 

 “이모 영화 일 하셨잖아요.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영화 찍게?”

 

 “그건 아니고, 친구랑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찍어서 제 채널에 영상 업로드를 할 건데 전 외부 촬영 거의 안 해 봤거든요. 이모가 촬영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주로 주말에 촬영할 거나 하교하고 잠깐씩만 찍을 거예요.”

 

 “재밌겠네. 근데 그거 찍으려면 삼촌하고 한솔이 보는 시간 조율 좀 해야겠다.”

 

 “저도 평일에는 한솔이 잠깐씩 볼 게요.”

 

 “오! 유설아! 진짜 달라졌네. 오케이! 우리 힘을 합쳐서 최고의 유한솔 전담팀을 꾸려 보자!”

 

 #

 주말을 이용한 첫 촬영은 스터디카페에서 룸을 하나 빌려서 시작했다. 다임의 촬영은 우주가 보조했다. 조명을 설치하고 테스트 촬영을 하고 조명과 마이크를 다시 세팅하고 촬영 시작 전부터 할 일이 엄청나게 많았다. 게다가 긴장한 지유가 말을 계속 더듬는 바람에 촬영 시간이 길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첫 촬영을 마치고 다 같이 샐러드 뷔페에 가서 식사를 했다.

 

 “야! 김지유! 왜 그렇게 말을 더듬냐! 니가 하도 긴장하니까 설아가 너 납치해서 강제로 찍는 거 같잖아.”

 

 “카메라 앞이 처음이면 그럴 수도 있어. 지유한테 너무 그러지 마.”

 

 설아가 지유를 다그치는 우주를 말렸다.

 

 “그나저나 너네 아이템 좋다. 풍문으로 들은 다이어트 속설들을 진짜 실험해 본다는 거 엄청 흥미로운데? 그럼 내일부터 지유는 뭐뭐 시작해 보는 거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마시기랑 하루에 물 2리터 마시기요.”

 

 “안 마시던 물 마시려면 그것도 힘들겠네.”

 

 “열심히 해야죠. 설아가 도와주는 건데...”

 

 “우주는 어떠니? 촬영 돕는 거 안 힘들어?”

 

 “엄청 재미있어요. 설아는 좋겠어요. 엄마 친구가 막 촬영 전문가고. 저 이런 카메라 실물로는 처음 봐요. 영화 찍는 사람도 처음 봐요. 근데 제가 뭐라고 불러야 돼요? 다임 쌤? 다임 언니?”

 

 “쌤은 무슨, 그냥 늙은 언니라고 불러. 그리고 내 이름 걸고 찍은 건 전혀 안 유명한 단편 영화밖에 없어. 대단한 사람 아니니까 비행기 태우지 마.”

 

 “그게 어디에요. 유명한 감독들도 처음엔 다 그런 거 찍었잖아요. 나중에 유명해지셔서 영화 배우들이랑 친해지면 저 사인 좀 받아 주세요.”

 

 우주를 먼저 보내고 설아와 다임이 지유네 집으로 향했다.

 

 “우선 마트부터 가자. 맹물 마시기 힘들 때 먹을 수 있게 옥수수차나 보리차 아니면 히비스커스차 같이 열량 적고 마시기 편한 차 좀 사서 가자.”

 

 “그냥 맹물 마시기로 회의에서 정했는데요? 아까도 그렇게 촬영했잖아요.”

 

 “우리 집에 필요한 것도 사야 되니까 마트 잠깐만 들르자.”

 다임이 마트에 들러서 생수랑 각종 티백 차 생리대를 잔뜩 사서 지유네 집으로 배달을 시켰다. 설아는 그제야 눈치를 챘다. 사정이 어려운 지유에게는 생수를 사 마시는 돈도 부담일 수 있을 거란 걸.

 

 “이건 들고 갈 거니까 니들이 박스 두 개 만들어서 나눠 담아.”

 

 다임이 건넨 카드 안에는 붙이는 종이 블라인드, 텀블러, LED 미니 램프, 휴대전화 거치대, 미니 체중계, 선물용 음료수 박스가 담겨 있었다. 짐을 들고 도착한 지유네 집은 집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작았다. 다세대 주택 한쪽 끝에 위치한 작은 원룸. 곰팡이 냄새와 빨지 않은 오래된 이불에서 나는 냄새가 섞인 그곳에 희끗한 머리를 한 체구가 작은 지유의 할머니가 바닥에 덩그러니 누워 계셨다. 다임은 붙임성 좋게 다가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음료수를 건넸다.

 

 “갑자기 와서 놀라셨죠? 요즘 애들은 뭘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고 그러면서 놀거든요. 둘이 같이 그런 거 한다고 좀 도와달라고 해서요. 몇 개 설치해 주고 가도 되죠? 할머니?”

 

 설아가 상상한 것보다 좁고 더러운 방이라 여기서 매일 기록용으로 셀프 촬영을 할 지유가 걱정이 됐다. 물론 영상에 담긴 지저분한 배경의 화면도 걱정스러웠다. 그런 설아의 마음을 안 듯 다임이 마트에서 산 붙이는 종이 블라인드를 테이프를 이용해 지유 책상 바로 뒤 천장에 붙여서 배경으로 쓸 수 있는 가림막을 만들었다. 책상 위에 무드 등을 켜고 휴대전화 거치대로 앵글을 잡아 셀프 촬영 화면을 테스트했다.

 

 “가능하면 할머니 텔레비전 끄고 계실 때 찍어, 할머니 주무실 때 이어폰에 붙은 마이크를 얼굴 쪽에 붙여서 조용히 녹음하듯 촬영하는 것도 괜찮을 거야. 오늘 자기 전에 한 번 테스트 해 봐. 이번 주에 찍어 보고 개선할 점 있으면 나중에 다시 필요한 거 설치하면 되니까 너무 스트레스는 받지 말고.”

 

 설아는 지유네 집을 나와 다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진짜 생각도 못했던 건데... 아까 마트에서 필요한 거 다 준비해 주셔서 감사해요.”

 

 “내가 너보다 오래 살았으니 이런 거 아는 건 당연하지. 그나저나 너 이번 촬영에 얼마나 더 투자할 계획이야? 예산은 좀 잡아 왔어?”

 

 “네?”

 

 “예산 빼 놓은 거 있으면 지유 휴대전화 바꿔 주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신형 폰으로 촬영하는 게 화질이든 음질이든 더 좋을 거야. 계약금이라고 생각하고 공기계 사서 선물하는 게 어떨까 싶다.”

 

 “아! 그래야겠어요! 그럼 이모도 계약금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폰 선물하면 받으셔야 해요.”

 

 “나는 왜?”

 

 “급할 때는 폰으로도 찍을 건데, 저랑 이모랑 지유 폰이 다 같은 기종이면 편집할 때 이질감도 없고 좋잖아요. 저도영상 촬영용으로만 쓰는 폰 있어요. 그리고 이모는 프론데 제가 당연히 계약금을 드려야죠.”

 

 “프로라... 듣기 좋네...”

 

 #

 그렇게 다이어트 프로젝트 촬영이 진행됐다. 보건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보건실 체중계로 지유의 키랑 몸무게를 재는 영상부터 찍었다. 설아는 아침마다 지유가 텀블러에 학교 정수기에서 물을 받는 것을 촬영하면서 컨디션이 어떤지 짧은 인터뷰도 실시했다. 학교에는 이미 설아가 지유랑 다이어트 영상을 찍는다는 소문으로 가득했다. 소문이 돌자 뒷담화가 거세졌다.

 

 “돼지가 살을 뺀다고 인간이 되겠냐. 유설아가 스캔들로 궁지에 몰리니까 불가능에 도전을 하는구나.”

 

 “유설아 재수 없지 않냐? 지가 언제부터 김지유랑 친했다고 딱 붙어서. 누가 봐도 이용해 먹으려는 거잖아. 순진한 김지유 신상만 털리는 거 아니야?”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학교에서는 이제 설아와 지유가 붙어 다녀도 크게 흥미로워하거나 수군거리는 애들은 거의 없었다.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찍기 시작한 후 한 달 동안 설아의 뷰티 채널에는 주에 두 번 색조와 쿠션 팩트 위주로 간단하게 신상 제품을 리뷰하는 콘텐츠만 올라왔다. 단조로운 설아의 영상에 비해 라이벌인 채예빈의 영상은 메이크업과 어울리는 렌즈, 가발, 옷, 신발 등 화려한 협찬들로 가득해졌다. 아이돌들과 콜라보한 영상까지 올라와 구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었다.

 

 한 달 후, 설아의 채널에 프로그램 예고편 같은 짧은 영상이 올라왔다. 90키로가 넘는 여고생 김지유의 몸무게가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응원하는 댓글과 비난하는 댓글로 오랜만에 설아의 뷰티 채널 영상 호응도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설아는 자신이 있었다.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유의 체중이 벌써 10키로나 감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교복 치마가 헐렁해졌다고 자랑하는 지유의 표정을 보면 괜히 좋은 일을 한 기분이 들어 뿌듯해지기까지 했다. 영상이 업로드 되자 지유는 인기인이 되었다. 애들은 매일 오늘은 몇 kg이냐, 얼마나 빠진 거냐, 식단은 어떻게 조절하고 있냐 등의 질문을 하며 지유에게 관심을 보였다. 지유를 놀리던 남학생들은 여전히 지유를 돼지유라며 놀려 댔지만 지유가 설아와 함께 있을 때면 마루의 눈치가 보여서인지 목소리를 낮추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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